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16부

아내의 아픔


단란주점에서의 일이 있은 후 아내는 한동안 힘들어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말수가 적었던 그녀였지만, 그날 이후로 더 말 수가 줄어든것 같았다. 아마도 아내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었을 듯 하다.
인간적인 고민, 여자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들로 힘들어했던것 같았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나 역시도 심한 죄책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의 변태적 성향에 의해 점점 여자로서의 모든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내겐 가장 큰 괴로움이었다.
난 아내를 위해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석에게도 떠나줄것을 얘기했다.
민석은 많은 아쉬움을 내게 토로했지만, 아내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민석은 그리 나쁜 부류가 아니었다. 그 역시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애초부터 여자를 잘 모르고 있었던 순진한 총각이었다. 단지 나로 인해 쉽게 변태적 자극에 물들어갔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강한 성욕을 추구했을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민석에게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내가 주었다기 보다는 아내의 요구에 허락을 했었을 뿐이었다.
어느 토요일엔가 아내는 민석과 약속을 잡았고, 그날 새벽 2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었다.
아내가 민석과 섹스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둘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해주기 위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었다.

민석이 떠난 후, 수개월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아내에게 그 어떤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의 평범했던 아내와 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집도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모든것을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가며 원래의 아내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내와 나 사이에 섹스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섹스만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도록 나의 비뚤어진 성욕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내는 가끔씩 내게 물었다. 그 많은 요구들을 참는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론 힘들었지만, 아내에게는 힘들지 않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난 문득문득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나에 대한 아내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힘들어하면서도 나의 변태적 성향까지 걱정해주는 아내의 그런 사랑이 오히려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던것 같다.
아내는 이미 평범한 여자로서의 모습을 완연히 되찾고 있었고, 늘 순수했던 예전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강한 성욕을 모른채 하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씩 나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만들어주곤 했다.
쇼핑을 가거나,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를 갈때면 차 안에서 내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치마속으로 넣어주곤 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아내는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채였다.
나를 걱정해서 스스로 노출을 시도하는 아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꼈던 스릴과 흥분들을 그대로 내게 말해주었다.
부부생활에 있어 자칫 무덤덤해질 수 있는 섹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약간의 양념들을, 아내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날이면 밤에 집으로 돌아와 격렬한 섹스를 나누곤 했다. 아내와 내가 늘 즐기던 방법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을텐데도 나를 위해 그런 이벤트들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내게 말했다.
어떤 요구도 나를 위해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자신을 섹스파트너로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라는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아내가 고마웠다. 그렇게도 나의 잘못된 구석까지 사랑해주는 아내가 너무나 고마웠다.

남자의 성욕은 끝간데를 모른다.
아내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를 이용한 자극적인 섹스를 머리속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한번 빠져든 감각적섹스의 유혹은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난 늘 아내와 섹스를 나누면서도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며 더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내의 몸을 탐닉했던 남자들의 모습이나 그들을 위해 다리를 벌려주던 아내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동안 반성했던 많은 부분들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머리속에서 조금씩 고개를 쳐드는 나의 변태적 성향은 또다시 나를 마수의 구렁텅이로 몰고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아내에게 습관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했던 그대로 아내의 노출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짜릿한 흥분을 얻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다시금 비정상적인 섹스를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때를 후회하고 있다.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숱한 반성들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내의 순수했던 모습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성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지금의 슬픈 현실을 만들어버린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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