아련한 추억.-

70년대 말의 암울했던 시절.
나는 정말 가기 싫은 군대를 가야하는 징병 통지서를 받아놓고
시골 집에서 겨울을 아무런 낙도없이 하루 하루를 허송세월로 지새고 있었다.

그해 겨울은 왜그리 바람도 많이불고 눈오는 날도 많은지
하긴 딱이 갈곳도 외출할 기분도 아닌 나는, 날씨를 핑게삼아 늘상 사랑채 토방에
밤낮으로 장작불을 지펴놓고 이리뒹굴 저리뒹굴. 울적한 마음을 삭이고 있었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마을의 뒷산 비탈진곳에 살고있는 23살의 국민학교 동창이자 동갑나기인 상옥이가
하룻밤도 걸르지않고 큰채와는 거의 50여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사랑채로 놀러와서
밤이 으슥하도록, 아니 거의 새벽닭이 두세번은 울어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무슨 할애기가 그리도 많았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기억도 가물 가물하지만,
우린 늘 이불속에 발을 같이 집어넣고, 먼저 시집간 친구들의 애기며,
도회지에 살고있는 동창생들의 소식을 주고 받으며 겨울의 긴밤을 지샌것 같다.
간간히, 잘 다루지도 못하는 통키타와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나직히 부르기도 하고...

산골의 겨울밤은 단조롭고도 적막하다.
들리는 것이라곤 매서운 눈바람이 뒷산의 소나무 울리는 소리와, 가르릉 거리는 문풍지 우는 소리, 뉘집 토종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마실갔다가 오는 주인 반기는 소리 뿐..........

우린 늘 그렇게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뼈見?
그녀는 스러지듯 쌍닫이 문을 소리없이 열고 집으로 가고.
나는 한없는 아쉬움과 가슴 가득히 미어지는 그리움에 잠못이루곤 했었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아님 내 심정을 알아주기라도 하는듯,
언제나, 나즈막히
-잘자,,,저녁에 또 올께.........라며 엷은 미소를 눈가에 머금곤
처녀 특유의 윤기나는 긴머리를 뒤로하고, 당시에 유행하던 통짜치마에 가녀린 몸을 하늘거리며
누가 볼세라 집으로 가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음에 계속 쓰렵니다.
오늘 따라 졸음이 왜이렇게 P아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