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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7 819회 0건
여로(女路)-2.여장선발대회를 구경한 남자.

제목:여로(女路)

주제:동성애.트랜스.성전환



2.여장선발대회를 구경했던 남자.

그 일이 있은 후 난 내 자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학교의 명물이 되고 말았

다. 내 몸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는 녀석. 여기저기 만져보기까지 하는 녀석

. 농담이려니 하지만 한 게임 하자는 녀석. 좇이 있나 없나 검사나 한 번 하

자는 녀석......

하여튼 이건 나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 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

으론 그리 싫지 않은 추억이었다. 아마 난 그때부터 그런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랬다. 난 그때부터 내 운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진다. 그런 생각이 어느 정도 날 지배하고 있었던가

...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까지 공포의(?) 학교생활에서 다소나마 해방될 수 있

다는 나의 짧은 생각이 잊을 수 없는 일을 낳고 말았었다. 조그마한 트럭으

로 야채를 팔고 다니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도 방 학을 했다고 해서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가셔서 저녁 늦 게나 들어오시는 아버

지의 얼굴을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 만에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

다. 내가 방학동안에도 집안에서만 뒹굴고 있자 측은해 보이셨는지 아버지는

선뜻 오만 원이라는(그때당시는 꽤 큰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거금

을 쥐어 주시며 놀러도 다니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아마 그때까지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용돈 중에 최고의 금액이었을 것이 다.

난 하루종일 고민했었다. 뭘 하지? 이 돈으로 뭘 해야 쌈빡하게 놀았다는 소

릴 들을까? 아니, 뭘 살까? 아님...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양요리나 먹을까?

결국 그날은 십 원 한푼 써 보지도 못하고 날을 보내야했다.(바보~) 이튿날,

일 나가시는 아버지와 비슷하게 일어난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서 보기로 결정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내 눈앞에 펼쳐지는 중심 가의 모습은 충분히 날 들

뜨게 했다. 어느 정도였으면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을 만큼.

"이봐 학생. 학생... 학생!"

난 그때야 고개를 돌려 날 부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보는 아 저씨

였다. 아저씨도 그냥 아저씨가 아니라 말끔한 양복에 제법 성공한 부류의 인

텔리 신사 같은 분위기의 남자였다. 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몇 발자국 다가

가 대답했다.

"저...말씀이세요?"

그는 원래 그러는지 턱을 쓰다듬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 다.

"학생. XX고등학교에 다니지?"

"네? 네에..."

놀랐다. 아니 순간 가슴이 덜컹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혹시나 내

가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닌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

다. 휴지를 함부로 버린 것도, 무단횡단을 한 것도 그렇다고 침 을 뱉거나

소릴 지르지도 않았고, 물론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 지른 것도 아니

었다. 난 이곳에 도착한지 삼십 분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

전하고도 열 시밖에 되지 않았다. 나의 놀라는 표정이 우스웠을까 그는 함박

웃음을 입에 걸려 손을 내저으 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하고 있었다.

"아냐. 아냐.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학생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 런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난 선생님도 더군다나 경찰 같은 사람도 아니 니까 말

이야. 하하..."

그의 목소리는 누구라도 앞에서면 압도 될만한 것이었다. 쩌렁쩌렁 울리 는

음성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흔들거리는 것 같은 착각에도 빠졌다. 내가 얼떨

떨해 있기만 하자 그는 마치 친동생이라도 된다는 양 내 어깨 에 팔을 두르

며 걸음을 재촉했다. 난 영문을 몰라 그의 반 발자국도 될까 말까한 보폭을

걸으며 그를 올려 다보았다.

"걱정하지 마. 누가 너 잡아먹냐? 그냥 니 팬이라고 생각해. 그날 아주 인상

적이었거든."

"......"

무슨 말인지 금새 와 닿지 않았다. 내 시선은 그대로 그의 얼굴이었다.

"학교 축제 때 말야. 너 그때 굉장했잖아. 안 그래?"

그가 이제 말투도 친근하게 바뀌었다는 것과 여기서까지 축제 때의 일을 들

어야 한다는 놀라움과 창피함에 문득 난 걸음을 멈추었다. 따라 멈춘 그의

얼굴은 보기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건 뭐..야..."

난 그의 미소를 올려다보며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내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언

가가 발끝에서부터 시작해서 뒤쪽을 따라 항 문으로 다시 등을 타고 뇌리를

스쳤다. 그것은 전혀 생소하면서도 야릇 한 것이었다. 그의 음성이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 야 했다.

"무슨 볼일이 있나보지?"

"..."

"이거 스타를 만났는데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어떡한다......"

그의 커다란 제스처에 따라 내 눈동자는 좌우로 움직이기만 할 뿐 다른 것은

일체 정지된 상태였다.

"나 참... 내가 왜 이 사람에게 쫄 아서 이러지?"

내가 마음을 가다듬었을 때는 이미 그가 내민 명함을 받아든 뒤였다.

"볼일이 일찍 끝나게 되면 전화하는 거야. 알았지?"

"네에..."

"세시 정도면 될 꺼야. 괜찮니?"

"네에..."

"웬만하면 이 근방에 와서 전화해라. 그게 나을 것 같아."

"네에..."

"꼭 전화해야 된다. 다시 만나면 내가 오늘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네에..." "에그...귀여운 것. 그래 그럼. 세시에 보자."

그가 귀엽다며 살짝 잡아 당겼다가 놓은 뺨은 그가 돌아서자마자 온통 붉은

빛이었다. 귓볼은 화끈거렸고 그의 뒷모습조차 쪽팔려서 지켜보질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건 내가 상상한 모든 것에서 극히 이루

어지지 않을 나의 비밀 중에 하나였다. 아이들이 장난 삼아 들려주던 교도소

나 군대얘기들. 그곳에서 행해진다 는 남자들간의 성관계. 이런 것은 찰나지

간이었지만 들을 당시에 만의 호기심과 흥분으로 국한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 설사 내가 관심이 있었더라도 내 스스로 부정하 고야 말았던 것이 그 동안

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난 마치 남녀관계 에서나 느끼는 큐피드의 화살

을 맞은 것처럼 매료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 가 말이다.

애써 부정했다. 꼬깃꼬깃해진 명함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쑤셔 넣고 난 발

길을 돌렸다. 목적지는 없었지만 그러지 않으면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오만 원이란 돈은 나에겐 정말 거금이었다. 오전 내내 오락

실로 만화방으로 군것질에 그 동안 엄두를 못 내던 것들 로 인해 지출을 한

것이 오천 원이 조금 넘을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정 도였다. 그만큼 시간도

더뎠다. 여기서 내가 놀란 것은 시간이 안 간다는 것이었다. 난 은연중에 그

와의 약속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난 누가보고 있는 것처 럼 귓볼이 다시 붉

어졌다. 난 조금씩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어떤 것을 인정해가고 있었던 것이

다.

"짜-식. 연락 안 오면 혼내주려고 했는데... 하하..."

다시 만난 그는 커다란 손으로 나의 머리를 누르며 쓰다듬었다. 아까보다 더

욱 벌게 진 얼굴로 난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웃어 보였 고... 그가 날

데리고 간 곳은 생전 처음 가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어리둥절 하는 나의

손을 단단히 거머쥔 그의 손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좋았었다. 한 여름에 따뜻

함이 좋다는 건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메뉴를 알리 없는 나에게 먹어보라며 시켜준 음식은 무슨 스테이크 종류 가

아닌가 싶다. 허기도 지는 중이었지만 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

어치웠다.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그때까지도 이해

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디저트로 나온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다 윗입술에

묻은 크림을 그가 손 을 뻗어 닦아 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난 또 다시 그

의 행동으로 야릇 한 느낌에 휩싸여야 했다. 내 입술에 붙었던 크림이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닦인 건 좋았다. 그런 데, 그의 다음 행동은 그대로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음. 맛있는데?"

"저...저기... 이거 드...실래요?"

난 말까지 더듬었다. 그는 정중히 손을 흔들며 담배만 피워댔다.

"아 참. 너 어디 갈 때 있니?"

그는 꽁초를 비벼 끄며 생각이 났다는 듯 물어왔다.

"아..아뇨."

"음. 잘됐네. 그럼 우리 집에나 가자. 여기서 가까우니까 말야."

"네..에?"

내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자 똑같은 그의 보기 좋은 미소가 클로즈업 되듯

비쳤다.

"양복이 불편도 하고 챙길 것도 좀 있고 해서 옷도 갈아입을 겸 같이 갔 다

가 나오자. 널 기다리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

난 체면에 걸린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것이 그가 하는 모든 걸 따를 뿐 이었

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나의 손을 잡고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생

각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의 걸음을 따라가기에 난 무척 바빴 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의 집은 오피스텔이었다. 잘 꾸며진 실내는 웬만큼 사

는 아파트를 축소해 놓은 것과 비슷했다. 없는 것도 없었고 세련된 가구에

전자제품들도 번쩍거렸다.

"나 잠깐 샤워 좀 할 테니 아무 데나 앉아 있어. 심심하면 TV나 비디오 라도

보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난 계속 두리번거렸다. 앞으로 일어날 나의 운명을 어렴풋

이 상상하며...



한번 더 올려 봅니다. 부디 아량으로 읽어주시길 빕니다. 욕만 않 해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설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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