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런직업(4)
부부의 이런직업(4)

"당신 무척 힘드나봐. 이번일?"
"아! 여보 언제 왔어요?"

늦잠에서 깨어난 미정을 다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남편 박두성의 걱정어린 모습.
간밤의 격정적인 자위끝에 곤히 잠들었던 김미정은 두성의 도착을 몰랐다.

"그나저나 이사진들 호섭이 애인거지?"
"네. 어제 호섭이가....."
"나두 대강은 알았어. 김해공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들어 갔더군. "
"그랬군요. 일본에서 사진이 부쳐왔다기에 설마 했는데..."
"이 사건은 좀 복잡한거 같애. 함께 출국한 인물들을 부산지부의 김에게 알아보니
야꾸자 조직과 좀 관련이 있는거 같다는거야."
"네? 야꾸자 까지요?"
"사진을 보낸 이유는 아마 호섭의 돈과 강정화의 몸을 동시에 이용해 보겠다는
속셈일거야."

남편이 예전의 인터폴 동료들의 도움으로 대강 조사한바에 의하면 강정화와 함께 일본으로 동행한 인물들은 소위 말하는 여자 장사하는 야꾸자 끄나블들이라는데
국내의 연예지망생이나 돈이 급한 여자애들을 일본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모집해서 유흥주점이나 불법 매춘 사업에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 여성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돈벌이가 제법 되어
야꾸자 조직에서 국내 조직들과 손잡고 사업을 점점 확대 하는중이었다.
심지어 일본법에서 조차 불법인 포르노나 우라본 까지 찍어 해외에 수출까지
해서 짭짤하게 재미를 본다니 강정화의 신변이 지극히 우려 되었다.

"일단 일본 지부의 아는 후배에게 행적추적을 부탁 했으니 곧 연락이 올꺼야."
"호섭이 그런 사실을 알면 충격이 커겠죠?"
"일단 당분 간은 비밀로 하고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면 중간 결과를 얘기하지머."
"흠 ....들어보니 남일 같지가 않네.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 여자애들까지
손을 대다니. 여보. 우리 철민이 괜히 그쪽으로 유학 보낸거 같네. 휴우"
"암튼 난 바로 일본으로 들어 갈테니 당신은 뒷일을 부탁해."

강정화의 일은 생각보다 복잡해 졌다.
야꾸자 까지 개입된 일이라면 남편에게 위험한 상황이 다가 올 수도 있었다.
김민정은 본능적으로 괜히 일을 맡았다는 후회감이 일순 들었다.
하지만 호섭에게 받은 일억이라는 돈의 위력이 어쩔수 없이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박두성이 일본갈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미정이 복잡한 마음을 정리 하며
지난밤 오랫만에 느꼈던 오르가즘의 여운을 기억하며
멍하니 사무실을 지키는데 아들의 전화가 왔다.

"엄마! 나야 나. 엄마 아들."
"응. 웬일로 자주 전화네?"
"알면서 그래. 호섭이 일은 어떻게 돌아가?"
"음 ...그게 말야. 좀 시간이 걸리네. 참 아빠가 조만간에 그쪽 갈거야. 그때
아빠 한번 만나봐"
"네? 정말? 일본에서 아빠를 보게되다니...혹시 나 공부 잘하나 감시 할려고 오는건 아닐테고..."

전화속의 철민은 아빠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있는데 맘은 친구 호섭이 일이
걸려서인지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마 하나뿐인 니 친구. 아빠가 잘 해결해 줄꺼야. 넌 공부나 잘해.
글구 너 거기서 절대 한눈 팔지마. 일본은 나쁜게 더 많은 나라니까 알아서 잘해.
알겠지? 우리 아들."

역시 엄마는 엄마였다. 간밤의 부끄러웠던 호섭과의 야한 상상이 어느새 씻은듯 사라지고 낮선땅에서의 아들걱정이 앞섰다.

삼일뒤 박두성이 서둘러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의 후배. 다께오로 부터 강정화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입수되었다는 연락이
있었고 어쩌면 빨리 해결될지도 모른 다는 들뜬 기분과 강정화를 데려 올수도 있다는 마음이 가득 했다.

다음날부터 미정은 나름대로 남편의 연락에 귀를 곤두 세m다.
일본에서 혹시 일이 잘못되어 야꾸자들에게 낭패라도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남편이 부탁한 서류나 일들을 처리하느라 몹시 피곤한 시간들이 계속 되었다.

남편이 일본에서 머문지 삼일째 되던날.
쉽게 해결 될거 같다던 일이 별진척이 없는지 밤늦게 까지 기다리던 일본에서의 전화도 오지않아 대충 사무실을 정리 하고 나설려는데 호섭이 느닺없이 연락이 왔다.
일이어찌돌아 가는지 궁금하다며 만나자는 호섭의 부탁.

"어머님. 저때문에 고생하시죠."
"아니...뭘. 니가 더 맘고생이지. 안그래도 철민이 니걱정 많이 하더라."
".......제가 나쁜놈이죠. 여자가 어디 정화 뿐인가요. 포기하면 그만인데....."

정화가 사라진 날들이 제법 흐르면서 호섭이 심경의 변화가 많았는지 자포자기하는 표정이엇다.
불안해하는 호섭의 맘을 안정시키기위해 미정이 가까운 호프집으로 데리고 갔다.

"마셔. 남자가 너무 그런일에 매달리면 큰일을 못해."
".......근데. 여자는 다 그런가요? 내가 못해준게 없는데 한마디도 없이
일본으로 가고 또....."

감정이 격해지는지 호섭이 단숨에 호프를 들이켰다.
미정도 그의 기분에 동조하듯 같이 한잔 마셨다.
술이 약한 그녀였지만 이번일의 스트레스도 풀겸 하는 기분도 앞섰다.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그애도 니를 좋아 했다면 분명 강압적인 뭔가가
있을거야. "
"전요... 어쩌면 그애를 찾으면 그것으로 끝일겁니다. 왜 그랬냐고
한마디만 그이유를 듣고 놔 줄겁니다. 그애를. 왜 사진속의 주인공이 되엇느냐고
말이예요"
"호섭아. 일본에서의 일이 거의 다 되어 간대. 너무 일찍 결론 짓지 말고 시간을 좀더 가지고 생각해봐. 그래도 니가 결혼할 여자였는데. 사랑은 육체적인게 아니라 맘이잖아 안그래?"
"..............휴우."

호섭이 미정의 위로에 술만 계속 마시는데 아직 어린 나이라 혼란스러움이
가득찬 모습이었다.
아들 친구 일이 남일같지 않은 생각으로 미정도 못먹는 술을 몇잔 먹었다.
두어시간을 호섭의 어린냥같은 하소연과 미정의 동정어린 위로로 보낼즈음
미정이 취기를 느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도 취한 호섭이 오랫만에 마신술에 못이겨 비틀거리는 미정을 바래준다며 호프집을 나섰는데......

"어머님 오늘 이 아들이 댁까지 모시다 드릴께요. 철민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래? 고마워 우리 아들. 나 너같이 멋진 아들 둬서 행복하네. 우리 호섭이
엄마가 팔짱껴 줄까?"
"네. 엄마. 나 오늘 기분 무지 않좋앗는데 엄마 때문에 다풀렷어요."

미정이 술기운에 농담조로 호섭의 팔을 꼈다.
생각보다 어른 스러운 호섭의 무게가 느껴졌다. 건장한체구의 한남자로서 얼핏 지난번 카페에서의 아련한 느낌이 잠시 머리를 적셨다.

-내가 무슨짓이야. 지금. 아들친구한테-

잠시 괜스런 후회감이 밀려 왔지만 어쩔 수없는 술의 힘은 자신의 몸을 호섭의 어깨에 더욱더 밀착 시켰다. (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