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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뫼비우스 - 2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06 1,381회 0건
악의 뫼비우스 28

28. 신데렐라 ?

항구 Y를 떠나 예전 맹호부대의 그 길을 따라 남지나해를 향하던 레드라인호는 다시 선수를 북서쪽으로 돌렸다. 항구를 떠난 지 오늘로서 사흘째. 첫날 상품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친 뭉치 일행은 둘째 날엔 충분한 휴식을 주었다. 혜리 일행이나 사투리가 억센 다른 일행들 역시 첫날 신체적 굴욕감을 당한 이후론 혹시나 하는 걱정스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호화 선상여행의 기분을 갖게까지 했다. 양질의 식사와 샤워, 고품질의 화장품과 매일 새로 주어진 속옷 등은 자유가 없다뿐이지 마치 여름 맞이 바다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만 항상 속옷 - 팬티와 브라만 입고 식사를 한다거나 방에만 있다는 것이 남자들 시선의 뜨거움만큼 불편했다. 그리고 오늘이 사흘째다.

작두는 벌거벗은 아름다운 육체들을 보면서 몸이 근질근질 하는 걸 겨우 참다가 끝내 뭉치에게 자신이 생각해도 괜찮은 아이디어를 꺼냈다.
눈앞에 얼씬거린 그녀들의 풍만한 육체는 작두의 육봉을 끄떡거리게 만들었다. 하루라도 축촉한 부드러운 속살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작두가 아닌가. 그런 그에게 육향을 뿌리면서, 그것도 한둘이 아닌 한 타스가 넘는 여자들이 진한 화장품 냄새를 뿌리는데.....
마침 방에 들어선 뭉치와 독한 위스키를 마시며 그는 부추겼다. 뭉치도 한 때는 여자란 것은 그저 남자가 품어 줘야 되는 애완견이라고 했었지 않았는가.
"형님.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마실 게 아니라 형님이 그 좋아하는 뭉치주 한 잔 마시죠? 어때요? 오케이만 하면 지금 당장......."
작두가 나서려는 걸 웃는 얼굴로 막는다. 뭉치는 일행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상품에 손을 대선 안 된다는 지시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흠집이 있을 경우엔 가치가 떨어진다는 큰 형님 아니 사장의 얘기다.

"글마들은 우리완 달라. 우리야 그저 껍질만 괜찮으면 되지만 그놈들은 안까지 속속들이 체크한다고 하더라. 알지? 무슨 말인지......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번에 니가 잘 하면 이곳 사업체는 네게 넘겨줄 테니까 말이야. 그러면 넌 이 Y시에선 자리 굳히는 거야."
사업체? 황의 말은 뭉치에게 하느님이었다. 작은 조직을 키워 지금이 되었지만 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건 황의 가족이 잘 말해 주고 있는 게 아닌가. 뭉치의 생각을 작두라고 모르진 않았다. 허지만 고양이가 생선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는 법은 없는 것. 특히 고은선이란 계집은 목구멍에 육봉을 박아 넣고 쑤셔 대봤지만 양이 차지 않았다. 그년은 키도 늘씬하지만 종아리도 쫙 빠진 게 일품이었다. 종아리를 따라 올라가 다리 사이의 그 풋풋한 계곡에 퐁당 빠지고 싶었다. 엉덩이를 흔들며 지나갈 때마다 뒤에서 끌어안고 개처럼 박아 주고 싶기도 했다. 자기보다 키가 더 큰 년들을 볼 때는 더 거칠게 박곤 한 그다.

"뭉치주는 괜찮잖아요."
"뭉치주?"
"예 형님. 그년들 예쁜 발을 위스키에 담가 혀로 슬슬 핥으며 취하는 재미. 특히 바다 위에선 더 "긋" 아닙니까?"
뭉치의 표정이 변하자 작두는 더 채근한다. 작두의 속셈은 따로 있다. 그 고은선이란 계집을 아작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뭉치는 큰 발을 아주 싫어한 편인데 그 년의 발은 키가 큰 만큼 길고 도툼했다.
"좋아. 잔은 내가 준비하지. 근데 어떤 애로 하지? 누가 좋을까."
작두는 알고 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그래서 제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잖아요. 선발대회를 하는 거예요. 얘들 동화에 나오는 신데렐라가 따로 있나요? 선상에서 벌어지는 신데렐라 선발대회. 한 년씩 그 잔을 신겨보고 그러면 딱 맞은 년이 있을 것 아네요? 그년으로 뭉치주를 만들어 형님은 취하고 떨어진 년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죠. 신데렐라도 12시가 넘으면 화려한 옷은 날아가 버렸지 않았습니까? 지금 보니까 저 년들 조금 풀어진 것 같은데........."
"그래? 그러면 안 돼지. 계집은 패야 말을 듣는다는 어른들 말이 있지. 좋아. 그럼 준비되면 연락해. 근데 도끼는 어딨지"

"읍.....읍......." "푸우욱, 푹!"
그 시간 고은선의 꿈은 산산이 부서 지며 꿈 대신 거대한 좆을 물며 숨을 겨우 쉬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는 순간 동시에 얼른 뛰듯 일어나 손을 목에 대고 열중쉬어 자세를 했다. 잘빠진 8등신 몸매는 그 자세가 더욱더 두드러진다. 앞으로 쑥 내민 유방은 브라에 가렸지만 38이 넘은 크기는 가을 과실이 열린 것처럼 탐스러웠다. 베이지 브라 밑으로 넓은 동그란 아랫배는 숨을 쉴 때마다 잔잔히 흔들거렸다. 날씬한 허리선 그 밑의 탄탄한 허벅지와 다리, 복사뼈 아래의 길쭉한 발까지 도끼의 흥분을 돋궜다.
"팬티 내려. 무릎 아래로......"
고은선은 머뭇거리다 뱀눈의 남자 시선에 질려 베이지색 두툼한 질감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내린다. 검은 털이 무성한 아랫도리가 드러났다. 털들을 밀어버리자는 도끼의 말을 뭉치가 말렸다. 도끼는 여자 보지에 쌓인 검고 윤기나는 털들을 싫어했다. 일일이 헤치며 속을 보기도 귀찮았다. 여자는 벌릴 때마다 분홍빛 속을 남자에게 보여줘야 되는 것인데......하지만 형님이 하지마, 라 하면 할 수 없는 일.
"벌려! 적당하게........"
고은선은 매일 밤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TV 드라마 세트에 앉아 대본을 읽고 있는 자신의 꿈을 꾸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멋진 남자배우들이 자신의 다리를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는 꿈이다. 그 꿈의 끝은 지금 다리를 벌이고 서는 것이다.
"네 콩알을 보겠다. 여자는 콩알이 훌륭해야 하지. 신선한 향기를 풍기며 콩알을 돌리는 여자의 보지는 이 세상의 천국이지. 어디 볼까?"
"아.......시.... 싫어요. 보지 마세요"
"보지.......마. 그래....? 보지"
도끼는 다리를 오므리려는 고은선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쫙!" 하는 파열음만큼 아픔도 컸다. 발간 손자국이 난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다리를 벌린다. 적당한 살이 오른 종아리다. 그는 손으로 훑으며 두 손으로 보지 위쪽에 살짝 덮여있는 살꺼풀을 벗긴다. 강하게 코를 파고드는 여자의 냄새. 축축한 살색의 물기로 젖어있는 크리토리스가 꽃이 피듯 나타난다.
"어쭈구리. 예쁜 콩알인데....... 난 클 줄 알았더니 아주 귀엽네. 어디 맛을 볼까"
일을 보지에 갖다대며 코를 끙끙거리던 남자는 혀를 내밀어 끝으로 그걸 부드럽게 감싼다. 모든 신경섬유가 모인 크리토는 자극이 더 해지자 점점 딱딱해지며 뭉쳐진다.
"으으음........하.....!!"
고은선은 다리를 벌린 자세로 아래에서부터 전해오는 흥분에 허리를 떨며 뜨거운 입을 열었다. 작고 콩알만한 곳이 이런 흥분을 주다니.......그녀는 또 꿈을 꿨다. 구름을 내려다보는 정상에서 남자의 체중을 받으며 짜릿한 성교를 하는 꿈. 그러나 그 꿈은 곧 깨졌다.
"악!! 아파....."
고개를 젖히며 허리를 돌리는 여자의 표정을 본 도끼는 이빨로 거기를 깨물었다. 부드러운 자극은 흥분을 주었지만 이빨은 커다란 고통을 주었다.
"아예 때어 내줄까? 이게 없으면 아마 영원히 흥분을 못 느낄걸. 하하하"
머리를 터뜨린 고통에 다리를 모으며 남자의 머리를 밀친 고은선은 뒤로 물러서며 울고만 있다. 물러서다니? 남자 앞을 떠나다니? 덜컹 다가올 공포심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에게 다행히 남자는 허리에 찬 검고 긴 채찍을 꺼내진 않았다. 무얼해도 이들의 지시 없인 자세를 허물어뜨리지 말아야 했다.
"좋아. 대신 이리 와. 네 보지가 풍긴 향기로 내 좆이 이렇게 커졌거든. 달래줘야지"
무릎 아래에 있는 팬티를 올릴 겨를도 없이 도끼 앞에 무릎을 꿇고 꺼덕거린 성기를 빨았다. 찝찝한 물기가 흘러내린 성기에선 진한 남자 냄새가 흘렀다. "죽! 쭉!" 껍질이 벗겨진 맨들맨들한 머리부터 쪼글쪼글 주름이 잡힌 불알 바로까지 입술로 핥았다.
검갈색 좆은 부풀어올라 거대한 몽둥이크기가 되었다. 도끼는 여자의 뒷머리를 잡아끌곤 드립다 박아댔다. 털이 무성한 보지에 박고 싶었지만 뭉치가 그러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다. 도끼는 이 빳빳한 좆으로 이 년의 말랑말랑한 보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고은선의 목구멍 끝이 닿을 정도로 깊게 찔러 넣었다. 숨을 쉬기 곤란한 그녀는 "깩, 깩" 고양이 소리를 내며 얼굴을 돌리려 하지만 남자의 힘은 꼼짝 못하게 했다.

"그럼 이따가 준비되면 연락해. 난 내방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도끼에게 전해. 너무 심하게 여자들을 대하지 마라고......그들도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른 데......"
뭉치는 작두를 한번 돌아보다가 내처 혜리가 있는 방으로 갔다. 흔들림 없이 내쏘는 레드라인호의 선창 너머론 푸른 바다가 넘실댔다. 하얀 몸의 갈매기가 날고 있는 걸 보니 육지가 머지 않았다. 하얀 몸의 갈매기가 혜리의 하얀 얼굴과 겹쳐진다. 끝없을 것 같은 바다도 뭍이 나오면 끝이다. 그러나 혜리의 끝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작은 방. 창문도 없는 방은 천장 높이 소켓에 박힌 전구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낼 뿐이다. 침대와 의자 하나가 전부다. 의자도 이동이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를 예방키 위한 설비로 생각된다. 물론 방마다 감시카메라가 있어 그것도 불가능하지만.....
혜리는 조그만 침대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다리 사이에 묻으며 슬픔을 참으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얇은 끈이 있는 검정 브라가 하얀 피부를 더 하얗게 보여준다. 역시 검은 장미가 수놓아진 검정 팬티도 허벅지와 종아리를 더 하얗게 보여준다. 하루에 세 차례 씻고 단장하고 밥먹고 하는 며칠이 살아온 인생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그 밤의 순간적인 조우. 악마들과의 짧은 만남은 예전의 생활과 이렇게 긴 이별을 만들어 버렸다.
"똑..똑..." 노크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녀는 깜짝 놀라 다리를 모아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다리를 어깨높이로 벌리며 손은 목 뒤로 돌린다. 첫날부터 이들 앞에선 항상 그렇게 해야 했다. 속옷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팬티나 브라가 없었다면 맨몸의 유방이나 아랫도리의 속살까지 다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브는 나뭇잎 하나로 그 부끄러운 곳을 가렸지만 혜리는 팬티로 그곳을 가리고 있다. 그래도 겨드랑이며 아랫배며 다리는 다 드러낸 자세다. 작두란 남자는 그 자세로 세워 놓은 채 손가락으로 팬티를 아래로 벗겨 내리곤 코를 대며 "끙끙" 냄새를 맡거나 뭉툭한 손가락을 집어넣어 안까지 찔러 넣은 손가락을 코에다 가져가 냄새를 맡기도 했다. 그곳을 항상 청결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이 지저분한 년들은 정신도 지저분하다는 설명을 겉들이면서.........
문은 안에서 열 수 없다. 항상 밖에서만 열 수 있다. 혜리가 문을 마주보며 자세를 갖추자 남자가 들어선다. 마주친 눈. 그 남자다. 멀리 여행을 떠날 거라고 한 그 남자. 처음엔 여행이란 게 흔히 뉴스에서 들었던 것처럼 인신매매범들이 섬이나 먼 도시로 팔기 위해 Y시를 떠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바다 위를 3일째 간다는 것은 섬이나 도시가 아닌 해외가 아닐까 막연한 추측도 들었다. 너무 무서운 현실은 혜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힘들지 않아? 배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아. 기차나 자동차완 달리. 아마 물위로 간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땅은 단단한데 물은 아래로 푹 빠지게 하니까 말이야. 비행기도 피곤하게 하는 건 마찬가질 꺼야, 혹시 비행기 타 봤니? 난 한번도 타보질 못했거든. 나같은 놈에겐 그 흔한 여권이란 게 나오질 않더군. 내가 뭐 팔아먹게라도 생겼나. 배는 아주 많이 탔지? 특히 밀항선. 어선 바닥에 숨어서 2, 3일 보내면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거나 생선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아 극도로 자신에 대한 배신감이 커지게 돼. 근데 왜 그렇게 서 있지? 저기 편하게 앉아."
혜리는 겁이 가득한 눈 그러나 검은자위가 아름다운 눈을 들어 그를 본다. 공포감,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가 불안한 그녀에게 비행기나 배는 전혀 다른 세계의 말들로 들렸다. 다만 궁금한 것은 과연 예전의 생활로- 학교에 가고 친구들하고 조잘대고 애인과 싸우고 연극을 관람하고 하는 것들이 돌아올 것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방이 아니라 햇볕이 부드러운 자신의 방에서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
"자 보세요? 깨끗해요? 오늘만 해도 두 번은 씻었어요. 그것을 알려고 온 게 아닌가요? 만약 다시 태어나, 당신같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때는 목을 끌어안고 지옥으로 떨어져 버릴 거예요. 정말로........"
그녀는 이 남자의 눈에서, 작다마한 남자의 눈과는 달리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자신에게 다가서는 감정의 흐름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을 욕보이고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인 일당들이 아니었던가. 그 지하실의 모욕감은 육체에 각인되어 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뒤에서 욕보인 남자들이다. 얼굴에 느꼈던 친구들의 흔들거림과 눈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런 말을 들으려고 온 게 아닌데..... 난 그저 바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조금전 흰 갈매기를 봤거든. 어디로 갈는지 모른 갈매기. 높이 날면 멀리 보는 그 갈매기"
그 새가 당신 같았다, 고 말을 하려다 뭉치는 멈춘다. 서늘한 눈매는 며칠의 항해에도 변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다만 갈매기는 자신의 의지로 돌아갈 수 있지만 당신은.......당신은 돌아갈 수 있어?"
혜리는 막연한 불안이 또 현실로 나타났다. 금새 눈물이 두 뺨을 흐른다.
"보내 줘요. 가고 싶어요. 돌아가고 싶어요 예전으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사랑의 감정은 아냐. 단지 너에게 뭔가 해줘야 만이 내 마음의 짐을 벗을 것 같아.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우리가 가는 곳은......."
"어디 예요? 멀어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모은 그녀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을 올려 본다.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 줄 천사로 보였다.
"월남땅. 그곳도 오지에 있는 한 캠프야. 나도 안내원이 없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지. 거기서 당신 혼자서 도망칠 수 있겠어? 차라리 지금 바다로 뛰어들어 하늘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 났지"
"어떡해......흐으으윽"
긴 눈물이 분홍 뺨을 타고 흐른다. 입술가를 적시며 목을 타고 흐른다. 검정 브라에 쌓인 유방이 소리 죽인 울음에 맞춰 강하게 흔들거린다. 크지 않은 가슴은 참새의 부리를 품어줄 따뜻함은 충분히 담고 있다. 뭉치는 옛날 그녀의 파란 정맥이 드러난 소담스런 가슴을 이 여자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단 한번뿐인 사랑이었다. 정상으로 만난 사랑이 아니라 강제로 끌어다 만든 사랑. 그래도 뭉치에겐 그것이 사랑이었다. 애정이 없는 여자의 몸을 훔치고 분홍빛 조그만 발가락을 키스하며 볼에 입을 댄 것, 이것이 그의 전부였다.

희란과 은영은 다행히 한 방에 있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젊지 않다는 이유뿐 아니라 이미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없다라는 판단인지 아니면 둘이 있어도 뭐 대수로우냐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둘은 이틀간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나누어 가질 화제도 없었다. 머리 속이 텅 비어 있어 그들 말대로 돼지나 개에 불과했다.
희란의 고운 몸매는 아직 선이 살아있었다. 은영의 다리나 허리선도 아름답게 굴곡이 졌지만 다리 사이의 그곳은 헤질 대로 헤져 어린아이 장난감이었다. 어쩔 때는 붉게 부풀어올라 팬티가 스치면 아프기까지 했다. 음부만이 아니라 항문까지 욱신거렸다. 황이라는 남자의 굵은 성기가 파고들 때면 차라리 크게 늘어나거나 애액이라도 흘렸으면 했다. 콘돔에 쌓인 굵은 성기를 밀고 들어올 때는 창자가 위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에도 항상 밑으로 뭔가 흘러내린 듯 했다. 트윈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댄 채 서로를 보다가 먼저 희란이 말을 꺼냈다.
"애들은 잘 클까? 이젠 얼굴도 떠오르지 않아. 난 차라리 죽었으면 해."
"나도........내가 누군 지도 모르겠어. 내 이름이 뭐지? 응. 개라고 하던데....."
"풋.......그래 넌 개야. 난 돼지고......."
얼굴을 무릎에 묻은 희란은 회색빛 문을 봤다. 누군가 기척이다. 그 남자들일 것이다. 주섬주섬 일어나 방 가운데로 간다. 은영에게도 눈짓을 한다. 저항할 수 없는 겁에 질린 그녀들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생명에 대한 미련이다. 다리를 벌리고 손을 뒤로 가져간다. 젊은 서른 여자의 풍성한 육체다. 세월이 살처럼 쌓인 몸매는 부드러움을 준다.

작두는 두 여자를 본다. 셀 수 없이 많은 섹스로 두 구멍이 넉넉해진 여자들이다. 작두도 수 차례 후빈 여자들이다. 이런 여자들은 사전에 애무같은 것 없어도 그냥 쑤시면 푹! 소리를 내며 파고들어 좋았다. 어린것들은 아프다며 눈물을 흘린 것이 자극적이지만 길이 잘든 여자는 아무 때고 좆만 대도 물을 질질 흘린 것이 또 매력이다. 뒤로 돌려 박을 때면 큼직한 젖통이 손에 잡혀 주물딱거리며 "헥! 헥!" 대는 맛도 일품이다. 더욱이 엉덩이까지 길을 들여놔 크림이나 침을 묻히지 않아도 항상 똥구멍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작두는 빙그레 웃으며 창백해진 두 얼굴을 즐긴다. 누나뻘인 여자들.
"아이스크림!"
작두가 짧게 입을 열자 두 여자도 입을 열고 몸을 낮춘다. 얼굴을 맞대며 그의 바지 속 성기를 꺼낸다. 로봇처럼. 자동으로. 늘어진 성기를 희란이 먼저 입에 담자 은영은 얼굴을 더 낮춰 두 방울을 핥는다. 겹겹이 쌓인 불알을 혀로 정성스레 핥고 빨자 작두의 좆은 서서히 서기 시작한다. 빵에 있을 때 갖가지 다마를 박은 좆은 대가리에서부터 뿌리까지 울룩불룩했다. 희란이 볼을 부풀리며 롤리팝 빨 듯 팔자 탑처럼 우뚝 섰다. 세웠다는 안도감이 두 여자의 얼굴에 퍼진 걸 보며 작두는 손으로 침대를 가리킨다. 뭉치도 이 두 여자는 괜찮다고 했다. 상품가치는 없고 단지 해외로 처분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국내 어디에 팔려고 할까 했지만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아예 흔적을 남기지 말았으면 하는 게 청풍의 부탁이었다. 강력사건의 연속 해결이 바로 지금의 황 위원장을 만든 것 아닌가. 만약 들통이라도 나면 T시는 그렇다해도 전국의 모든 입을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희란과 은영은 손끝을 따라 침대 위에 오른다. 나란히 무릎을 벌리고 엎드린다.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뒤에서 엉덩이를 두 손으로 활짝 벌려 손가락으로 항문을 톡톡 건드리다가 그대로 뿌리까지 박은 걸 좋아했다. 속살까지 훑으며 박을 때는 아랫배가 더부룩할 정도였다.
"아니 아니. 오늘은 특별하게 할까? 서로를 느끼면서........넌 이리로, 넌 이렇게"
두 여자의 위치는 서로 포개져 있다. 누워있는 희란을 은영이 가슴으로 누르면서 올라탄 자세다. 얼굴을 가까이 마주 본 둘은 시선을 서로 비킨다. 친구사이지만 이렇게 육체적으로 서로의 몸을 느낀 적은 없다. 아니 수없이 몸을 유린당해 왔지만 이런 자세로 숨을 뺨에 느끼면서 남자의 몸을 받은 적은 없었다.
작두는 둘의 발 쪽에 앉아 전구 빛에 반짝인 희멀그런 엉덩이를 본다. 양쪽으로 갈라진 분홍색 엉덩이는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여자의 살갗은 남자의 정액을 먹고사는 것인지 그 탄력과 색상을 잃지 않고 가느다란 피부의 선까지 선명하게 드러 내고 있다. 손을 뻗어 그 가느다란 선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란히 놓인 두 보지를 본다. 가늘게 갈라진 틈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인다. 말미잘의 먹이 잡은 손처럼 흔들거린 보지털이 서로 비빈다. 그 위아래로 적당하게 벌어진 똥구멍이 어서 넣어 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있다. 손으로 울통불통한 좆을 만지며 먼저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은영의 뒤를 향해 우람한 좆을 내리꽃는다. 호르몬이 미처 분비되지 않은 은영은 허리를 뻗으며 "으으으......" 약한 신음을 희란의 귀에 쏟는다. 희란은 자신이 아니라 은영에게 먼저 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처음 뚫고 들어온 아픔보다는 분비물이 묻은 성기가 덜 아팠기 때문이다. 가슴 위에서 친구의 유방이 몸부림친다. 그때마다 자신의 유방도 일그러진다.
"직! 직!" 이어진 "헉! 헉!" 일정한 리듬에 따라 몸이 출렁인다. 위로 올려 박은 작두는 터질 듯 한 좆을 빼내 이번엔 아래 구멍을 향해 무게를 싣는다. 자기 아랫배에 부딪치는 여자의 풍성한 엉덩이 살이 더 흥분시켰다.
진한 신음을 토하며 작두가 은영의 보지에 하얀 좆물을 품는다. 반은 다시 희란의 보지에 뿌린다. 골고루......... 졸졸 흐르는 샘물처럼 새나온 자신의 좆물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깨끗이 씻고...... 가운데 큰 방으로 집합. 첫날 모였던 방 알지? 지금 빨리"
둘은 또 다른 공포감을 느꼈지만 복도 끝에 있는 샤워실로 간다.

뭉치는 혜리의 서늘한 눈매를 뒤에 두고 방에 들어설 때 작두의 연락을 받았다.
"형님. 빨리 오십시오. 술과 무대는 준비 끝입니다. 잔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잔?, 잔이라........ 침대 맡에 있는 작은 서랍을 열어 그 안에서 상자를 꺼낸다. 작은 종이 상자. 뚜껑을 연다. 까만 가죽 구두다. 뭉툭한 굽은 3센티 정도. 평범한 여성이 신을 만한 신발이다. 앞에 8자로 매듭지어진 리본이 소녀의 무엇을 느끼게 해줄 뿐. 크기는 220에서 230 정도. 그리 큰 발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크기의 작고 귀여운 발이라면 모를까.
뭉치는 예전 이 구두의 주인공을 떠올린다. 남은 옷가지는 다 태워버렸지만 그녀의 작고 귀여운 발을 만질 때마다 손에 전해지는 "파다닥"하는 새의 날개 짓을 느끼고 싶어 집어들었었다. 아니 어쩌면 다신 이 구두를 신고 걷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인지도 몰랐다. 깜정 구두를 들어 그녀의 향기를 찾는다. 깊게 들이쉬지만 은은한 가죽내음 외엔 없다. 살색의 바닥창에 대고 다시 들이킨다. 잃어버린 기억은 되살리기 어려운 것.

구두를 손에 들고 작두와 도끼가 기다리는 큰방에 들어선 뭉치의 눈에 먼저 뛴 것은 검정과 하양의 속옷만 걸친 쇼 윈도우 마네킹이다. "하긴 상품들이니까"
위스키가 서너 개 놓인 탁자의 자리에 앉자 작두가 나서서 일렬로 늘어선 여자들에게 일장 훈시를 한다. 여자들은 이틀의 휴식으로 생기를 찾았지만 피곤한 기색이다. 불안한 눈의 여자들을 보면서
"너희들 신데렐라 알지? 나보다 더 많이 배웠으니까 잘 알 꺼야. 우리 심심하지 않아? 그렇지. 그래서 신데렐라 선발대회를 열거거든. 바다에서 열리는 선발대회, 멋있겠지? 여기에 뽑힌 여자는 행복을 갖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들은 불행할거다. 그래도 할 수 없지. 타고난 팔자로 알고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않아? 자 차례대로 한 년씩 나서서 여기 이리 올라와. 여기 보이지? 까만 구두. 젖꼭지처럼 반짝이는 이 구두를 신은 거야. 시작!"
팬티와 속옷만 걸친 여자들은 서로서로 쳐다보다가 자신들의 발을 본다. 엄지발가락만 끼게된 샌들형 슬리퍼의 발은 아무래도 맞을 것 같지 않은 여자들은 울상이다. 키 작은 남자의 불행이란 단어는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욕 아니면 주먹질이거나 매질일 것이다. 첫날 그 뭉툭한 손가락으로 여린 아랫도리를 까발리고 항문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은 남자다. 그 뿐 아니다. 검사라고 하면서 하루에도 수 차례 방에 들어와 손가락을 쑤시며 얼굴 여기저기를 잡아 다니고 어쩔 때는 징그런 혀를 코에 밀어 넣고는 "쭉 쭉" 빨기도 했다. 불쾌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귀구멍에다 성기를 박으며 "여기에 쏴줄까?" 하기도 했다. 가장 곤혹스런 여자는 정화였다. 별로 예쁜 얼굴이 아닌 정화는 걸핏하면 젖꼭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끊어버리겠다고 했다. 그때마다 온 몸으로 퍼지는 소름은 정화의 머리를 하얗게 질리게도 했다.

맨 먼저 제법 키가 큰 여자가 임시 무대인 듯, 두 개의 책상을 나란히 붙인 단위에 올라 슬리퍼를 벗고 그 까만 구두에 길다란 발을 넣어 본다. 앞은 겨우 들어가지만 뒤는 1센티 이상 남는다. 불안감이 스친 얼굴이다. 금방이라도 채찍이 날아들까 큰 눈을 돌린다. 단 바로 아래에 앉아 있는 뭉치의 눈에 그녀의 하얀 발이 보이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뒤꿈치까지 본다. 깨끗한 뒤꿈치다. 동그란 달걀모양의 그곳은 손질이 잘 된 백도통조림이다. 한 입 배어물면 달콤한 즙이 나올 것 같다.
"니 년은 왜 이리 커? 이쪽에 가 벽을 보고 서 있어. 불행이다."
작두가 킹킹대는 여자를 끌어내린다. 쭉 빠진 몸을 손으로 가리며 한 쪽 벽에 서자 다음은 고은선이다. 작두는 의미 있는 미소를 진다. "어디 보자. 오늘 손을 한번 찐하게 봐주지, 흐흐흐.......너의 그 말랑말랑한 발에 지렁이가 기어다니게 만들어 줄까?"
"아, 안 맞아요. 너무 작아요"
고은선은 불행을 택하고 싶지 않아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하지만 질긴 가죽은 늘어나지 않았다. 키가 큰 그녀는 발의 볼도 넓었고 길었다.
뭉치의 눈에 비친 그녀의 발은 갈색으로 물든 보기 좋은 발이었다. 하지만 구두의 주인공이 갖고 있던 작고 귀여움은 없었다.
차례 차례 구두를 신어본 여자들이 반이 넘었다. 그때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혜리 역시 그 구두는 너무 작았다. 체중이 가냘픈 혜리에겐 맞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뭉치는 실망감을 조금 가졌지만 한쪽 벽에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그녀의 단아한 힙에 눈길을 준다. 검정 팬티에 가려진 힙의 두 쪽이 위로 올라붙어 보기 좋은 모습이다.

"맞아요. 정말 맞아요. 보세요. 제 것처럼 딱 맞아요. 다행이다"
의외로 주연의 발이 주인처럼 딱 맞았다. 155의 키에 작고 귀여운 몸을 가진 주연은 그 두구가 자기 발에 맞았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마치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조개를 띄면서 귀여운 덧니를 보이면서 웃음을 날리는 것이다. 230 신발은 신은 주연은 평소에도 자기 발을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통통하면서도 날씬한, 웨이브진 발선은 발을 초생달처럼 보이게 했으며 조약돌같은 발가락은 똑 따서 갖고 다니고 싶다고 남자친구도 말한 적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연에게 뭉치의 말은 실망을 주었다.
"아냐. 이 구두의 주인공은 너처럼 발바닥의 금이 많지 않았어. 주름이 많은 너하곤 달리 팽팽한 살결이었지. 손가락으로 누르면 북을 누른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도......"
작두는 주연을 반대쪽으로 보냈다. 그때까지도 다행히 혼자였다. 여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낀 게 주연만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안도감이 들었다.
그 구두의 주인공은 마리였다. 헤리의 친구이며 정화, 주연의 친구인 마리는 다행이란 표정이 얼굴에서부터 흘렀다. 키가 165인 마리의 발은 갈색의 피부에 분홍빛 발바닥과 손안에 딱 잡힐 뒤꿈치를 가졌다.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가파른 원을 그린 선은 너무 완벽하게 뭉치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더구나 구두를 신었을 때 구두 밖으로 드러난 발등의 적당한 살집까지....... 약하게 보이는 파란 핏줄, 통통한 근육의 볼륨. 뭉치는 안고 싶었다.

"그럼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 참가인원 16명, 통과는 네 명이다. 남은 12명에게 기다리는 것은 불행이다. 탁자를 중심으로 두 쪽으로 갈라진 여자들 그룹. 행과 불행이 교차하는 방이다. 불행의 의미가 무엇일까 불안한 12명은 속옷에 가려진 몸을 두 손으로 감추며 작두만 쳐다본다. 네 명의 여자들을 탁자 가까이 데리고 온 작두는 각각의 의자에 앉힌다. 마리만 혼자 앉아 있다. 파트너를 동반한 파티로 보인다. 탁자 위의 조니워커 블루딱지를 따고 안주로 과일을 꺼낸 작두는 잠깐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 뒤에 몸집이 큰 한 남자를 데리고........보기에도 험한 인상이다. 뱀 눈 아니 족제비의 눈이다.
"이 친구가 최고라고 합니다. 호치민파에 물어보니 그곳에서도 여자들 다루는 데는 따를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아니 이 친구는........"
황에게 소개받은 기억이 있는 뭉치는 힐끗 그 남자를 본다. 감시자처럼 따라온 것이리라.
"저흰 뭉치주나 마시죠? 쇼도 보면서....... 지들 상품인데 지들이 더 잘 알아서 하겠죠"
말을 마친 작두는 마리를 탁자 위로 올린다. 비누향기에 묻어난 풋풋한 육향을 맡으며 그 구두를 앞에 놓는다. 다리를 구부려 앉자 신발을 신기곤 복사뼈에 독한 위스키를 흘리기 시작한다. 천천히........발바닥에 끈적한 양주가 닿자 마리는 발을 빼려고 한다. 그러나 들려오기 시작한 파열음에 부들부들 떨 뿐 눈만 감는다.

그 베트남 남자는 익숙한 솜씨로 가방에서 솜을 쌓인 팔찌를 꺼내 여자들 손목을 뒤로 깍지끼게 하고 채웠다. 손의 자유를 박탈한 후 더 굵직한 팔찌를 꺼내 발목에 채웠다. 손과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난 후 바닥에 가슴을 대고 엎드리게 했다. 손목을 등에 댄 채 다리를 뻗어 바닥에 나란히 누운 여자들이 두릅에 꿰인 굴비 같다. 그녀들의 손과 꺾은 발을 다시 한데 묶었다. 너무 꽉 묶인 여자들은 시소처럼 배를 바닥에 대고 상체와 하체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벌써부터 신음을 내기 시작한다. 어깨가 빠져나간 아픔일 것이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하인처럼 여자들의 손목과 발목을 함께 고정시킨 남자는 다시 가방에서 무언가 꺼낸다. 그것은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널따란 판이었다. 전체 길이는 1미터 정도지만 앞 부분만 널따랬다. 날창거린 걸로 보아 고무로 만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큰 파리채다. 근육으로 뭉친 손목에 힘을 주고 휘두르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니라 바람을 엎어버리는 소리를 냈다.

"형님 우린 한 잔 하죠? 너, 너, 너"
멍하니 옆에 앉아 있는 세 명을 가리키며
"니 년들은 행복한 줄 알아. 저거로 맞으면 뼈까지 울렁거리겠다. 그 놈 참 무섭네"
"휴,,,,," 주연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작두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말 다행이다. 지금은 욕을 당한 것보다 매질을 안 당한 것이 더 행복이다. 몸이야 이미 버린 몸, 하지만 맞는 고통은 너무 너무 무서웠다.
"대신 니 년들은 앞에 앉아 계신 형님에게 안주를 받쳐. 손이 아니라 발로. 놓치면 죽어"
의아한 주연의 다리를 탁자 위로 올리게 하곤 과일, 그 중 포도를 발가락으로 집게 한다. 손으로 굵은 포도알을 끼우곤 발목을 잡아 남자 얼굴로 가져다 둔다.
"형님, 안줍니다."
뭉치는 마리의 발을 흠뻑 적신 까만 구두의 독한 위스키를 위로 보내고 조약돌 같은 발가락에 끼인 까만 포도알을 껍질째 씹는다. 작고 귀엽고 오동통한 마리의 발뒤꿈치에 포도즙을 묻히곤 다시 혀로 핥는다. 위스키 향과 포도의 향에 마리의 살내음이 곁들인 훌륭한 파티다.

벌거벗은 웃통이 온통 근육질인 월남 남자는 오른손에 쥔 고무판때기를 높이 들어 제일 끝에 손발이 뒤로 묶여 엎드려 있는 여자의 드러난 발을 내리 친다. "쫘아악!" 소리가 방을 울리며 이어진 고음의 찢어진 비명이 순서를 기다리는 남은 여자들에게 오금을 저리게 한다. "꺄아아..........." 동물의 울음소리를 낸 1번은 발을 내두르며 옆으로 구른다. 남자는 "킁" 코웃음이다. 다 알고 있다는 듯 발을 들어 얼굴을 내리 누른다. 힘을 더 주면 "팍" 터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즐기는 남자. 빨개진 얼굴의 1번, 흰 브라에 쌓인 가슴이 커다란 1번은 가슴처럼 커다란 엉덩이를 돌려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버티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또 다시 들리는 두 번째 파열음을 안주 삼으며 뭉치는 겁에 질린 마리를 보며
"계집의 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니?"
조금씩 취한 그의 말은 갈 "지"자를 그린다.
"몰라요........."
"내가 말해 주지. 첫째는 구순주라 해서 계집의 입에 담긴 술을 남자가 입으로 받아 마시는 거지. 입술을 포개며 혀를 타고 흐르는 달콤한 술, 그런 술은 정이 담겨 있는 거야. 둘째는 유두주지. 유두 즉 젖꼭지를 잔에 담고 그 잔을 마시면 훌륭한 유두주가 되는 거야. 다음은 계곡주지. 계곡이 어딘지 알아? 바로 이곳이야"
쭉 내민 다리 사이의 허벅지 아래로 검지를 집어넣는다. 따뜻한 팬티에 수북히 쌓인 음모들. 그 음모 사이로 손가락을 계속 밀어 축축한 여린 살을 애무한다.
"여기야. 여기에 술을 붓고 남자는 밑에 누워서 그 술을 받아먹은 거를 계곡주라고 해. 계곡사이의 폭포를 본 적 있지?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그런 술엔 사랑이 담겨 있지? 글고 마지막은........."
말을 멈추고 흰 다리, 곱게 뻗은 종아리의 부드러운 살을 살짝 집으며 뭉치는 구두를 아예 벗기고 마리의 앙증맞은 발을 꺼낸다. 껴 있던 발등에 구두의 선을 따라 붉은 자국이 보인다. 부드러운 힘줄과 파란 핏줄이 햇빛에 잘 그을린 바다가 여인의 등 같은 갈색의 발과 어울린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마리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 쳐다보며
"그것은 여족주라고 하지. 도끼, 거기 큰 접시 좀 줄래. 그래 그거. 네 이름이........"
"12번, 마리......김마리입니다."
"마리, 이 산토끼 같은 발을 접시에 올려놓을래?"
그녀는 산토끼처럼 통통 튀는 탄력적인 발을 접시에 올려놓은 채 자세를 잡는다. 그 자리의 주연과 다른 두 명도 순간 호기심의 눈빛이다.
"하얀 접시에 놓인 하얀 발이라.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 발등에 술을 흘리면 그 술은 발등을 따라 발가락으로 흘러 발바닥에 고이지. 그러면 이렇게 마시는 거야"
마리는 간지러움을 느낀다. 남자의 혀가 발가락 사이를 벌리며 "쪽" "쪽" 소리를 내며 빠는 것이다. 발가락 다음엔 발 옆을 따라 입술을 움직이며 핥는다. 입술이 멈춘 곳은 뒤꿈치. 동그란 살을 핥으며 빤다. 그리고 다시 발등에 부은 술.
"이 술을 여족주라고 하지. 어때 느낌이.........좋아?"
마리는 혀로 자신의 발을 감아 살짝 깨물며 핥아대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로 흥분이 찾아온 것을 느꼈다. 다리를 오므려 그 기분을 아랫도리로 가져간다. 자연 발가락 끝이 앞을 향해 일어선다. 술로 적셔진, 길지 않은 엄지부터 입안에 담아 빤다.

"임마, 넌 뭐해. 빨리 안주 드려야지."
작두가 멍한 시선으로 앉아 있는 여자의 발을 들어 안주 접시에 놓는다. 쌍꺼풀의 앳된 얼굴을 가진 여자다. 보조개가 귀엽다. 검정 속옷만 입은 뽀얀 살결이 많아야 스물 초반 아니면 열 아홉 정도로 보인다. 나이에 비해 몸은 성숙하다. 가슴이 32는 넘어 보인다. 과일 접시에 발을 올려놓은 채 무엇을 잡아야 할지 망설이다 마침내 검은 씨가 촘촘히 박힌 키위를 잡는다. 귀여운 두 엄지발가락을 세워 키위를 잡자 달콤한 즙이 발가락을 타고 발등으로 흐른다. 끈적한 과즙의 향을 남자의 입에 가지고 간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옮기는 두 다리의 하얀 힘줄이 아름답다. 뭉치는 키위를 입에 물면서 발가락을 발톱까지 혀로 핥는다. 잘 익은 과즙에 묻어나는 여인의 살냄새를 음미하며 도톰한 발가락 바로 밑의 둔덕에 흐르는 과즙을 핥는다. 마주치는 눈빛이 청순한 여자 아니 소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숙인다.
남자의 입이 떨어지자 얼른 발을 끌어 모아 탁자 한쪽에 두곤 바닥에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풍경에 눈길을 준다.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명은 자신의 심장을 거칠게 뛰게 했다. 지금은 네 번째 여자의 하얀 발바닥을 때리려는 참인가 보다. 셋은 눈을 허옇게 뜨고 바닥에 벌레처럼 뒹굴고 있다. 하얗던 발바닥은 송충이가 지나가며 물은 듯 통통 부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벌건 줄이 군데군데 평행선을 긋고 있다. 손과 발목이 묶여 있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지도 못한 채 앓는 소리만 끙끙댄다.
네 번째 여자의 발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이어 "끄으" 하며 발길에 채인 똥개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눈을 찢어져라 부릅뜬 여자는 묶인 손발을 젖히며 그 고무판때기를 피하려 부질없이 몸을 굴린다. 옆으로 누인, 붉은 기를 잃은 발바닥을 찾아 옆으로 누이며 정확히 때린다. 남자의 웃는 얼굴 아래로 울음이 뒤섞인 여자의 얼굴이 대조적이다. 그때 작두가 나서며 남자 옆으로 가 무어라 귀엣말을 하자 알았다는 듯 넓적한 얼굴을 끄덕이곤 매를 다잡는다. 주먹이 제법 크다. 저 힘으로 맞는다면...... 자신은 아마 참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앉아서, 비록 다리를 높이 든 수치스러운 자세지만 그래도 낫다.

"가 뭐라고 했냐?"
"무슨 말 하기는...... 요. 그저 저 년 다섯 번째 차례를 기다리는 저년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후려쳐, 라고 했죠. 대신......."
"대신......?"
"저 얘..... 여덟 번째 있는 혜리는 그냥 살살 건너 뛰어, 라고 했죠. 제가 누굽니까 하하하"
웃음을 터뜨린 작두의 목을 두드리며 뭉치는 "그래 너뿐이 없다" 하는 표정이다.
"저도 한 잔 주시죠? 형님은 여족주를 마시면 전 뭉치주를 마시고 싶습니다."
뭉치주는 여성구두에 술을 따라 뒤쪽을 입술에 대고 마시는 것이다.
뭉치는 굽낮은 까만 하이힐을 들고 그 안에 노란 액체를 부어넣는다. 찰랑거릴 정도로 가득한 잔(?)을 건네자 두 손으로 받으며,
"전 언제나 형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건배!"
"그래 고맙다. 동생들아...."
뭉치는 작두와 말을 아끼지만 건네 받은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있는 도끼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이런 동생들을 얻는 다는 것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술기운이 아니더라도 뭉치는 기분이 상승했다.

"너흰 이 구두의 주인이 누군지 아냐? 아마 모를 꺼다. 너희와 만나기 훨씬 전의 일이니까. 그날 이 신발의 주인은 면접을 마친 바로 그 날 저녁 우리에게 걸렸었지. 취업은 거기가 아니라 우리들 집이 돼버렸지만. 난 이 주인 잃은 신발을 볼 때마다 그때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라. 창백한 아름다움. 초승달의 하얀 달빛이 부서지는 얼굴이었지. 그 얼굴을 손에 안을 때마다 내 손엔 은가루가 흘러내리곤 했어. 결국 그 달빛처럼 내 곁에 둘 수 없지만.......지금은......."
젖은 눈가. 작두는 분위기가 가라앉자 재촉을 한다.
"아....형님. 예전 일은 예전이고.... 그 여족주나 쭉 들이키시죠?"
"그럴까? 그러지. 하얀 은쟁반에 놓인 청포도를 먹듯....."
"형님, 시인 같아요. 그런 멋진 말을 하다니..."
도끼다. 묵묵하게 까만 잔을 기우려 마시던 도끼가 입을 열었다.
"전 형님의 그런 면이 좋아요. 주먹보다 아름다운 말. 우린 가방 끈이 짧아서"
"임마. 이 말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알 수 있는 거야. 자식들이....."
그래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쩍!" 하는 소리를 듣곤 고개를 돌린다. 고은선이란 여자의 차례인가 보다. 그 큰 눈을 찢어져라 뜨고 입에 허연 거품을 문다. 유달리 발에 떨어진 소리가 크다. 아니 매섭다. "짝" 하는 소리가 아니라 "쩍"하는,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다. "으으으" 선불맞은 멧돼지마냥 바닥에 나뒹구는 고은선을 그대로 두진 않는다. 내처 고무판때기를 휘두른다. 잘 빚어놓은 조각품 같은 다리를 톡톡 두드리면 흠칫 놀라 다시 엎어지는 것이다.

"많이 아펐나"
침대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있는 혜리의 작은 발을 잡아 두 손에 담으며 뭉치가 먼저 말을 건넨다. 숙인 고개 위로 긴 머리가 넘실댄다. 검은 윤이 흐르는 탐스런 머리채. 검은 만큼 얼굴이 더 하얗게 보인다. 얼굴을 머릿결에 묻는다. 뱃전에 부서지는 검은 바다의 무거운 내음이 아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드넓은 초원의 향기다. 토끼풀이 발아래 밟히는 풀꽃향기다.
"왜...... 이러세요? 제게......."
혜리는 그 요상한 파티를 끝내며 이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악마의 무리들로 생각했다. 지금 내 앞의 이 남자도 그들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음 한 쪽으론 자꾸 기울어져 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 안에서 그나마 육지의 마지막 추억은 이 사람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 추억이란 게 결국은 이 자리에 있게 하고 있지만...... 혜리는 검은 눈을 들어 뭉치를 본다. 묘한 미소를 지며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알아요? 사랑을 해보긴 했어요? 섹스만 한다고 사랑인지 아세요?"
섹스, 란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자 뭉치는 얼굴이 빨개진다. 이 여자와는 아직껏 그 섹스를 나누진 않았다. "나도 알아. 섹스를 나눈다고 사랑은 아니란 것을......" 뭉치는 취한 눈으로
"나는 당신의 육체를 원하지 않았어. 섹스? 할 수 있지. 지금 당신을 눕히고 다리를 높이 들게 하고 그 사이에 내 몸을 실으면 그게 섹스가 아닌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이거야"
혜리의 불거진 발을 들어 입 가까이 대고 뜨거운 바람을 분다. "호....." 입술을 둥그려서.....
"당신의 아픈 상처를 야생동물이 혀로 핥듯 내가 아우러주는 것. 당신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것. 이유는 없어. 다만 그 뿐이야"
"................"
혜리는 입을 닫는다. 불안한 마음은 흐느끼는 울음이 되어 남자의 마음으로 쓰러진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듯......그렇게 쓰러진다.
뭉치는 따뜻하다고 느꼈다. 작은 병아리를 쥐었을 때의 느낌. 그 순간 그 생명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느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많이 닮은 한 여자 때문이 아냐. 당신이 상처 난 가슴을 가지고 있듯 나 역시 칼질 난 도마 같은 마음이야. 난 너를 또 잃고 싶지 않아"
무엇이 그를 몰고 갔는지는 모른다. 끝없이 펼쳐진 숲길을 걷는 것처럼 나무 사이를 헤집고 나가는 것 뿐.
뭉치는 뜨거운 혀로 혜리의 여린 입술을 밀친다. 익은 감냄새를 맡으며 혜리 역시 속을 풀기 시작한다.
"넌 나를 믿지? 아니 믿어야 해. 내 손가락 사이로 달빛이 부서져 흘러가는 걸 다신 보기 싫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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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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