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런직업(30)
부부의 이런직업(30)
미정은 남편과의 모처럼의 휴가계획에 들뜬채
텅빈 사무실을 지키며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근성근성 콧노래를 부르며 가끔 시계를 들여다보는
그녀의 가슴속은 이미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가득한 파타야 해변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젯밤
신혼여행조차 가지 못했던 부부가 무려20년만에 내린 행복한 결정이었다
물론 그것은 호섭이가 의뢰했던 사건해결에 대한 위로의 차원이기도 했다
-때르릉 때르릉-
"하니....
어머! 올케가 웬일이야?
미안. 난 또 신랑인줄 알았지."
별다른 전화가 올리없는 사무실이라
남편의 즐거운 소식을 기대하던 미정이 계면쩍었다.
"그래 어쩐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혹시 시간나요 지금?"
"왜? 오빠하고 무슨일 있어? 올케."
"그게 아니고 좌우튼 좀봐요. "
"무슨일인데 그래. 사람 궁금하네 갑자기...
오늘 꼭 봐야 돼?"
"지금은 말하기가 좀 곤란해서......."
좀체 전화가 없었던 올케의 난처한 목소리에 미정은
어쩔 수 없이 승락을 했다.
남편과의 근사한 저녁식사를 약속했던 그녀였지만
올케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 할 수는 없었다.
하나뿐인 오빠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조카둘의 엄마이기도 한
올케 박수연의 부탁 아닌가.
꽤 오래 외국 생활을 했던 오빠 김형진은 올케와 무려 나이차가
10년이 났다.
장남으로서 집안의 걱정을 몰고 다녔던 오빠와 결혼한 올케는
상당히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미정역시 자신보다 훨씬 어린 올케를 감싸주며 이것 저것 챙겨주었다.
그런 올케가 갑자기 뜬금없는 전화라니....
남편에게 올케를 만나러 간다고 연락을 취한 미정은
서둘러 약속 장소인 청담동 카페로 나갔다.
"미안해. 차가 막혀서. 좀 늦었네."
"괜찮아요. 저때문에......"
올케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얼굴이 말이 아니네.
오빠하고 싸웠구나."
"아네요.... 그건"
"그럼. 다이어트 중이야?
살도 좀 빠진거 같고....."
올케의 얼굴은 초췌함이 역력했다.
얼핏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같은 여자들이 보면 알 수 있는
고민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었다.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던 미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애기 해봐. 무슨일있어?"
".......흑. 흑흑....."
"어머머...올케. 왜그래."
얘기는 않고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는 올케.
미정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놀란눈으로 쳐다 보았다.
"나 나쁜여자라고 욕하지 마세요 언니.
저..... 사실은....."
"뭐? 올케. 정말이야?
나쁜넘들.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네."
한참을 훌쩍이던 올케가 마침내 털어놓은 얘기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미정의 귀를 의심케 할정도 였다.
아니 분노가 치밀었다.
어쩌면 같은 여자로서 여자만이 당할 수 있는 수치스러운
얘기였기에 더 화가 치밀었다.
올케 박수연의 얘기인즉슨.....
그것은
삼개월여 전이었다.
남편의 지방근무와
둘째 애마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별 할일이 없어 무료하게 집만 지키던 수연이 생각해낸 것은
아르바이트 부업이었다.
동창모임이다 계모임이다 가끔 들러보면
다들 재주가 용한지 남편 잘 만난건지 무슨 명품 치장과 자랑에
씀씀이들이 대단했다.
남편 김형진의 벌이가 시원찮은 것도 아니고 돈 궁한줄 몰랏던
수연조차 놀랄정도로 자유분방하게 차자랑 돈자랑 애인자랑 하는
그런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탓일까
아뭏은 살림밖에 몰랐던 그녀에게 친구들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수연은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하는 용기를 갖게 됐다.
"이년아.
요즘 남편만 보고 사는 년이 어딨어? 촌스럽게.
딴주머니라도 좀 갖고 있어야 유행이라도 안떨어지지. 안그래?"
"허긴. 그래.
그렇지만 뭐 애들 뒷바라지 할려면......"
"미친년. 그렁께 니가 한심스럽다구.
그넘의 애들 남편들.
니인생 니가 멋지게 개척 해야지."
계모임 자리에서 이어진 나이트 클럽의 테이블에서
예전 직장동료 명숙의 핀잔이었다.
"야. 너 낼 전화하면 나와.
돈다발에 맞아 죽도록 해주께."
"참! 애도. 농담은."
"아냐. 낼 분명히 나와 보면 알아.
나 연봉이 일억이 넘어.
잠시 잠시 아무때나 시간내는데도 그래.
신랑 출근 시키고 애들 학원 보내고 살림하는것도
제대로 하면서 말야."
그날은 술기운탓인지 명숙의 긴가 민가 하는 얘기를
허풍치는 소리로 이해하고 한귀로 흘려버린 수연이었다.
하지만
그 뒷날 명숙의 한번 들러나 봐라는 전화를 받고서 혹시나 하는 맘에
알아나 보자는 심정에 수연이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월드 아웃사이더 그룹 한국지사 이사 이명숙-
좀 거창한 명패가 수연의 눈을 압도 했다.
물론 그전에 비서실이란 곳에서 이미 주눅든 그녀였다.
꽂미남이라 불려도 과분하지 않을 꽤 세련된 젊은 비서가
차를 대접하며 수연을 안내할때 부터 심상찮은 명숙의 지위를
예고 했기 때문이다.
"기집애 꼭 전화해야 움직여?
온다던때는 언제고."
"그래도 내가 뭐 능력이 있어야지.
근데 너 진짜 출세 했나보네. 저런 귀여운애까지 쓰는걸 보면."
"아! 비서말이구나.
그놈 나이트에서 웨이트 하는걸 내가 스카웃 했지.
인사 잘하고 스케줄 잘 챙기고 운전 잘하지.
게다가....."
명숙은 부러운듯 쳐다보는 수연에게 자랑하듯이 늘어 놓았다.
"게다가 뭐?"
"다 알면서 그래.
밤일 있잖아. 그거..
서비스 하나는 끝내줘."
"어머! 계집애 못하는 소리가 없네.
너거 신랑알면 혼날려고."
"애 아빠는 알면서도 눈감고 있어.
지도 뭐 바람피잖아. 영계먹을려고 눈이 벌개 가지고 말야.
그리고 내가 벌이가 만만찮으니까 숫제 놀고 먹을려고 한다고."
점점 노골적인 명숙의 얘기들에 수연이 호기심이 가득한데
머릿속에는 도대체 이년이 무슨 재주를 피워서 이렇게 살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말야. 그때 니한테 수작피우던 정과장
내가 한번 멋지게 골려줬지. 모텔에서 샤워하는 사이
속옷까지 몽땅 숨겨놓고 튀었지. 호호호"
"호호호. 그거 고소하네.
그래서....."
"이사님 최이사님 전?니다.
바꿔 드릴까요?"
오랫만에 만난 수연과 명숙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예전 직장얘기들과 요즘 생활을 이것저것 주고 받는데
예의 꽂미남 비서의 전갈이었다.
"응 잘됐네. 안그래도 수연이 너 소개할려고 했는데.
여보세요. 최이사님.
네. 좀 있다 뵐께요.
네 3시요. 알겠습니다."
명숙이 깍듯이 응대하던 전화속의 주인공을
꼭 만나야 일이 된다며 약속을 잡았다.
수연은
갑자기 정해져버린 낮선 사람과의 약속에
다소 꺼려지는 맘이 가득 했지만 도대체 어떤일일까 하는 궁금함이
앞서 일단 명숙이 하자는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31)부에서 계속
부부의 이런직업(30)
미정은 남편과의 모처럼의 휴가계획에 들뜬채
텅빈 사무실을 지키며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근성근성 콧노래를 부르며 가끔 시계를 들여다보는
그녀의 가슴속은 이미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가득한 파타야 해변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젯밤
신혼여행조차 가지 못했던 부부가 무려20년만에 내린 행복한 결정이었다
물론 그것은 호섭이가 의뢰했던 사건해결에 대한 위로의 차원이기도 했다
-때르릉 때르릉-
"하니....
어머! 올케가 웬일이야?
미안. 난 또 신랑인줄 알았지."
별다른 전화가 올리없는 사무실이라
남편의 즐거운 소식을 기대하던 미정이 계면쩍었다.
"그래 어쩐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혹시 시간나요 지금?"
"왜? 오빠하고 무슨일 있어? 올케."
"그게 아니고 좌우튼 좀봐요. "
"무슨일인데 그래. 사람 궁금하네 갑자기...
오늘 꼭 봐야 돼?"
"지금은 말하기가 좀 곤란해서......."
좀체 전화가 없었던 올케의 난처한 목소리에 미정은
어쩔 수 없이 승락을 했다.
남편과의 근사한 저녁식사를 약속했던 그녀였지만
올케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 할 수는 없었다.
하나뿐인 오빠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조카둘의 엄마이기도 한
올케 박수연의 부탁 아닌가.
꽤 오래 외국 생활을 했던 오빠 김형진은 올케와 무려 나이차가
10년이 났다.
장남으로서 집안의 걱정을 몰고 다녔던 오빠와 결혼한 올케는
상당히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미정역시 자신보다 훨씬 어린 올케를 감싸주며 이것 저것 챙겨주었다.
그런 올케가 갑자기 뜬금없는 전화라니....
남편에게 올케를 만나러 간다고 연락을 취한 미정은
서둘러 약속 장소인 청담동 카페로 나갔다.
"미안해. 차가 막혀서. 좀 늦었네."
"괜찮아요. 저때문에......"
올케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얼굴이 말이 아니네.
오빠하고 싸웠구나."
"아네요.... 그건"
"그럼. 다이어트 중이야?
살도 좀 빠진거 같고....."
올케의 얼굴은 초췌함이 역력했다.
얼핏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같은 여자들이 보면 알 수 있는
고민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었다.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던 미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애기 해봐. 무슨일있어?"
".......흑. 흑흑....."
"어머머...올케. 왜그래."
얘기는 않고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는 올케.
미정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놀란눈으로 쳐다 보았다.
"나 나쁜여자라고 욕하지 마세요 언니.
저..... 사실은....."
"뭐? 올케. 정말이야?
나쁜넘들.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네."
한참을 훌쩍이던 올케가 마침내 털어놓은 얘기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미정의 귀를 의심케 할정도 였다.
아니 분노가 치밀었다.
어쩌면 같은 여자로서 여자만이 당할 수 있는 수치스러운
얘기였기에 더 화가 치밀었다.
올케 박수연의 얘기인즉슨.....
그것은
삼개월여 전이었다.
남편의 지방근무와
둘째 애마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별 할일이 없어 무료하게 집만 지키던 수연이 생각해낸 것은
아르바이트 부업이었다.
동창모임이다 계모임이다 가끔 들러보면
다들 재주가 용한지 남편 잘 만난건지 무슨 명품 치장과 자랑에
씀씀이들이 대단했다.
남편 김형진의 벌이가 시원찮은 것도 아니고 돈 궁한줄 몰랏던
수연조차 놀랄정도로 자유분방하게 차자랑 돈자랑 애인자랑 하는
그런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탓일까
아뭏은 살림밖에 몰랐던 그녀에게 친구들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수연은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하는 용기를 갖게 됐다.
"이년아.
요즘 남편만 보고 사는 년이 어딨어? 촌스럽게.
딴주머니라도 좀 갖고 있어야 유행이라도 안떨어지지. 안그래?"
"허긴. 그래.
그렇지만 뭐 애들 뒷바라지 할려면......"
"미친년. 그렁께 니가 한심스럽다구.
그넘의 애들 남편들.
니인생 니가 멋지게 개척 해야지."
계모임 자리에서 이어진 나이트 클럽의 테이블에서
예전 직장동료 명숙의 핀잔이었다.
"야. 너 낼 전화하면 나와.
돈다발에 맞아 죽도록 해주께."
"참! 애도. 농담은."
"아냐. 낼 분명히 나와 보면 알아.
나 연봉이 일억이 넘어.
잠시 잠시 아무때나 시간내는데도 그래.
신랑 출근 시키고 애들 학원 보내고 살림하는것도
제대로 하면서 말야."
그날은 술기운탓인지 명숙의 긴가 민가 하는 얘기를
허풍치는 소리로 이해하고 한귀로 흘려버린 수연이었다.
하지만
그 뒷날 명숙의 한번 들러나 봐라는 전화를 받고서 혹시나 하는 맘에
알아나 보자는 심정에 수연이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월드 아웃사이더 그룹 한국지사 이사 이명숙-
좀 거창한 명패가 수연의 눈을 압도 했다.
물론 그전에 비서실이란 곳에서 이미 주눅든 그녀였다.
꽂미남이라 불려도 과분하지 않을 꽤 세련된 젊은 비서가
차를 대접하며 수연을 안내할때 부터 심상찮은 명숙의 지위를
예고 했기 때문이다.
"기집애 꼭 전화해야 움직여?
온다던때는 언제고."
"그래도 내가 뭐 능력이 있어야지.
근데 너 진짜 출세 했나보네. 저런 귀여운애까지 쓰는걸 보면."
"아! 비서말이구나.
그놈 나이트에서 웨이트 하는걸 내가 스카웃 했지.
인사 잘하고 스케줄 잘 챙기고 운전 잘하지.
게다가....."
명숙은 부러운듯 쳐다보는 수연에게 자랑하듯이 늘어 놓았다.
"게다가 뭐?"
"다 알면서 그래.
밤일 있잖아. 그거..
서비스 하나는 끝내줘."
"어머! 계집애 못하는 소리가 없네.
너거 신랑알면 혼날려고."
"애 아빠는 알면서도 눈감고 있어.
지도 뭐 바람피잖아. 영계먹을려고 눈이 벌개 가지고 말야.
그리고 내가 벌이가 만만찮으니까 숫제 놀고 먹을려고 한다고."
점점 노골적인 명숙의 얘기들에 수연이 호기심이 가득한데
머릿속에는 도대체 이년이 무슨 재주를 피워서 이렇게 살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말야. 그때 니한테 수작피우던 정과장
내가 한번 멋지게 골려줬지. 모텔에서 샤워하는 사이
속옷까지 몽땅 숨겨놓고 튀었지. 호호호"
"호호호. 그거 고소하네.
그래서....."
"이사님 최이사님 전?니다.
바꿔 드릴까요?"
오랫만에 만난 수연과 명숙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예전 직장얘기들과 요즘 생활을 이것저것 주고 받는데
예의 꽂미남 비서의 전갈이었다.
"응 잘됐네. 안그래도 수연이 너 소개할려고 했는데.
여보세요. 최이사님.
네. 좀 있다 뵐께요.
네 3시요. 알겠습니다."
명숙이 깍듯이 응대하던 전화속의 주인공을
꼭 만나야 일이 된다며 약속을 잡았다.
수연은
갑자기 정해져버린 낮선 사람과의 약속에
다소 꺼려지는 맘이 가득 했지만 도대체 어떤일일까 하는 궁금함이
앞서 일단 명숙이 하자는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31)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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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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