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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한 열전 - 3부2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31 725회 0건
마강한 열전 제3화 제21부 사랑은 끝나고.......

21부 사랑은 끝나고.......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형! 형이 우리 엄마 따 먹었지?......"

어떻게 눈치 채었는지 녀석이 툭 던지는 한 마디에 숨이 컥 막혔다.

"................."

"요즈음 엄마가 형을 대하는 태도가 뭔가 이상하던데....?"

다행히 녀석은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눈치이다.
이럴때는 무조건 오리발을 내미는게 최선의 방책이다.

"마! 쬐끄만 놈이 못하는 말이 없네...
그리고 애들은 어른들의 일에 관심가지는게 아냐, 임마.
그럴시간 있으면 책이라도 한번 더 들여다봐, 쌔꺄!"

우격다짐으로 녀석의 질문을 피했다.
하지만 녀석이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챈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나의 계획을 수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완전한 시기를 저울질 할게 아니라 서둘러 결혼식을 올려야겠다.
워낙에 영악한 놈이라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간 다된 밥에 코 빠뜨릴라.......

그런데 며칠후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동현이의 연합고사를 한 달쯤 앞둔 어느날이었다.

이상하게 저녁 식탁에 동현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별반 신경을 쓰지 않은채 식사를 마친후 밤에 이미숙을 껴안을 생각으로 목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 방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워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이즈음 나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게된 그녀는 제법 중요한 가정사도 나와 의논하려고 했다.
그래서 동현이의 시험이 끝나면 그녀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프로포즈는 어디에서 할까.....

풍요와 기회의 나라인 미국이 좋을까,
아니면 클래식의 오스트리아,
혹은 우아함의 영국이 나을까,
아니야. 분위기를 잡을려면 아무래도 풍광이 뛰어난 스위스의 융프라우에서 설경을 배경으로 깔고 하는게 나을꺼야.....

어쨋던 마지막 순간까지 목욕탕의 물처럼 넘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직도 이미숙은 이 집의 소유자이며, 권력자이며 무엇보다 내 인생의 미래를 보장하는 돈 많은 과부인 것이다.
비록 내가 육체적으로 완전히 함락시켰다고 할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목욕탕의 물이 식은 듯했다.
나는 목욕탕의 뜨거운 물을 더 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누군가가 목욕탕의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선생님, 선생님. 여기 있어요?
큰일 났어요. 빨리 나와봐요."

나는 집사의 버릇없는 말투에 인상을 찡그렸다.

"여기 계셔요. 빨리 나와 보세요."
라고 하면 듣기도 좋고 말대로 빨리 할 수도 있을 텐데....

집사의 처우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입맛을 다시고 몸을 닦은 뒤 문을 열었다.
집사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가 내 팔을 낚아챘다.
나는 그 행동을 꾸짖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비릿한 피내음이 코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계단을 따라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도?
나는 집사의 손을 뿌리치며 도망갈 자세를 충분히 갖춘 채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아휴, 정말 큰일 났어요.....
빨리 3층으로 올라가봐요....."

"무슨 일이냐구요?"

약간 신경질을 내며 나는 난간을 붙잡고 버팅기며 물었다.

집사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이 온통 물 투성이였다.
땀인지 눈물인지, 그냥 물인지 관심 없었지만.....

"도련님이, 도련님이......"

"동현이가 어쨌는데요?"

나는 집사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다시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동현이 도련님이 밖에서 흉기에 찔려서 ......."

그제서야 나는 난간에서 손을 떼었다.
이 녀석이 내 생각보다 조금 빨리 가줄 모양이구나!
저 험하고 외로운 사나이들의 세계로, 혹은 영원의 세계로.......

3층 과부의 방문앞에 다달아서는 나는 의외로 선뜩 문을 열고 들어 설수가 없었다.

지난날 이미숙을 처음 따먹기 위해서 이방문을 열때는 얼마나 흥분에 겨워 몸을 떨어 대었던가!!
그날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며 문을 열기가 두려워 졌다.
그런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집사가 손잡이를 돌리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쭈뼛쭈뼛하며 뒤따라 들어서는 나의 눈에 피비린내와 함께 쇼파에 널부러진 육체가 보였다.
아니 그것은 육체라고 하기엔 기괴한 형상이었다.
세상에 자루 달린 육체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동현이는 등에 조그마한 등산용 도끼를 달고 엎드려 있었다.

등에서 흘러 나오는 피는 동현이의 등판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도 모자라서 카펫트가 깔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희미한 정신속에 동현이가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에 나오는 싯귀를 외우듯이 하염없이 어머니만 불러 대며 신음을 하고 있었다.

"얘야! 얘야! 얘야!......"

이미숙도 동현이를 껴안은 채 같은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이미숙의 손은 더 이상 아름다운 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야차의 손이라고 해야 옳았다.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집사가 동현이를 빨리 등에 업으라고 채근하였지만 나는 손끝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밀치고 실팍한 등을 갖다 대는 사람이 있었다.
성이 "김"이라는 것밖에 알지 못하는 운전기사였다.
덩치에 걸맞게 듬직하고 식사 시간외에는 평소에 입을 떼는 것을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밀어요! 어서!!"

집사가 다시 나를 채근하였지만 나는 손끝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머리칼이 잘린 삼손의 심경이 지금의 내 심경이나 비슷하였으리라.....

김기사가 동현이를 들쳐메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내가 한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숙이 허리를 잡고 내려가는데 "툭. 탁." 거리며 동현이의 다리가 계단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만 환청처럼 귀에 들려왔다.


동현이는 출혈과다로 사경을 헤매다가 이틀후에 의식이 돌아왔다.
평소에 영양상태가 좋아서인지 의식이 돌아오고 난 다음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회복되어갔다.
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동현이가 나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고등학생끼리의 패싸움에 참전했다고 한다.
중학생은 오로지 자신뿐이었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하면서......

고등학생들보다 자기가 워낙 용맹스럽게 전투를 벌이다 보니 어느놈이 등산용 도끼를 꺼내 달겨 들었다.
충분히 피할수도 있었지만 웬지 몸으로 부닺쳐 보고 싶었다고 했다.
알게 모르게 괴롭히는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억눌린 스트레스도 원인 제공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소리를 듣는 나는 천둥 번개가 칠때처럼 온 몸으로 전율을 느껴야 했다.
언젠가 나는 놈에게 협객들의 무용담을 그럴듯하게 각색해서 들려줄 때 좀더 자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칼맞은 것처럼 상황설정을 해서 들려 준 적이 있었다.

"칼이나 도끼같은 흉기는 찔리기 전에 무섭지 막상 찔리고 나면 오히려 그다지 아프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면서 피가 빠져 나갈 때 황홀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흉기를 휘두른 상대방은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치게 되어 있다.
이런 전투를 치른 다음부터는 내가 짱으로 군림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흉기를 겁내지 않는 놈을 어느 누가 감히 E겠는가??"

대충 이런 취지의 무용담이었다.
하지만 내가 전율을 느낀 이유는 동현이 놈이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눈초리에 경멸의 빛이 서려 있었다는 점이다.
놈의 표정으로 봐서는 등산용 손도끼가 등에 박힐 때 시원하지도, 황홀하지도 않은 것이 분명하다.
누에가 자신의 몸에서 실을 뽑아내어 집을 지을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고치속에 갇혀 버리듯이 내가 한말이 덫이 되어 나를 옭아매어 버렸다.
동현이의 무용담을 들은 이후로 나는 병문안 가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내내 병실에서 살았다.
부모님의 사랑이 아무리 아가페적인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동현이에게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맹목적이었다.
동현이의 병수발, 대화상대, 밥먹이기, 운동시키기, 병실청소 등등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동현이가 입원한 병실은 마치 화상병동처럼 티끌 하나 없이 반질반질하였다.
마치 조금이라도 병실이 청결하지 않으면 아들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사람같았다. 건물 바깥쪽으로 난 유리창마저도 매일매일 깨끗이 닦아 대었다.
유리창의 안쪽면은 말할것도 없고 목숨수당을 받고 일하는 전문유리창 닦기처럼 바깥쪽면도 깨끗이 닦는다면 여러분도 내말이 이해될 것이다.

심지어는 간호사가 해야 될 일(체온재기 등등)마저 그녀가 손수 하였다.
나는 비로소 동현이가 이미숙의 존재이유의 거의 대부분이라는걸 깨달았다.
이점을 내가 잠시 망각했을 따름이다.
나에게 거액의 과외비를 지불한것도, 짧은 시간만에 나에게 사랑을 베푼것도 다 동현이란 매개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제자(?)가 아프다는데 명색이 선생인 내가 병문안을 게을리 할수 없었기에 나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병실을 찾았다.
이미숙은 나에게 또 오라거나, 오지 말라거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면 오는가부다, 가면 가는가부다 정도로 나를 대했다.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어졌다.
오로지 동현이 만이 그녀의 관심사였고, 또한 전부였다.

동현이의 냉소적인 태도와 이미숙의 무관심한 응대 사이를 내가 헤집고 들어갈 빈틈은 조금치도 없었다.

동현이가 혼자서 걸어 다닐수 있을만큼 건강상태가 좋아졌을 때 나는 말없이 짐을 쌌다.
애초에 가져온 짐이 별로 없었기에 가지고 나갈 것도 별로 없었다.
다만 이 집안에서 나의 흔적을 말끔이 지우고자 동현이에게 각색해서 들려주려고 준비했던 각종 스크랩과 참고 서적을 불태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료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하늘에서는 큼직한 눈송이가 펑펑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내리는 눈이다.
첫눈 치고는 꽤 많이 내릴 것 같다.
마당 한 귀퉁이를 치우고 불을 지폈다.
훨훨 타는 불구덩이 속에 마지막으로 과부의 팬티와 브라쟈를 던져 넣었다.
과부를 따먹기 직전에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몰래 획득한 전리품이다.
3층을 통해서만 올라갈수 있는 옥상에 목숨을 걸고 벽을 기어 올라가 간직한 나의 소중한 전리품(?)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 지면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과부와 나와의 행복했던 추억과 장미빛 미래도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것을 실감했다.

안녕!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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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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