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 부 - 시영이의 과거

여관방 침대에 눕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시영이가 왜 그랬을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아내가 시영이에게 꼬리를 친 것이 아니라,
시영이가 어떤 일로 아내를 협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내가 꼬리를 쳤다던 시영이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컷다.

‘머가 아쉬워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아내보다 쌕시하고 멋진 여자들을 언제든지 가질 수 있으면서,
왜 하필 그 여자들 보다 못한 아내를 건드렸을까?’

시영이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다음날 난 고등학교때 시영이와 자주 어울렸던 친구를 찾아 약속을 하고 만나러 갔다.

“진수야! 여기...”

약속장소에는 이미 고등학교때 동창인 명덕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왠일이냐 이렇게 날 보자고 하고...하하하...요즘 신혼재미가 어때?”
“그렇지 머...”
“와...아내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얼굴이 반이 됐네...하하하”
“......”
“근데 무슨일이야?”
“어...다른게 아니고 너 시영이 알지?”
“시영이?...김시영?”
“응”
“알지...거지같이 살던놈이 땅이 개발구역인가 뭔가로 정해지면서 졸지에 졸부 됐잖아?”

명덕이의 말에는 왠지 가시가 있어 보였다.

“근데 시영이는 왜?”
“어...다른게 아니고 시영이에 대해서 좀 궁금한게 있어서...”
“뭐?”
“그냥 이런저런거...고등학교때 너랑 같이 잘 다녔잖아...”
“나 요즘 시영이 만난적 없는데...”
“아니 고등학교때...”

명덕이는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는걸 좀 꺼려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조금씩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알고있던 시영이와는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의외로 날 무척이나 싫어했다는 것이다.
내가 없는 곳에서 틈만나면 내 흠을 잡곤 했다고 한다.
돈이 많아지자 갈수록 거만해져서 자신을 무슨 하인 다루듯이 했다고 투덜거렸다.
여자관계에 있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꽤 복잡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영이의 아버지의 바람기에 대한 얘기였다.
젊은 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유부녀들까지 건드리고 다녔다는 얘기였다.
대충 이런 것들 이었다.
시영이에 대해 색다른 얘기를 듣게 되자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어쩐다...’

더 이상 누구에게 알아볼 사람도 없는 형편이었다.
답답하기만 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좋아...그렇다면!...’

최후에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장본인인 미선이에게 직접 이 사실을 물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난 결심을 하고 미선이가 있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