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화 (12)
호텔서 체크아웃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자주 들리는 서울이지만 이번의 출장은 너무나 파란만장했다. 장여선과장과 홍콩서 만난 미스 첸 그리고 첫눈에 내마음을 사로잡은 장여진...

여진과의 지난 3일간 행적이 영화처럼 내 머릿속을 한장면씩 스쳐지나 가면서 그녀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이대로 내려서 전화를 할까. 그녀가 받으면 뭐라고 해야 하나...날 주책없은 아저씨 취급이나 하지 않을까.

별의별 공상을 하는동안 그 멀리 떨어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왠지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 다시 만나기 힘든 여진. 티켓팅을 마치고 휴게실를 찾아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너무나 그립던 목소리가 들렸다.

"아찌...아찌..."
"..............."

여진이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치- 이렇게 도망가면 어떻해요?"
"뭐라고?"
"내가 그렇게 잘 놀아줬으면 간다고 말이라도 해야 잖아요?"
"......"

어린아이처럼 투정섞인 말로 내 발길을 붙잡은 여진은 형용할 수 없이 사랑스런 여인으로 내게 다가 왔다.
오늘 내가 떠나는 것을 언니에게 들었는데 이대로 보내면 다신 만날수 없을 것같아 무작정 호텔로 달려갔더니 조금전 리무진 편으로 공항으로 출발, 비상금을 모두 털어서 택시를 타고 내 뒤를 따라왔다는 것이다.
여진도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찌, 나 차비줘요. 택시비로 비상금 다 ㎢棅뼁뮈?"
"그러게 누가 공항까지 마중나오라그랬나"
"어! 어쭈. 그럼 여진이 간다"
그녀는 정말 돌아갈 것처럼 포즈를 취했다. 서로 좋아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엉뚱한 말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임박해 지자 내가 더 초조해 졌다.
나는 여진의 두손을 꼭잡고 여진을 만날수 있어서 내 인생이 무척 풍족해 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볼수만 있는 것으로 나는 큰 행복을 얻는다고도 말했다. 여진은 아무말 않고 듣고만 있더니 헤어지기 직전에 한마디를 남겼다.

"아찌. 나 가슴이 터질려고 해요"

나는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했다.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좋은 사람 만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10시간이 넘는 오랜 비행시간 내내 장여진 그녀 한사람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설 수 없는 사람이었다.

LA공항엔 예상대로 유민화가 마중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녀는 그동안 회사의 중요한 사항들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고했다. 그러나 콘도의 엘리베이터에 타자 마자 그녀는 뜨겁게 안기면서 키스를 요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유민화는 이미 섹스 일전의 준비를 마치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내 고추를 붙잡고 빨고 당기고 하면서 금새 좆으로 변화시켰다.

유민화의 몸에 익숙해진 내 좆은 민화가 이끄는데로 자꾸만 자꾸만 부풀어졌다.민화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태도로 인해 오래지 않아서 허연 정액을 그녀의 질속에 퍼부을 수 있었다. 민화는 내 좆을 질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두다리로 내 허리를 꼬옥 묶은채 서울서의 행적을 꼬치꼬치 캐 물었다.

섹스는 몇번했느냐. 어떤 아가씨였냐. 만족은 했는냐가 질문의 요지다. 거짓말을 하기도 사실을 말하기도 그래서 서울서 술집아가씨와 두차례 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약간 안도하던 민화는 또다시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직업적인 애들과 그것 하니까 좋아요?"
"그럼. 가만 있어도 다 해 주잖아"
"그럼 이것도 해줘요?"

그러면서 민화는 혀를 내세워서 내 얼굴을 핥았다. 직업여성과 자기를 비교한다고 생각해선지 민화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온몸을 핥아주고 손으론 딸딸이도 쳐주고...

그런 민화의 뜻이 가상해서 나도 적극적으로 약간 변태적인 체위를 혼용해 가면서 그녀의 성을 풀어주었다. 두번째 정사를 마치고 민화가 샤워하는 동안에 전화가 왔다.

장여선 과장이었다.
그녀는 잘 도착했냐면서 공항에 마중나가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하곤 너무 보고싶다고 말했다. 여진이 공항에 나온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나도 보고 오지 못해서 무척 섭섭했다고 말하는데 민화가 욕실에서 나왔다. 나도 모르게 공항 마중을 하지 못해서 섭섭하다는 말을 큰소리로 되풀이하면서 장례는 잘 치뤘나고 물었다.전화통화를 마치니까 민화가 "서울?"하고 묻는다.

"응. 서울 장과장..."
"왜 전화했어요?"
"응. 시어른 초상때문에 공항에 마중나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러네"

민화는 거래처 담당과장이 어떻게 집전화를 알고 전화했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는듯 했다. 나 역시 서울측 담당자의 갑작스런 초상으로 주문한 물품이 제대로 올지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민화의 모든 관심은 서울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서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것인가 보다.

서울을 다녀온 후 여진 생각 때문에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결재서류도 잔뜩 미룬채 상념에 잡겨있는데 민화가 내 사무실로 들어와 결재를 재촉했다. 서류를
받아들고 나가다 말고 민화는 "서울생각 그만하고 일 좀 하세요"라며 쿵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출장 뒤처리를 핑계삼아 서울의 장과장과 자주 통화를 했는데 여진의 소식은 알길이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핸폰번호를 알아오는 건데...아님 E-Mail이라도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3주가 지난 어느날. 영업파트를 관장하는 김팀장이 큰일났다며 내방에 들어섰다. 서울서 선적을 앞두고 항공편으로 미리 보낸 샘풀이 잘못된 것이었다. 두 컨테이너 분량을 주문했는데 모두 포장을 다시해야 할 판이었다.

서울로 전화하니 아직 출근전인지 신호음만 가고 아무도 받질 않았다. 장과장의 핸폰으로 전화를 했다. 그녀는 집에서 막 출근하려 나서는 중이라고 했다. 샘풀을 보니 포장이 크게 잘못 됐다고 하자 놀라면서 회사에 나가서 확인하고 연락하기로 했다.

두시간쯤 뒤에 장과장은 공장에 확인하니 모두 잘못 된 채 어제밤에 부산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했다. 재포장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물었더니 밤샘작업을 해도 한 4일쯤 선적이 늦어질 것이란다. 해운사에 연락하니 크리스마스시즌 때문이라서 용이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선박으로 받았다가는 납품에 차질이 생길 것같아 항공편을 이용토록 지시했다. 직원들은 그렇게 되면 7만달러 손해를 본다고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 내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냥 두었다간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같아 직원 한명과 함께 내가 직접 서울로 나가기로 했다.

장과장은 자기의 과실로 내가 큰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과 그 때문에 내가 다시 서울로 출장을 나간다는 사실 때문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눈치다. 장과장에게 그리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면서 서울도착 시간을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