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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14 353회 0건
가을 야화 (5)
드디어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새 집으로 옮겼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어둡고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완전히 잊고 새 삶을 산다는 희망을 주었다.

캘리포니아의 가을은 한국의 늦여름 정도쯤으로 상상하면 적합할 것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밤엔 약간 쌀쌀한 그런 기온. 바닷가에 위치한 콘도여선지 바깥기온보다는 좀더 춥긴 했지만 매일 아침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을 맛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회사의 사업확장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추진되면서 사무실도 넓고 쾌적한 곳으로 옮겼다. 직원들도 10여명 새로 뽑아서 모두 40여명...이제 제법 규모를 갖추게 됐다.
사업을 늘리다보니 자연 출장횟수가 늘어났다. 새로운 거래처 사람들을 일일이 많나서 결정해야 하는 사항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출장도 2달에 한번씩 잡힐 정도로 잦았다. 서울에 갔다가 중국의 공장을 들러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출장도 서울과 중국 그리고 홍콩의 무역박람회에 참석하느라 2주일정을 잡았다.

떠나기 전날 유민화는 입이 나온채 온종일 말이 없었다. 너무 잦은 출장으로 자기와의 시간이 너무 없다는 투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혼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현재의 상황이 좋았다.

민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운 몸으로 내게 다가왔는데 이날도 그랬다. 침대에 뗌美뗌?불덩이 처럼 뜨거운 몸으로 나를 못살게 만들었다. 한번의 정사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그리고 그런 민화의 모습이 애처러워선지...세차례 섹스를 하다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웠다.

잠을 대충 자는둥하다가 출근해서 출장업무를 챙긴다음 바로 서울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서울의 거래처에서 마중나와 있었다. 오랫동안 우리 회사를 담당하던 조부장 대신해서 장과장이라는 매력적인 여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로 들어서는 차안에서 장과장은 2개월전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됐으며 조부장을 대신해서 현재 미주지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장여선 과장은 미모가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약간 서구적인 모습으로 자기 스스로 커리어 우먼이란 사실을 무척 만끽하고 있는듯 했다. 먼저 호텔로 가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일이 워낙 많이 밀려 있어서 회사로 먼저 갔다.

거래처의 담당 전무님을 만나서 구매계약서 내용을 확인해 주고 계약을 체결하느라 분주히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하루해가 기울어간다. 장과장은 자기가 접대를 하겠다고 했으나 아무래도 여자(기혼여성임)와 저녁식사는 부담이 많다면서 마침 조부장이 저녁같이 하자고 했으니 그냥 호텔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조부장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어느덧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장과장이었다. 조부장이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좀 늦어질 것같아서 우리 먼저 저녁식사를 해야 겠다면서 로비로 내려오란다.

"아니 퇴근하지 않았습니까"
"멀리서 귀한 분이 오셨는데 어떻게 담당자가 퇴근하나요"?
"그래도...집에 가족들이 기다릴텐데..."
"저는 I찮아요. 일하는 아줌마에게 미리 말해놨습니다. 어디로 가죠?"

참 당당한 여성이었다.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30대 초반의 직장여성 답게 옷차림도 아주 새련됐고 매너도 좋았다.

"무엇을 드실래요?. 조부장님이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요?"
"저는... 좀 얼큰한 것이 좋은데..육계장 같은... 여성분이라서 어떨지..."
"호호호...절 여자로 봐주셔서 기분 좋네요."
"그냥 호텔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로 가지요"
"어머. 왜요. 얼큰한 것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도...숙녀분이 갈만한 곳이 아니라서요"

결국 절충해서 일식집으로 정했다. 장과장은 초밥을 먹고 나는 회와 매운탕을 먹으면 되니까. 그녀는 호텔서 한 10분정도 떨어진 제법 고급스런 일식집으로 안내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서로 호구조사를 하듯이 상대방을 탐색했다. 그녀의 남편은 모은행의 차장으로 있고 아이는 둘. 하지만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것을 분명히 내세웠고 그런 그녀의 입장을 남편이 잘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장과장은 술도 제법 잘 마셨다. 정종 큰 잔을 벌써 다섯잔째 인데도 별로 흐트러짐이 없다. 그녀는 내가 최근에 이혼했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왜 그랬느냐 부터 먼저 부인과는 어떻게 결혼하게 됐느냐 등등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물었다.

밤 10시가 가까이 되서야 조부장이 합류했다. 조부장은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 자리를 옮기기도 그렇고 해서 그 자리에서 좀 더 있다가 일어나기로 했다. 조부장은 정종 한잔을 마시자마자 바로 곤두레만드레 될 지경으로 취해버렸다. 택시를 불러서 조부장을 보내고 나니 장과장은 조용한데서 한잔 더하자고 했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면서 정중히 사절하고 대신 다음에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녀는 의외라는 표정과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운동실에서 운동하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장과장이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머. 일찍 일어나셨네요?. 전화를 받지 않아서 올라왔어요"
"어떻하죠. 저 샤워하려면 좀 기다리셔야 하는데..."
"저 여기서 기다릴께요"

장과장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불쑥 방으로 따라들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아침에 읽었던 신문을 주고는 곧바로 샤워를 하러 갔다.한창 샤워를 하는데 그녀가 문을 두드린다.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요"
"....."
"어떤 와이샤츠를 입을 것이냐니까요?"
"아 예...흰색 와이샤츠와 감색양복이요"
"알았어요."

그녀는 내가 샤워를 하는동안에 와이샤츠를 대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대충 보더니 "심심해서요"라며 계속 옷손질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오는데 영 기분이 이상했다. 차안에서 아직 시간이 이른데 커피한잔 하자고 했더니 자기가 잘아는데 있다면서 그러잖아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아침식사 잘 안하는 편이지요?"
"예. 어떻게 아셨어요?"
"미국생활 오래했을테니...."

"아까 고마웠어요. 대신 내가 한턱 단단히 내야 할것 같군요"
"뭐 그런것가지고..."
"저는 와이셔츠 항상 세탁소에 맡겼거든요. 사람이 해준것 참 오랜만인것 같아서 그래요"
"알았어요. 오늘 저녁 기대할께요"

그녀와는 이상한 비밀이 생겼다는 기분이었다. 온종일 기분이 좋아선지 퇴근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다 되서 조부장이 어제 미안했다면서 오늘 저녁 자기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장과장에게 아무래도 약속 다음에 해야될 것같다고 했더니 눈을 슬쩍 흘기면서 그럼 내일은 꼭 아무약속 마세요라고 다짐을 받는다.

조부장은 어제일이 너무 미안하다면서 저녁자리부터 안절부절이다. 괜찮다는데도 오늘 끝장을 보자며 결국 룸싸롱까지 데리고 갔고 거기서 내 파트너 였던 아가씨에게 밤을 책임지라면서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나는 직업여성과의 관계를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어서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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