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화 (16)
새벽의 공기는 예상보다 훨씬 차가왔다. 아니 추웠다.
어둠을 헤치고 여기저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왔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부터 숨이 차다. 두어발짝 앞서 오르던 여진에게 좀 쉬어가자고 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치면 어떻해요"
"잠을 잘 못자서 그래. 좀 만 쉬자. 헉헉"
"잠을 못자긴...드르렁드르렁 코만 잘 골았으면서"
"뭐?"
"아찌 코고는 소리에 잠 한숨도 못 잤단 말예요."
"그랬어?"
"근데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해요?"
"엉 뭐라고 했는데"
"여진아 살려줘. 제발 살려줘. 호호호호" 그러면서 여진은 저만치 뛰어갔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서 겨우 그녀를 붙잡았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어깨를 힘주어 잡는다고 손을 너무 내뻗어선지 그녀의 가슴에 닿고 말았다. 어색한 시간이 잠시 흘렀다.
"와 억수로 작네" 위기를 모면하는 길은 이것 뿐이었다.
"뭐라고요 이- 씨잉"
여진은 화난 척을 하면서 작은 손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나는 그녀를 살짝 안아줬다. 그리곤 손을 잡았다.
"여진아 아찌 힘드니까 좀 잡아줘라"
"에구. 우리 아가 그렇게 힘들어~엉"
여진은 날 애 취급을 하면서 놀려댔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보니 해맞이 장소까지 오를수 있었다. 발아래는 온통 구름바다이고 저멀리 바다의 끝쯤에서 서서히 동이 터왔다. 야호. 야호. 모처럼 여러사람들과 함께 야호를 외치니 가슴이 후련해 졌다. 여진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야호를 외치더니 재미들렸는 모양이다. 연거푸 야호를 외치다가 사레가 들었는지 캑캑 거렸다.
"거봐 애 앞에선 물도 못 마신다니까"
"누가 앤데요. 아찌가 애지"
멀리서 시뻘건 기운이 주변을 밝히더니 갑자기 빨간 태양이 솟구친다. 천지사방은 붉은 빛에 물들고...모두들 일출장관에 탄성만 지를 뿐이다. 여진은 일출의 순간 내내 내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는 듯 입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산을 내려올때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뻘게 지면서 "이 사람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부러뜨려 주세요"라고 빌었단다.
여진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더욱 나와 가까워지고 있음에 마냥 행복한 모양이었다. 낮에는 가까운 계곡을 찾았다. 개울가의 바위에 앉아 있는데 여진은 나보고 꼼짝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란다.
언제 준비했는지 노트에 나를 그리고 있었다. 미술대학 강사 답게 제법 그럴싸한 그림이 완성됐다. 혹시 대화가가 될지 모르니까 사인까지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러잖아도 이미 사인을 했단다. 그리곤 이 그림이 세상서 제일 비싼 그림이 될 것이라고 허세를 떤다.
낙엽진 계곡에서 우쭐대는 그녀의 모습은 어찌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멋지고 매혹적이었다.
저녁을 늦게 먹었는데도 마땅히 할일이 없고 해서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신혼여행 온 신혼남녀들이 거의 모든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맥주를 몇잔 마시다가 신나는 곡이 나오자 여진이 내 팔을 끌었다. 나는 춤을 못 춘다는대도 막무가내다. 어설프게 여진의 호흡을 겨우겨우 마출때쯤 되니까 블루스 곡으로 바뀐다. 색스폰소리가 휘젖는 무대에서 그녀는 자연스레 내품에 안겼다.
언제나 그녀를 안을때 느끼는 것이지만 그녀는 내품에 마치 마춤처럼 잘 맞았다. 나와의 적당한 키차이와 하늘거리는 그녀의 체형 때문에. 블루스 곡이 바뀌자 여진은 내게 더욱 밀착해 온다. 나의 자제노력과 무관하게 좆이 부플어올랐다. 그녀의 몸에 닿으면 곤란할 것같아 자꾸 몸을 뒤로 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여진은 내게 달라붙었다.
내 좆은 이미 팽팽해 졌다. 그녀도 느끼고 있는듯 했다. 여진은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던 내 팔을 잡아서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두팔로 허리를 꽉 감싸줬다. 팽창할대로 팽창한 좆이 그녀의 계곡에 맞닿는 것같다. 주책없이 벌떡거리는 좆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나의 의식 편에선 이 간을 즐기자고 자꾸 유혹을 했다.
여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책없이 좆을 껄떡거리는 내가 우서워 보이진 않을까. 그녀는 점점 아랫도리를 내게 밀착시키면서 얕은소리를 내뱉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이런 순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시간이 늦어져서 호텔방으로 돌아왔는데 별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씻고 자자고 말하고 나 먼저 씻고 나오니까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여선이였다. 여진은 자기도 씻겠다면서 전화기를 내게 넘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어때?"
"뭐가?"
"잘해주고 있다며?"
"........."
"........"
한동안 서로 아무말도 못 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진이가 자기에게 나와의 동침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순간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할말이 없었다.
"그게 말이나 돼?"
".........."
"그렇순 없어."
"그래도 여진이가 원하잖아요?"
"안돼"
"왜요?"
"무슨 말을 하는거야...절대 안돼"
"여진이도 알아요. 이게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
"그 아이를 위해서 제가 부탁하는 거예요"
"안돼. 그럴순 없어.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날 지킬 자신이 없단말야"
그랬다. 여진과의 관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만일 관계를 맺는다면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것을, 나 스스로 자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사랑을 나눔으로서 완전하게 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샌가 여진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참 공교롭다. 지금 한 여자의 언니 그것도 나와 관계를 맺었던 그 언니란 사람이 자기 처녀 동생과 관계를 맺어달라고 내게 부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선과는 절대 안된다는 내 뜻을 완강하게 전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여진은 침대 끝머리에 걸터앉아서 울고 있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나는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여진은 내품에서도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내버려 뒀다. 때론 우는 것이 약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흐느껴 울던 여진이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날 바라봤다.
"아찌 사랑해"
"나도...."
"사랑해. 흑흑흑"
"나도. 그런데 어쩔수가 없어...미안해."
"왜...왜 안된다고만 해요. 내가 사랑하잖아요?"
여진의 말이 옳았다. 당사자끼리 사랑을 하는데 무엇이 둘을 갈라놓을수 있는가. 나이 차이가 나면 어떻고 내가 이혼했던 사람이면 어떤가. 우리 둘이서 이렇게 좋아하는데...사랑하는데 말이다. 크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나이는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린 나이였다. 그것이 억울했다.
우리는 어두운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은 여진의 목소리로 인해 깨졌다.
"언니 때문인가요?"
"아냐."
"그럼요. 왜 안된다는 거예요?"
"너 때문이야"
"내가 원하잖아요?"
"안돼. 그럴순 없어"
..........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언니와는 어떤 관계죠?"
".........."
"나 보다 언닐 더 사랑해요?"
"그건 아냐"
"그럼 왜......"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진이야. 그런데 난 널 지켜줄 수가 없어. 그래서야. 내가 널 지켜줄 수만 있어도...."
세상이 온통 먹통이다. 창밖의 세상도. 객실도... 내 마음도....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왔다. 여진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했지만 영영 말 주질 않았다. 공항으로 가야 한다니까 자기는 떠나는 모습 보고있을 수 없다면서 집으로 가고싶다고 한다.
그녀의 아파트 앞에 데려다 주었다. 이제 정말 장여진 이 여자와는 마지막 이다. 두번다시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 약속을 지킬일만 남은 것이다. 모든 것이 정리된 순간...이제 헤어지면 영영 못 볼 사람인데도 이별의 순간은 너무나 덤덤했다.
"나 이제 갈께"
"예....."
"잘 지내...."
그녀는 울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여선은 멀리서 우리의 이별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곤 원망섞인 눈길로 날 바라보면서 왜 여진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냐고 무언의 압력을 주었다.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 여선은 "정말 여진을 사랑했군요"고 혼잣말을 했다. 그녀의 그말에 대한 의미는 그로부터 훨씬 시간이 지난다음에서야 알수 있었다.
-계속-
새벽의 공기는 예상보다 훨씬 차가왔다. 아니 추웠다.
어둠을 헤치고 여기저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왔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부터 숨이 차다. 두어발짝 앞서 오르던 여진에게 좀 쉬어가자고 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치면 어떻해요"
"잠을 잘 못자서 그래. 좀 만 쉬자. 헉헉"
"잠을 못자긴...드르렁드르렁 코만 잘 골았으면서"
"뭐?"
"아찌 코고는 소리에 잠 한숨도 못 잤단 말예요."
"그랬어?"
"근데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해요?"
"엉 뭐라고 했는데"
"여진아 살려줘. 제발 살려줘. 호호호호" 그러면서 여진은 저만치 뛰어갔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서 겨우 그녀를 붙잡았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어깨를 힘주어 잡는다고 손을 너무 내뻗어선지 그녀의 가슴에 닿고 말았다. 어색한 시간이 잠시 흘렀다.
"와 억수로 작네" 위기를 모면하는 길은 이것 뿐이었다.
"뭐라고요 이- 씨잉"
여진은 화난 척을 하면서 작은 손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나는 그녀를 살짝 안아줬다. 그리곤 손을 잡았다.
"여진아 아찌 힘드니까 좀 잡아줘라"
"에구. 우리 아가 그렇게 힘들어~엉"
여진은 날 애 취급을 하면서 놀려댔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보니 해맞이 장소까지 오를수 있었다. 발아래는 온통 구름바다이고 저멀리 바다의 끝쯤에서 서서히 동이 터왔다. 야호. 야호. 모처럼 여러사람들과 함께 야호를 외치니 가슴이 후련해 졌다. 여진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야호를 외치더니 재미들렸는 모양이다. 연거푸 야호를 외치다가 사레가 들었는지 캑캑 거렸다.
"거봐 애 앞에선 물도 못 마신다니까"
"누가 앤데요. 아찌가 애지"
멀리서 시뻘건 기운이 주변을 밝히더니 갑자기 빨간 태양이 솟구친다. 천지사방은 붉은 빛에 물들고...모두들 일출장관에 탄성만 지를 뿐이다. 여진은 일출의 순간 내내 내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는 듯 입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산을 내려올때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뻘게 지면서 "이 사람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부러뜨려 주세요"라고 빌었단다.
여진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더욱 나와 가까워지고 있음에 마냥 행복한 모양이었다. 낮에는 가까운 계곡을 찾았다. 개울가의 바위에 앉아 있는데 여진은 나보고 꼼짝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란다.
언제 준비했는지 노트에 나를 그리고 있었다. 미술대학 강사 답게 제법 그럴싸한 그림이 완성됐다. 혹시 대화가가 될지 모르니까 사인까지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러잖아도 이미 사인을 했단다. 그리곤 이 그림이 세상서 제일 비싼 그림이 될 것이라고 허세를 떤다.
낙엽진 계곡에서 우쭐대는 그녀의 모습은 어찌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멋지고 매혹적이었다.
저녁을 늦게 먹었는데도 마땅히 할일이 없고 해서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신혼여행 온 신혼남녀들이 거의 모든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맥주를 몇잔 마시다가 신나는 곡이 나오자 여진이 내 팔을 끌었다. 나는 춤을 못 춘다는대도 막무가내다. 어설프게 여진의 호흡을 겨우겨우 마출때쯤 되니까 블루스 곡으로 바뀐다. 색스폰소리가 휘젖는 무대에서 그녀는 자연스레 내품에 안겼다.
언제나 그녀를 안을때 느끼는 것이지만 그녀는 내품에 마치 마춤처럼 잘 맞았다. 나와의 적당한 키차이와 하늘거리는 그녀의 체형 때문에. 블루스 곡이 바뀌자 여진은 내게 더욱 밀착해 온다. 나의 자제노력과 무관하게 좆이 부플어올랐다. 그녀의 몸에 닿으면 곤란할 것같아 자꾸 몸을 뒤로 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여진은 내게 달라붙었다.
내 좆은 이미 팽팽해 졌다. 그녀도 느끼고 있는듯 했다. 여진은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던 내 팔을 잡아서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두팔로 허리를 꽉 감싸줬다. 팽창할대로 팽창한 좆이 그녀의 계곡에 맞닿는 것같다. 주책없이 벌떡거리는 좆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나의 의식 편에선 이 간을 즐기자고 자꾸 유혹을 했다.
여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책없이 좆을 껄떡거리는 내가 우서워 보이진 않을까. 그녀는 점점 아랫도리를 내게 밀착시키면서 얕은소리를 내뱉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이런 순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시간이 늦어져서 호텔방으로 돌아왔는데 별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씻고 자자고 말하고 나 먼저 씻고 나오니까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여선이였다. 여진은 자기도 씻겠다면서 전화기를 내게 넘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어때?"
"뭐가?"
"잘해주고 있다며?"
"........."
"........"
한동안 서로 아무말도 못 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진이가 자기에게 나와의 동침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순간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할말이 없었다.
"그게 말이나 돼?"
".........."
"그렇순 없어."
"그래도 여진이가 원하잖아요?"
"안돼"
"왜요?"
"무슨 말을 하는거야...절대 안돼"
"여진이도 알아요. 이게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
"그 아이를 위해서 제가 부탁하는 거예요"
"안돼. 그럴순 없어.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날 지킬 자신이 없단말야"
그랬다. 여진과의 관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만일 관계를 맺는다면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것을, 나 스스로 자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사랑을 나눔으로서 완전하게 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샌가 여진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참 공교롭다. 지금 한 여자의 언니 그것도 나와 관계를 맺었던 그 언니란 사람이 자기 처녀 동생과 관계를 맺어달라고 내게 부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선과는 절대 안된다는 내 뜻을 완강하게 전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여진은 침대 끝머리에 걸터앉아서 울고 있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나는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여진은 내품에서도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내버려 뒀다. 때론 우는 것이 약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흐느껴 울던 여진이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날 바라봤다.
"아찌 사랑해"
"나도...."
"사랑해. 흑흑흑"
"나도. 그런데 어쩔수가 없어...미안해."
"왜...왜 안된다고만 해요. 내가 사랑하잖아요?"
여진의 말이 옳았다. 당사자끼리 사랑을 하는데 무엇이 둘을 갈라놓을수 있는가. 나이 차이가 나면 어떻고 내가 이혼했던 사람이면 어떤가. 우리 둘이서 이렇게 좋아하는데...사랑하는데 말이다. 크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나이는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린 나이였다. 그것이 억울했다.
우리는 어두운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은 여진의 목소리로 인해 깨졌다.
"언니 때문인가요?"
"아냐."
"그럼요. 왜 안된다는 거예요?"
"너 때문이야"
"내가 원하잖아요?"
"안돼. 그럴순 없어"
..........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언니와는 어떤 관계죠?"
".........."
"나 보다 언닐 더 사랑해요?"
"그건 아냐"
"그럼 왜......"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진이야. 그런데 난 널 지켜줄 수가 없어. 그래서야. 내가 널 지켜줄 수만 있어도...."
세상이 온통 먹통이다. 창밖의 세상도. 객실도... 내 마음도....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왔다. 여진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했지만 영영 말 주질 않았다. 공항으로 가야 한다니까 자기는 떠나는 모습 보고있을 수 없다면서 집으로 가고싶다고 한다.
그녀의 아파트 앞에 데려다 주었다. 이제 정말 장여진 이 여자와는 마지막 이다. 두번다시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 약속을 지킬일만 남은 것이다. 모든 것이 정리된 순간...이제 헤어지면 영영 못 볼 사람인데도 이별의 순간은 너무나 덤덤했다.
"나 이제 갈께"
"예....."
"잘 지내...."
그녀는 울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여선은 멀리서 우리의 이별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곤 원망섞인 눈길로 날 바라보면서 왜 여진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냐고 무언의 압력을 주었다.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 여선은 "정말 여진을 사랑했군요"고 혼잣말을 했다. 그녀의 그말에 대한 의미는 그로부터 훨씬 시간이 지난다음에서야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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