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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14 1,705회 0건
가을 야화 (9)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수요일 오후 2시쯤이다.
장여선 과장은 괜찮다는 데도 굳이 공항까지 마중나왔다. 처음 만난지 10여일 그리고 헤어졌다가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는데 마치 오랜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감회가 새로웠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여선은 무작정 달려들었다. 곧 회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도깨비 불에 콩볶아 먹듯이 후닥닥 행위를 마치고 그녀는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퇴근한 후에 보자면서 돌아갔다.

LA의 유민화에게 전화해서 서울서 몇일 일을 보다가 일요일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그새 애인 생겼냐 면서 투정이 심했다. 서울에서나 중국에서나 홍콩에서나 민화 같은 여자 못 찾았다는 말로 겨우 달랠수 있었다.

여선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약속장소로 갔더니 여선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백수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지..."
여선은 농담을 던지면서 눈을 슬쩍 흘렸다.

남산의 H호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여선의 전화가 계속울렸다. 첨엔 받지 않았는데 여러차례 벨이 울리니 주위의 눈치도 있고 해서 전화를 받았던 여선은 갑자기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안절부절이다.

조금전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무척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시어머니가 위독하다는데 맏며느리인 그녀로선 회사일을 핑계로 하기 곤란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에게 우린 내일 만나면 되니까 어서 가보라고 했다.

갑자기 혼자가 된 나는 호텔로 돌아가기도 뭣해서 지난번 조부장과 함께 들렸었던 룸싸롱으로 갔다. 그때 내 파트너 였던 아가씨를 찾았더니 초희란 아가씨가 반색을 하고 반겼다.

"사장님 그땐 정말 미안했어요"
"뭐가?"
"잠만 자고...."
서로 술에 취해 잠자다가 새벽에 장과장에게 걸렸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럼 오늘 같이 자면 되잖아"
"정말요? 오늘은 도망가면 안돼요"
"도망이라니...나는 옷벗고 기다렸는데... 옷도 안벗고 잠든게 누군데?"

초희와 그렇게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다가 12시가 넘어서 호텔로 돌아오니 프론트에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장여진. 늦더라도 연락바람. 018-XXX-XXXX

장여진? 장여선과장의 이름을 잘못 적은것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장과장보다 훨씬 애띈 목소리가 나왔다.

"여보세요? 장여선씨 전화 아닌가요?"
"녜? 장여선씨요? 아-예 언니요?"
"저는 장여선 과장을 찾는데요?"
"아- 예. 안녕하세요, 저는 여선이 언니 동생이예요? 지금 어디 계세요?"
"저는 호텔에 있습니다. 여선씨 동생되시나요?"

장여진 그녀는 장과장의 막내동생이었다. 시어머니의 위급함때문에 저녁을 먹는둥하다가 헤어진 장과장이 내가 무료할까봐 자기 동생에게 나를 맡겼던 것이다.
장과장의 동생은 나와 연락이 되질 않아서 여지껏 호텔로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로비로 내려가니 크림색 니트 웃도리에 청바지 차림의 아가씨가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맑고 깨끗한 인상처럼 그녀의 옷차림새는 정갈했다.

"장여진씬가요?"
"예. 사장님이세요?"
"예...늦었는데 그냥 가시지 왜 이렇게 늦도록 기다리셨어요?"
"언니가 신신당부를 했어요. 몇시간만 같이 있어주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녀는 당당한 느낌을 주는 언니와 달리 청순하면서도 맑은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학생처럼 앳된 모습이어서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모대학 시간강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녁 드셨어요?"
"예 아까 언니랑 같이..."
"언니는 안 먹었다고 하던데..."
"그래도 반쯤 먹었어요...근데 여진씨는 아직 식전인가요?"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럼 그때부터 식사도 안하고 여기서 주욱 기다렸단 말예요?"
"예-"
"참--많이 시장하겠네요?"
"예-"
그러면서 여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새하얀 피부에 갸름한 얼굴형, 짙은 눈썹과 커다랗고 투명한 눈동자...새하얗고 고른 이빨, 웃을 때 왼쪽 뺨에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 여진은 갸날퍼 보이면서도 씩씩했고 귀여우면서도 청순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그녀에게 늦지 않았으면 저녁식사를 대접해 줄것인데 너무 늦어서 집에서 많이 걱정할 것같다면서 다음 기회에 꼭 맛있는것 사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녀가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하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함께 일어났다.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가 섭섭해서 였다. 오늘 헤어지면 앞으론 볼수 없기 때문에 더욱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빌미로 함께 나선것이다. 압구정동의 그녀가 사는 아파트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말이 없었다. 나로선 보통 조심스러운게 아니었다.

비록 회사일이긴 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유부녀인 자기 언니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기 때문에 나는 말조심을 했다. 그녀(여진)이 언니와 나의 관계에 대해 비난할 것이란 내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이다.

그녀의 아파트에 앞에서 나는 같이 내렸다. 그냥 조금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진에게 다음엔 꼭 원수를 갚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압구정의 로데오 거리를 구경삼아서 걷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이번엔 여선의 메시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연락해요?"
"응 좀 걸었서...취기 때문에...왜 그랬어?"
"뭐요?"
"동생말야...쓸데없이...너무 미안하잖아"
"꿩대신 닭이라고...나 없는 동안 놀아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누가 꿩이야? 바뀐것 아냐? 동생이 훨씬 낫던데.."
"이그. 그래서 감시자로 동생을 붙여놀려 했는데"
"감시?"
"예 감시...혼자 놔두면 바람필까봐..."
"하하하 그래도 서방 귀한줄은 아는 모양이네"
"피-이- 서방이라고요?"
"참, 시어머니는 어때?"
"많이 다치셨어요. 집앞 큰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셨데요"
"그럼 여기 못 오겠네?"
"지금은 식구들이 많아서 못 가고....새벽에 잠깐 들릴께요"

새벽 4시쯤 여선은 지친몸을 끌고 호텔로 찾아왔다. 뜬눈으로 밤을 샌 모양이었다. 여선은 대충 옷을 벗어던지고 내품으로 안기더니 이내 새록새록 잠에 빠졌다. 내 품에 안기어 잠이 든 남의 여자...지금 이순간 그녀에겐 내품이 가장 아늑한 곳일 것이란 생각에 미치자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시간쯤 잠을 자던 여선은 내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더 자라고 했더니 시간이 없다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여선이 성급하게 삽입을 서둘러선지 통증을 호소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면서 그녀의 목과 귓불을 애무해 주었다. 금새 질에서 윤활유가 K아났다. 그리곤 그녀는 힘차게 나를 껴안으며 오르가즘을 즐겼다.

여선은 집안일을 핑계로 조퇴할 것이니 그동안 딴여자들에게 한눈 팔지말고 자기가 다시 올때까지 방에서 꼼짝말고 있으라며 서둘러 방을 나섰다. 그녀를 보내고 늦잠을 잔 나는 신문을 뒤척이다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중인 한 오페라의 공연성황 기사를 읽고 표를 예매했다. 여선이 오페라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던것 같아서다.

11시쯤 여선에게 전화가 왔다. 시어머님의 상태가 더 나빠져서 병원으로 간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나는 오페라표를 샀다는 말을 전해주고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간호나 잘하고 오라고 했다.

방에 있으면 너무 무료해서 운동실에서 운동을 하곤 늦은 점심을 먹고 왔더니 전화벨소리가 연신 울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 이제 돌아오셨어요? 저 여진이예요"
"어 여진씨 어쩐일이죠?"
"사돈어른이 돌아가셔서 언니가 꼼짝을 할 수 없대요"
"........."
"그래서 저 지금 언니 대신 여기 와 있어요"

로비에 내려가니 어제밤 그자리에 여진이 앉아 있었다. 오늘은 정장차림이었는데 어린 소녀가 어른 흉내를 내는 것처럼 아주 깜찍해 보였다.

"또 배가 고프도록 저를 기다린 거죠?"
"네"
그러면서 그녀는 활짝 웃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가까웠다.

가까운 한정식집으로 여진을 데려갔다. 무척 시장할 것이란 생각에서 였다. 음식이 나오자 여진은 먹어보란 소리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다. 이럴땐 말광량이 삐삐 같은 모습이다.

"아니 먹어보란 말도 안해요?"
"어머 참...아저씨도 식사 안했죠?"
"뭐? 아저씨?"
"그럼 뭐라고 불러요?"
여진은 당연하다는 듯 가뜩이나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빤히 쳐다봤다.

"아저씨가 뭐야 오빠지..."
"히히히 아저씨가 오빠면 난 애기다 애기 히히히"
"이런. 어른을 놀리면..."
"거봐요 아저씨잖아요. 깔깔깔"

여진에게 나는 졸지에 아저씨가 됐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이제 24살. 나와는 열몇살이나 차이가 났으니...

"여진씨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는 너무하니 다르게 불러줘요"
"아저씨면 아저씨지 뭐."
"아이 이쁜 아가씨 좀 봐줘요. 네?"
"히히히 좋았어. 그럼 아찌라고 하죠 뭐"
"......."
"왜 싫어요? 싫음 말구"
"아냐 아냐 그래 아저씨 보다는 아찌다 훨씬 낫다."

여진의 상큼한 말속에 나는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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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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