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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7 702회 0건
철민이의 교사생활 - 3부 -

철민이의 교사생활


- 3부 -


한참을 헐떡거리며 달려온버스는 어느덧 정류소에 다다랐고

장날을 알려주는듯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장날이래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미영이 철민을보면서 한마디한다.

"여길보니까 사람사는동네 같구나. 재미있어보이는데 장구경이나 좀해야지.."

철민은 안내해주겠다던 소영이를따라 사람들이 많은 시장으로 들어간다.

시끌벅적한 시골장터엔 물건사라고 고함치는 아저씨.. 몸빼바지차림에 전대차고 신이난 아주머니,

낯선 광경들이 신기하기만했던 철민은 구경꾼들이 많이몰린곳을 기웃거리니 미영이가

"약장수일C니다. 병도깨고 이마로 나무도 깨요."

틈새를비집고 들여다보니 우람한 근육질의 싸나이가 윗통을 벗어제치고 병을들고있다.

구경하고싶은맘은 굴뚝같았지만 선생님체면에 그냥 아쉬움만 남기고 빠져나오는데

소영이가 반색을하면서

"엄마다..."

미영은 순간적으로 멈칫했지만 소영은 빠른걸음으로 엄마에게 가더니

"엄마... 저분이 우리 국어선샘이셔~~~ 언니 담임선샘이고...오늘 뭘좀 살라고 우리하고 같이왔데이~"

소영의말에 허리를 90도 정도 굽히시는 소영의 어머니였다.

"아이고~~선생님 이기서 뵙게 되네요 우째노~~~ 찾아가뵙지도 몬하고..."

철민도 당황한듯이 고개를숙여 인사를하고

"힘드시지요? 오늘 뭣좀 살려고 나왔는데 얘들이 안내를해줘서 참 편합니다.

애들이 참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할려고 하는것같아요"

공식적인 선생님들의 인사였지만 미영이 어머니는 기분이좋은듯이

"아이고~~~ 선생님이 잘봐주시이께네 그러지요.. 아유~~우째노?? 이런데서 선생님을 만나서~~"

"아닙니다. . . 그럼 전 살것도 있고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색한나머지 철민이 자리를 옮기려는데 소영이가 어머니에게

"엄마 우리 자취시켜주면 안돼? 선생님께서 꽁짜로 방을 줄수있다는데..."

다짜고짜 소영의 말에 어떨떨해진 소영의 어머니는

"자 취? 방을공짜로? 에이 괜히 폐만 끼치게 될낀데 자취는 무신..."

소영이는 자취에 미련이 너무많은지라

"으 응....엄마~~~ 선생님이 혼자살기때문에 방이 남는다고 와서 자취를해도 된다고 했어...응? 엄마?"

어색한 분위기를 더이상 지체할수없었는지 철민은

"소영아 어머니 장사하시는데 나중에 이야기하고 선생님 길안내를 해줘야지? 가자~~"

철민의말에 소영은 엄마에게 입을 삐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생님의 안내라고하지만 뻔한 시골장터이기에 소영은 그냥 따라다니는것 뿐이었지만

아는것이 나오면 나름대로 설명을 곧잘 해주었다.

어린 막내동생같은 소영이의 설명을들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시장끼를느낀 철민은

중국집으로 들어가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당시 짜장면의 인기는 아이들에게 상상못할정도의 별식이었고 식당앞을 지나면서

냄새만맡아도 좋을만큼의 음식이었으니 소영은 뜻밖의 횡재에 연방 웃음이 묻어나고

자장면이 나오자 입가에 짜장이 묻는줄도모르고 열심히 먹어대는 소영을보자

철민은 터지는웃음을 애써참으려고 무진 애를쓴다.

티없는 얼굴, 햇볕에그을려 조금은 탄 얼굴이지만 나름대로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맛있어? 내꺼 좀 더줄까?"

자장면을 입속가득히 넣은 소영은 우물우물 꿀꺽 삼키고는

"오늘 짜장면 첨 먹어봤어요.디게 맛있어요. 배도 이빠이 부르고요~~"

여태까지 살면서 첨먹어본 짜장면에 감동한나머지 소영은 조금의 수다를떨었다.

필요한 물건들과 반찬거리등을 모두산철민은 인사나 하고갈려는마음에서 미영어머니의 장사하는곳까지오니

소영이는 쪼르르달려가 짜장면먹은이야기며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과대포장하여 떠든다.

뜻밖의신세에 더욱 죄인처럼 감사를하는 소영어머니의 인사에 난처해지기만하는데 미영이가

"선생님!! 우리엄마가 자취를 시켜준대요"

말이떨어지기가 무섭게 소영이는 엄마를보며

"정말 ?? 정말 ?? 진짜 자취시켜줄꺼나? "

소영의말에 대답도없이 어머니는 또다시 허리를굽히며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데이~. 야들아바이가 집만 나가지않았어도 이래 고생은안하는데

미여이 저거 마져 학교에간다꼬 캐서 공부도 지대로 몬시키믄서 아~들 고생만 시키는거 같애

애미로서 야들한테 늘 미안한마음만 갖고 있어요. 차비때문에 먼길도 걸어댕기고~~"

철민은 그제서야 얘들이 걸어서다니는 이유를 알게되었고 자신이 담임하고있는 학생의

가정파악도 제대로 하지못했다는 자책감과 한편으로는 배울려고 이렇게 고생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하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머니~~ 다른걱정은 하지마시고 그냥 얘들 입을옷하고 이불만 보내세요.

제가 먹는데 쌀조금 더하면되고 있는반찬 같이먹으면 되니까요"

그러자 미영이어머니는 양손을 내저으며

"아이고~~ 그건 말도 안되는소립니데이~~ 쌀은 오데 길바닥에서 푼답니까? 그런말 하지마이소"

동정과 얌심의 실랑이가 한참을 오간후에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미영이어머니께서

팔던 산나물을 누런 밀가루봉투에 넣어주신다.

철민은 극구 사양을했지만 더이상은 뿌리칠수가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와함께 집으로향했다.

저녁을해먹고 자리에누운 철민은 오늘한일들을 생각해보니 잘한것같기도하고 어쩜

공명심에서 한짓인것 같기도해서 씁씁한 웃음과함께 애꿎은담배만 힘껏 빨아대었다.


9월의 아침은 따가운햇살로 시작이되는데 휴일이라 늦잠을잔 철민은 세수만하고는

또다시 방구둘을 친구삼아 뒹굴뒹굴하면서 책도폈다가 덮고 또 편지지도 꺼내서 몇자 긁적이다가

이내 찢어버리며 갈곳없는 시골구석의 지리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소리와 매미들의 합창이 시골의 정취를 말해주는것이 아니라

이제는 귀에 거슬리기 까지하고 벌써부터 후덥지근한 날씨는 철민을 짜증스럽게만 하였다.

그저 쉴때는 잠이 보약이라고 생각한철민은 베개를꺼내 잠을 청하려는데

개구리소리가 뚝!! 끊어지면서 마당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는것이었다.

"선생님~~"

아이쿠나 싶어서 얼른 반팔남방과 바지를 추스려입은 철민이 문을열어보니

마당에는 미영이와 소영이, 그리고 미영이어머니께서 각기 한보따리씩의 짐을들고 서있었다.

"아이구~~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가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왔습니데이~~"

"아닙니다. 잘오셨어요~~ 방은 저 쪽을 쓰면되고 일단 들어오십시요~~"

하고 방으로 세모녀를 안내하자 세모녀는 마루에 일단 짐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어지럽혀진 방안을 둘러보던 미영이어머니가

"미영아~~ 앞으로 너들이 선생님 방 청소도하고 선생님 밥도 니가 다 해라...알았제?"

엄마의말에 미영이가 웃으면서 고개를끄덕이며

"걱정마~~엄마~~ 안그래도 그래 할라꼬 생각해왔데이~~~"

철민은 너저분한 방을 손으로 훑으면서

"아닙니다... 오늘 일요일이라서 방청소를 안했더니... 미영아 그럴필요 없어~~"

"괜찮습니더 글찮아도 야들이 집에서도 저들끼리 다하는건데요 뭘~~ 그냥 에루어말고 다시키이소"

철민은 오히려 민망해서 아니라고 했지만

"개안타 카이깨네요~~ 야들아~~ 인제 가서 짐 풀어놓재이~~"

하며 밖으로나가고

말은 그렇게했지만 사실 밥해먹고 학교에 출근하는것이 고역이었던 철민은 오히려 잘된일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조용하던 밖에서 미영이어머니의 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이제 지는 가볼께요~~우리언나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데이~~"

철민이 문을열고 밖으로나가 가시는 어머니에게

"아니~~ 오늘 주무시고 내일가시지 그랬어요~~"

미영이 어머니는 대문쪽으로 나가시면서

"아입니다~~ 집에가서 할일도 많고 내일 아침일찍 나물도 뜯어야하니께네 지는 이만 가볼랍니다.

안녕히 계시이소.. (아이들을 보며)너 들도 선생님 말씀 잘들어래이~~"

"엄마 잘가래이~~"

"엄마 토요일날 집에 갈끼께네~~ 그때봐~~"

미영이 어머니가 저만치 사라질때까지 이들은 대문앞에서 바라보다가 미영이가 들어오면서

"선생님 아직 점심 안드셨지요? 제가 빨리 밥해서 차려드릴께요 조금만 기다리시소"

그리고보니 두시가 다됐는데 아직까지 식전이라 철민은 시장끼를 느꼈다.

밥을하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미영에게 철민은 그러지않아도 된다고했지만

미영이는 그렇게해야 마음이편하다면서 무엇이 어디있는지를 철민에게 물어보고는 밥을시작했는데

낯선부엌에서 처음하는 밥이라서그런지 한참이 지나서야 밥상이들어왔다.

오붓한 세사람의 식사시간

이들은 무엇이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식사를한다.

무료했던 시간이었기에 철민은 이렇게된것이 오히려 잘된일이라고 생각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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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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