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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23 1,376회 0건
정조대 2
2장 운명의 장난

마리안느는 초조한 마음으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어제 남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때문에 마음을 제대로 잡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전쟁이 사라진지 무척 오래된 일이나, 아직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아랍과의 몇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들어온 이야기이기대문에 별반 새삼스러울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바로 자신의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참가해야하기 때문이다. 귀족이 국왕의 명령을 거부할순 없었기에 그 동안 힘 없는 귀족들이 전쟁에 참가했지만 이번 전쟁엔 불행히도 자신의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전쟁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이 아팠다. 이제 가면 남편은 못 본다... 그 동안 첫 번째 십자군 전쟁을 제외하곤 살아서 돌아온 기사들의 수는 극히 적다는걸 마리안느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아내에게 정조대라는걸 채우고 떠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어제 자신의 남편이 자신에게도 정조대를 차라는 말을 할때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제 곧 죽으러 가는 남편에게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방 건너편엔 남편과 대장장이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남편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난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치마를 벗게 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남편 이외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남편에게 후실들이 있다는것도 알았지만 모른척 눈 감고 넘어갔다. 사실 남편을 사랑하는건 아니지만 성주라는 위치와 자신의 안락한 생활에 부족한 것이 없었기에 생활에 만족을 느끼고 살았고 그런 이유로 전처와 사별한 지금 남편에게 시집을 온 것이기도 하였다. 부모의 압력이 가장 컸단 것을 빼면 말이다. 얼굴을 붉히며 치마를 벗었는데.. 무릎 걸음으로 오는 대장장이가 안 그래도 작은 키로 보이는데 더 작은 키로 다가와 내심 못마땅했지만 남편이 보는 앞이라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 속은 이 대장장이의 얼굴과 이름을 반드시 기억하여 곧 자신이 차게 될 정조대의 열쇠를 구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국왕의 사자가 왔다는 전갈에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바로 자신에게 열쇠를 구해달라고 하였다. 그 순간 대장장이 치곤 가늘고 섬세한 손을 보았는데, 그 손의 위치가 자신의 비부 근처에 있는 것을 보고, 내심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거기에 대장장이의 따뜻한 입김이 자신의 비부에 닿자 현기증이 드는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소중한 곳이 젖어와 무척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론 처음 남편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준다는것에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떠난 후 그녀는 서둘러 하녀에게 영지의 숲 속에 있는 오두막집을 치우게 하였고, 자신의 보석들을 은화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후에 아무도 몰래 대장간에 찾아가 숲속의 오두막 위치를 알려주고 돈은 열쇠를 건네줄 때 준다고 하였다.

3일째 되던 날 갑자기 남편이 들어오더니 내일 전쟁터로 떠난다며
"마리안느, 미안하오, 그러나 난 당신을 사랑하오"
"저도요 설리반"
설리반은 마리안느의 치마를 벗기더니 마리안느의 그 곳에 잠시 키스를 하고는
"철커덕!"
마리안느는 갑자기 이럴줄은 몰랐다 자신의 아래를 보니 어느새 정조대는 채워져 있었고,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직 이틀이나 시간이 더 남았는줄 알았는데 지금 정조대가 채워진것도 그렇고 떠나기 전날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사랑해주리라 여겼는데, 그저 키스만 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정조대가 채워진게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멍하니 남편을 쳐다보는데, 남편은 일어서더니 아무말 없이 바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순간 그 대장장이가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침대에 주저 앉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니 눈에선 대책없이 눈물만 흐르고 지금 남편이 어디 있는가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과 성의 군사 대부분이 출정식을 가진 후 떠나는걸 묵묵히 바라만 보던 마리안느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천천히 성 안의 홀로 돌아오는데 어제 채워진 정조대가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은지 걸음이 부자연스러웠지만 다행히 치마에 가려져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다는것에 스스로 위안을 가지며 걸어오다가 발길을 멈췄다. 마리안느의 시선은 자신의 남편의 후실들에게 가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성주와 후실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것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였기에 후실들도 당연히 마리안느가 그 사실을 알리라는 생각은 가지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리안느의 입에서 미소가 살짝 일었다
"후훗, 저 애들도 정조대를 찼구나...나처럼 걸음이 부자연스러운걸 보면....그래, 어제 그래서 남편이 바로 나갔구나....나 혼자만 찬건 아니군"
이런 생각에 오전 내내 침울해 있던 자신의 기분이 약간은 밝아지는걸 느꼈다. 그러나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그 대장장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가장 궁금하고 만일 그 사람이 죽었다면, 앞으로 자신의 남은 인생은 매우 암울할것이란 생각을 가졌다.

사흘이 더 흐른후에 오늘이 남편이 국왕의 다른 부대와 합류해 배를 타고 지중해로 떠나는 날짜임을 확인하고 마리안느는 하녀를 시켜 마차를 타고
영지의 숩으로 갔다. 숲 입구에서 하녀와 마부에게 기다리게 하고 숲 안으로 들어선 마리안느는 자신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걸 느꼈다. 그 대장장이가 죽었느지 살았는지, 살았으면 이리로 피신했는지, 열쇠는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비부를 본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할건지, 여러 생각이 겹치면서 조금씩 오두막에 다가가고 있었다.

입구에 서서 한번의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 여는 소리가 크게 들리며 안으로 들어섰지만 오두막 안엔 아무런 인기척 없이 다만 어둠만 있었다. 점점 어둠에 눈이 익었지만 최근 몇일 사이에 사람이 왔다 간 흔적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마리안느는 눈 앞이 캄캄해 옴을 느꼈다.

이제 자신의 남은 생 동안 이 정조대를 차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이 때 갑자기 자신의 얼굴 앞에 무언가 지나갔고, 자신의 입술에 물컹한 감촉이 느껴졌다. 정신이 없었던 차에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어리둥절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귀에
"혼자서 왔소?"
그녀는 얼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찾는 사람이란걸 느끼고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자신의 입술은 그 사람이 막고 있었기에 그녀는 어둠속에서 희망을 찾은 마음으로......

2장 끝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야설다워집니다
제 멜 주소입니다 [email protected]
비평은 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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