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일기 - 1부 -

등 장 인 물

강 민 태 : 29세 중학교 교사
정 미 연 : 19세 수연의 언니
정 수 연 : 강민태의 반 학생 미연의 동생
윤 희 주 : 강민태가 교생실습때 제자 대학생



"정수연~ ..... 정수연 오늘 결석이야? "

"선생님~ 수연이네 할매가 돌아가셨뿌래서 오늘 학교에 몬나올끼래요~"

"머어!! 수연이네 할머니께서!!! 아니 언제 돌아가셨는데? "

"엊저녁에 돌아가셨다 카던데요~ 지는 잘 모르겠심더~"

지금부터 약 20여년 전 교사생활 3년차인 강민태는 자그마한 면소재지 중학교로 전근이되어

2학년 담임을 맡은지 벌써 석달이 지났지만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파악조차 못한 상태이다.

"그럼 누가 수연이네 집 아는 사람있나? 이따가 한번 가봐야 겠는데..."

"수연이는요~ 우리하고 말을 잘 안해서 아는 아 들이 없을끼라예~"


눈이 유난히 크고 얼굴이 가무잡잡 하면서도 귀염상인 수연이는 왕따 당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말하는것을 거의 볼수없었고 늘 혼자있기를 좋아하였다.

강민태는 교무실로 돌아와서 수연이의 생활기록부를 살펴보았다.

수연이의 가족이란 할머니와 고등학교 3학년인 언니, 그리고 수연이 이렇게 셋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안에 어른이 안계신다면 앞으로 수연이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무 사명감없이 강민태가 교사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학생에 대한 관심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겨우 수업을 마친 강민태는 생활기록부의 주소를 들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수연이네 집을 찾았으나 그곳은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낡은 집이었다.


초상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용한 수연이의 집,

강민태는 한쪽문이 떨어져 나간 대문안까지 들어 가면서도 과연 이집이 수연이네 집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 수연아~"

그제서야 인기척이 나면서 방문이 빼죽이 열리더니 초췌한 모습의 수연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서...서..선 생 님이... 여 길 ... 어떻게???"

수연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에는 눈물자욱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수연이의 뒤를따라 수연의 언니처럼 보이는 학생이 나오면서 인사를 한다.

"안 녕 하 십니껴~ 이렇게 일부러 요게까지 오셔서 감사를 드립니데이.~~"

"오~ 그래~~ 무척 상심이 크겠구나~? 그런데 할머니 시신은?"

강민태가 묻자 수연이는 또다시 그 커다란 눈망울에 이슬이 맺히더니

"조금전에 옆집아저씨가 묻어 주셨어요~ 흐 흐흑!!"

"아니 !!! 삼일장도 안지내.... "

강민태는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3일장이니, 5일장이니, 하는것은 이들 자매에게 있어서 부담 이었는지도 모른다.

"흐흑!! 집 안 이 ... 너무 어지러버서 들어 오시라꼬 하지도 몬하겠어요~"

"아냐~ 아냐~ 근데 너희들 밥을 먹었어? "

"................."


고개만 떨군채 아무말도 못하는 두 자매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까지 어려움없이 자란 강민태는 한동안 할말을 잊었다.

"자~ 수연아~ 언니하고 같이 나가자~ 선생님이 밥이라도 한끼 사줄테니~"

"괘안심니더~ 저 배 안고파요~ "

물론 사양은 하겠지만 강민태는 도저히 그냥 이대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것 같아

"그래~ 알아~ 지금 같아선 배도 고프지 않겠지~ 하지만 선생님이 너희들과 이야기도 좀 할게 있어서 그래"

강민태의 말에 수연의 언니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하고있다가 더이상 어쩔수없다는 듯이

"저....그라믄 세수 좀 하고 갈께요~~ 쪼매만 기달려 주시이소~"

하면서 꾀죄죄한 수건을 들고 나오더니 수연이와 함께 샘가로가서 세수를한다.

이들은 비록 초상을 치뤘다고 하지만 상복도 입지못한채 그냥 교복으로 대신했는가 같다.


강민태는 수연이 자매와 함께 소재지에 있는 중국집으로 가서 방으로 들어갔다.

시골 중국집이라서 그런지 방안에는 퀘퀘한 냄새와 더불어 겨우 30촉짜리 전구의 불빛으로 어두침침했다.

시켜놓은 자장면이 나왔으나 수연이 자매는 입맛이 없는지 젓가락으로 끄적 거리면서 반도 먹질 못한다.

"으 흠~... 너희들 앞으로 어떻게 할꺼니? 계획은 있어?"

"................."

갑자기 당한 일이라 이들에게 무슨 계획이 있을리 만무하다.

"저~ 제가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할것같애요~"

이제까지 별말이 없던 수연의 언니인 미연이의 말이다.

"뭐어! 학교를 그만둔다고? 넌 고등학교 3학년이잖아~"

"인자 쬐끔만 댕기면 되지만 지금 형편으론 그럴수도 엄거든요..."

미연은 그 말을 하고 자신도 닥쳐온 상황이 어이가 없다는듯이 고개를 푹 떨구어버린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제 몇달만 고생하면 졸업을 할수 있는데도

그만 둔다는 미연의 말에 강민태는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은듯이 멍하니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혹시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겠니?"

강민태는 이런말은 안듣기보다 못했기에 인간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본다.

"괘안아요~ 선생님~ 괜히 지들때문에 선생님이 신경 마이 썼지예?"

평소에도 말이 없었던 아이였지만 수연은 더이상 말이없다.

강민태는 딱히 도와줄만한 일도 생각나지않아 앞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이들과 헤어지는데

인사를 하고 돌아서던 수연이가 미연이에게 하던 이야기가 강민태의 귓전을 울리고있었다.

"언니야~ 오늘 잘때~ 너무 무서울꺼 같애~ "

"그라모 우얄낀데... 할수 없지뭐~"

외따로 떨어진 독가촌이라 이제까지 버팀목으로 지켜주시던 할머니마져 돌아가셨기에

밀려오는 공포를 어린 이들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을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강민태의 머릿속은 어지러울 만큼 복잡하였다.

벌써 사방은 어둠이 짙게 깔려 한눈에 누군지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이다.

모든걸 잊기위해 구멍가게에 들러 소주한병과 간단한 안주거리 하나를 사들고 가겟문을 나서려는데

"선 생 님~~ 강민태 선생님 맞죠?"

강민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누군지 알아보기위해 눈을 크게 뜨고 보았으나 도저히 알수가 없다.

"저 어~ 누 구 신 지~~?"

"아휴~ 선생님~~ 저 희주잖아요~ 전에 선생님께서 교생실습 나오셨을때... "

<희주....교생실습??? 아...맞다... 그때 그렇게도 좋다고 선물까지 해주던 희주...>

"아...니가 희주야? 와~~ 몰라보게 이뻐졌네!! 그래 여긴 어떻게?"

그제서야 강민태가 생각난듯이 희주를 알아보자 예쁘장한 아가씨는 반색을 하며

"아 이 ~ 선생님... 너무 서운해요~ 저를 못 알아 보시다니...후훗!!

저 오늘 선생님 만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단 말이예요~"

"뭐...뭣!! 나를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다구? 설마...하 하 ~~"

강민태의 말에 희주는 뾰로통한 표정마져 지으며

"사실이예요... 저 여기 아는사람이 하나도 없단 말이예요...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찾았다구요..."


강민태는 결코 싫지만은 않았다.

물론 제자였기는 했지만 자신을 찾아 먼곳까지 온 여자가 있다는것은 그만큼 선생으로서 인기가 있다는 말이다.

"와.... 그말 들으니까 기분은 좋은데...거짓말이라도...하하하~"

"정말이예요... 선생님~ 그리고 저 대학 다니는것 모르시죠? "

그렇게 지지리도 공부를 못하던 아이였는데 희주가 대학을 들어가다니 ... 강민태는 놀랍기만 하다.

"그래! 정말 듣던중 반가운 소린데~~ 그동안 노력을 많이했구나~"

"예~ 선생님 만나려고 제가 얼마나 고생한줄 아세요? 최소한 선생님을 만나려면 대학이라도 들어가야기 때문에요"

"하 하 하~ 이녀석!! 그래 아무튼 잘됐다~ 근데 저녁은 먹었어? "

"네 에~ 근데 좀전에 보니까 선생님께서 소주를 사시던것 같던데 아예 몇병 더 사세요~ 저랑 같이먹어요~"

예쁘장한 희주의 애교 넘치는 말에 강민태는 껄껄 웃으면서

"야 임마~ 어린녀석이~~ 무슨...!! 아참! 너 벌써 대학생이지....? 아이구야~"

하는수없이 강민태는 소주 몇병을 더 사가지고 집으로 갔다.


"아니~ 선생님~ 이렇게 큰집에 혼자사세요? 아휴~ 이 총각냄새!!"

"왜!! 난 혼자 사니까 무척 조용하고 좋은데... 간섭도 안받고..."

희주는 방을 휙 둘러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아휴~ 선생님~ 전 선생님이 무척 깔끔 하신분으로 생각했는데... 이게 뭐예요...제가 청소부터 해 놓을께요"

희주는 빗자루와 걸레로 쓸고 닦더니 어느정도 깔끔해지자 봉투를 펼쳐 술병을 꺼낸다.

" 저 오늘 선생님께 제가 대학 붙었다고 자랑하려고 왔어요... 헤 헤~"

"그래~ 그건 정말 장하다.... 대단해~"

"그건 선생님께서 그때 최소한 대학생이 된후에 나를 찾아오라는 말씀 때문이었어요..."

그랬다. 강민태는 교생실습때 그런말을 한것이 기억났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었고 또 이렇게 찾아온거예요~ 잘했죠? 자 그럼 한잔 주세요~"

"그래~ 이녀석아~ 아주 잘했다~~ 자 받아~~ 하 하 핫!!"

한동안 술잔이 오고 가다가 문득 희연은

"선생님~ 저 오늘 여기 자고가도 되죠?"

"뭐...뭣!! 여기서 자고간다고? 너 정신이 있냐? 여긴 나혼자 사는데야~~"

"치잇!! 그러니까 자고 가는거죠~ 벌써 차도 다 끊겼어요~~"


강민태는 예상도 못했던 일이다.

시골이라 하루에 겨우 몇대씩 다니던 버스가 끊긴지 오래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제자와 같이 잘수는 없는일이라 강민태는 정말 난감하였다.

<그래~ 그렇다면 그냥 완전히 취해서 뻗어 버리는거야~>

강민태와 희연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밤이 깊어만간다.








에덴을그리며 (2003-10-13 21:27:19)

음 화화 ..........드디어 한건 했다 .......관섭=간섭.....아닌가요 ? ^&^
그런데 역쉬 본업은 속일수가 없어 .......키위님 글에 교사 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은걸보면 ........

음 ......조각가 한테 부탁해서 전국교사 ,전,현직.으로 뒤지면 금방 찻아내겟다 .......흘흘 ..
지금 이불 쓰고 누워있다가 ,후다닥 튀어 일어나시는 모습이 선 합니다 .......^^

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질투가 너무 많아 .........쩝



redsun1000 (2003-10-13 23:32:45)

와~~~
드뎌....단편이 아닌 장편을 쓰시나보네요....
엄청 기대됩니다....
소설같은 멋진글 한편 기대하겠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꾸뻑....^^



장마 (2003-10-14 00:23:19)

kw님의 수려한 글을 또 보게 되었군요.
소라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 중 한분은 꼭 노벨물리학상을 받아야 한다니까요.
컥...노벨화학상? 암튼 노벨상.
님의 글 시작이 범상치 않아요.
이젠 저도 외롭지 않을 것 같네요.
시작이 벌써 조회건수 신경안쓰고 술술 멋진 글 풀어나갈 판인데.
이거 대작인듯한데 미리 섭외해놨다가 책되면 출판해야 쓰겄다. (feel 만땅)



에덴을그리며 (2003-10-14 07:40:17)

음 ......삐지셧구나 .....쩝 .아무래도 모로 돌아누워서 담배를 엄청 ,,,,,,,,,,,,흘흘



kw (2003-10-14 10:18:33)

아이구~ 에덴님 한번만 봐주세요.ㅎㅎㅎ
그리고 레드선님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너무 기대는 하지마세요.
장마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 위치를 다시 찾게 해주시고 저를 깨우쳐 주신것 정말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대신 제가 좀 바빠진것 같아요.^^;;

에덴님... 틀린글자 찾아서 고치느라 한참 찾았습니다.ㅎㅎㅎ
제가 썼으면서 어디 있는지를 몰라 어찌나 힘들게 찾았는지...
지적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전 아마 찾기가 어려울꺼예요...



에덴을그리며 (2003-10-14 11:02:24)

음 홰홰.......음 ...어째 기분이 좋다가 말지 ...........쩝 ...^^



장마 (2003-10-14 12:19:49)

노인네 할일도 많을텐데 돗보기 들고 찾았죠?
자바를 사용하면 돗보기 없이도 글자 확대해서 볼 수 있는데
설마 자바를 이용해서 틀린글자 찾진 않았겠지요?
그걸루 찾았다고요? ?...ㅋㅋㅋ



에덴을그리며 (2003-10-14 12:30:46)

또, 어려운 진짜 유비스러운 말만하쥐 ? .........쩝
글찬어도 하나 찻어놓고 ,다음에 당할생각하니 ......잠이안오는데 ............?? .



조감독 (2003-10-15 04:29:42)

멋진글 잘봤습니다 .. 이제 2편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