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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2 1,356회 0건
.

나스오의 인상은 전형적인 일본 사무라이였다. 그래서인지 나스오는 무 척

칼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스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영은 깊게 인사를 했다.

통역은 다까히로 대신 내가 부탁해 미꼬에게 시키게 되었다. 미꼬는 이 런

모습들은 처음인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양쪽으로 길게 정렬한 채 꿇어앉아

있는 보스급 야쿠쟈들은 미꼬에 대해 아는지 비웃음 어린 눈길들을 보내고

있긴 했지만 나스오 앞이라 자제하 는 듯 했다. 호영은 불쾌했지만 어쩌지

못하는 처지였다.

"떨지마...괜찮아...내가 있잖아."

호영의 옆에 앉아 있는 미꼬의 손을 살며시 쥐어 주었다. 미꼬는 살짝 고개

를 끄덕이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미꼬가 통역을 시작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하셨소. 지내는 데는 불편한 건 없었는지 모르겠군."

"나스오 님의 배려로 아무런 불편함 없이 호강을 누렸습니다."

"형제에게 베푸는 건데 호강은 무슨... 그래 보스는 잘 계시고?"

"네. 나스오 님을 자주 말씀하시면서 하루 빨리 뵙고 싶다고 말씀하셨습 니

다."

"음...언제 시간을 정해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 회장님께서 나스오 님에게 보내시는 우 정

의 표시입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그래? 음....................오......이게 뭐지?"

"네. 회장님께서 얼마 후 나스오 님의 영애께서 결혼식을 하신다는 소식 을

들으시고 어렵게 구하셔서 선물로 보내신 겁니다. 아실 지 모르지만 여인들

이 지니는 은장도라는 것입니다."

"오오. 그래. 은장도... 들은 적이 있지..."

"네. 순결과 절개를 지키기 위해 여인들이 깊숙이 간직하는 한국에서는 귀한

물건입니다. 그 방면의 인간문화재가 만든 것입니다. 마음에 드셨 으면 하셨

습니다."

나스오와의 대면이 있고 난 다음 호영은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

은밀 히 전한 보스의 친서와 선물, 그리고 간단한 인사를 한 것이 전부였지

만 일단은 할 일을 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이제 며칠간의 시간밖에 없

지만 자유나 다름없었다. 나스오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대접을 소

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 속했고 호영도 쾌히 승낙하며 감사해 했다. 미꼬도

파랗게 질린 채 밖으로 나왔었는데 이젠 안심이 되는지 제 혈색 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 놈인가?"

"하이. 사진과 똑같습니다."

"없애고 난 다음 나스오에게 보내버려."

"하이!"

미꼬에게 일본에서 유명한 신칸센을 타고 싶다고 말하자 그녀는 운전기 사에

게 목적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호영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미꼬는 도카이

도산요센이라는 노선을 타보 자고 했다. 신칸센(新幹線)은 64년 도쿄 올림픽

에 맞춰 개통된 고속열차였다. 당시 시속 240km라는 놀라운 속도로 달리던

것이 지금은 시속 270km의 노 조미가 추가로 운행되고 있고 2개의 신칸센 노

선이 증편되어 있는 실정 이라고 했다.

미꼬가 말한 도카이도산요센과 도호쿠센, 그리고 조에쯔센으로 구분된다 고

한다. 도카이도산요센은 도쿄에서 나고야, 교토, 오사카를 지나 하카타까지

이 어진다고 미꼬는 덧붙였다. 미꼬는 호영도 들어 알고 있는 오사카에 갔다

오자는 얘기를 했다. 시간 도 넉넉했고 호영은 그러자 고 동의했다. 오사카

까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길었다. 킬로미터로 약 553km 정도였

다. 신칸센에 올라타자 이젠 운전기사 없이 미꼬와 호영 단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시테이세키(指定席)라는 지정석을 타야 편하다는 내 생각에 미

꼬는 거리 낌없이 지유세키(自由席)라는 자유 석을 선택해 표를 사 왔다. 호

영의 고정관념은 한국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자유석이라 하면 한국의 통일호나 비둘기호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자연 히

자유 석의 수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호영의 기 우에 불

과 했다. 신칸센이라 틀린 건지는 모르지만 자유석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편

하거나 지저분한 점을 찾아보질 못했다. 오히려 언젠가 한 번 타 본 적이 있

는 한국의 새마을호와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기도 했

다. 미꼬는 호영의 어깨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고 호영은 창 밖의 풍경에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다, 곱게 잠든 미꼬의 이마에 간간이 입을 맞추어 주었고 미꼬는 잠결에

도 그를 알고 있는 듯 허리에 있던 손을 들어 그를 안아보곤 했다. 그들이

탄 신칸센 하카리호로는 신 오사카 역까지 도쿄에서 2시간 50여 분이 걸렸다

. 잠시 눈을 붙였던 미꼬는 미리 일어나 호영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신칸센의 속도가 줄면서 서서히 움직임이 멈추자 미꼬와 호영은 자리에 서

일어나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미꼬는 앞서 걸으며 연신 오사카에 대한 간단

한 설명들을 호영에게 해 주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사내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그들의 대화가 길었 기

때문일 것이다. 호영은 문득 반짝하는 빛을 느꼈다. 그때 미꼬의 헛바람 빠

지는 소리를 느꼈다.

"흑!"

호영은 좁은 통로에 들어서던 사내들을 살폈다. 앞서 걸어오는 사내는 곧장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앗!"

사내의 손이 빠르게 앞으로 내밀어졌다. 슈욱!

반짝하고 빛나던 물건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날이 잘 선 칼이었다. 한국 의

건달들은 이런 것을 사시미라고 하던가... 호영은 미꼬가 고꾸라지고 있는

것을 동시에 목격했다. 호영은 빠르게 양쪽 좌석 등받이를 집고 뛰어 올랐다

.

"하아!"

사내는 그의 행동을 간파했는지 찔러오던 칼을 다시 위로 솟구치며 그어 왔

다. 호영은 빠르게 뒤로 넘어졌다. 등이 정확하게 바닥에 닿았다 싶었을 때

그의 몸이 용수철처럼 퉁겨 올라왔다. 퍼억!

"큭!"

그는 사내의 허점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무릎을 강타했다. 괴롭게 신음하던

사내는 턱을 감싸쥐고 주춤했다. 호영은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갔다. 퍽! 사내가 쓰러졌다. 뒤에 있던 사내는 깜짝 놀라며 미꼬에게 빼앗

겼던 시선을 돌려왔지만 호 영이 빨랐다. 평행으로 호영의 목을 향해 그어오

는 칼을 가볍게 피한 그 사내의 복부 에 주먹을 넣고 연속동작으로 턱을 올

려쳤다.

뻑! 기분 나쁜 음향이 울렸고 사내는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아악!"

다른 칸에서 이동해 오던 한 여자가 칼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 놀라 비 명을

질렀다. 꿈틀대며 쓰러져 있는 사내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남아

있는 한 사내는 주춤거리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미꼬의 복부에서 피가 흐르

고 있는 것이 그에게 보였다. 앞서 걷다가 사내들에게 찔린 것이리라. 가늘

게 신음하는 미꼬를 내려다보며 호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내를 쳐다보자 흠칫했다. 호영이 뚜벅뚜벅 한발자국씩 다가가자 사내는 뒷

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간격이 유지되자 호영은 빠른 걸음으로

사내에게 다가 갔 다. 그러다, 사내가 뒤를 돌아보자 호영의 몸이 공중으로

날았다. 태권도의 이단 차기 동작과 비슷했다.

"이야!!!"

퍼억!

"컥!"

사내가 납작 엎드리며 쓰러지자 호영은 그 사내를 돌려 멱살을 움켜쥐었 다.

퍽! 퍽! 퍽! 퍽!

"! 놈! 뒈져! 뒈져!"

사내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고 사내는 곧 정신을 잃은 듯 그의 주먹에 반 응

이 없었다. 호영은 멱살을 놓으며 몸을 떨었다. 질끈 감긴 눈은 누군가를 찾

고 있었 다. 그는 생각을 오래하지 못하고 급히 몸을 일으켰다.

"미꼬 ㅡ ㅡ!!!"

삐~ 삐~ 삐~ 삐~ 규칙적인 음향이 귓가를 때릴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호영도 언제부터 그렇게 굳은 자세로 움직이지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혼수

상태에 빠진 미꼬는 여전히 감겨진 눈만을 파르르 떨며 인공호흡기 와 알 수

없는 장치들을 얼굴에 단 채 그대로였다. 침대 옆에 손을 깍지 낀 채 얼굴을

숙이고 있는 호영은 간혹 어깨를 들 썩이기도 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다

까히로는 그에게 쉴 것을 권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굽니까..."

"그게..."

"말해 보세요."

"긴따로라고... 나스오 님께 골칫거리 짓을 많이 하던 조직 놈 이므니 다."

"그런데 제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오사카까지 따라와서 칼을 휘두른 단 말입

니까?"

"그게 저희들도 모르겠스므니다. 나스오 님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계시므 니

다. 경찰에 잡힌 놈들도 그냥 시비를 걸려고 했다는 말밖에는 하지 안 스므

니다."

"긴따로라는 놈이 그들의 대장입니까?"

"하이. 혈기왕성한 젊은애들을 모아 대장 노릇을 하지만 아직 나스오 님 도

골치를 썩을 만큼 대단한 녀석이므니다. 독종이기도 하므니다."

"그 자식을 잡으면 모든 걸 알게 되겠군요......"

"안 되므니다. 안 되므니다. 힘드므니다. 우리 조직도 실패를 했을 정도 로

대단한 놈이므니다. 자칫 하다간 박상까지 위험해 지므니다. 그들이 노린 건

박상인 것 같스므니다."

"난 당신들과 달라요! 이대로는 한국으로 안 갑니다!"

"박상......."

"긴따로라는 녀석이 있는 곳이나 잘 가는 곳을 좀 가르쳐 주시죠."

"박상....정말로......"

"다까히로상. 내 마음 좀 이해해 주세요."

"박상이 만약에 긴따로를 잡으면 우리 조직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

지만 너무......"

"가르쳐 줄 꺼요, 말 꺼요?!"

"박상......."

단고야(경단가게)와 선물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자 시바마타다이샤 쿠

텐(帝釋天)이 보였다. 역사가 깊은 오래된 일련종(日蓮宗) 사찰이라고 했다.

호영은 다시 옷을 여미고 단단히 신발도 묶었다. 여기저기 참배 객들이 줄을

지어 있었고 한쪽으로는 조각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회

유식(回遊式) 정원으로 들어갔다. 스이케이엔이라고 불린다는 이곳에 서 호

영은 기다리기로 하고 긴장감을 높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여러 명의 사내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눈에 보아도 평범한 사내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호영은 가운데 서

있는 사내에게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가 바로 긴따로일 것이다. 호영

은 품속을 어림잡아 더듬었다. 아침에 다까히로에게 부탁한 물건이 품속에

있었다. 호영은 긴따로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긴따로는 양쪽으로 두 명의 사내만을 대동한 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 다.

다른 사내들은 멀리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

호영이 움직였다. 십 여 미터의 거리에 왔다. 긴따로는 참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다만, 주변 사내들이 사방을 경계 하듯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호영

은 천천히 다가갔다. "헤이~" 왼쪽의 사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퍽!

"윽!"

제대로 맞았기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호영은 생각했다. 그

러자, 긴따로와 다른 한 사내가 동시에 호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호영의 목

표는 긴따로였다. 그래서 다른 한 사내를 제압해야 했다. 휙! 모듬뛰기를 하

듯 그 자리에서 뛰어 오른 호영은 연속적으로 두 번을 사 내의 얼굴과 가슴

에 발로 가격했다.

"흐윽!"

주르륵 밀려난 사내는 돌기둥에 머리를 박고 고개를 꺾는 것이 보였다. 호영

은 그 즉시 품속을 뒤져 꺼내어 긴따로의 목에 대었다. 총이었다.

"너는 누구냐?"

일본말이었지만 호영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몰라! 씹새끼야. 개소리 떨지 말고 저리로 가!"

호영이 겨눈 총을 쿡쿡 찌르며 턱짓을 하자 긴따로는 버티지 못하고 알 아들

은 듯 주춤거리며 그가 이끄는 대로 발을 움직였다. 주위가 어수선해지기 시

작했다. 여기저기에서 동요가 일었다. 긴따로의 목에 걸린 총을 보기도 했지

만 무엇보다 긴따로의 부하들이 소 란을 듣고 달려왔다는 것이 커다란 동요

였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얼굴들을 한 그들의 손에는 무기들이 들려 있었고

두 녀석의 손에는 호영이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총이 들려있었다.

뭐라고 잔뜩 힘을 실어 고함들을 질러대었지만 호영은 말려들지 않았다. 그

리고, 알아 들을 수도 없었다.

"가까이 오지마! 이 새끼를 죽이는 수가 있어! 꼼짝만 해도 당겨 버릴꺼 야

!!!"

행동은 말보다 빠르다. 긴따로의 목에 총을 겨눈 채 연신 방아쇠를 까닥 여

대자 그들은 더 이상 소리치거나 다가오지 못했다. 긴따로는 손을 들어 그들

을 제지하며 눈을 굴려대고 있었다. 호영은 슬금슬금 옆으로 이동하며 그들

을 지나쳐 입구 쪽으로 향했다. 사내들과 긴따로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듯 했지만 그들의 상대가 너 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에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긴따로가 타고 온 듯한 외제 승용차가 있

는 곳까지 호영과 그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타!."

"......"

긴따로는 못 알아듣는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버텨보려는 행동인지 그가 차

문을 열고 목을 지긋이 눌러도 눈치만을 볼 뿐 몸을 움직이지 않았 다. 퍽!

"야. 타란 말야!!"

"윽!"

호영은 무자비하게 긴따로의 뒤통수를 총으로 내리쳤다. 긴따로는 짧게 비명

을 지르고 허리를 꺾었다. 씩씩거리던 긴따로의 부하들은 주춤하면서도 분노

를 감추지 못했다. 호영은 그들을 한차례 둘러 본 후 긴따로를 운전석에 앉

혔다. 그리고 그 는 뒷문을 열어 천천히 올라탔다.

"가! 가란 말야! 고! 고 몰라!!!"

긴따로는 다시 뒤통수에 닿아 오는 총구에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탄 차가

천천히 움직여 그곳을 빠져나가자 긴따로의 부하들은 안절부절 못 한 채 발

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여러 번이나 호영을 겨누고 있던 사내들이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긴따 로의 몸에 완벽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움직인 덕분에 호

영은 무사히 그곳 을 벗어나고 있었다. 긴따로가 듣지 못할 정도로 짧게 안

도의 한숨을 내 뱉은 호영은 앞을 보 며 운전하고 있는 긴따로에게 다시 입

을 열었다.

"유라쿠쵸(有樂町). 오케이!!!"

긴따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가 아

닐 것이다.


4.

"들........"

호영은 이를 갈았다.

"그랬단 말이지.... 그랬었단 말이지..."

다까히로의 말을 들은 그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분노도 그런 분노는 없을

것이다. 배신. 아니다. 그건 악마적 발상이다. 그는 그렇게 단정지었다. 미

꼬를 바라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눈빛들이 곱지 않았다. 그녀가 트랜스라

는 걸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호영은 아무렇지 않게 받 아 들였다. 그는 그

저 미꼬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기 때 문이었다. 미꼬는 다행

히 비껴간 칼로 인해 며칠만에 깨어날 수 있었고 수술도 잘 끝나 곧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기대어 앉아 병원 밥을 먹는

미꼬는 까칠해진 호영의 얼굴을 보며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호

영이 웃어 보이자 곧 특유의 맑은 웃음 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내가 고맙다."

"......"

"살아줘서......"

"다까히로씨. 통역 잘 해요."

"하이. 알겠스모니다."

"나스오 보스. 일전에 긴따로를 잡아 왔을 때 저에게 많은 감사를 해 주 셨

고 또한, 제가 부탁하는 것은 무엇이던지 들어주신다는 감당할 수 없 는 말

씀도 해 주셨습니다. 만약, 제가 어려운 부탁 하나를 해도 들어 주 실 수 있

으신지요?"

"...."

"말하라. 박상은 우리의 형제이자 은인이다. 무엇이든 간에 나는 들어줄 용

의가 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저와 저를 보살펴 주었던 미 꼬

라는 아이의 여권을 마련해 주십시오. 전혀 의심없이 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면 됩니다."

"......"

"미꼬라면 다친 아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전 그 아이를 여기에 두고 갈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아이 가

몸담고 있는 곳에 양해를 구해야 되겠지만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 니다.

다만, 그녀의 신분이 그렇다 보니 올바른 여권으로 특히, 여자의 신분으로

한국에 갈 수 없음에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

"좋다. 그것은 다까히로에게 말해 놓겠다. 그건 어렵지 않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한국 조직에 제가 죽었다는 소 식

을 전해 주십시오. 물론, 저희 회장님까지도 제가 살아있다는 걸 아시 면 안

되고 말입니다."

"......"

"그렇게 까지 해야 되겠나?"

"그렇습니다. 이건 저의 조직 일이니 만큼 나스오 보스께서 그렇게만 도 와

주신다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충성을 맹세 할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저 의 간

청을 들어주십시오."

"......"

"......"

"......"

"어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가 한국에 갈 줄은..."

"후회하지는 않니?"

"네. 행복해요. 이렇게 여자가 되었잖아요. 비록, 조그마한 여권상의 신 분

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전 행복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난 너무 내 생각만 한 건 아닌가 걱정했어."

"저기 보이는 구름처럼 제 마음도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요."

"수술하고 싶어하는 네 마음 이해는 하지만 일단 한국에 가면 당분간 그 런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나중으로 미루어도 괜찮겠어?"

"오빠만 이해해 준다면 보지이건 후장이건 저에겐 다 오빠꺼에요."

"고맙구나. 하여튼 한국에서 볼일을 다 보고 난 후 지방으로 내려가서 조그

마한 가게라도 하나 하자. 그리고 우리 행복하게 사는거야."

"오빠.....고마워요."

"또 고맙다는 말한다. 그러지 말라니까."

"오빠... 사랑해요."

"그래. 나도..."

호영은 미꼬와 지방으로 내려가 단촐하게 살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도 착하

자마자 배신자들에 대한 숙청작업에 들어갔다. 그 덕분인지 조직은 재정비가

불가피해졌고 그는 일약 전권을 쥐게 되었 다. 보스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맡

기고 일본으로 갔다. 그래서 그는 미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미꼬.... 그녀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었지만 호영으로 인해 항상 마음 졸이는

하루 하루가 되어야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늘 밝게 살려고 노력했고

그녀의 뜻에 호영도 잘 따라와 주었다. 그녀는 아직 자지를 달고 있다. 그것

은 호영이 원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후장을 사랑했고 좋아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기에...

"하흥...오빠....하흥.....더....더...빨아줘..."

"미꼬....쭈웁....니 후장이 벌렁거리고 있어...우....쭈웁..."

"오빠.......으흐응....음탕해...아흥...."

"쭙...쭙... 미꼬가 그렇게.....쭙...만들잖아...쭙"

"오빠....그만하고... 흐응...넣어줘...제발..."

"쭙...좀..더...쭈웁....먹고...."

"아흥....아...."

그들의 들뜬 목소리는 여전히 그들만의 침대를 울렸고 그들의 방을 진동 시

키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름다운 것이었고 그들의 행

위는 성스 러운 것이기에 그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 호영과 미꼬의 사랑... 영원히...




설화란 입니다.

그 동안 대구에 내려가 있는 동안 인사를 못 드렸네요.

못난 작품이지만 관심을 가져 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설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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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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