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의 이야기(3-완결)

완결편인 3편을 올려 드립니다.
받아 놓았던 글이라서 조금의 손만 보면 되기에..
오늘 역시 세편을 올리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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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수철씨 때문에 피폐해졌던 내 마음이 마치 봄날에 대지의 수분을
흠뻑 빨아들여, 다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점차 마음이
풍요로워져 갔읍니다.

그런데, 세상살이에는 양이 있으면 필히 음이 있다고..
또, 수철씨에게 끌려가서 처참한 꼴을 당했읍니다.

사실은 그즈음 가급적이면 수철씨와의 대면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고,
저희 가게에 한번씩 오더라도 사무적으로만 대했읍니다.
전처럼 수철씨의 근황을 물어 보거나 관심도 보이지 않았읍니다.
그렇게 대하다보니, 조금씩 발걸음이 뜸해져 갔읍니다.

내가 듣기로 카바레에서 돈많은 과부를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속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읍니다.

물론 정수씨와 몸을 섞고 나서도, 한두번정도는 수철씨에게 몸을
주기도 했읍니다. 어쩔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난 죽을 맛이었읍니다.

하루는 수철씨에게서 밖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더군요.
그러나, 가게일 핑계대고는 나가지 않겠다고 했읍니다.

사정을 하더군요.
이젠 자기도 다른 여자를 알게됐고,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읍니다.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는 말에 나가게 되었읍니다.

그리고, 다방에서 수철씨를 만나게 되었읍니다.
처음엔 상당히 부드럽게 나가더군요.
그동안 많이 미안했다고.. 이젠 자기도 다른 여자와 사귄다면서,
나보고는 자기한테 신경쓰지 말고, 좋은 남자 있으면 만나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애송이놈(정수씨)과는 어떤 관계냐고 물어 보았읍니다.
수철씨의 태도에 안심을 하고 사실대로 말했읍니다.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저는 원래 말을 안하면 안하지 거짓말은
절대 안합니다.)

그런데, 부드러웠던 수철씨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또, 머리채를 잡혀 그 사람 집에 끌려 갔읍니다.

그 이후에 당한 수모.. 입이 더러워져서 말하지 않겠읍니다.
정수씨가 자기 글에서 언급했듯이 발가벗겨놓고 손가락으로
나의 보지를 후벼 팠읍니다.

그땐 순간적으로 수철씨랑 같이 죽고 싶었읍니다.
이 더러운 인연을 끊고 싶어서..
절벽에 선 사람같이 달라드니까
그런 내가 섬?했던지, 그냥 놓아 주더군요.

처참한 심정으로 가게로 돌아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읍니다.
이렇게 야비하고 독한 남자가 왜 정수씨를 그냥 두었을까?
사실은 그즈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읍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지난번 정수씨와 젊은 애들과의 싸움을 보고
만만치 않은 상대로 보았던게 아닌가..

원래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이 의외로 같은 남자들에겐 약한것이
아닌가 봅니다.

망연한 심정으로 가게에 들어 오는데 정수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울컥 서러운 감정이 북바쳐 울고 싶었읍니다.
정수씨가 그런 나를 보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왜 그러느냐고 하더군요.

사실대로 이야기 했읍니다.
더 이상 숨길것이 없었읍니다.
그리곤, 이젠 가게를 그만 두어야 겠다고 말했읍니다.
정수씨도 대찬성이더군요.

정수씨의 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날 정수씨와 같이
여관에 갔었읍니다.
그리곤, 정수씨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읍니다.

내 남편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것을 정수씨에게 이야기 하고
위로를 받는구나..
사실 그즈음 남편도 예전과 달리, 술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고
집에도 신경을 쓸려고 했읍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지금 당신의 껍데기 하고만 사는것 같아!"
아이그! 이 양반아! 진작 좀 잘하지..
지금 당신 마누라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하기야 그 당시 내 마음은 모조리 정수씨에게 가 있었읍니다.

며칠뒤 술집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가게를 넘기게 되었읍니다.
조금 평이 안좋은 친구였읍니다.
나는 순수하게 그 친구를 도와 주려는 마음에서, 그 친구에게
정수씨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읍니다.
정수씨를 믿었기에...

그러나, 남자는 남자이더군요.
하기야 요염한 여자가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누가 있겠읍니까?
마음을 준게 아니고, 그냥 잠시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고, 또, 내 자신의 약점들이 많기에
그냥 덮어 두었읍니다.
나도 전에는 정수씨와 수철씨를 동시에 받아들인 적이 있었으니까요..
불가항력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꿈같은 시간들을 보냈읍니다.
이젠 술장사도 하지 않으니 나를 괴롭힐 사람들도 없고,
집에 있다보니 수철씨에게도 연락이 끊겼읍니다.

그런데.. 그런데..
하느님은 공평하시더군요.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병원에 실려 갔는데,
다른건 다 치료를 받으면 되는데 성생활은 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성불구자가 된 것이었읍니다.

물론 그동안 남편과의 잠자리는 두,세달에 한번정도 가졌을 뿐이었읍니다만,
(정수씨랑은 일주일에 한,두번은 했지만.. 정수씨가 내 남편이었읍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읍니다.
하느님이 문란한 나를 심판하는 것이 아닐까?

참! 죄많은 이 몸! 한 남자도 부족해 세 남자와 몸을 섞고 살았으니..
하느님께서 나를 불구덩이 지옥속으로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읍니다.

더 이상 남편에게 죄를 지을수가 없었읍니다.
부족한 남편이라 하더라도..

그래서, 정수씨에게 이젠 도저히 안되겠다고..
헤어지자고 했읍니다.
처음엔 왜 그러느냐고 만류하더니, 나의 이야기를 듣곤
잘 가라고 하더군요.
남편에게 잘하라고 하면서..

처음에 남편과 결혼하여 좋았던 몇년을 빼고,
이십년가까이 남자들에게 시달림만 받고 살았는데..
그래도, 조금의 복은 있었는지 정수씨를 만나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읍니다.
불륜이라 그런지.. 하느님께서 그런 복을 주시지 않나 봅니다.

이 글을 끝내면서, 혹시라도 나와 같은 경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또, 지금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끌려가고 있다면..
내 글을 보고, 다시한번 돌이켜 보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