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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51 1,345회 0건
혈귀와 화석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색정과 음욕이 넘치기를 바라며........

제 1장 화사촌의 비애

천하에서 위험하기로 다섯 손에 드는 아고위산의 제8봉우리 불뿜는봉에는 뛰어난 고수가 아니면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 험난한 산으로 이름이 높다.
불뿜는봉 꼭대기에는 예전의 화산분출로 움푹 들어가 있고 수백년간 내린 빗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용군담이 만들어졌는데, 용이 하늘로 오르다가 여의주를 떨군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고위산 중턱에는 화전과 사냥으로 먹고사는 화사촌이 있다.
화전으로 한철만 생활하고 떠나는 화전민과, 사냥으로 일년을 보내는 사냥꾼은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마을을 지키는 것이다.
벌써 산위에는 단풍이 떨어지고 화사촌에는 늦은 단풍이 붉게 얼굴을 붉히는 늦가을.
화전민들은 짐을 꾸리며 마을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준비중이고, 사냥꾼들은 덫을 놓기 위해 산으로 떠나 마을에는 화전민자식들과 사냥꾼자식들만이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설희는 화전민아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랑 몸이 하얀 눈을 닮은 아이다. 화전민 아이뿐 아니라 사냥꾼아이들도 설희를 바라볼때면 콩콩뛰는 가슴을 숨기려 가뿐 숨을 내쉰다.
사냥꾼 장씨는 화사촌의 촌장이다. 이곳에 온지 불과 3년에 나이가 겨우 30중반을 넘겼지만, 뛰어난 사냥솜씨와 무술솜씨로 이년전 마을을 습격했던 산적 50명을 혼자서 물리쳤고, 붉은곰에게 죽을뻔 한 사냥꾼을 구해줘서 양쪽 모두에게 추천받아 촌장으로 정해졌다.
촌장 정씨에게는 이제 열 두 살이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불타는 돌 화석이다.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어보자 정씨는 가볍게 미소만 지을 뿐 뚜렷한 대꾸가 없다.
사람들은 머리가 나빠서 돌이라 지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실 화석은 정말 돌대가리라 불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화전민중에는 예전에 벼슬을 했던 은씨 할아버지가 있는데, 화사촌에 머무를 때면 화전민 애들이랑 사냥꾼 애들을 모아서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노릇을 하는 분인데, 3년간 가르친 결과 모든 아이들이 글을 읽혀 시를 쓰고, 더 어려운 학문을 익힐 때에 혼자서 겨우 글을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은씨 할아버지는 설희의 친할아버지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했던 터라 다른 애들보다는 서너배나 빠른 진도를 나가 벌써 할아버지의 절반이상을 배운터라 화석에 비하면 그야말로 용과 지렁이의 존재 같은 것이다.
언제나 도도한 콧날을 앞세우던 설희는 오늘도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사냥꾼애들에게 회자정리 어쩌고하며 무릇 문자를 섞어쓰며 작별인사를 고한다. 들어도 무슨말인지 모르기는 다른애들도 같겠지만 유독 자신을 볼 때마다 살짝 비웃음을 던지는 설희를 보며 화석은 다짜고짜 설희에게 다가가서는 뺨을 한 대 치고 도망가버린다.
작별인사를 하다 날벼락을 맞은 설희는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맞은 뺨을 만지며 눈만 크게 뜨고, 다른 애들은 불통이 튈까 두려워 슬금슬금 안녕! 잘가! 하고는 집으로 다들 가버린다.
넓은 마을 공터에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린 설희 혼자 떨어지는 단풍잎을 맞으며 서있다.
이윽고 분한 마음에 설희는 화석집으로 따지러 갔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살피던 설희는 마을애들이랑 몇 번 가보았던 동굴을 기억해내고는 산으로 오른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사냥꾼들이 돌아와서 내일 떠나는 화전민들과 어울려 잔치를 연다. 한낮에 뺨을 맞고 설희 혼자 서있던 곳에는 이제 어른들이 모여서 술과 고기로 이별을 아쉬워하며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서로 기원한다.
따듯한 곳을 찾아 떠나는 화전민들은 곳곳에 도사린 위험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고, 사냥을 일로 삼은 사냥꾼 역시 언제 뭇짐승에게 공격당할지 모르는 처지다.
새해가 되어 다시 만날 때면 몇몇은 다시 만나지 못하는 곳으로 가있는 것이다. 그런 아픔을 알기에 서로 서로 마지막 이별주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들의 잔치는 새벽이 되어서 겨우 끝났다. 보름달이라 마을을 밝게 비추었던 탓에 사람들은 늦은 시간까지 놀았고, 술취한 걸음을 옮겨 집으로 들어갔고, 촌장 정씨역시 화전민들이 내미는 술을 모두 받아마셔서 술독이라 불리는 그 역시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화석아! 야 이놈아."
큰소리로 아들을 찾는 정씨는 아무대답이 없자 거칠게 방문을 연다. 그러나 썰렁한 방은 아들이 없는 것을 보여준다. 취한 상태가 아니면 아들을 찾아 보겠지만, 그냥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든다.
마을 입구.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이 있다.
보름달에 비친 얼굴은 천하일색이다. 얼굴에 살짝 묻은 거친 땀과 피로도 아름다움을 숨기지 못한다. 흙과 피에 물들고 심하게 찢어진 옷이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지 모른다.
한손에 잡은 검을 지팡이 삼아 무겁게 땅으로 내려가는 몸을 지탱하며 마을로 들어선다. 그녀가 지나는 걸음마다 떨어지는 핏자국이 지나온 길을 말해준다.
여기는 아고위산 입구.
열두명의 흑의를 두른 복면인들이 모여있다.
"여기서부터 아고위산이다. 그년의 조호이산에 속아 소비한 시간이 한나절이라 늦어서 산으로 숨어버리면 그년을 찾지 못한다. 모두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그년을 잡아야한다. 십, 십일, 십이형제는 나와 같이 동쪽으로, 이형제는 삼,사,오형제와 함께 서쪽으로, 육형제는 칠,팔,구형제와 같이 정면으로 올라서 그년을 찾도록 한다."
"대형, 이미 그년은 우리의 십이연합진으로 이미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텐데 끝까지 잡을 필요가 있을까여?"
"칠형제,자네는 그년이 누군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가?"
"그녀가 무림성주의 딸인 것을 알지만..."
"무림성주 독고화담에게는 알려지지않은 비밀이 있는데, 목만 떨어지지 않으면 어떤 병도 하루에 고쳐지는 특이한 신체라는 것이야. 만약 그런 신체가 딸에게도 있다면 그년 독고연은 다시 살아나서 우리는 물론 청부한자들 역시 편안하지 못한다는 것이네."
"세상에 그런 신체를 갖고있다니..."
"어서 서두르자. 만일 오늘내로 못잡으면 우리의 목숨 역시 오늘로 끝이라는 것이다."
열두명의 복면인들은 빠르게 산으로 오른다.
마을에 들어선 독고연은 집집마다 문을 열어보건만 어느 누구하나 깨어있는 자들이 없다. 지친 몸을 끌고 마을을 벗어난 독고연은 희미한 시력속에서 자그마한 불빛을 본다.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경공을 펼친 독고연은 불빛을 향해 뛰어간다, 아니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그 불빛은 동굴에서 나오는 것이다. 낮에 설희에게 뺨을 때린 화석은 불안한 마음에 도망친다는 것이 애들이랑 놀던 동굴이었고, 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 설희가 찾은 곳 역시 그 동굴이다.
동굴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노려만 볼뿐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이때 아침을 일찍 먹은 설희는 점심을 먹지도 못했던 터라 배가 고팠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일찍 사냥을 떠난 아버지탓에 아침밥도 거른 화석 역시 배가 고팠지만 참는다.
그렇게 서로 자리에 마주앉아 노려만 보며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모르고, 다만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만 기다린다.
하지만 배가 고프면 배꼽시계는 정확히 소리를 내준다. 화석의 배에서 먼저 배꼽시게가 울리고, 뒤이어 설희의 배꼽시계도 울린다.
어색했던 자리가 순간 낮은 웃음에서 큰 웃음으로 바뀐다. 옷에서 부싯돌을 꺼낸 화석은 전에 놀 때 남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운다.
"화석이 화석을 때려 불을 피우니 화석이 뜨거울까, 화석이 뜨거울까?"
"......"
설희의 말을 금방 이해 못한 화석이 부싯돌을 옷에 넣을 때야 겨우 이해한다. 부싯돌을 다른 말로 차돌 ·수석(燧石) ·화석(火石)이라고 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산에 하얗게 나무가 분칠을 하니 설아 정말 희어서 아름답구나."
동굴을 나가며 화석이 던진 말이다. 눈이 아름답다는 건지 자신보고 아름답다는 건지 아리송하게 말을 던지고 떠난 화석이다. 총명하던 설희가 잠시 얼굴을 붉혀진다.
한참후 동굴에 들어온 화석의 손에는 토끼 두 마리가 들려있다.
"이건 내가 놓은 덫에서 잡은 거니 걱정하지 말고 먹어."
말썽을 피워 며칠씩 동굴에서 놀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물건으로 돌굴 한쪽은 어느 주방 못지 않게 꾸며져 있다.
칼을 손에 쥔 화석은 토끼 한 마리를 들고 다시 나간다. 잠깐 토끼의 애처로운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칼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핏물까지 깔끔하게 정리한 고기조각을 들고 들어온 화석은 불길위에 고기를 얹는다.
"아까 때린 것 미안해."
정말 빨리도 사과한다.
"괜찮아, 다 잊었어."
언젠가는 너의 뺨도 붉게 물들게 만들어주마.
고기 익는 냄새와 연기가 동굴 안쪽 깊이 들어가서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는다.
"고기만 먹고 가자. 너무 늦게 들어가면 혼날지 몰라."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어느덧 고기가 익어 화석은 웃옷을 벗어 고기를 집어서는 설희에게 준다. 고마워.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설희가 말하고는 고기를 먹는다.
너무배가 고파서인지 토끼고기 한 마리는 금방 없어진다.
화석이 두 번째 토끼를 들고 동굴밖에 나가다가 누군가와 마주쳐서는 놀라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 사람은 넘어진 화석을 잡아서 동굴안으로 들어선다. 불빛을 찾아 날아온 독고연이 동굴을 확인하고 들어서다가 화석과 부딪힌 것이다.
동굴안에 소년과 소녀뿐인 것을 확인한 독고연은 얼른 도포를 벗어 불을 꺼버린다. 순간 동굴안은 어둠에 휩싸인다. 악하는 소리가 두 번 울렸고, 잠시후 불빛보다는 희미하지만 조그만 불빛이 새어나온다. 독고연이 꺼낸 야광주다.
"이 동굴 안은 얼마 깊지?"
"모르는데요."
사실이다. 안으로 몇 번 들어가 보았지만 너무 무서워서 확인해 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 둘이 나를 부축해서 안으로 함께 가자."
화석은 피에 젖은 짐승을 많이 보았던 터라 아무말 없이 독고연을 부축한다. 순간 설희에게는 없는 분냄새와 여인의 냄새가 화석의 코에 사정없이 들어선다. 피냄새는 자주 많아서 냄새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피를 본 설희가 다가가지 않고 떨어져서 따라온다.
동굴은 깊었고, 군데군데 갈림길이 나온다. 그때마다 독고연은 왼손 위에 오른손을 얹고 무어라 주문을 외운다. 그러면 어느 동굴에서 불빛이 나온다. 그러면 독고연은 그곳을 향해 들어간다.
산을 수색하던 열두명의 복면인들이 화사촌을 찾은 것은 독고연이 세 번째 동굴을 찾아 들어가던 때다.
숲에서 핏자국을 찾아 헤메다 겨우 다시 찾아서 추적하다 찾은 마을이다.
"마을을 모두 뒤져라. 그리고 모두 없애라."
복면인들이 처음으로 들어선 집은 마을 입구에 있는 과부댁이다. 칠년전 사냥을 갔던 남편이 붉은곰에게 죽어 사냥꾼들이 잡아온 짐승가죽을 벗기는 일을 해서 살아가는 여자였다. 나이가 사십중반에 다다랐지만 아직도 포동포동한 살갗을 유지하고 있고, 이제 열여섯을 먹은 딸이 뽀얀 살갗을 빛내며 자라서 남편잃은 설움을 잊게 해주고 있다.
복면인들의 침입을 먼저 느낀 것은 딸이었다. 아직 술을 먹지 못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인기척에 놀라 눈을 뜬 것이다. 눈을 떠보니 복면을 한 열두명이 조그만 방에 모두 들어와 서있는 것이다. 놀라 소리를 쳐보려고 했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칼임을 느끼고 비명을 삼킨다.
"대형, 죽이기에는 아까운 것 같은데요."
스산한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묶어 둬라, 그년을 잡은후에 놀아보자."
복면인들은 아직 잠에 빠진 과부까지 입과 몸을 결박하고는 집에 가두고 다른 집으로 향한다. 한집 두집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자들은 아이건 노인이건 남자들은 목이 떨어졌고, 여자들은 모두 묶어진다. 늙은 여자는 남자들과 같이 목이 떨어진다.
겨우 50여채가 되지 않는 마을이라 한식경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집이 복면인들의 방문을 받는다. 이제 남은 집은 겨우 다섯채뿐, 그곳에는 촌장 장씨와 은씨할아버지 집이 남았다.
복면인들이 들어간 집은 황소힘을 가진 털보사냥꾼의 집이다. 요기를 느끼고 잠에서 깬 털보가 화장실을 갔다가 방을 들어설 때, 사냥꾼 특유의 본능을 느낀다. 위험을 느꼈을 때 그이 털들이 바싹 서는 것이다. 지금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의 몸에 털들이 빳빳해진다.
술에 취했지만 털보는 헛간으로 이동해서 창을 들고 나온다. 방문앞에 선 털보는 창을 들고 기다린다. 누군가 밖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느낀 것이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며 복면인이 나오자 털보의 창이 목을 뚫고 나온다. 아무런 방비없이 방문을 나서던 복면인의 목이 창에 꿰어진다. 승리감에 털보가 복면인을 창과 함께 마당으로 던지는 순간 등에서 아픔과 함께 가슴에 빠져나온 칼을 내려다본다. 두 번째 복면인이 나오다가 찌른 것이다.
털보는 몸을 앞으로 날려 마당에 던져진 창을 복면인에게서 빼어 다른 목면인에게 겨눈다. 그러나 이미 복면인은 하늘로 솟구쳤다가 내려오면서 털보의 목을 떨어버린다.
"언제나 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칠형제와 팔형제는 십일형제를 들고 따르라."
호명을 받은 두 복면인은 숨이 끊어진 복면인을 어깨와 다리를 잡아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촌장의 집이다. 술에 취한 장씨 역시 요기를 느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문을 여는 순간 복면인들이 마당에 들어선 것을 본다. 위험을 감지한 장씨는 분뇨에 몸을 숨긴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본능은 숨으라고 소리친다. 얼굴만 살짝 내밀고 숨은 장씨는 그들이 가기만 기다린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대형은 죽은 시체를 방에 놔두고 다음 집으로 향한다.
어느덧 해는 서서히 떠올라 마을을 밝혀준다. 50채의 집을 모두 돌아다닌 복면인들은 묶어놓은 여자들을 마을 광장으로 끌어온다. 지난밤 마을 사람들이 잔치하던 장소가 어느새 죽음의 장소로 바뀐 것이다.
잠자다가 잡혀온 여자들은 엷은 옷만 입고있어서 이른 아침의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다. 어린여자애들까지 잡혀온 여자들은 70여명이다. 입을 막은 것은 풀었지만 결박은 그대로이다.
"어제 이곳으로 한 년이 들어왔다. 온몸에 피를 물들었으니 누군가 보았을 것이다. 말한다면 모두 살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두 네놈들의 사내꼴이 될 것이다."
웅성웅성 거리며 떨고 있을 뿐 누구하나 말하는 여자가 없다.
"너희들이 우리가 누군지 몰라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누구하나 시범을 보여주마. 촌장 마누라와 딸년은 앞으로 나와라."
여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촌장 장씨에게는 아들하나뿐인 것이다.
"저 촌장님에게는 아들 하나 뿐이데요."
과부댁이 조용히 말을 꺼낸다.
"아들하나 뿐이라. 우리가 지나온 집에 남자와 아들하나인 집이 있었나?"
"그런 집은 지나온 적이 없는 데요."
"삼,육,칠형제는 저년을 데리고 촌장집을 갔다오라."
세명의 복명인을 과부를 끌고 촌장집으로 향한다. 엷은 옷사이로 빠져나온 젖가슴과 옷위로 튀어나온 젖꼭지가 사내들의 눈에 들어온다. 한 명이 밧줄을 잡는 척하며 젖가슴을 만지자 다른 한놈역시 다른쪽 밧줄과 함께 젖가슴을 잡는다.
우악스런 손길에 아픔을 느낀 과부가 소리를 치려하자 남은 한놈이 살짝 귓말을 한다.
"소리내면 죽는다."
과부는 젖가슴을 두놈에게 잡히고 촌장집으로 향한다. 지난 밤 빈집이어서 죽은 동료를 놔둔 곳이다. 세명은 칼을 꺼내 집을 뒤진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놈이 마지막에 찾은 곳은 화장실이다. 나무로 엉성하게 막아놓은 화장실은 세명의 칼바람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텅빈 분뇨가 쌓인 곳이 들어난다. 그러나 그곳에도 없다.
세명은 과부를 끌고 광장으로 향한다.
"흠, 그러니까 촌장과 아들놈이 지금 이곳에 없다 이거지. 그렇다면 스스로 나오게 만들어야겠지. 하하하."
음산한 웃음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한 대장은 과부를 다시 앞으로 끌고온다.
"내가 먼저 맛을 보는게 순서지만, 이형제가 먼저 맛을 보시게나."
그러자 한명의 복면이 과부를 돌려 엎드리게 하고는 아래속옷을 벗긴다. 악하는 과부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복면인의 아랫도리가 벗겨지고, 순간 묶여진 여자들의 입에서 비명이 들리며 고개가 돌아간다.
"지금부터 하는 것을 자세히 봐둬라. 고개를 돌리는 년이 있으면 그년부터 먹어준다."
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자들은 살짝 고개를 들어 강간하는 복면인을 바라본다. 벗어놓은 아랫도리에서 단단해진 물건을 자랑스럽게 여자들에게 보인 복면인은 과부의 뒤로 다가가서 아무런 준비 동작없이 그대로 여자의 문으로 들어간다.
남편없이 칠년간 독수공방에 세월을 보낸 과부는 남자의 공격에 첫경험같은 아픔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과 수치를 느끼며 남자가 얼른 끝내기만 바란다. 그러나 남자의 공격은 시작부터 끝까지 거칠게 과부의 몸을 들락거렸고, 과부의 몸에서 은은한 액이 흘러나오자 몸을 꿈틀거리며 사정하고는 빠져나온다.
겨우 아픔과 수치를 잊고 몸이 반응을 하려하자 끝나버린 남자에게 배신감과 함께 안도를 느껴 일어서려는 순간, 남자는 과부의 입에 물건을 넣는다.
"께끗하게 씻어라."
과부는 평생 처음하는 행동에 입에 들어온 물건을 겨우 물고 있을 뿐이지만 목구멍까지 들어오는 물건에 숨이 막혀 눈물이 질끔 거린다. 아랫도리가 벗겨져 바람에 차가움을 느낀다. 남자가 뒤에 있을때는 몰랐지만 지금 남자가 지나온 문은 활짝 열려서 뒤에 서있는 남자들의 눈에 모두 보인다고 느끼자, 눈물이 참을려고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남자의 물건이 다섯 번째 목구멍을 건들 때 활짝 열린 문으로 다시 남자의 들어온다. 다른 남자가 들어온 것이다. 찬바람에 흐르던 액이 말라버리자 들어온 것이다. 액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온 남자의 물건은 다시 아픔을 주었다.
한참후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아랫도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자 남자들은 물건을 꺼내버린다. 여자들 틈에 던져버린 과부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쓰러진채로 바닥에 피를 적신다. 주위의 여자들은 곧 닥친 불행에 몸을 떤다.
"이것은 가벼운 시범에 불과하다. 촌장과 그 아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다른 한년의 행방을 말하지 않으면 또다른 시범이 보여질 것이다."
그러나 모른는 것을 말하라니 여자들은 두려워 몸을 떨뿐 말을 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어린년을 잡아서 보여주마. 사,오형제는 두년만 잡아와 주시게."
두명의 복면인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자들을 노려본다. 몇 명의 여자가 눈길을 피해 고개를 숙이자 사내의 발길이 고개 숙인 여자의 등을 찍는다. 옆에서 당하는 것을 본 여자들은 고개를 다시 들어 남자들의 눈을 바라본다.
"너, 그리고 너 나와라."
호명받은 계집은 화사촌에 귀염둥이 쌍둥이소녀로 마을사람들이 모두 귀여워해주는 아이들이다. 이제 겨우 열다섯인 쌍둥이 소녀는 엄마의 얼굴만 바라보며 떨고 있다. 그러자 엄마가 일어서며 제발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소리친다. 두 사내는 아무말없이 다가와서는 쌍둥이 엄마를 향해 말없이 발길질을 한다. 심하게 맞은 엄마가 쓰러져서 기절을 하자 쌍둥이는 눈만 크게 뜨고는 말도 못한다.
남자들의 손에 들려서 앞으로 나온 쌍둥이는 부들부들떨다 뽀얀 털이 자리잡은 아래로 앳된 구멍에서 노란물줄기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대장은 쌍둥이의 허벅지에 묻은 오줌을 입으로 훔치며 말한다.
"흐흐흐, 소녀의 오줌은 불로장생의 명약이라 구하기가 힘들더니 이런데서 구해지는 구나. 애들아 조금만 더 흘러보아라."
쌍둥이 모두의 허벅지를 ?은 대장은 혀를 냘름거리며 말한다. 몸을 떨던 쌍둥이는 이제는 이를 덜덜거리며 흡사 늑대를 만난 어린 양의 표정으로 말을 못한다. 대장은 칼을 꺼내고 가볍게 쌍둥이에게 휘두른다. 그러자 밧줄은 그대로인데 얇은 옷은 모두 조각조각 찢어져 바람에 날려 버려 태어날 때의 모습 그대로인 알몸으로 변한다.
"애들아 어서 오줌을 내보거라, 응?"
대장은 실실 웃는 표정으로 쌍둥이에게 말을 걸고, 쌍둥이는 더욱 더 두려워 나오던 오줌이 막혀버린다. 그러자 대장의 눈이 치켜 올라간다.
"잘들어라 촌장. 너가 지금 여기 없다면 이 애들이 어떤 일을 당해도 너의 책임은 없다. 그러나 너가 있어도 안나온다면 그것은 모두 너놈의 책임이다."
"사,오,육,칠형제가 애들을 어른으로 만들어주게."
한명의 사내가 한여자의 입에 물건을 넣는다. 그러자 한명의 사내는 그 여자의 뒤에서 한번도 열리지 않은 문을 역시 아무런 준비없이 그대로 뚫어 버린다. 수십년 남자를 경험한 과부도 견디지 못한 고통을 소녀는 견디기 어려웠다. 소녀들의 비병과 함께 처녀막이 찢어져서 나오는 피와 함께 여린 살이 찢어서 나온피가 남자의 운동에 맞쳐서 바닥에 떨어진다.
다른쪽 여자역시 같은 운명이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피가 바닥에 떨어지며 붉은 꽃 두송이를 그린다.
쌍둥이자매는 처음의 거친동작에 이미 기절해 간간히 아픔에 반응할 뿐이다. 남자들의 몸이 떨리며 쌍둥이 자매는 붉은 꽃위에 쓰러진다.
"촌장은 이곳에 없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 여자들을 어쩐다."
잠시 생각하는 척 하던 대장은 귓말로 사내들에게 말한다. 사내들은 닷섯명의 앞줄에 다섯명의 여자들을 끌고 나온다. 결박을 푼후 고리를 만들어 목에 개목걸이를 만든 사내들은 밧줄을 힘껏당긴다. 목이 빠질듯한 아픔에 여자들은 개처럼 목을 길게 내밀고 끌려나간다.
"너희들은 암캐다. 개들은 멍멍 그런다 맞지? 그라고 개들은 옷도 안입지?"
대장은 대답도 듣지않고 아까의 검술로 옷들을 찢어버린다. 개목걸이를 쥔 다섯의 사내는 대장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근데 암캐들에게 없는게 있다. 그게 무얼까? 그래 꼬리야. 꼬리가 없으니 암캐로 보이지 않는가야, 안그래?"
역시 혼자 말하고 혼자 말하는 대장은 두자(60cm가 넘는 길이)나 되는 나뭇가지 다섯 개를 꺽고 와서 여자들의 항문에 살짝 꽂는다. 여자들이 아파 비명을 지르자 대장의 입에 미소가 흐른다.
"이런 이런, 개들이 사람말을 하다니. 이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지, 안그래? 그럼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른다고? 그럼 안돼. 벌을 받아야지. 어떤벌을 원해? 뭐야 너무 쉬운 것은 싫다고? 그래 니들의 뜻을 알아주마."
대장은 항문에 살짝 꽂은 나뭇가지를 한자나 깊게 넣는다. 여자들은 비명을 삼키고, 항문에서는 거친 나무에 J혀서 피가 흐른다.
여자들은 대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고 대답도 못하고 그저 떨면서 듣기만 한다.
"이런 그런데 이곳에 사는 개들은 모두 벙어리 개인가? 너무 조용하니 도둑이 다 들어오잖아, 안그래? "
그러자 두명의 여자가 "멍 멍"하고 대답한다.
"오호 이제야 제대로 된 개를 보는 군. 그런데 이 세 마리의 개는 아직도 벙어린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명의 여자가 "멍 멍" 하고 대답한다.
"흠, 그래 이제야 제대로 된 개를 구경하는군. 개들은 냄새를 잘맡는다, 그렇지?"
"멍 멍 멍 멍"
미처 한여자가 대답을 못한다. 그러자 대장은 한명의 여자에게 다가가 한자남은 나뭇가지를 그대로 밀어버린다. 여자의 항문에 나뭇가지 끝부분만 살짝 보인다.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여자는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진다. 항문에서는 붉은피가 솟구친다.
"이런 개한마리가 쓰러졌네. 한 마리를 다시 만들어야 겠구나."
쓰러진 여자를 끌고 여자들 틈에 던져버린 사내는 다른 여자의 목에 밧줄을 걸어 끌고 나온다. 대장은 어느새 준비했는지 나뭇가지를 여자의 항문에 한자나 넣는다. 앞에 나온 여자들이 당한 것을 본터라 금방 나온 여자는 비명을 삼키며 입술을 깨문다.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냄새를 잘 맡는 개가 왜 필요한가 하면 숨어있는 촌장을 찾는 일이 이제부터 너희 개들이 할 일이다. 찾을 수 있겠지?"
대장의 말에 다섯의 여자 아니 다섯 마리의 개들은 "멍 멍"하고 답을 한다.
다섯의 사내들은 팔꿈치를 땅에 닿게 하고 엉덩이를 높이 들어 멍멍 하며 앞서가는 개의 엉덩이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개줄을 당겼다 놓았다하며 마을을 뒤진다. 촌장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여자들은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미 그네들의 머릿속에는 촌장을 찾는 것보다 어서 이 고통을 벗어나는 것뿐이다. 항문에 박힌 나뭇가지는 엉덩이가 흔들릴때마다 아픔을 더해갔고, 이미 팔꿈치는 까져 감각도 못 느낀다.
이윽고 다섯 마리의 개가 머문 곳은 산신을 모시는 신당이다. 왜 이곳으로 왔는지 모른다. 다만 신당에 살고 있는 장군이 도와주기를 바라서 온건지도 모른다.
신당은 사냥꾼들이 사냥을 가기전에 산신에게 무사함을 비는 곳으로 촌장외에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다.
사내들은 신전에서 풍기는 묘한 기운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개들을 신당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개들은 전에 신당안에는 산신을 호위하는 무서운 장군이 있어서 촌장외에는 모두 죽는다고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겁이나 들어기자 못하고 "낑 낑" 거린다. 어느새 진짜 개들이 되어버린 여자들이다.
사내둘이 개들을 지키고 세명이 신당안으로 칼을 꺼내고 들어간다. 신당 입구에는 보통사람의 두배나 되는 나무장군이 양옆으로 커다란 창을 들고 서있다. 창은 족히 육십근은 될 듯한 무겁게 보이는 진짜 창이다.
세명은 본능적으로 몸을 앞으로 날렸고, 나무장군이 들고 있던 창이 양옆에서 내리친다. 세명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신당을 살펴보자 나무로 만든 산신령이 검은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세명을 내려보고 있다. 세명은 방어자세를 취하며 신당안을 살펴본다. 산신빼고는 아무것도 없다. 칼로 산신을 쳐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칠형제 저 산신령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하얀 수염을 길게 느려뜨린 모습이지만, 수염만 빼면 중년의 모습을 보이는 나무산신령이다. 칠형제는 산신령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다가 칼을 든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칠형제 갑자기 왜 그러는가?"
"저, 저 모습은 혈귀.... 혈귀모습입니다."
혈귀란 말에 다른 두명이 자세히 살피다가 역시 다른 사람처럼 벌벌 떨며 뒷걸음질 친다. 놀란 모습으로 나온 세명을 보고 두명이 의아해 한다.
"왜 그렇게 떠는 거요? 안에 촌장이 있는거요?"
세명은 대꾸도 하지 않고, 광장으로 달린다. 남은 두 명은 따라갈까 하다가 개들이 있는 것을 보고 입가에 역한 미소를 띄운다.
사내들은 바지를 벗어 아랫도리를 꺼낸후에 개들을 나란히 신당을 보게 한후 한 마리씩 뒤에서 나뭇가지를 손에 잡고 개보지를 향해 단단해진 물건을 넣는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물건을 왕복하자 항문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남자의 물건으로 느껴지는 쾌감이 서로 어우려져 두 마리의 개들은 "멍 멍"하고 크게 소리친다. 두사내는 한참을 운동한후 쓰러진 개들을 밀어 두고 다른 두 마리의 개를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공격한다.
항문에 박힌 나뭇가지는 연한 살을 헤집으며 생채기를 내어 앞의 개들처럼 항문에서 끝없는 피를 내뿜고, 피는 남자의 물건에 떨어지며 개보지의 몸으로 들어간다. 쾌감보다 더한 고통으로 절정을 느끼기도 전에 두 마리의 개는 고통에 기절하고 만다.
하나 남은 개는 두려움에 온몸을 떨고있는데 한 사내가 피에 젖은 물건을 입에 넣는다. 왈칵 피내음에 토할 것 같았지만 개는 참았다. 그때 항문에서 나뭇가지가 움직이며 살갗을 찢어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입을 가득 메운 물건으로 소리는 나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흔들던 사내는 개보지로 역시 피에 젖은 물건을 집어넣는다.
입에서는 납자의 물건이 목구멍까지 집어넣어 숨쉬기조차 힘들고, 개보지에서는 역시 단단한 물건이 들락거리며 쾌감보다는 아픔을 느끼게 하고, 항문에서는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항문 속을 찢어 놓아 흐르는 피는 멈추지 않는다.
세군데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고통은 개의 의식을 점차 흐미하게 하고 어느새 사내들의 몸이 떨리며 개의 입과 개보지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기절해 버린다.
다섯 마리의 개들을 농락한 사내들이 히죽이죽 웃으며 옷을 다 입을 때쯤에 모든 여자의 목에 개목걸이를 만들어 대장과 다른 형제들이 오는 것이 보인다.
복면을 한 남자들 뒤로 하얀 알몸을 드러낸 개들이 기어오는 모습이 방금 일을 끝낸 두 사내의 아랫도리를 다시금 꿈틀거리게 만든다.
앞장서 온 대장은 혼자 신당안으로 들어선다. 이미 들었던 터라 내리치는 양쪽의 창을 가볍게 제어하고, 나무산신령을 본 대장은 앞선 세 명처럼 놀라움에 가벼운 오한을 느낀다.
"개들 몇 마리만 끌고 들어와라."
대장이 소리치자 한명이 세 개의 밧줄을 잡고 신당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지 않으려는 개들을 남은 사내들이 발길을 한다. 개보지를 맞은 개가 컥 소리를 내며 힘겹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다른 두 마리의 개가 얼른 따라 들어간다.
산신령 앞에 꿇어 앉은 세 마리의 개는 대장이 칼로 목을 치켜들자 따라서 고개를 들어 산신령을 본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장은 칼을 휘둘러 산신령의 수염을 벗겨내 버린다. 그러자 아.하는 소리가 세여자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
"이게 누군지 아는군, 누구냐?:"
"멍 멍 멍"
개들은 멍멍하며 대답한다. 화가 난 대장이 발로 개의 가슴팍을 걷어찬다.
"내가 개들의 말을 아냐, 말로 해 이것이 누구냐?"
"초....촌장인데요."
"하하하하 그래 촌장이 이놈이란 말이지."
대장은 칼을 한번 휘둘러 산신령의 머리에서 발끝으로 반으로 나누어 버린다.
신당 밖으로 나온 촌장은 개들을 모두 한곳에 모은다.
"촌장, 아니 혈귀어르신!"
마을을 진동하는 사자후다. 무공을 모르는 개들은 웅웅거리며 머리를 헤집는 소리와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못하여 몇몇은 쓰러지고, 몇몇은 오줌을 싼다.
"앞으로 일각안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모든 개들의 시체를 보게 될겁니다. 혈귀어르신!"
일각이 조금 남은 시간 신당으로 붉은 옷을 입은 촌장이 검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십이흉간이로군, 아니 한명이 없어졌으니 십일흉간이지."
싸늘한 어조의 촌장의 목소리가 흐른다. 평소 마을사람들과 나누던 목소리가 아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혈귀 어르신."
"내가 왔으니 이제 이분들은 돌려 보내게."
"약조 한가지를 하기 전에는 힘듭니다."
"다시는 강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하고 떠난 나다. 강호의 일이라면 약조를 할 수가 없다."
"맹세란 깨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 맹세를 위해 여기 있는 개들 아니 여자들을 죽이시렵니까, 혈귀어르신?"
말을 마친 대장은 칼을 휘둘러 옆에 있는 개, 아니 여자의 머리를 날린다. 숨간 꺅하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어르신이라면 저희들을 모두 없애 버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여기있는 여자들 역시 모두 죽을 겁니다. 그것을 바라시나요?"
십이흉간은 강호에서 가장 비열하기로 소문난 자객일당이다. 실력으로는 겨우 일류와 이류 사이지만 흉악하고 비열하기로는 누구도 따르지 못한다고 소문난 인간들이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촌장, 아니 혈귀는 잡은 검에 힘을 넣었다가 풀었다.
"그대들을 부리는 자가 누군가?"
"약조를 하시면 말씀해 드리지요."
"여기있는 여자들을 모두 죽여라. 다음에는 너희들의 목을 가져가겠다."
억양이 없는 나지막한 소리에 듣고있던 여자와 복면인들이 놀랐다. 다만 대장 혼자만이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렸을 뿐이다.
대장은 말없이 검을 휘둘렸고 한번의 칼춤에 두명의 여자가 목이 떨어진다. 검을 잡은 혈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거침없이 대장은 다시 세명의 목을 허공에 띄운다.
혈귀의 눈빛이 흔들린다. 대장이 다시 한번 칼춤을 추려하자 혈귀가 말을 연다.
"같이 간다. 한가지의 일을 들어주겠다."
혈귀는 예전 강호에서 알아주는 특급살수였다. 맡은 임무 삼십칠건을 모두 처리하고는 강호에서 떠난 것이다. 물론 일백건 이상의 임무를 처리한 살수가 적은 것이 아니지만 유독 삼십칠건의 임무로 강호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혈귀를 따르지 못했다.
혈귀가 처리한 삼십칠건에는 강호의 내오라하는 무림명숙이 모두 들어있으니, 능히 정파 무림최강 삼십칠인이 사라진 것이다. 이리하여 정파의 힘이 급속도로 약해져서 사교에게 무림이 지배하기 직전 홀연 나타난 무림성주 독고화담에 의해 사파는 물러갔고, 이로써 정파와 사파의 힘이 균형을 이룬 것이다.
혈귀가 살수의 일을 그만두며 떠난 한마디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다.
"나를 다시 부르지 마라. 내가 강호에 돌아오는 날 정과 사는 사라진다. 만약 누군가 나를 부른다면 그를 위해 한가지 일을 해주고, 강호에 다시는 무림인을 보지 못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정,사,마교는 혈귀를 다시 부르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합의한 상태가 벌써 십이년 전의 일이다.
"여러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저를 용서하시고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고 사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혈귀는 십이흉간, 아니 십일흉간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대형, 독고영이란 계집은 어쩌죠?"
"혈귀에 비하면 독고연은 독수리와 파리의 차이니라. 하하하하하"
혈귀와 십일흉간이 떠난 마을엔 죽음에서 살아난 여자들만이 허공을 향해 한을 내뿜고 있을 뿐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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