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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기 - 프롤로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31 1,002회 0건
[창작] 시간여행기 - 프롤로그(1)
"너에게 시간여행을 시켜주겠다"
.................뭐? 이게 무슨 개같은 경우인지... 신기할 것 같아서 내가 다니는 Y대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1만년이 넘었다는(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 아주머니는 노점상을 하셨는데 예전부터 단골이어서 이번에도 역시 호기심으로 속는 척 사드린 것에 불과했다) 책을 사가지고 와서 대충 아무렇게나 팽개쳐뒀는데 갑자기 그 책이 지금 내게 말을 거는 것이다.
"뭐?"
기껏 갖가지 생각 후에 나온 말이 고작 "뭐?"라니 나도 참 한심하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한번 그 책이 물었다.
"너에게 시간여행을 시켜주겠다고. 기뻐해라. 인간으로서 너는 정확히 10번째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니까. 물론 선택은 없다. 강제다."
이 쯤되면 웃음만 나온다. 내가 꿈을 꾸는 건지...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1만년이 넘었고, 자기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행운을 주어야만할 책인 것이다. 1만년이 넘었다는건 아무래도 믿기 힘들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싸구려 갱지로 만든 책인 것 같은데 얼어죽을 1만년?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 광경이 꿈이든 아니든 의지가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으나 강제 운운하는 녀석이 나에게 행운을 준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너그럽다. 정확히 백을 세겠다. 그 사이에 마음을 정리하도록"
나는 어려서부터 현실적응이 빨랐다. 처한 상황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도 적당히 내 상식과 타협해버리고 해결책을 찾아버리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이 단순히 "상식에만 맞지 않는"상황이라고 하기엔 좀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상관없었다. 일단은 나도 상황정리를 하는 수밖에.
"오후 2시경에 이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는 줄곧 게임만 했는데.. 혹시 말로만 듣던 발작인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그나저나 시간여행이라... 꿈이지만 재밌겠군 크크, 저 책인지 뭔지가 시키는대로 일단 해보는 것도 좋겠어.. 발작이든 꿈이든 현실은 즐겨야지..암..."
이렇게 적당히 나와 타협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정확히 10초. 그 동안도 책은 여전히 숫자를 세는 중이었다.
"21,22,23,24없이 바로 100"
나는 상관없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숫자를 만들어내도 되는건지.
"시간이 되었으니 시간여행을 시켜주겠다. 이 시간여행은 강제다. 너에게 선택권따윈 없단 뜻이지. 대강 설명을 하자면, "너는 너의 현재 지식이나 힘같은 능력을 그대로 소유한채 조선시대로 날아가게된다. 거기서 태어나서 거기서 자라는거지. 어떤 삶을 살던지는 네 맘이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건 니 생각대로 발작도 꿈도 아니다. 네 생각을 읽어보니 발작이나 꿈이라 믿고 즐기려는 듯 한데, 즐기자는 자세는 좋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알겠냐? 좋아, 알겠다면 바로 시작하지. 눈을 감아야될거다."
혼자 말하고 혼자 납득하는 책이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이 책은 분명히 내 생각을 읽었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는 중얼거리는 만화같은 버릇도 내겐 없다. 쉽게 말해 정말 읽었다는 소린데.. 그 말은 이 모든게 사실이라는 소리? 하,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재밌겠는건 사실이다. 내 능력을 모두 소유한채 조선시대로 다시 태어난다... 집에 있는 식구들과 친한 것도 아니고 나도 독립해서 살고 있으니 상관따윈 없었다. 무엇보다 저 녀석이 어떻게 나를 생각하든지간에 꿈 아니면 발작이라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도 "감아야될거다"는 강한 어조 때문에 눈을 감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은근히 한심스럽게 생각했다.
"네 조신시대의 이름은 임 은이다. 네게 편하라고 현재이름과 같게 설정했지. 고맙게 생각해라. 그럼 난 이만 가마."
"아, 아직!!"
눈을 감은채로 난 그녀석에게 소리쳤다.




[창작] 시간여행기 - 프롤로그(2)

"....내가 10번째인가 그렇다며? 그 전의 놈들은 어떻게 되었지?"
그 녀석은 황당하다는 듯이(물론 내게 책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없거니와 눈을 감고 있는 상황에서 표정이나 행동을 살필 수 있을만큼의 능력은 없지만 이런건 감이다) 나를 보더니 말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치광이로 죽었다"
이런 젠장. 꿈이든 발작이든 이건 좀 심해진다. 나도 같은 결말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 거 아냐.
"뭐야, 당장 취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한없이 떨어져내리는 듯한 감각을 느낀 채 정신을 잃어야만 했다. 한참을 떨어져내린 후에야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다.


"축하하네, 건장한 사내놈이야..."
뭔진 모르지만, 저도 축하드립니다..
"아이구, 축하는요 무슨.. 이제 또 고생시작입니다"
후.. 어지간히 서민인가보군. 뭐, 남말할 처진 아니다.
"근데 이놈이 왜 안울지? 볼기를 때려야하나보군. 얼마나 고집이 세려고 울지를 않나 그려.."
그래 때려라 때려...하고 있을 때 눈앞에 보이는 노인네가 내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니 망할... 다큰 청년 엉덩이는 왜 때려. 갑자기 북받치는 설움 때문에 난 어이없이 울어야만 했다.
"응애, 응애..."
.........그리고 내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는 영락없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이런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낯선 여인의 젖을 빨면서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내 정신은 멀쩡하다. 그렇다면 아까 그 책이 말한대로 되었다는 것인데. 장난하지 말아. 이런 재미없는 조선시대에서 내가 뭘 하고 사냔 말이다. 그저 남들보다 특출나다고 칭찬받다가 그걸로 땡인 것이다.
"어울리는군."
어디선가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
"아무 말 말고 듣기나 해라. 니가 큰 소리를 냈다간 넌 순식간에 요물취급 받을 게 뻔하니까. 아이가 너무 빨리 말하는 것은 신동이기 전에 요물이야. "
나는 동의의 뜻으로 머리를 살짝 끄덕여 보았다.
"지금은 1507년. TV에서 한창 하는 사극의 배경이 되는 중종이 즉위하고 있는 시대지. 1517년에 중종은 TV에서 나오는 문정왕후랑 결혼하게 된다. 더 이상의 배경이야 니가 알바 없고. 난 이만 물러간다. 아마 다신 네 앞에 나오지 않을거다. 어떻게 살든 니 맘이다. 그럼."
정말 자기 멋대로 할 말만 하고 책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더 신기한건 내가 이 상황을 꿈이나 발작 따위가 아니라고 인정하고는 스스로 적응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아버지 임진호는 그냥 평민. 농사를 짓고 사는 평민이다. 다행히 마을 내에서는 인심좋고 일잘하기로 소문나서 누구나 칭찬하는 인물. 어머니 황윤정도 현모양처 스타일. 집안형편도 보통. 이런 집안에서 내 조선시대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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