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런직업(22)
부부의 이런직업(22)

"아함...
이런 늦잠을 잦네."

차에서 새우잠에 푹 빠진 박두성이 아침햇살에 눈 부시자
시계를 쳐다보는데 벌써 9시를 넘었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다가 자신이 어젯밤 도청기의 스위치를 껏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서둘러 주파수를 맞추었다.

"지지직.....자! 인사들 하지. 같은 한국사람들 끼리"
"네. 김미정이예요. 잘 부탁 드려요. 두분 다 친구 분이세요?"
"아! 네. 아줌마. 진짜 한국분? "
"네. 근데 학생들 같은데...."
"맞아요. 아르바이트겸 해서 가끔 와요. 근데 아줌만 어떻게 이런일을...."
"아! 그런 얘기 들은 나중에 하면 되고 빨리 준비들 해요.
사장님 성화가 대단해요. 오늘 내로 작업 완료 해야 하니
각자 자기 일들 잘 챙겨요."

벌써 오늘 촬영 준비에 바쁜지 아내와 제작부장.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학생 몇과 나누는 대화가 생생히 들려 왔다.

-아니. 웬 학생들이? 한국유학생들 같은데 무슨아르바이트를 한다는거지?-

미정이 인사를 나누는 젊은 목소리들은 분명 한국 학생들이라지 않은가.
학수고대하던 강정화의 소재가 궁금한 두성의 머릿속에
이게 어찌된건가 하는 궁금증으로 가득 한데.....

한편 다께오는
스튜디오에서 미정의 밝은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지난밤
잠에 취하느라 그녀를 챙기지 못했던점이 걸렸는데 한결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놈들이 미정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무슨 짓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순한 걱정으로 미정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였다.

-그럼 그렇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군. 정화가 올 동안 지금부터 어떻게 하지?-

부장의 말에 따르면 아들역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연락 불통이라
급조한 대타가 잠시후 대신 온다는 거와 기대하던 강정화가 이모역을 맡기 위해
오후에 온다고 했다.

"네? 재들이 불량학생들 역이라구요?"
"왜요? 대본 안봤어요? 미정씨 희롱당하는 장면 다시한번
잘 기억 해둬요. 바로 촬영 들어 가니까."

아까 인사를 나눴던 애띈 학생들. 한국 유학생들이 자신이 상대 해야할
불량 학생역이라는 제작 부장의 말에 미정이 난처해 했다.

내심 정화를 만날때 까지는 어떻게든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기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아들 또래 같은 두 학생의 얼굴을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 오늘 할 작업의 내용이 어떤지 경험해보지 않은 미정의 생각에
어제 같은 자신의 부끄러운 자위장면 같은 노골적 노출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었다.

다께오가 틈을 봐서 다시 두성에게 연락을 취했다.

"알고 있어. 이놈들 수작이 뻔한거지.
잘못하면 너거 형수 포르노 배우 되겠어..허허"

모든 상황을 다 들은듯 두성도 대책이 없는지 멋쩍은 웃음만 날리는데

"지원팀은 어떻게 돼가요?"

다께오가 두성의 답답한 마음을 알자 곧 화제를 돌렸다.

"음... 지금 반경 일키로 안에 벌써 캠프를 차렸어.
정화만 나타나면 내가 신호를 보내고 그럼 상황은 종료 돼지."
"호! 그래요? 아뭏은 무사히 끝내야 될껀데..."

다께오가 모처럼 안심이 되는 두성의 말에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어쨋든 지금은 시간만 잘 끌면 모든것이 해결 될 수 있었다.

"이새끼들! 순 나쁜놈들이야.
돈 몇푼에 순진한 애들을 끌어 들이질 않나.
불법으로 한국 여자들을 꼬득여서 포르노 나부랭이나 맨들어서
팔아 먹지를 않나.
이번에 일망타진하면 일본에서도 콩밥 좀 오래 먹을걸.
야꾸자들에게도 경고를 주는셈이라 인터폴에서도 기대가 상당하더군."
"네. 아뭏은 제가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끌어 볼께요. 형님도
조심하세요."

벌써 스튜디오 주변이 인터폴 요원들에 장악 되었다는 소식에
다께오가 들뜬 심정이되어 어떻게든 미정을 보호 해야 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가득 하지만 무슨 뽀족한 방법은 없었다.

"뭘 꾸물거려. 빨리 작업 들어가."

촬영을 재촉하는 사장의 고압적인 목소리에
미정이 부장에게 이끌려 세트 한켠에 마련된 침대로 갔다.

-하필이면 재들이라니.... 이걸 어쩌면 좋아.-

미정이 곤혹스럽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건
대본 때문이었다.

그녀가 찍어야 내용은 아들을 괴롭히는 불량학생들과의
타협으로 자신을 가지고 놀게하는 장면인데 얼굴을 가리우고 침대에 결박 당한채
변태적 성적 희롱을 당하다가 결국 아들과도 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수치스러운 장면이었다.

자신의 벗은 몸뚱아리를 아들 같은 애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만해도
부끄러울 지경인데 성관계까지 연기 해야 한다는 사실을
차마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부장님! 아직 몸이 완전치 않은것 같아요.
조금만 있다 하면 안될까요.. 부탁입니다."
"참 나... 아까 사장님 보셨죠. 학생들도 왔으니 어쩔 수 없어요.
어젯밤 회장님과 재미 많이 보셨나 보죠? 헤헤."
"네? 어Ⅹ施?"

부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미정의 숨이 턱 하고 막혀 왔다.
야릇한 웃음을 띄며 쳐다보는 부장의 의미.
그 부끄러운 기억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2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