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화 (18)
그후 유니스는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서울을 다녀온지 한달째 될때쯤 장여선과장이 미국출장을 나온다는 연락을 해왔다. 지난번 사고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가 윗사람에게 먹혀서 10일여정의 장기출장을 허락받은 것이다.

장여선 과장은 LA지역 다른 거래처 사람들의 눈도 있고 해서 LA다운타운에 위치한 버나벤쳐 호텔에 여장을 풀고 회사일로 빡빡한 일정을 만들었다. 밤 10시쯤 그녀의 호텔객실로 찾아가니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고 서울과 통화중이었다.

여선의 몸은 역시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기 여행과 타국땅서의 바쁜 업무에 피로를 느낄만 하건만 내게 안겨오는 폼이 생생했다. 여선은 상위체위를 몹시 즐겼다. 첫번째 섹스는 거의 일방적으로 나를 또陟貂?자기가 만족하는 선에서 마쳤다. 나는 약이올라서 이번엔 두다리를 내 어깨에 걸쳐놓고 마구 박아줬다. 여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섹스의 통증마저 기쁨으로 승화시켰다.

둘은 여진에 대해서 한마디도 않고 오로지 둘만의 섹스에만 열중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여선도 여진에 대한 말을 서로 피한채 섹스중독 환자처럼 섹스에만 탐닉했다.

이상하게도 여선과의 섹스는 부담이 없다. 서로의 몸이 마춤처럼 정확하게 맞았다. 서로 어떤 체위를 하든 상대가 무엇을 하든 서로가 다 받아주는데 아무런 거침이 없었다. 섹스에 관한한 찰떡 궁합인 셈이다.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디를 애무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수 있었다. 그녀 역시 내가 굳이 무엇을 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정확한 그곳을 만족시켜줬다.

여선이 LA를 방문한지 4일째 되던날 나는 유민화와의 저녁자리를 만들었다. 두 여인의 눈에선 불꽃이 튀어나옴을 느낄수 있었지만 어짜피 한번은 지나가야할 길이었다.
유민화는 여선과의 기 싸움에서 진 듯했다. 그게 무척 자존심 상한 모양이었다. 여선이 화장실에 간 사이 유민화는 내게 왜 내가 서울에 집착했는지를 이해 할 수 있겠다고 혼잣말 처럼 했다. 그리곤 식사가 마칠 무렵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떳다.

여선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여선은 한편으론 한남자를 차지했다는 승리의 쾌감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척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 여자 괜찮아 보이던데...괜찮겠어요?"
"뭘...뭐가?"
"미스 유가 회사살림 다 하고 있다면서요?"
"............"
"그렇다고 제가 매일 옆에 있을 순 없잖아요...."

여선은 이혼을 하면서 까지 내옆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표현했다.

"괜찮아...지금 이대로가 좋아"
"너무 내 욕심만 차리는것 같아 미안해요?"
"무슨...앞으로 그런말 하지마. 지금이 좋아"
"정말이예요?"
"그렇다니까...."
"그럼 여진인....."
"............"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질 못했다.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여선의 손을 꼭 잡고 나는 여진일 잊기로 했어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여선은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뭐라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울고난 여선은 냉정을 되찾고 내게 허락받을 일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허락을 해 주지 않으면 않된다고 여러사람이 불행해 진다고 말했다.

"뭔데 그렇게 심각해?"
"..............."
"말해 보라니까?"
"정말 허락해 줄꺼죠?"
"뭔지 알아야...여진이 일이야?"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여진이 일로 내게 부탁을 한다니...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분명히 여진을 잊는다고 말했는데 그녀는 수긍하지 않는 것인가.
여선은 결심을 한듯이 내게 자기 말이 끝날때까지 아무말 하지말고 다 들어달라고 여러차례 당부를 하고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난 자기가 여진이 사랑하고 있는것 다 알아요. 그리고 아무리 부인을 한다해도 당신은 여진을 잊지 못해요.

시간이 지난다 해도 당신은 여진을 잊지 못할 거예요. 아니 여진 때문에 속 깊이 병이 생길 것이란 걸 전 알아요.

여진이도 마찬가지예요. 여진은 지금도 자기만 바라보고 있어요. 엄마에게 이미 자기 이야기를 다 했나봐요. 여현(동생)에게도 말했고요. 우리 식구들이 그 문제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을 인정해 주기로 했어요. 단 당신이 여진을 책임지기로 우리 가족앞에서 약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두사람이 만난 것은 숙명같아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놔주기로 했어요. 그대신 저는 당신아기를 키울거예요. 제발 허락해 주세요"

여선은 이 말을 하려고 미국출장을 계획했다고 했다. 망치로 세게 머리를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멍하다. 아무말을 할 수 가 없었다.

여선은 언니로서가 아니고 여자로서 나를 놔준다고 했다. 그리곤 이미 내 씨앗이 자기 몸에서 3개월째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게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 했다. 너무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