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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02 1,686회 0건
아내별곡 - 제 7 부 - 계속되는 의문(2)
- 제 7 부 - 계속되는 의문(2)

집으로 돌아온 나는 벌써 한시간 동안 담배만 한갑을 피워대고 있었다.
아내가 오려면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다.

‘장모님에 관한 이야기라?....’

미선이는 부모님 두분이 모두 않계시는 고아 였다.
10년전 교통사고로 부모님 두분이 돌아 가셨다는 것과,
언젠가 미선이 할머니 댁으로 인사를 들이러 갔을때,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10년전 두분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미선이 부모님들의 모든 것이었다.
미선이에게 몇 마디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왜 난 두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까?...’

컴퓨터에 앉아 있던 나는 ‘어머니, 아버지’로 시작하는 관계되는 단어들을 쳐 보았다.
하지만 문서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하지 못할 사연이라도 있었나?...’

곧이어 무심코 ‘증오’라는 단어를 입력해 봤다.
순간 ‘윙’하는 플로피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 들려 왔다.
그 소리는 얼키고 설켜있는 실타레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화면에는 10년전의 일기인 듯,
1992년 3월...로 시작하는 일기 형식의 꽤 긴 문서가 눈에 들어 왔다.


1992년 3월 15일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했을까...
오늘이 두분의 장례식이었다.
지금 나의 이 심정, 이 기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이곳에 글을 남기려고 한다.

‘어머니’

지금 나에게 그 단어는 오직 증오라는 뜻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날 이 지경으로 만든 그 여자가 정말 내 어머니 일까?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내 몸속에 흐르는 어머니라는 사람의 피를 모두 빼 버리고 싶다.
차라리 내가 죽었다면 이런 걱정은 없었을 것을...
아버지가 불쌍하다 저런 여자와 20년을 아무것도 모른체 살고 있다는 것이.
.
.
.

‘도대체 이 글은 머지? ’

글에 내용은 온통 어머니를 증오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다행이 아버지에 대한 연민에 글 또한 중간중간 석여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왜 어머니가 그토록 미운지,
어머니가 미선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파일제목이 날짜로 되 있는 것 중에 어제 날짜인 것을 클릭해 봤다.
역시 ‘증오’라는 패스워드로 문서는 쉽게 열수 있었다.
예상대로 이 파일은 일기였다.
내가 모르는 아내만의 일기...

2002년 8월 10일

어제 오빠가 인사불성이 되서 집에 들어왔다.
오빠를 만나면서 그런 모습은 처음 본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같이 오빠를 대려온 그 사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몸을 ?고 지나가는 그 시선...
소름이 끼치는거 같았다.
아무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아니?!...아무일이 없었다고?!!!!’

머릿속이 텅 빈듯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아내가 미리 짜놓은 F에 내가 걸리기라도 한것인가?’
‘아니면 시영이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머리가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분명 둘 중에 한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둘다 석연치 않는 부분이 너무 크다.
아내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내가 이글을 볼 줄 알고 미리 이런 거짓말을 써 논단 말인가?
시영의 말이 거짓이라면,
아내의 메일에 있는 그 내용들은 어떻게 설명을 한단 말인가?
두가지 경우는 두사람의 말이 거짓이라는데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게 한다.
아니면 두명의 농간에 내가 놀아나고 있는건가?
미쳐 버릴것만 같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냉정해 지자...냉정해 지자...’
‘좋다! 그럼 가설을 세워보자...’
‘둘중 누군가는 지금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영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치자...’
‘시영이가 머가 아쉬워서 1년만에 날 찾아와 거짓말을 하겠는가?...’
‘돈도 많고 여자도 많고, 뭐하나 부러울 것 없는 놈이 나같은 놈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그럼 이제 미선이가 남는데...‘
‘지금 미선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은 단지 이 일기 하나뿐 아닌가?...’
‘나중에 쓰기위해 미리 써놓은 각본을 내가 작은 착오로 미리 볼 수 도 있는 문제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동안 내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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