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화 (13)
장여선 과장은 인천공항에서 내게 안기려다가 일행이 있음을 눈치채고 행동을 자제했다. 그 모양이 우스워서 "장과장 왜 소화가 잘 안돼요?"라고 했더니 얼굴이 시펄게 지면서 대꾸를 하지 못했다.

우리 직원을 서로 소개시키고 나는 재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대구공장으로 바로 가겠다고 했더니 장과장은 자기도 동행하겠다고 따라 나섰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서 곧바로 대구로 내려가는 차안에서 장과장은 남편에게 양해를 얻는 전화를 했다. 사안이 심각해서인지 남편도 쉽게 수긍하는 눈치다. 장과장은 본사 직원에게 서울에 예약했던 호텔을 취소하고 대신 대구공장 근처에 예약을 부탁했다.

중간에 별로 쉬지않고 서둘러 내려온 때문에 오후 3시쯤 대구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황을 보니 재포장 작업이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기존 포장을 모두 센爭뺨?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장과장에게 우리쪽에서 추가 임금을 지불할테니 임시직으로 일할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채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지 공장장은 요즘 일손이 달려서 사람구하기가 힘들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성의를 표시했다.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방 3개를 얻었는데 2개는 바로 붙어있었고 하나는 다른 층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방의 분배가 됐다. 붙어있는 방을 나와 내 직원이 쓰기로 한 것이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그녀의 방으로 올라가니 그녀는 한창 샤워중이었다. 나는 옷을 벗고 샤워룸으로 들어갔다. 첨엔 멈짓하던 그녀가 안겨왔다. 나는 그녀의 몸이 좋았다. 다짜고짜 키스를 나누며 삽입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삽입을 막았다. 임신 위험이 있다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콘돔을 끼고 하자는 것이다. 나는 싫었다.

"왜 내 아이는 싫어?"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사랑해요" 하면서 안긴다. 맘대로 하라는 뜻이다. 어쩌면 임신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좆이 평소보다 몇배나 굵어지는 느낌이다. 그녀도 나를 꼭 켜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샤워 물줄기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해 졌다.

샤워꼭지 반대편으로 그녀를 세운채 소위 벽치기를 시도했다. 그녀의 한다리를 들어서 삽입을 하니 생각보다 쉽게 이뤄졌다. 그런데 부자연스러운 자세 때문에 힘은 힘대로 들고 섹스의 재미는 훨씬 떨어졌다. 그녀의 두팔을 내목에 감싸쥐게 하고 두다리를 내 허리에 휘감도록 했다.

이번엔 한결 수월하게 피스톤운동을 할 수 있었다.

"허헉- 헉- 푸걱 푸걱...퍽 퍽 퍽"

두사람의 몸이 물기에 젖어선지 부딛히는 소리가 너무 컸다. 그녀는 두팔고 두발로 내 몸뚱아리를 꼭 감아쥔채 꼼짝도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둘은 절정의 문턱에 막 올라섰다.

"좀 더. 더 하-아- 더"

그녀는 더 강력한 힘을 원했고 나는 그 주문에 충실히 이행하느라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드디어 나의 하얀 분신들이 쏴- 하면서 그녀의 자궁을 향해 질주해 들어갔다. 저놈들중 하나가 침투에 성공한다면...

마무리 샤워를 하고나선 우리 둘은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그녀의 핸폰이 울렸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호텔이름과 방번호 전화번호등을 대충 알려주고 한 몇일 더 있어야 할 것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녀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몇일씩 회사 비워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일 하는 것이잖아요라고 반문한다.

"엉, 일한다고...좋은 회사네. 섹스하는데 출장지원을 해주니"
"아이 참, 놀리지 말아요"
"놀리다니 누가 놀려?"
"금방 자기가 그랬잖아 몰라-"

토라지는 모습이 영판 여진이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온 사실이나 알고 있을까. 한동안 이런저런 공상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장과장이 말을 걸어왔다.

"왜요. 여진이 생각해요?"
"어. 뭐. 뭐라고?"
"여진이 생각하냐니까요?"
".............."

어떻게 알았을까. 여진이 입으로 말하진 않았을텐데... 장과장이 어떻게 이순간 내가 여진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왜 여진이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자기 얼굴에 그렇게 씌여 있어요"
"농담말고...왜 그런 생각을 하냐니까?"
"글쎄요...언젠가 부터 자기를 생각하면 여진이가 동시에 나타났어요"
"................"
"자기 얼굴에 여진이 얼굴이 겹쳐서 보이죠. 지금도 그렇고"
"점쟁이 할 걸 직업선택이 잘못됐네"
"우리 여진이 어떻게 하실 거죠?"
"..............."
"여진이는 요즘 말이 아네요. 심하게 가을을 탄다고나 할까..."
"...................."
"어떤날은 방에서 꼼짝도 안한데요. 엄마가 너무 걱정하고 있어요"
"....................."
"그앤 매일 하늘만 보고 있어요."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여선의 말에 따르면 내가 떠난날 여진은 하루종일 자기 방에서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밥도 잘 안먹고 학교강의도 가끔 빼먹어서 담당교수에게 혼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도 막내딸이 걱정이 돼서 며칠전에야 큰언니인 자신에게 여진이 걱정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여선은 첨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가만히 날짜를 따져보니 내가 떠난날 이후부터 여진이 이상행동을 보였다는데 나와 여진 사이이 무슨일이 있음을 짐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어제밤 여진을 따로 불러내서 다구쳤더니 그저 내게 향한 그리움을 한아름 안고 씨름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