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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20 1,400회 0건
산다는 건 ...9부
<제 9부>

“한은혜씨...건데 왜 거긴 안나와..? 어디 다른 더 좋은데라도 다니나?”
“네?....”
반문하던 은혜는 사내가 말한 거기가 어딘 지를 알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몇 번 갔는데...없던데...어 디야...새로 일하는 덴?”
“그런데 없어요....그냥 직장 다녀요...”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앞으론 연체하면 곤란해...각서 내용을 잘 기억하라고...”
사내는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
“연체하는 것 보다 내게 전화한 번하라고, 그러면 내 손 써 볼 테니까...”
그리곤 서랍에서 돈 뭉치 두 개를 꺼냈다.
“이건 대출금 이백만원 인데 그냥 줄 순 없고, 먼저 담보부터 확인해야지...”
그제서야 은혜는 대출원금이 1,500만원이나 늘었음에도 자신의 손에는 한 푼도
더 들어온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담보라뇨? 담보같은 건...?”
“이봐! 한은혜씨 점쟎게 말로 하니 안되겠군...아까 각서 못봤어? 응!...
당신이 연체한 이상 이미 당신 몸뚱아리는 우리거라구...알아...! ”
사내의 말투는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눈물 질질짜고 하도 사정하길래 사정보아서 담보 집행을 좀 미루어주려니까
이거 안되겠네...법대로 해야지 나 원 참...”
사내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이백 만원을 도로 책상 서랍으로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새로 작성한 것은 없었던 걸로 하지..머...내일까지 돈 갖고 와...그럼...”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새로 작성한 계약서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내일까지 돈을 가져오란 말에 놀란 은혜는 서류를 찢는 사내의 손을 잡으며
매달렸다.
“아저씨...자..잠깐만. ..시키는 대로 할테니...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은혜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정말이야...다시 딴소리 하는 건 아니지?”
사내는 숫제 반말로 은혜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은혜는 대답대신 큰눈망울로 사내를 쳐다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비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진작 그렇게 나올 일이지...이거 일만 한 번 더하게 생겼잖아...”
그러면서 사내는 찢어버린 서류를 보며 다시 한 번 서류를 작성하고
은혜의 지장을 찍게했다.
‘상기인(한은혜)는 금일 부로 어떠한 이의도 제기없이 각서의 이행을 동의합니다.
2001년 모월 모일 한은혜’
‘어떠한 이의도 없이’라는 글이 추가되었고 붉은 밑줄이 그어진 점이 차이점이었다.
은혜는 또 돈을 갚으라고 재촉할까봐 아무 소리없이 지장을 찍었다.
그러자 사내는 서랖에 넣었던 돈을 다시 꺼내더니 은혜에게 던지며 퉁명스레
말을 건넸다.
“한은혜씨는 나를 만난게 다행인 줄 알아...신문, 방송도 안봐?
신체포기각서가 어떤 건지 몰라서 그래...은혜도 모르고...”
은혜는 대답대신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자...가자고 다른 사람들 오기 전에....괜히 내 입장만 난처하게 되니까...”
은혜는 사내의 재촉대로 따라 일어섰다.

사내는 하근수라 했다.
은혜는 어쩔 수 없이 사내와 중국집에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억지로 먹을려니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사내가 반주삼아 시킨 고량주를 억지로 권하는 바람에 한 두잔 마신 것이
약간의 취기도 오르는 것 같았다. 사내는 이미 고량주를 한병을 다 마시고
추가로 한병을 더 시켜놓고 있었다.
취기가 오르는지 사내는 점점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다행인 줄 알라고...다행인 줄...다른 놈들에게 걸렸으면 빼도 박도 못해...
나니까 그래도 기한도 연장해주고 담보물을 확실하게 하는 선에서 그치는거야...
알겠어....”
담보물이라는게 은혜 자신을 말한다는 걸 은혜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의 손을 부여잡고 사정하며 다시 각서를 쓸 때는 은혜도 이 사내에게
오늘 어쩌면 자신을 주어야한다고 짐작은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담보물을 확실하게 한다는 말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 돈을 갚을 일만이 걱정이었다.
“어이 한은혜...거기 멀뚱하니 앉아 있지 말고 이 옆으로 와봐...”
사내가 손짓으로 은혜를 불렀다. 은혜는 마지못해 사내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한잔하자구...”
사내는 한손을 은혜의 어깨위로 걸며 술잔을 부딪혀왔다.
은혜는 사내와 잔을 부딪히고 고량주를 들이켰다. 속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연체하지 말아...또 연체하면 나도 손 못 써...그리고 힘들면 먼저 내게 전화해...
알았어....”
은혜가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자 사내는 ‘알았어’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끈질기게 은혜의 대답을 요구했다.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하자 사내는 무엇이 좋은지 웃으며
‘암...그래..그래야지.. .’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사내의 손이 은혜의 가슴으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은혜는 밀실이긴 하지만 중국집이라는 사실이 신경쓰여 사내의 손을 슬그머니
밀쳤다.
“혹시 누가 들어오면...”
그러면서도 사내의 눈치를 보느라 핑계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걱정마...오긴 누가 온다구...자리 옮기기 전에 너랑 같이 있으니까 한 번 보고
싶어 그래.. 가만 있어 보라구...”
사내의 손이 좀 더 완강하게 은혜의 가슴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내 은혜의 가슴은 사내의 손에 완전한 포로가 되고 말았다.
“너..건데..지난 번 거긴 안나오더라...정말 다른 데 간 것도 아냐?”
사내의 호칭은 어느새 은혜에서 너로 바뀌어 있었고 은혜의 가슴은 반 쯤
풀어져있었다.
은혜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사내는 미심쩍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하긴 이발소에서 몇푼이나 벌겠어...거기서 벌어선...이자 갚기도 힘들지...
언제든 일자리 필요하면 내게 연락해...내 돈 많이 벌게 해줄테니까....”
그러면서 사내의 손이 은혜의 치마를 걷고 있었다.
“저...여기선...”은혜는 사내의 손을 다시 한 번 조심스레 밀어내었다.
“짜식...거...참 아무도 안온다니까...그러네...”
은혜에게 눈을 한 번 흘기던 사내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그래...알았어...자릴 옮기자...가자...”
은혜는 사내를 따라 일어서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못한 채....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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