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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문 - 19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14 1,401회 0건
에피소드 (19) - 새 식구-1부
[ 다녀 오겠습니다.- ]
[ 그래- ]
[ 상현아 운전 조심해∼ ]
[ 오빠- 일찍 들어와∼ 알겠지? ]
상현은 현관에서 엄마와 누나 그리고 주희에게 키스를 한 후 문을 나섰다. 개강한지도 일주일이 지났지만 공부보다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술마시기에 바빳다. 어제도 밤새 술을 마셔 머리가 찌끈찌끈했다. 그래서 일요일인 오늘은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쉬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술한잔 하자며 들복자 일단 얼굴만 보이고 슬며시 빠져나올 생각으로 차의 시동을 걸었다.
[ 휴우---, 임신이라니................. ]
성희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데에 당혹스러웠다. 한달전쯤 자신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임신을 한 것이다. 정사이후 뒷처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생기니 한숨만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의사로서 이만하면 됐겠지하는 안일한 확신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았다.
성희는 아이를 지워야 할지 낳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하나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아이를 낳는다하여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라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싫었다.
성희는 화장대 서랍에서 환자기록 카드를 꺼내들고 바라보았다. 아이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건 단지 이름석자와 나이 그리고 집주소 뿐이었다. -이 사람에게 알려야하나?- 자신이 강간?한 사람에게 불쑥 찾아가 당신의 자식을 가졌다고 말하면 그 사람 표정이 어떨까.... 자신에게 정이 있을리 만무하니 화를 낼게 분명하다. 또 아이를 지우라고 하겠지..... 하지만 순결을 준 사람이라 그런지 그 사람이 왠지 보고싶고 끌렸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요즘은 그 사람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건 자신도 어쩔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성희는 외출복을 대충 입고 집을 나섰다.

성희는 카드에 기록된 주소를 찾아 문앞에 섰다. 높은 담벼락에 나무가 집주위를 둘러 있어 밖에서는 집의 지붕만 조금 보였다.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집이었다. 성희는 용기를 내어 벨을 눌렀다.
[ 딩동--- ]
[ 누구세요? ]
[ 예∼ 이상현씨 계십니까? ]
[ 오빠는 지금 집에 없는데- 누구세요? ]
[ 아- 예∼ 저는 얼마전 이상현씨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입니다. 안계시면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
[ 잠시만 기다리세요- ]

주희는 오빠를 강간?한 여자가 찾아 오자 무엇이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 히히-- 엄마- 오빠 강간한 여자가 찾아 왔는데 어쩌지? ]
미현과 주영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되물었다.
[ 누가 왔다고? ]
[ 아이 엄만- 그 있잖아 얼마전에 오빠 정관수술할 때 그 의사 말이야- 그 의사가 왔는데? ]
미현은 주영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고는 말했다.
[ 무슨일이지? 내가 나가 볼 테니 너희들은 옷 좀 걸쳐라- ]

성희는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문이 열리자 용기를 내어 집으로 들어섰다. 넓은 앞마당을 지나고 커다란 집의 현관에 이르자 자신이 위축되는 것 같았다. 현관 문이 열리고 중년부인이 자신을 맞아 주었다.
[ 어서 오세요- 제가 상현이 애미 되는 사람입니다- ]
[ 예- 안녕하세요- ]
미현은 성희를 거실 쇼파에 안내하며 말했다. 그리고 음료수를 가지고서 자신도 쇼파에 앉았다.
[ 여기 좀 앉으세요- ]
[ 예 감사합니다. ]
주영과 주희는 대충 옷을 입고 찾아온 의사가 어떻게 생긴 여자인지 궁금해 자신들도 쇼파에 앉았다. 주희는 무엇이 즐거운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찾아온 손님을 자세히 살폈다. 짙은 갈색머리에 새하얀피부 일단 얼굴만 봐서는 상당한 미인었다. 하지만 약간 헝크러진듯한 머리카락, 화장은 했는지 안했는지 조금 거친 피부, 화려하지 않은 투피스 차림, 여자로서 꾸미는걸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또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이국적인 냄새가 나는게 꼭 외국인 같았다.
성희는 세사람이 마치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뚫어지게 쳐다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세여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간편한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 그래 무슨일로..... 혹시 수술이 잘못 되기라도........ ]
[ 예? 아- 예- 그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데 이상현씨는 언제 돌아오나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
성희는 본인이 아닌 가족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이야기 한다는게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인듯한 사람도 있어 차마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미현은 이 젊은 의사가 자신들을 어려워 하는 것 같아 부드럽게 말했다.
[ 상현이는 조금 있으면 올겁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비밀이 없으니까 그냥 편하게 이야기 하세요- ]
[ 휴우-- 사실은 제가 그날 이상현씨한테.... 못.........할짓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
[ 호호... 그래서 사과하러 오셨나요? 호호... 상현이한테 모두 들어서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
[ 예∼?! ]
성희는 깜짝 놀랐다. 그날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알렸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보통 이런 일은 친구들한테나 자랑삼아 이야기하지 가족들한테 이야기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거 완전히 마마보이구나-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소?한일까지 모두 이야기 할 정도면 이상현 본인의 결정권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세상 어느 부모가 나이많고 결점투성이인 이런 자신을 받아 주겠는가...... 성희는 깊은 절망감에 어깨의 힘이 빠지고 눈물이 흘렀다.
미현과 주영, 주희는 의사가 고개를 푹 숙인체 눈물을 흘리자 어리둥절하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아........아가씨..... 갑자기 왜 이러세요? ]
[ 사.....실은... 그날 일로... 제가 임......신을....... ]
[ 예∼?! ]
미현 등은 이 말을 듣고 입이 절로 벌어졌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격 아닌가.......... 한사람은 울고, 세사람은 망연자실 앉아만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주영은 성희가 조금씩 진정되는 듯 하자 뜨거운 커피한잔을 끓여 성희에게 내밀며 말했다.
[ 언니........ 이거 한잔 드세요...... ]
[ 고..맙습니다... ]
미현이 조용히 말했다.
[ 아가씨..... 나이가 몇이죠? ]
[ 27살입니다..... ]
[ 부모님은?... ]
[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
[ 아가씨.... 임신을 했다니..... 휴우∼... 지울 생각이었다면 찾아오지도 않았을텐데....... 상현이와 아가씨는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가 아가씨를 받아 주기를 바라나요?......... 아가씨가 찾아온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
[ 만약 우리가 아가씨를 받아준다면....... 상현이와 결혼하기를 원하나요? ]
[ 전...... 만약.......... 받아만 주신다면............ 예--- ]
성희는 대답은 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뻔뻔하다고 생각되었다.
[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이들하고 상의를 해봐야 겠군요... ]
미현은 두 딸을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 갔다.

[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
[ 뭐... 나쁜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아요.. ]
주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 엄마... 오빠가 결혼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야? 난.... 오빠와 헤어질수 없어.. ]
[ 엄마 저도 그건 싫어요........ 상현이도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
[ 오빠와 그 언니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지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한다는게 내키지 않아요 또 그 아기가 오빠아기인지도 확실치 않고..... ]
[ 거짓말할 사람 같지는 않더라.. 그리고 무슨 목적이 있는것도 아닌것같고.... 휴우∼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빠도 언젠가는 가정을 가지고 자식을 낳아야 하지 않겠니? ]
주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 싫어 엄마... 난 오빠와 헤어질 수 없어..... ]
[ 끝까지 들어봐라.. 물론 엄마도 너희들과 같이 상현이와 함께 지내고 싶다. 알다시피 우리는 자식을 가진다는게 어려운 형편이니....... 차라리 저 아가씨처럼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이 상현이나 우리한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들 이야기를 해주고 저 아가씨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자.... 어떠니? ]
[ 엄마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지만.... 누가 이런 일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겠어요? 만약 우리 얘기를 모두 듣고 상현이를 포기하면.... 그러면 남들에게 우리 일이 알려질 수도 있는데..... ]
[ 그 문제는..... 얘기해주기 전에 다짐을 받아야 겠지.... 그러면..... 일단 너희들은 찬성하는 걸로 알아도 되겠니? ]
주영과 주희는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 상현이만 괜찮다면........ ]
[ 그래 알겠다- 이런 이야기는 서로 불편할테니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엄마가 내려가서 이야기할테니... ]

성희는 조용히 기다렸다. 머리체를 쥐어 틀어도 시원찮을 상황에 침착하게 상의를 하겠다며 올라가는 세사람을 보자 상당히 교양있는 사람들이라 여겨져 마음이 놓였다. 사실 이상현씨와 결혼을 하고싶은지는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아버지가 계셨지만 특별한 외모 때문에 평생 외롭게 자라서인지 가족이나 가정이란걸 얻고 싶은지도 모른다. 또 단 한번의 인연이었만 이상현씨가 싫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층에서 어머니가 내려오셨다.
[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
[ 아닙니다... ]
[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겠어요.... 우리가 아가씨를 허락한다 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남아있어요..... 그것은 아가씨가 우리 가족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거예요...... 이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다짐부터 받아야 겠어요..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겠다는...... ]
성희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너무도 기뻣다. 하지만 굳은 어머니의 표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무언가가 남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예- 알겠습니다- ]
미현은 성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상현과 가족간의 이야기, 상현이 무엇 때문에 정관수술을 받으러 갔는지 상세히 말해주었다. 또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라는 말도 해주었다.
성희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신들의 치부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그만큼 믿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런일을 남들에게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이상현씨를 강간?만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일을 떠들고 다니면 누워서 침뱉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잘은 모르지만 단순히 욕정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를 탐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또 막되먹은 사람들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혼혈아로서 평생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평생 외롭게 지낸걸 생각하면 이처럼 결점?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과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다. 그만큼 자신을 잘 이해해 줄테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이상현씨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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