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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뫼비우스 - 3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06 619회 0건
악의 뫼비우스 33(최종회)

33. 새벽은 온다.(끝)

강인구기자. 늘 하던 대로 출근하자마자 자신의 컴퓨터를 키고 메일을 확인한다. 밤 새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스팸메일은 짜증나게 했지만 그나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게 해줘 꼭 읽고 삭제한다. 상품광고, 성인광고, 잡다한 출입처의 홍보성 문구 중 필요한 것만 저장하고 하나씩 꺼내다 낮선 이름이 있어 그딴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다 깜짝 놀란다.
"인사는 생략합니다. 요즘에 일어난 많은 사건들을 기억하시죠? 뫼비우스 사건, 빗속 살인마 사건 들. 다른 사람은 경찰 발표대로 믿고 있었지만 강기자는 그나마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뫼비우스 사건은 저하고 찬이 저지른 일입니다. 제 딸의 복수......"
강은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에 급히 읽어 내려간다.
"빗속 살인사건은 찬과 저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것은 랑을 마나보거나 랑의 아버지를 만나보시면 알겁니다. 황이라는 사람, 지금은 시장인 황의 일당들을 조사하면 대충은 알게 될 겁니다. 지금 저는 유회장 가족과 함께 있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황이란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알겁니다."
유회장? 아, 얼마 전 수뢰협의로 구속된 그 건설회사 회장. 자신의 취재수첩을 펴 미래건설과 아피스를 취재할 때의 기록을 잠시 훑어보다가 끄덕인다. 맞아, 그들은 서로 통하고 있어.
"제가 떠나기 전 황의 수하 하나를 죽인 적 있습니다. 그놈이 말하기를 자기들은 별별 짓을 다했다고 합니다. 강간 살인 폭행 등........"
강간? 그렇다면 혹시........ 아내의 마른 얼굴이 떠올랐다. 남자들에게 돌아가며 욕을 당한 그 날 이후 아내는 말을 끓었다. 죽일 놈들............
"혹시 저를 만나려면 여기로 연락하십시오. 경찰에 알려도 어쩔 수 없습니다. 죽기를 각오한 지 오랩니다. 다만 아내, 사랑스런 내 아내 은주를 다시 본 후 죽고싶지만......."
은주? 누구지....... 가물한 기억이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이름인데.........누구.......? 지나 수첩을 꺼내 훑는다. 2년 전 수첩에 적혀있는 이름이다. 은주...........전화는 000-0000. 00주점.
아, 그러면 이 남자의 주인이 은주였단 말인가. 순간 묘한 느낌이 스친다. 귀티 나는 여자였다.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여자 같았었는데..... 그때의 익은 감 향기를 풍기던 입술이 떠올랐다. 검정 정장에 검은 긴 머리. 얼굴만 유난히 희었는데......

깨고 나면 항상 옆에 경미가 와있다. 아침 7시. 오늘도 예외 없이 옆에 물큰 여자의 몸이 잡혀 일어나 보니 경미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얇은 잠옷만 입은 그녀는 풍만한 몸을 거의 드러내 놓고 잠을 자고 있다. 매끈한 허벅지를 잡아 옆으로 비켜놓자 잠결에 자리를 뒤챈다. 성숙한 여자의 향기는 진했다. 잠옷 사이로 속옷이 비친다. 하얀 팬티와 브라.
뽀얀 살결의 경미는 그들에게 그렇게 당했는데도 시간이 흐르자 육체의 아픔은 가신 듯 보였다. 다만 밤이 무섭다고 이렇게 옆에와 누운 것이다. 은미는 어머니 정란과 함께 자고 있을 것이다. 예쁜 얼굴, 아니 투명한 표정의 경미는 태식이 보아도 아름다웠다. 그녀에게서는 언뜻 아내 은주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얘. 일어나. 얼른."
"끄으으응"
잠꼬대만 할 뿐 일어날 기색이 없다. 이곳에 온 이후로 세모녀는 함께 있질 않았다. 막내 은미만 그 나이에 맞게 철없이 굴뿐. 나중에 경미에게 듣고 나서야 그렇군, 이해했다. 서로의 비밀스런 곳을 핥고 빨았다는 사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더 큰 일을 당하면 작은 일은 잊어버리는 것처럼 자신과 찬이 했던 일은 거의 잊고 있었다.

"전화 왔었습니다."
"어디서....?"
"무슨 기자라고 하던데......"
강이다. 연락처를 이곳으로 했던 기억이다.
"무슨 말을..........."
내처 묻자 주인은 여기로 전화해 달라고......하며 쪽지를 내민다.

강은 이과장을 앞에 두고 흥분된 목소리로 윽박지르고 있다.
"내 말이 맞잖아. 왜 내 말을 안 믿어. 그러고도 형사라고 해. 응"
"조용히 해 이 사람아. 누가 듣겠어"
"지금이라도 수사를 다시 해. 당장 랑을 만나라고.......그리고 내 아내 사건, 솔직히 얘기해. 그 놈들 짓이지? 다 알고 있어. 당신은 황시장과 일 많이 했잖아. 다 알고 있을 거 아냐?"
"하지만.........."
"그래도 정의니 개떡이니 찾을 꺼야. 요즘 실종 사건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던데....."
"아니 어떻게 그걸 알아?"
"떠도는 말이야. 아피스 코엔터니, 아피스상사니 다 찾아보라고........지금 당장"
이과장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자기가 나설 수는 없었다. 속마음은 얼른 서장으로 승진해서 청장까지 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이야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닌가.
"안 할 꺼야? 그럼 내가 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해. 그리고 은주라는 여자, 여기 사진 어. 마지막 일한 곳이 여기고........"
이거 참........이과장은 답답한 마음이다. 담배에 불을 당기며 강기자를 본다.
"맞아, 황시장은 처음부터 욕심이 있었어. 그 모란회 사건 알지? 시중에 떠도는 얘기로는 강수진 부소장, 그때는 부소장이었으니까. 그 여자가 꾸민 일이란 거야. 조사해봤지만 증거가 없어 그냥 끝냈지 아마........ 뫼비우스 사건이나 빗속의 살인마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강기자 말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해. 방법이 없는데......"
"한 가지 있어. 서울로 쏘는 거야. 여기서는 해결이 안 돼, 맞아. 다만 증거를 찾아 줘"

증거는 예상외로 인천항만청에서 나왔다. 황해상에 떠다니는 레드라인호를 인선해서 조사한 결과 어마어마한 국제인신범죄가 터진 것이다. 황도 막을 수 없는 큰 사건은 곧 정부로 보고되고 국가 차원의 진상위원회가 조직된 것이다.
황의 정치력은 그것까지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아피스당이 곳곳에 자리잡고 이제 겨우 뜨기 시작한 단계였다. 국회의원을 몇 사람 가입시키고 정부 장관을 포섭했지만.......

황의 범죄가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전국이 요란했다. 특히 빗속 살인마 사건은 여론을 콩처럼 들끓게 했다. 목숨을 담보로 정권을 잡으려한 행위는 시민들이 용서치 않았다.
모란회도 그때서야 진상을 밝히기 시작했다. 여자로서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고백을 한 것이다. 은주와 혜리의 진술은 신문과 방송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메스콤을 달구었다. 월남 정부 역시 진실을 밝히겠다며 적극 의지를 펼치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조사단을 하이퐁에 파견했다.

오늘도 세상과는 무관하게 랑은 가을이 떨어지고 있는 유리창 밖을 쳐다본다. 항상 그 자리에 누군가 서있는 착각이다. 표정이 없어 인형 같지만 랑의 얼굴에선 그때만큼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햇빛을 자주 쬐지 못한 랑은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해 보였다.
오늘도 누가 올 것 같아. 저 잎이 떨어지면 그 잎을 밟고 틀림없이 찾아 올 꺼야. 꼭.
랑의 눈은 중국단풍나무의 작은 잎을 본다. 한 잎 바람에 떨어진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뜬다. 아무도 없다. 눈물이 흐른다. 왜 슬퍼지지? 내가 슬픔을 아는 거야?
"아니 너가 눈물을 흘리다니......... 너 이제 정신이 돌아왔구나. 랑아........."
강수진은 딸의 볼을 잡으며 눈물을 입술로 비빈다. 먼저 감정을 찾으면 기억도 찾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강수진에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눈물은 은주에게 흘렀다. 다시 만난 남편 태식은 감옥에 있다. 국가를 혼란에 빠트릴 정도로 큰 범죄를 밝혔지만 자신의 범죄는 범죄인 것이다. 유리문 뒤에 태식은 있다. 은주는 유리문 앞에 있고,
"보고 싶었어, 많이......... 당신의 연주를 듣고 싶었는데........."
"미영이겐 다녀왔어요. 흑.........그 어린 것이........"
"다 끝난 일이야. 당신은 이제 혼자 살아야 해. 힘을 내"

가을 들꽃이 힘겹게 자라난 언덕. 경미는 가끔 이 언덕을 찾았다. 아저씨는 내게 힘을 주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목숨을 끓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더러운 치욕을 안고 살기에는 경미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다. 그때마다 태식은
"이 풀들을 봐. 뜯는다고 어디로 떠나겠니? 아니면 살기를 포기하겠니? 이 풀들은 이 자리에서 자라나고 죽으면 다시 또 피어나고 그래.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사람들은 그냥 들꽃이라고 하지 이름도 불러주지 않아. 그래도 이 풀들은 투정 하나 없어. 그냥 자신이 피워내는 거야. 향기가 진하지 않아도 벌들이 찾아들고.........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거야. 경미도 항상 이 풀처럼 아름다워"
아저씨..................



* 에필로그
처음에는 이게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이상하게 비켜가고......가끔 쓰다보니 앞에 뭘 썼는지도 모르고........ 섹스 표현은 어색하고.........
다음 글을 쓸 때는 시행착오를 않겠다고 했지만 항상 되풀이되는 시행착오.
다만, 요즘 우리 사회의 사건사고를 보고 있을 때면 악의 뫼비우스처럼 영원히 끓기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보이지 않은 손이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아닌지.........
혹 읽으신 분이 계셨다면 감사합니다.
--nw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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