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하이웨이 -3-
수영은 바로 어제 찬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 어머니 저 지금 한국으로 가고 있어요..

수영의은 눈가에 그늘이 드리운다.
1970년.
그때 박두식은 성장해가는 패기의 정치초년생이었다.
박두식을 사랑했고 박두식 역시 비서로 일하던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오늘처럼 비오던 그날저녁..
생각조차 꺼리던 일이었다.
법무장관의 초청으로 저녁모임에 참석했다가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수영먼저 박두식의 오른팔 격인 홍선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정부도 돌아가고 아무도 없던 집에서 수영은 홍선기에게 겁탈을 당했다.
평소 말수가 적고 그림자처럼 남편을 따르던 그가 그렇게 돌변할줄은 아무도 상상할수 없던 일이었다.
그후 공교롭게도 찬국을 임신했고 수영은 그아이가 박두식의 아이인지 홍선기의 아이인지 스스로도 반신반의 할수밖에 없었다.
박두식은 그 모든걸 받아들였다.
찬국을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고 찬국의 출생을 기뻐했다.
박두식을 떠난 홍선기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비열한 과거를 들춰냈다.
결국 수영은 박두식의 미래를 위해, 아니 더욱 정확히 하자면 찬국의 미래를 위해 떠날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박두식은 수영을 그의 곁에서 떠나보냈다.

"민국당 소속 박두식 의원의 처 유수영씨가 자신의 아이를 태운채 운전중 빗길에 미끄러저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사망"

세상에서 이제 유수영,박찬국은 없었다.
곧바로 두 모자는 호주로 몸을 숨겼고, 그곳에서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귀국했다.
그리고 변모한 세상을 만났다.
대전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과거를 숨기고 살던 수영을 박두식이 찾아왔다.
구석진 자리에서 두사람은 침묵했다.

- 미안하오.
- .....
- 찬국이를 볼수있을까?
- .....
- 그애한테 전해줄것이 있는데..

수영은 고개를 들어 박두식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사람...많이 변해있다. 예전에 느끼지 못하던 그늘이 생겼다.
천천히 박두식이 입을 연다.

- 그동안 고생한거 사무치게 미안하게 생각하오. 당신이 떠나있는 동안 다른사람을 통해 근황은 알고 있었다오. 먼저 연락하지 못해 미안하구려..난 단지..
- 그만 돌아가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이제 찾아오지 마세요. 의원님이나 찬국이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시는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요.
- .....
- 그리고 찬국이 과거를 다시 꺼내놓기 싫어요.
- 힘들었다는거 알고있소. 당신이나 찬국이 모두..
- 강한 아입니다. 우리 두사람 당신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싶군요.
- ....

수영은 눈물이 흘러내릴것만 같아서 고개를 돌린다.

- 오늘은 그냥 돌아가겠소. 이거...찬국이 전해 주구료.
- ....

자리에서 일어서는 박두식의 시야에 한청년이 서있다.
상황을 짐작한듯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않고 그저 박두식의 얼굴을 바라볼뿐..

J는 선글래스를 챙겼다.
아무래도 목적지가 가까워 진듯하다.
잠을 못잔것일까?
찬국의 얼굴이 피로해 보인다.
하늘엔 낮은 구름이 몰려가고 간간히 강한 햇살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찬국..
검정 리무진 한대가 호텔정문에 대기하고 있다.
짙게 차광을 한탓에 내부가 들여보이진 않지만 누가 타고 있는지는 알것같다.

박두식...그가 찬국을 만나러 온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