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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6 1,504회 0건
악의 뫼비우스 19부

19. 이상한 부호 ∞
늦은 밤. 늦은 봄의 밤거리는 비틀거리는 취객도 보이지 않는다. T시 아파트촌이 밀집한 이 지역 역시 바람이 먹물처럼 밤을 더 진하게 풀고 있다. 서민아파트 보다는 고급에 가까운 아파트로 보이는 10층에선 입이 막힌 중년남자가 끙끙대고 있다.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중년은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이다. 입은 두꺼운 청색테이프로 몇 겹 막혀있어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방 한쪽에서 뒹굴고 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써 얼굴을 가린 두 남자는 중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남은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족들 역시 입이 똑같이 막혀있어 끙끙대기만 할 뿐이다.
"너희들 뚫린 귀로 똑똑히 들어. 우린 남은 게 없어. 즉, 죽어도 아쉬움이 없다는 거야. 누가 울어 줄 사람도 없어. 알간? 만약 조금이라도 허튼 짓 하면 이렇게 돼. 잘 봐"
작아 보이는 남자가 날선 칼을 들어 중년의 허벅지를 그대로 내리 찍는다. "거거억!" 숨 넘어간 소리를 내자 가족들도 서로 몸을 기댄다. "으으으!!" 신음소리. 중년의 여자, 아내다. 볼이나 손을 보니 살이 꽤나 오른 여자다. 잠옷은 어디 갔는지 속옷만 입고 손이 뒤로 묶인채 다리를 꼭 붙이고 앉아있다 남편의 다리에서 피가 흐르자 놀래 비명을 지른 것이다. 얼굴을 자꾸 피하는 여자를 머리채를 휘어잡아 앞으로 끌어내자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버팅긴다. "씩" 웃으며 남자는 그 옆에 오돌돌 떨고 있는 딸의 머리채를 휘어잡곤 앞으로 끌어당기며 발로 중년여자의 아랫배를 걷어찬다. 이제야 진짜 공포가 서린 얼굴이다.
"말했지. 뚫렸을 때 잘 들어 라고. 칼로 귓구멍을 후려줄까?" 다시 한번 중년여자의 허리를 걷어차자 딸년이 발을 모으며 얌전히 앉는다. 잠옷을 입은 채 방에서 끌려나온 딸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표정이다. 입이 막히고 손이 뒤로 묶여지자 눈을 뜨고 발버둥쳤지만 이미 입이 막혀있었다. 더구나 얼굴 앞에 드려진 칼을 본 순간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아, 도둑이구나" 생각은 했지만 반항할 수 없는 딸은 시킨 대로 안방으로 끌려온 것이다. 안방 역시 먼저 들어온 것인지 부모도 묶여있었다. 동생도 한쪽에서 겁먹은 얼굴로 쳐다만 볼뿐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남동생은 반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니가 이 자식 딸이야. 고개를 까닥해. 맞긴 맞군. 하기사 이 집구석에서 너 말고는 없으니까. 몇 학년이야. 1학년? 2학년? 그래 2학년이라고. 어디 볼까 털이라도 났나?"
남자가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인 딸은 눈물이 범벅인 얼굴로 건장한 남자를 쳐다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차갑지 않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너희들이 맘에 들지 않을 때마다 니 애비의 허벅지는 핏물에 젖어들 꺼다. 알았지? 입 푸러 줘. 대신 숨만 크게 쉬어도 목구멍을 뚫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돈은 저 농 안에 있어요. 카드도 다 드릴 께요. 애들은 손대지 말아 주세요. 흐으윽!"
"그건 안되겠는데.....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돈이 아냐. 너희들과 함께 밤새 놀고 싶은데....어쩌지.......응?"
작은 남자가 바지를 풀고 박스형 줄무늬 팬티까지 벗는다. 큰 살뭉치. 전등에 비치는 분홍살덩이는 꼿꼿하게 서 있다. 마치 몸 한 가운데 뭉둥이를 달고 있는 것 같다. 여고생은 엉덩이를 움직이며 뒷걸음친다. 저걸로 자신을 올라타면 몸이 반쪽으로 쪼개질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안 돼요. 애들만은 손대지 말아요. 저를......차라리 저를......흑흑!"
"걱정하지마. 근데 이 아줌마가 목구멍이 바람구멍이 되고 싶나. 왜 입벌리고 지랄이야. 응? 아가리 닥쳐, 라는 말 잊었어, 응? 이 년이........"
작은 남자가 말을 마치자 마자 큰 남자의 오른발이 중년여자의 아랫배에 박힌다. "끄으으으...... " 가래 끓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배를 대고 엎어진다. 그 틈에 잠옷이 말아 올라 희멀건한 엉덩이를 내보였다. 몸매는 중년으로 뚱뚱한 편이지만 엉덩이는 틈실한 것이 자극을 주었다. 작은 남자는 등을 대고 누워있는 여고생의 팬티를 찢듯이 벗겨낸다. 얼굴을 거뭇거뭇한 샅에 박고 소리내며 빤다. "??" 소리가 날 정도다. 큰 남자는 뒤로 물러나 있다. 힘줄이 드러난 성기를 들이대며
"니 딸년을 위한다면 축축하게 빨아. 싫으면 그대로 박아 버릴까? 아줌씨도 많이 해봐서 잘 알지? 마른 좆이 뚫고 들어오면 얼마나 아픈지.....낄낄........"
흐느낀 입을 벌린다. 반쯤 벌린 입을 두꺼운 물건으로 밀어 넣자 저절로 입이 크게 벌어진다. "죽죽" 여자의 빠는 소리를 즐기며 "떡떡" 얼굴에 쳐 박듯 용두질을 한 남자는 흥분이 되자 침으로 번질번질한 성기를 중년의 입에서 빼내 그때까지 겁에 질려 미동도 않고 있는 여학생의 여린 샅을 파고든다. "아아악! 엄마." 너무나 큰 아픔에 몸을 떨다가 몸을 비틀며 남자를 피하지만 이미 귀두가 박힌 성기를 사정없이 밀어 넣자 "히이이익!" 비명인지 바람 빠지는 소린지 내지른다. 중년 남자는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읍,읍......" "아......아퍼" 힘을 줄 때마다 어린 비명은 커진다. 큰 남자는 비명소리를 즐기고 있는지 쳐다만 보다가 엎어져 있는 여인의 작은 언덕만 한 엉덩이를 왼손으로 톡톡 치다가 두 손으로 갈래를 벌린다. 살집이 있어 완전히 벌려야 작은 구멍이 보인다. 얼굴은 별로지만 작은 구멍이 귀여운 데가 있는 듯 검지로 작은 구멍의 검은 주름부분을 살살 문지른다.
"아아......하지 말아요. 시....싫어요"
"귀여워서 그래. 통통한 엉덩이가 아주 탄력도 좋고."
공포감에 땀이 흘러서인지 미끈한 주름을 지나 살색 구멍을 열고 들어가자 손을 뒤로 돌려 남자의 손을 잡는다.
"싫어? 그러면 니 아들 엉덩이를 맛볼까? 이거 왜 이래. 가만 있어야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거야. 어디 보자 깊고 깊은 구멍을........."
큰 남자가 얼굴을 둔덕에 대고 혀를 내밀어 작은 주름을 간지럽힌다. 싫은 얼굴의 여인은 눈을 감고 엉덩이를 남자 얼굴에 맡겨버린다. 포기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리로 해본 적 없지? 오늘 유부녀의 뒤를 한번 먹어볼까. 엎드려..."
"으으으....".우는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무릎을 꾸부리고 엎드린다. 허벅지를 손으로 쳐 더 벌리자 항문이 잘 보인다. 침으로 윤이 난 별이 반짝인다. 이미 딱딱한 물건을 주름 주위에 문지르곤 천천히 삽입한다. "헉!" 배 안의 공기를 품어내는 소리를 내며 가슴을 바닥에 대고 무너진다. 뜨거운 불기둥이 엉덩이를 밀고 들어오자 목덜미와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아픔을 참는다. 조금씩 밀고 들어가다 빡빡하니 잘 들어가지 않자 다시 빼내곤 침을 묻혀 작은 구멍을 다시 미끄럽게 만들며
"엉덩이만 들고 있음 안 되지. 힘을 빼. 그렇지. 이제야 아는구먼. 힘을 주면 이것이 어디로 간다고 했지? 말을 해"
자신의 힙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는 남자의 말은 무서운 위협이었다. 자신의 고통으로 끝나야지 어린 아들에게 그럴 순 없었다. 남자들이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한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힘을 빼고 엉덩이를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은 굴욕적인 자세다. 그래도.......
"자, 갑니다. 머리끝까지 황홀한 기분이 들걸. 흐흐.....니 남편이 봐야 더 흥분이 될 텐데 아쉽군 "
"윽!" 짧은 신음. 동시에 얼굴을 들어 앞을 본다. 고통스런 표정이 퍼져 있는 얼굴이다. 얼굴에 핏줄이 드러날 정도다. 아픔을 참으려고 입을 앙다물지만 남자가 엉덩이를 앞뒤로 밀며 파고들자 끝내 "으그그그그....." 정액으로 더럽혀진 분홍빛 입을 열고 고통스런 신음을 품어낸다.

오후 2시. T경찰청 청장실. 큼직한 무궁화 계급장들이 청장실을 채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정신들 차려요. 정신들....."
"예? 예. 죄송합니다. 갈수록 범죄는 흉포해지고 우리 경찰들은 힘이 딸리고....."
"아니, 지금 무슨 말들을 하는 거요. 그만큼 지원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지원해야 하는 거요. 내가 청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겨우 한 달. 나도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알고들 있어요? 떠도는 얘기 들어보니까 돈으로 자리를 샀다고 하는데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어제 일어난 사건은 또 뭐요? 동부서, 말해 보세요"
"지금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상한 부호가 나와서......"
말끝을 흐리자 청장은 역정을 내며
"그래서....."
"그래서 지금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 무엇을 뜻 한지 몰라서......."
"아니 그건 무한대라는 숫자 아닙니까. 그 뭐죠? 끝이 없다, 이런 것 아닌가요?"
서부서장이 끼여들자 동부서장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걸 모른 사람이 있겠습니까? 왜 사건 현장에 이런 표식이 있냐는 거죠. 그것도 남자는 성기가 잘리고.....가족들 모두가 처참하게 강간당하고........ 이 사진 한번 보시죠?"
동부서장이 몇 장의 사진을 꺼내 원탁 위에 올려놓자 각자 사진을 들어 보다가
"아니 이럴 수가...... 원한 관계가 아닐까요? 남자의 성기가 짤라져 있다는 것은... 혹시 복수가 아닌가 하고, 이 항문에 흐르는 피를 보니까 변태성욕자의 소행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어린 여학생 역시 심하게 국부가 훼손 된 걸 보면 정신이상자 같기도 하고...."
"가만 가만........이상한 부호라고 했죠? 거 이상하다 얼마 전 우리 중부서에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데.........잠깐만, 이리 줘 보시죠?"
"맞습니다. 이 부호예요. 자동차 안에서 발견한 사체였는데 성기가 잘리고 배에 이런 부호가 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봐. 왜 빨리 빨리 보고 안 했나? 이러니 뭐가 되겠어, 목들 붙어 있는 걸 다행으로 알라구, 이 사람들이. 거 자세히 보고 해 봐"
"예. 사건은 정확히 이틀 전 그러니까 그제 새벽이었습니다."

중부서 소속 페트롤카가 새벽4시 관내구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외진 도로를 지나갈 때였다. 시동이 꺼진 승용차 안에 얼핏 사람이 잠들어 보였다.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너무 힘들어 잠깐 조는 것이니 하고 지나치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김 순경은 페트롤카를 앞에 정차시키고 운전자를 깨우려고 했다. 남자는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려도 일어나지 않자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남자는 스르르 도로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바지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고 군데군데 피가 이미 뭉쳐있는 것으로 봐 서너 시간 전으로 추정한 김 순경은 급히 중부서로 연락을 했다. 30분 후 도착한 강력계 형사는 흰 장갑을 끼고 남자를 살펴봤다
"어? 이게 뭐야. 이게 짤렸잖아. 이리들 와 봐. 이거 보라구. 세상에 성기를 짤랐네 그래."
피비린내가 진동한 현장이 성기 절단 얘기로 조금 소란스럽다가 강력반원이
"이거 여자가 한 짓 아냐? 여자들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남자 좆 짜르기는 아무 일도 아니지 안 그래?"
형사는 주위의 동의를 구하며 반응이 없자 남자를 살피다가 차안을 혹시 단서가 없을까하고 찾았다. 차안이 의외로 깨끗하자 침을 뱉으며 뒤 트렁크로 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여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약물이나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일종의 쇼크 상태로 보였다. 후래쉬 불빛에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보였다. 어떤 강한 충격에 놀라면 순간 쇼크 상태가 되어 이렇게 정신을 잃은 경우가 많다,
"야 이거 심하게 당했는데........"
스커트를 들추자 하얀 허벅지 사이로 피가 흐르다 응고된 게 보였다. 그 피는 국부와 항문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국부는 큰 물건을 넣다 뺀 것처럼 그때까지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여자가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부의 입구는 위아래로 찢겨져 있고 항문 역시 다물어지지 않은 채 벌어져 있었다. 하얀 액체가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의 정액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야 이거 되게 세게 당했네. 몇 놈이 덮친 것 같은데........."
"요즘 변태성욕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앞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도 박아대는 것 보면........ 그게 좋은가?"
"야 김 형사. 너도 한번 해봐. 뻑이 간다고 하더라. 하하하"
피해자를 두고 웃는다는 것이 머쓱했는지 페트롤카로 걸어갔다.
"지금 막 신원조회 결과가 왔습니다. 남자는 버들여고 2학년 학년주임이고 여자는 신원이 불확실한데 애인인 것 같습니다"
"선생이야? 선생이 왜 이렇게 좆이 잘리나? 거 참 이상하군. 하기사 선생도 남자니까 여자관계는 있겠지."
"남자가 술에 취해 있는 것으로 봐 어디 술집에서 1차를 하고 저 여자와 여관 같은 델 가려다 당한 것 같은데요"
형사는 현장을 처음 목격한 페트롤카 김 순경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다
"일단 현장 체크하고 두 사람 병원으로 후송해. 정신이 들면 자세한 내막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정액 채취하는 것 잊지 말고......"

상황 보고를 마치자 다들 놀란 듯한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눈에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다. 남녀 성행위라든가 강간을 당한 여자, 성기가 잘린 남자, 이런 사건 구성요소들은 남자들에게 끈적끈적한 호기심을 주기 마련이다.
"동일범?"
청장이 동의를 구하듯 입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네, 소리가 나온다. 각기 다른 관할이지만 범행 방법이나 정액 조사 결과 B형으로 나왔다.
"다만....... 제 생각에 단독범은 아니겠나 하는 겁니다. 이런 성인 남자를 더구나 일 가족을 묶어놓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혼자 힘으론 어렵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희들도 최소 둘 내지 세 명 이상이 작당하고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는 수사결과입니다."
동부서장의 당연하다는 말은 곧 중부서장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누가 그런 것을 모를까, 하지만 회의 주도는 동부서장이 끌고 갔다.
"벌써 특별수사팀을 가동하고 뒤쫓고 있습니다. 청장님, 중부서 인력까지 동원하면 안되겠습니까? 아무래도 동일범이 분명합니다. 특히 그 이상한 부호는 사건의 발생 시간상 모방과는 거리가 멉니다. 먼저 집을 덮치고 그 다음 거리에서 아니면 일정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중부서와 공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맡겨주시면 사건 해결을 말끔히 해내겠습니다."
"아니, 뭐?"
중부서의 강한 반발을 무시하며 청장은 그렇게 하지, 한마디로 회의를 끝내 버렸다.

열받은 중부서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 동부서장은 책상 위에 놓인 이상한 부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한대의 수를 나타내는 부호. 뭘까? 아니면 동그라미 두 개를 그린 것이 붙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강간을 일삼은 놈들이니 구멍 - 여성기를 나타내는 것일까...... 끝없이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것일까? 어둠이 내려앉은 사무실에서 한참을 쳐다보던 서장은 과장을 부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 서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만약 이 범행이 복수가 목적이라면 끝없이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고 단순히 강간을 즐기는 사이코라면 잡힐 때까지 강간을 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 말이 맞아....... 근데 피해자 조사 결과는 어떻게 됐지?"
"공교롭게도 피해 당한 남성은 같은 학교 교사들이었습니다. 버들여고에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당한 남자는 그 학교 교무주임이었고 밖에서 당한 남자는 2학년 주임선생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당했고 주임교사와 함께 당한 여자는, 젊은 나이였지만 아내였습니다. 한 학교에서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문득 이 과장은 지난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청장이 되어 감히 만나보지도 못하지만 그때는 같이 동거동락한, 지금 나와 같은 과장이 아니었던가.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더니 참......
이 과장은 한 소녀의 사체 발견으로 그 학교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버들여고. 학교 분위기는 가물하지만 깨끗하고 그랬던 기억이다. 자신을 안내하던 주임선생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무언가 우물쭈물하고 피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혹시, 하며 그가 간들간들한 기억을 최대한 짜내자 거기 한 얼굴이 떠오르고 초점이 맞듯 사진에 있는 눈감은 얼굴과 일치했다. 맞아........ 그 사람이야, 근데 왜? 거기서......... 고개를 갸웃거리다 갑자기 생각이 나듯 피해자의 사진을 집어 든다.
(사진 A)라고 적힌 묵직한 파일을 첫 장부터 들추자 그냥 보기에도 심하게 당한 여자 성기가 의사 소견과 감식의견 등이 함께 적혀있다. 전치 7주를 요하는 파열상. 피해자의 나이는 40세, 직업은 무직. 가정을 돌보는 주부다. 원한 같은 것을 살만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전체가 나온 전신 사진을 본다. 키는 160센티. 몸무게 45. 전형적인 중년 여성으로 보인다. 다시 부분 부분 찍은 사진으로 눈길을 돌린다. 국부의 파열상 외에 허벅지에 서너 차례의 자상이 보인다. 끝이 날카로운 칼로 위협을 하면서 피부를 가를 때 생긴 상처다. 대개의 강간범은 폭력을 동반하는, 남성 지배의 성격이상자라 당연해 보인다. 찢겨진 상처를 드러낸 음부에 이어진 사진은 항문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 역시 심한 파열상을 입었다는 의사 소견이다. 파열은 항문 입구뿐만이 아니라 직장까지 찰과상을 입을 정도인 걸 보면 강제로 삽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림 같은 윤활유를 바르지 않고 여성의 분비물을 이용해서 삽입을 하면 남성의 성기도 찰과상을 입었을 것이다. 아니면 콘돔을 끼고 강제로 삽입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무릎과 팔굽에도 딱딱한 방바닥에 긁힌 상처가 보인다. 엎드리게 해놓고 그 짓을 했을 것이다.
(사진 B)는 피해자 A의 딸이 A와 똑같이 법인들에게 당한 사진들이다. 딸 역시 음부와 항문이 찢겨지고 유방은 칼끝으로 쑤셨을 때 생긴 상처가 보인다. 이것 역시 칼로 위협을 하면서 피해자의 반항을 무력화시켰을 것이다. 낮도 아닌 밤에, 그것도 평화로와야 할 자신의 집에서 칼로 위협을 하면 그 누구라도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반항의 마지막 시도까지 버릴 수밖에 없다. 피해자 B인 딸의 얼굴은 사진을 봐도 심하게 부풀어올랐다. 손바닥으로 맞았다기보다는 주먹으로 맞은 것 같다. 처음 위협은 손으로 때리다가 나중에는 옷을 벗기고 칼로 위협을 했던 것 같다. 어린 소녀를 이렇게 심하게 다루다니......., 잔인한 놈들......., 이 과장은 자신의 딸을 생각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진C)는 처음에 본 성기가 잘린 남자다. 버들여고 재직 중인 교사. 교사도 원한을 살 일이 있을까?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디에도 누구라도 원한은 있을 것이다. 태양이 뜨겁다고 총을 쏘아 댄 놈도 있으니까........또 그런 놈들이 있어야 우리도 먹고사는 것 아닌가, 쓴웃음을 짓고 난 그는 계속해서 (사진D)를 꼼꼼히 살펴본다. 차안 아니면 어두운 거리나 으슥한 숲 속에서 당한 여자다. 나이는 20대 후반. 신혼부부로 보인다. 이 여자 역시 치욕적인 성행위를 강요받았던 것 같다. 입술이 터져 부어오르고 식도와 위에서 정액이 검출되었다는 소견이다. 오랄을 강요당하자 반항하다가 주먹으로 구타를 당한 모양이군, 다음 사진은 피해자 D의 국부 사진이다. 역시 심하게 훼손된 모습. 마른 땅을 삽으로 퍼낸 듯하다. 질까지 심한 상처를 입었다는 소견에 이어 손가락 같은 부드러운 물질이 아니라 표면이 딱딱한 나무막대기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형사의 말도 국부에서 흘린 피가 허벅지와 두 다리를 적시고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윤간 후 길다란 막대기로 음부를 쑤셨음에 분명하다. 흔히 강간범들이 저지른 행위다. 처음에는 욕심을 채우지만 욕심을 일단 채운 후에는 국부를 훼손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귀중한 부분을 훼손하며 여자를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은 것을 보며 스스로 자신이 남성이라는 만족을 얻는 것이다. 역시 성기가 잘린 사진을 보며 "버들여고"에 가야만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전에 피해자를 만나볼 것도 잊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주셔야 합니다. 두 명이 맞나요?"
울고만 있는 피해자에게 잔인한 질문을 한다는 게 영 못 마땅했지만 이 과장은 계속 질문을 이어간다.
"어른이던가요 아이들이던가요? 요즘엔 아이들도 보통이 아닙니다. 어른보다 한 수 더 뜨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인을 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렇게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흑..흑.... 말하겠어요. 그 날 방에는 두 사람이 있어던 것 같아요. 한 놈은 제게..... 또 한놈은.... 그 어린것을......흑....."
감정에 북받친 중년부인은 말을 끓고 눈물을 흘리다 참으면서 이어간다.
"한 명은 어른임에 틀림없어요. 저를 욕보인 놈은 다 큰 어른이었습니다. 딸에게 다가선 놈은.....흑! 미안합니다. 어린이는 아니고 젊은 얘 같았어요. 나이는 한 스물 몇 살 정도......"
"네, 집에서 훔쳐간 것은 없었고요?"
"아직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흑흑..."

또 한 명의 피해자 역시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덮치곤 다짜고짜 욕을 보인 것이다. 이 과장은 대범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어떤 단서도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버들여고를 찾아 가봐야겠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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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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