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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6 1,678회 0건
나갈 채비를 다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승우의 얼굴은 브라운관에 나오는 영화배우들처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호감을 주는 선한 얼굴이었다.
키는 딱 180cm였다. 약간 마른듯한 체형이면서 균형잡힌 몸을 가진 남자가 바로 승우였다.
승우는 벽걸이에 걸려있는 잿빛 코트를 집어들었다.
텅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위해 할인마트로 향했다.
혼자 살다보니 늘어나는것은 늦잠과 요리솜씨 뿐이었다. 처음에는 해먹기가 귀찮아서 늘 시켜먹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한달이 지나면서 질리게 되고, 또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됐던 것이다.
결국 요리책을 사서 혼자 배우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나자 왠만한 요리정도는 혼자 해먹을수 있게 되었고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류식당 요리사가 와도 전혀 기죽지 않을 자신감과 실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승우였기에 마트로 향하는 그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할인마트는 집에서 걸어서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대낮이라 그런지 초저녁때보단 한산했다.
식품코너로 들어가 일주일치의 찬거리들을 유통기한부터 시작해서 신선도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확인하며 카트에 담아 넣었다. 물건을 고르는 승우의 손길에는 여유가 감돌았다.
지금까지 산 물건을 체크하며 뭐 빠뜨린 것이 없나 생각하던 승우는 당근을 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트를 천천히 밀면서 마지막으로 당근을 사기위해 코너를 돌았다.
그 순간!

쿵!
"아얏! 아"

코너를 도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밀고있던 카트로 밀쳐버렸다. 카트를 밀고 있는 두팔에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알게 해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근데 상대쪽은 승우와 부딪혀서 이미 넘어져 있었다.
승우는 얼른 고개를 돌려 먼저 사과하며 상대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에?, 예, 괜찮아요.."

여자였다. 하늘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맵시있는 여자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때문에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상당한 귀여운 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목소리가 꽤 이쁜데"

"죄송합니다. 제가 딴 생각을 좀 하느라.."
"아,아니에요, 제 잘못인걸요, 제가 실수해서 그런거에요"

승우가 사과를 건네자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귀여웠다. 서늘서늘한 맑은 두눈과 귀여워 보이기까지한 오똑한 콧날, 그리고 그녀의 붉은 입술은 그녀의 하얀피부덕에 더욱 돋보였다. 카트와 부딪힌 충격으로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는지 입술을 약간 오무린 그녀의 모습이 매우 귀엽게 느껴졌다.
승우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자신을 질책하며 이 생각을 떨치기위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을 다시 내밀었다.

"저, 저기 잡으세요, 팔 떨어지겠어요"

아까부터 내밀고 있던 팔을 흔들어보이며 장난끼 섞인 말을 건넸다.

"예? 에, 죄송해요, 혼자 설 수 있어요"

여자는 승우의 호의를 거부하며 일어섰다. 승우는 여자의 태도에 약간 무안함이 돌았는지 내밀었던 손을 뒤로 빼내서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였다.
승우는 그 상태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위가 많이 어지러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우가 나서기도 전에 여자가 한발 먼저 앞으로 나섰다.

"저기 이거 다 떨어졌네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다 주워담아 드릴게요"
"아니에요, 제가 줍겠습니다"

승우의 카트에 담겨있던 물건들은 그녀와 부딪히는 순간 주위로 어지럽게 여기저기로 떨어져 버렸다.
엇! 저건 보면 안되는데.. 그녀가 보면 안되는것. 그것은 이상한 잡지였다. 식품코너로 들어오기전에 눈에 띄여서 한개 샀는데 그 내용이 좀 하드코어한지라 그녀가 그것을 보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밀려왔다.
승우는 물건을 줍는 척하며 쪽파와 함께 그 책을 몰래 집어들었다. 그리곤 눈치를 살피기 위해 뒤에서 물건을 줍던 그녀를 살짝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물건을 집고 있어서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목 덜미가 살짝 달아올라있었다. 물론 승우는 그걸 눈치채지를 못했다. 워낙 빠른 시간내에 돌아봐야 했으니...

"안본건가, 다행이야.. 휴우~~"

승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건을 다집고 일어났다. 빠진게 없나 확인하고 있는데 조용히 옆에 서있던 여자가 승우를 불렀다.

"저기요"
"....."
"저기..."
"예? 왜요? 무슨 잃어버린 물건이라두 있으세요?"
"아니요, 이대로 가면 제가 미안해서요, 저기 제가 차라두 한잔 살까요? 저쪽에 찻집있는데.."
"아니 그렇게 안하셔두되요, 제 잘못두 있는데요, 하지만 차 한잔이라면 뭐 저두 좋죠, 특히 미인과 함께 하는 차라면 더욱 환영이고요"

승우가 아부성 섞인 발언을 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듯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부는 아니지, 이쁜건 사실이니까...



"그러고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아, 그러네요, 전 김승우라고 합니다, 그쪽은요?"
"전 김희영이라구 해요, 근데 승우씨는 결혼하셨어요?"
"예? 제가 결혼한 남자처럼 보여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장을 보고 있는 남자는 많지 않아서요, 대부분 혼자 살거나 결혼 남자들이잖아요"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자 갑자기 뭔가 알수 없는 기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 이 여자 매력있어..

"전 혼자에요, 벌써 7년째 혼자 살구 잇죠"

7년이라는 말에 그녀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곧 다시 웃는 얼굴로 찻잔을 들며 말했다.

"어려서부터 혼자 사셨나봐요, 근데 전혀 혼자 사실분처럼 안보여요"

그래 어려서부터 약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 그나저나 이거 계속 끌리는데... 그녀가 웃을때 보이는 양볼의 깊은 보조개하며 찻잔을 잡고 있는 희고 고운 두 손,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그녀의 서늘서늘한 두 눈이었다. 사람의 눈이 저렇게 시원하게 보일수도 있는건가? 정말 보면 볼수록 끌리는 그런 여자였다.

"그런말 많이 들어요, 제가 좀 허약하게 생겼죠?"

내가 자조적인 말투로 말하자 그녀는 곧 과장되게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귀엽게 말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요, 사람마다 분위기라는게, 승우씨한테선 뭔가 혼자 있어서는 안되는 듯한 그런게 느껴져요.."

그녀도 자신이 말한 것에 설득력이 부족한것을 알았는지 뒤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슬며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엽던지..
승우는 빙긋 웃으며 희영이를 향해 조시스레 질문을 던졌다.

"근데 희영씨, 이런거 숙녀한테 물어보면 실례라는건 아는데, 그래두 물어봐도 되죠?"
"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전 26이요, 승우씨는요?"
"진짜예요? 올해로 저두 스물여섯이에요, 이거 동년배네요, 우리 서로 말 놓을까요?"
"그,그래"

얼굴을 붉히며 말을 놓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여자는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라고 느껴졌다. 처음보는 여자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승우는 일말의 당황스러움이 들었지만 눈앞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그 당황스러움은 싹 날아가고 말았다.

"근데 희영아, 넌 어디살어?"

말투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존대를 쓰는것보단 나았다.

"어, 나 호대 아파트 102동에 살아"
"뭐? 호대 아파트? 진짜야?"
"왜?"

허, 이럴수가 그렇게 가깝게 살았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니, 웃긴 일이었다. 이런 여자를 단 한번 보지 못했다니. 그 가까운 거리에서...

"난 104동 701호에 사는데, 바로 맞은편 건물이잖아"

그랬다. 승우가 사는 동하고 그녀가 사는 동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걸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는거리였다.

"정말이야? 되게 가깝네, 난 1012호인데, 우리 이제보니 이웃사촌이네, 호호호"

그녀도 놀랐는지 잠시 탄성을 터뜨리고는 농이 섞인 말을 하고 조그맣게 웃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며 승우가 재차 물었다.

"넌 누구랑 살아?"
"응, 난 언니랑 둘이서 살아, 부모님은 미국에 계시구, 우리만 들어와있거든, 벌써 1년 됐네"
"그랬구나, 근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 그렇게 가까운곳에 살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못봤다니, 앞으론 자주 만나서 이렇게 차두 하고 이야기도 하자"
"어, 그래"

승우는 앉은 자리에서 길게 기지개를 폈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랑 이렇게 애기하니까 기분이 좋은데. 희영아 연락처좀 주라"
"어 알았어, 잠깐만"

희영이는 백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들고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 승우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건네는 희영이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승우도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 희영이에게 건넸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은뒤에도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요즘 유행하는 이야기와 서로의 이야기였다.
시간이 꽤 흐르자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걸어갔다.

"이제 그만가자, 내가 계산할게, 우리 만난 기념으로"
"아냐 내가 할게, 내가 사기루 한거잖어"
"그러면 안되지, 너를 만나게 된 기념으로 내가 낼게"

승우가 완강하게 밀어붙이자 그녀도 결국 두손을 들게되었다. 그렇게 둘의 사소한 첫 싸움은 승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얼마에요?"
"예, 팔천원이에요, 근데 손님은 좋겟어?quot;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찻집 여주인을 쳐다보았다. 무슨소리냐는 표정으로....

"시침떼시기는, 이렇게 옆에 이쁜 애인이랑 다니니까 좋겠다구요."

그녀의 말에 승우의 옆에 바짝 붙어 서있던 희영이의 얼굴에 홍조가 피었다. 목덜미까지 붉게 물드는 그녀를 바라보자 갑자기 가슴 한구석에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그 아줌마 디게 웃긴다, 그치?"
"응? 뭐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이었다. 평소엔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지던 길이 지금은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희영이가 아까 여주인의 말이 생각났는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너랑 내가 애인 사이라고 한거, 정말 재밌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애인이 되다니.. 호호"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아무 말없이 바라보자, 희영이는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승우를 돌아보앗다.

"왜그래?"
"어? 아냐 아무것도, 야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너처럼 이쁜애가 내 애인이라고 해서.. 헤헤"
"승우아 너 아까부터 너무 아부하는거 같더라, 내가 뭐가 이뻐, 평범한거지.. 어 벌써 다왔네.."

말을 마치는 그녀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깃들여져 있었다. 헤어지는게 아쉬운건가? 아님 뭘까? 저 표정은..

"승우아 꼭 연락줘야해, 그럼 나 들어갈게 잘가"
"어 그래 잘가라..."

승우는 희영이와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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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려고 합니다. 우선 수정본부터 내놓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틀에
한편씩 선보이겠습니다. 물론 글빨 안먹으면 저도 장담못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 Re..힘내요~~(춘봉이)
> 저는 님 팬입니다..
> 그러니까 조금 빨리 연재해주세요..
> 다음이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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