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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틀라이트 왈츠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27 830회 0건
새틀라이트 왈츠(Satellite Walts)


196시간의 최종 교련비행 마지막에 들어서 가장 혈기 넘치는 시저가 디지즈(Disease)를 발견한것이 499 교도 비행소대의 불운이었다.
"보기, R40, U85, 액티브, CMO!(Combat Manufaring Open)"
시저가 그렇게 외치며 사릭스를 반전시키고 나서도 소대의 나머지 다섯명은 잠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시저는 훈련 귀환길에 종종 그렇게 반 장난삼아 요격 기동을 하는 일이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설마 <진짜>가 나타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후보생, 히루가노 쇼리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대열의 선두를 날고 있던 그린 교관의 사릭스가 시저의 기체를 쫓아 재빠르게 반전 상승에 들어가는것을 보고 직감했다.
훈련이 아니다.
쇼리가 같은 기동에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그린의 긴장된 목소리가 헤드셋에 날아들어왔다.
"실전이다. 요격에 들어간다. 적은 하나. 양익으로 전개하라"
"Ye.....Yes, sir!"
동요가 그대로 드러난 떨리는 목소리로 네사람이 응답하고는 두명이 그린의 기체를, 두명이 쇼리의 기체 뒤를 따랐다.
측면 분사로 원호를 그리며 상승하는 쇼리를 추적하면서 팀 메이트 마 훠밍(馬鳳鳴)이 물었다.
"쇼리, 실전이란게 정말일까? 이래도 되는거야?"
"정말이겠지. 조용히 해."
대답하면서 쇼리는 처음에 시저가 외친 내용을 떠올렸다. 적기, 상대방위 우측 40도, 상대 앙각 85도, 공격의사 있음, 전투 개시. ---이게 하다못해서 액티브(Active)가 아니라 무빙(Moving)이나 이스케이프(Escape)였으면 조용히 그대로 보낼수도 있었겠지만 이쪽을 향해 오고 있으니 요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저가 CMO를 선언하고서 적에게 기수를 돌려버렸으니 이제 어찌해볼 수도 없었다.

암흑, 진공의 우주공간을 일곱대의 암드 보드(Armed Board) <사릭스>가 사슴벌레의 뿔처럼 두개의 원호를 그리며 달려오른다. 레이더 반응을 재구성시킨 합성 시야의 중앙에 타겟 컨테이너가 튀어나와 정지했다. 뚫어져라 응시한 쇼리는 컨테이너속에 기하학적 모양을 한 적의 모습을 확인했다.
다각형의 머리와 통모양의 몸통, 점대칭으로 붙어있는 여덟개의 관절형 다리. 직선과 평면으로 만들어진 문어같은 모양이다. 쇼리는 외쳤다.
"----찾았다! 디지즈다! 타입 !"
"정답이다. 다리 중앙부분에서 핵 블러스트를 쏘는 놈이다. 단발이고 사정거리도 짧지만 위력은 엄청나지."
그린의 냉정한 목소리가 소대에 울려펴졌다.
"전무장 기동! 스위칭 크로스 어택 삼연속으로 뚫는다. 죽어도 제동 걸지마라!"
그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소대는 교전 거리에 돌입했다.
우선 시저가 H&A. 2.56초동안에 9밀리 무반동기총 355발을 발포, 6발을 명중시키고 순식간에 통과한다. T2 셀에는 궤도 교란은 발생치 않음. 효과는 없다.
이어서 그린과 쇼리를 선두로 한 각 3기가 좌우에서 교차로 사격하는 스위칭 크로스 어택에 들어갔다.
우, 좌, 우, 좌, 우, 좌. 운석에 필적하는 운동 에너지를 갖고 있는 유질량탄의 폭풍이 적을 휘감았다. T2셀은 그때마다 머리를 흔들어 조준을 변경하려고 하지만 무장이 핵 블러스트 1문뿐이다보니 조준을 완료하지 못하고 제대로 발포하지 못한다. 그렇게 적을 혼란시키기 위한 기동이 스위칭 크로스 어택이다.
숙련된 정규 드라이버들의 팀이라면 그 공격은 성공했을것이다. 그러나 첫 실전에 동요하는 훈련 도중의 후보생들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아, 안돼---!"
"아차, 훠밍!"
쇼리측의 3기중 최후미를 날던 훠밍이 급속히 가까와지는 적의 모습에 공포에 질려 제동을 걸어버렸다. 사릭스는 역분사 화염을 뿜으며 급감속한다.
적이 그것을 놓칠리가 없다. T2셀은 머리를 돌려 문어의 입을 닮은 핵 블러스트 발사구를 훠밍에게 돌렸다.
"훠밍!"
쇼리는 급히 180도 정진회두(定進回頭:진행 방향은 그대로 두고 기체의 방향만 돌리는 것. 물론 우주니까 가능한 재주고, 중력이 있는 대기권에서 비행기 갖고 이런 짓 하면 제꺽 추락한다.- 역주) 하여 기체 자세만을 뒤로 돌렸다. 9밀리 갖고는 늦는다. 기체 아래에 장비된 X선 레이저를 발포했다.
레이저는 광속으로 도달하지만 순간의 파괴력은 유질량탄만 못하다. T2셀의 규소계 외피를 파괴할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유기체 계열 소재로 되어있는 다리 관절이 표적이었다.
노린대로 T2셀의 다리 하나가 고열로 인해 터져나갔다. 폭발의 반동으로 T2셀은 빙글하고 회전한다. 그 순간 핵 블러스트가 발사되어, 초속 3만킬로의 뜨거운 입자흐름이 훠밍의 기체 2백미터 옆을 눈부신 빛의 창이 되어 통과했다.
모든것은 10초도 채 안되는 동안의 일이었다. 편대는 T2셀을 지나쳐 그대로 날아갔다.
"훠밍, 무사하냐?" "뭐야 이게, 전혀 안맞쟎아!" "이거 진짜로 실전인거야?" "맞을리가 있냐. 솔로 보드뿐인 팀인데!"
"조용히들 해라, 꼬맹이들. 리미터 해제, 전속력으로 튄다."
그린의 목소리에 이래저래 소리지르던 소대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한명, 시저만이 새된 목소리로 외친다.
"재공격 허가를! 다시 한번 하면 잡을수 있습니다.!"
"멍청한 소리 마라. 너희들, 탄은 남았냐?"
말을 듣고서 FCS(Fire Control System:화기 관제 시스템)를 본 후보생들은 시저를 포함한 전원이 새파랗게 질렸다. 훈련이 끝나고서도 8할은 남아있던 기총탄환이 깡그리 제로로 변해 있었다.
"열발이라도 남은 놈 있으면 내 전원에게 저녁밥 산다. 어떠냐?"
"........"
"트리거를 내리 당겨댔겠지. 다 그런거다."
쇼리는 데이터 링크 화면에 표시된 그린의 정보를 보았다. 역시나 교관이다. 그는 아직 4백발 가까운 탄환을 남겨두고 있었다.
"교관님. 교관님이라면 잡을 수 있겠습니까?"
"무리지. 아까 슈미트가 말했다만 우리들은 어차피 솔로 보드의 집단이다. 1기 갖고는 얘기가 안된다."
"그럼 이대로 당할수밖에......."
후보생들은 침묵했다. 디지즈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인류의 전투기가 감히 따를 수 없는 그 무시무시한 기동 성능이다. T2셀은 능력이 낮은 축에 들지만 그래도 전력으로 도망가는 단발 엔진 보드를 가볍게 따라잡을만한 추진력이 있다.
쇼리는 후방 시야를 보았다. 생각대로였다. T2셀은 핵 블러스트를 추진력으로 삼아 최대 파워로 방출하며 점점 따라붙고 있었다.
하지만 그린은 상황에 안어울릴만치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구원이 온다. 아까 메이데이를 때렸다."
"메이데이를? 어느틈에요?"
"시저, 네 녀석이 멍청한 자살행위를 저지른 1초후에다."
가볍게 말해 시저의 입을 다물게 하고서 그린은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행운아였다. 겨우 5천킬로 거리에 최적의 벡터위치를 가진 아군기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페어 보드다."
"스트렙토가 오는겁니까!"
"그래. ----저 봐라. 벌써 왔군."
그 말을 들은 후보생들은 레이더 화면에 홀연히 나타난 광점을 잡아먹을듯 들여다보았다.
저 멀리 후방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그것이 T2셀의 지근 거리에서 맹렬한 제동을 걸며 감속했다. 그 감속 능력으로 보아 높은 위협도를 가진 새로운 적의 출현이라 판단하고서 T2셀은 타겟을 변경한다. 페어 보드를 향해서 핵 블러스트를 발사.
페어 보드는 갑자기 튕겨나가듯이 좌우로 갈라졌다. 대형과 소형, 2기로 분열한것이다. 핵 블러스트를 피하면서 소형기가 기총을 사격했다.

T2셀은 핵 블러스트를 단속적으로 발사. 공격하면서 어지럽게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훠밍이 외쳤다.
"브라운 운동 모드야!"
그것은 공격 행동이지만 동시에 회피 행동이기도 하다. 엔진 겸용인 대출력 핵 블러스트를 방향을 바꿔 쏘아대어 자신의 위치까지 급격하게 바꾸고 마는 것이다. 이 모드에 들어간 디지즈는 통상의 암드 보드로는 거의 공격이 불가능하다. 우주 전투기의 반동 분사로는 그 끔찍한 이동을 따라잡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잡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낸 것이 페어 보드였다.
페어의 소형기가 복잡한 운동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핵 블러스트를 선회, 홉(Hop), 백(Back), 상대를 놀리듯이 피해나간다. 그 궤적은 거의 직각에 가깝다. 도저히 반동 제어로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다. T2셀의 변화 무쌍한 움직임마저 웃도는 기동이다.
대형기는 그다지 움직이지 않지만 T2셀은 그쪽을 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디지즈는 위협도가 높은것부터 공격한다는 엄격한 룰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기는 아무런 무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대형기는 장식품이 아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소형기가 고속 기동이 가능하다. 그 유닛 네임 그대로, 소형기를 "펜듈럼"(pendulum:진자) 이라고 한다면 대형기의 역할은 "펄크럼"(fulcrum:지지점)인 것이다.
2기는 극히 강도 높은 단분자 와이어로 묶여있다. 소형기의 약 10배 질량을 가진 대형기가 그 지지점이 된다. 소형기는 그 와이어에 잡아끌리고, 휘둘리며, 내던져지면서 고속 기동을 한다.
그것이 페어 보드의 시스템이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어도 후보생들이 실제로 그 모습을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보았던 교육용 영상이 그야말로 교육용의 무미건조한것에 불과함을 알았다.
그것은 댄스였다. 소형기가 회전하고, 미끄러지고, 적의 시선을 잡는다. 대형기가 와이어 보빈(Bobbin:실패, 혹은 코일을 감는 통)을 힘껏 돌려 끌어당기고, 보빈을 역전시켜 내던진다. 허공을 스쳐가는 핵 블러스트의 옆을 빠져나가며 2기가 서로 마주돌며 코르크 따개처럼 나선을 그리고, 적에게 돌진한다.
적의 사격을 스치게조차 하지 않았다. 위험할때는 대형기가 재빨리 소형기를 끌어당긴다. 기회가 있으면 결코 놓치지 않는다. 대형기가 소형기를 최적 사격 직선에 띄워주며, 그런 대형기의 의도를 소형기가 정확히 읽고서 짧고 격렬하게 쏘아댔다.
호흡이 딱 맞는 페어 스케이터를 연상케 하는 우아한 3차원 댄스.
"굉장해......"
훠밍이 침을 삼켰다. 다른 후보생도, 그린 교관조차도 말 한마디 없이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T2셀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연속 발사에 의한 과열에 스스로가 버텨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쇼리의 합성 시야속에는 T2셀의 다각형 머리가 뿜는 적외선이 눈부시게 빛나 보였다.
그 순간 소형기가 아름다운 원궤도에 올랐다. T2셀과 대형기를 연결하는 선을 반경으로 하는 원이다. 그렇게 대형기가 와이어 길이를 조절하고 있다.
반경 양 끝에서의 원주각은 항상 직각이다. 그것은 요컨대 소형기가 이동하면서 결코 변화하지 않는 안정된 사격 각도를 얻었다는 의미였다.
(역주: 이건 기하학에서 탈레스의 정리라고 하는 것입니다만.....실은 작가분이 약간 틀리게 쓰신겁니다. 탈레스의 정리는 지름 양 끝과 원주상의 어느 한 점의 원주각은 항상 직각이라는 건데요. 여기선 반경, 반지름이죠. 물론 이 상태에서도 직각은 아니지만 어쨌든 원주각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니까 사격 각도는 고정되어 나옵니다.)
발사된 50발의 9밀리탄이 T2셀의 머리부분, 그속에서도 사방 30센티안에 집중되었다. 규소 외피가 부서지고 T2셀은 핵 블러스트를 유지할 자기장을 잃었다.
넘쳐흐르는 핵융합 화염의 덩어리가 한순간에 T2셀을 집어삼켰다.
가득한 별빛을 지워버리던 빛 덩어리가 스러질 무렵에는 이미 페어 보드는 한몸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형기의 대출력 엔진을 가동하여 엄청난 속도로 기지로 귀환하고 있다.
그린 교관이 꿈에서 깨어난듯이 말했다.
"......시저. 그들에게서 메시지다."
"저한테요?"
"직접 자네 앞으로는 아니지만, 섣불리 디지즈를 건드린 후보생에게다. 관람료는 출세해서 갚아도 좋다는군. 파스퇴르 기지 제 4방공대 블라디미르 플래니스키 & 샤론 렘"
"그게 골든 커플이었단 말입니까!"
시저가 비명같은 소리를 질렀다. 연간 최다격추상을 획득한 기지 최고의 에이스들에게 구조받은것이다.
"꼴 사나운걸 보였네. 하필이면 그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창피하게 느낀다면, 신중함이라는걸 배워두도록. 자, 귀환하자."
그린의 재촉에 소대는 기지를 향해 벡터를 잡았다.

쇼리의 귀에 1대1 P2P콜이 훠밍에게서 날아들었다.
"우리들도 저런 커플이 되면 좋을텐데"
"내가? 너랑?"
"바보. 나는 시저를 노리고 있다구. 솜씨만 갈고 닦으면 믿음직할것 같지 않아? ----내 얘기는 네 걱정이야."
"그렇군......"
쇼리는 중얼거렸다. 그로써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경향이 있는 훠밍은 파트너로 삼고 싶은 타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 페어를 짜고 싶은 여성도 지금으로써는 찾지 못했다.
나와 팀을 짜는건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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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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