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추억.
70년대 말의 어느 초겨울 저녁에.
가난한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토속주와 부침류를 주 메뉴로
영업을 하는 선술집에서 시간을 잊은채 퍼마셔 댔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쓴 웃음만 나오지만.
그땐 어줍잖게스리 암울했던 시국을 그리고 인생을 논하며
세상의 근심 걱정을 혼자 다 짊어진양 호기를 부렸었다.

문제는. 그때만해도 12시만 되면 민간인 야간 통금이 실시되던 시절이라
밤 11시 경이면 거의 모든 대중 교통수단이 끊긴다는 사실을
깜박 잊었는데서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11시 30분경에 거나하게 술에 취한 나는
그시각에 하숙집까지 가기엔 아예 틀려버렸고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둘러 술집 부근의 싸구려 여인숙을 ?아 들었다.

30대 중반쯤 되 보이는 몸빼 바지 아줌마의 안내를 받아 허름한 2층 목조건물에 든
다다미 방은 벽이라야 합판 한장에 벽지를 바르고 바닥엔 전기장판 과 그위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흘려놓은 분비물로 얼룩진 카시미론 요와 이불 한장이 고작이었다
욕실은 아예 상상도 하면 곤란하고 그나마 2층의 공동 소변실은 ㄱ자형의 복도
맨 끝에 어설프게 자리하고 있었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물을 가지고 내방에 들은 몸빼 아줌마는
" 총각 우리집에 예쁜 아가씨 많은데 연애 한번하고 자지 그래........
하고 추근대기 시작한다.

;아줌마 나는 학생입니다. 그냥 잘래요....

"뭐 학생은 남자가 아닌가? .........그러지말고 ...예쁜 아가씨가 많다니깐..........
요즈음 학생들 잘만 하드라...........싸게 해 줄테니까........응..한번하고 자라.....

나는 계속해서 말댓꾸 해봐야 끝이없을것 같아서 그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니 아줌마는 그제야 슬며시 방을 나간다.

얼마나 잤을까.
술이 깨려는지 목이 칼칼해서 물 주전자채 입에 대고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키고 있자니 어디선가 여자의 숨넘어가는 비음과 함께 찌걱거리는 소리가.
아니 남. 여의 그짓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 으흐흥....응...아....아이구....더..더...더....으아 ..........아.........으으윽.....
찌걱..찌걱..아...아...찌걱..찌걱..아..윽....아이구. ....나죽어...더..더..아.......

어느 방에서 나는 소리일까.
어느 여자인지 모르지만 정말 요란스레 하고있다.

묘하게도 나는 술이 확 깨버리고
아랫도리는 뻣뻣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그 소리의 진원지를 ?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