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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34 888회 0건
폭우 3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화창한 7월의 여름 날 아침이었다. 어른들이 아침 먹으라고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보니 난 혼자 자고 있었다. 희야는 벌써 일어났는지, 밖에서 어른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밥을 먹으며, 슬쩍 희야의 눈치를 살펴 보았지만, 아무런 기미도 없기에 속으로 내가 한 짓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덮어 두기로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지난 밤의 폭우의 흔적은 땅바닥에 고인 물들, 그리고 후끈 달아오르는 끈끈한 여름의 열기 속에 남아 있었다. 어른들은 아침을 먹자말자 논으로 가고 아이들은 남아서 다시 하루의 놀이를 시작했다. 시냇가는 여전히 물이 많아서 놀기가 어려웠다. 동네 아이들은 모여서 궁리 끝에 봄 누에를 길러 내고 비어있는 희야내 잠사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미국과 소련중 누가 세냐는 등의 이상한 이야기들을 하고 서툰 유행가를 부르고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한참을 놀다가 출출해진 우리는 감자를 가져다 삶아먹기로 하였다. 누가 가느냐를 정하다가 희야가 감자를 가져오겠다고 자청했고, 나는 짐꾼으로 따라 가게 되었다. 희야와 나는 들길을 10분쯤 함께 걸어서 희야내 집으로 갔다. 감자 창고에서 희야는 감자를 꺼내고 나는 입구에서 받아서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고 있었는데, 감자를 고르던 희야가 뒤도 안돌아보고 뜬금없이 말을 건냈다.
"니 어제 그거 참말이가?"
순간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느낌이 들었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무, 무슨 말?"
내가 말을 더듬자 갑자기 희야가 확 돌아서며 인상을 쓰며 말했다.
" 와 기억 안나나?"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희야의 얼굴을 보면서 서있었다. 그러던 나를 보던 희야는 인상을 풀면서 다시 말했다.
"니가 한 말 책임질거재?
"응, 그래 책임질께"
"그래, 그라몬 댔다. 니 잠깐만 일로 들어와 봐라."
엉겹결에 나는 희야가 있는 좁은 감자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희야는 아무도 없는 집안을 살피더니 감자 창고 문을 닫고는 날 꽉 껴안았다. 나는 일련의 일들에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기에 한 손에 감자가 쏟아져 버린 양은 냄비를 든채 엉거주춤하게 희야를 안았다. 희야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니 어제밤에 내한테 사랑한다고 안캤나. 결혼한다고 했재? 기억나재?"
비로소 나는 희야가 잠이 깨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한 편으로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듯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한 편으로 안심이 되었다.
"기억해. 진심이었어"
"나도 이제 니 말고는 시집 몬간다. 니가 책임지야한다. 나중에 딴 소리함, 콱 직이뿔낑께, 단디해라. 카고, 나도 사실은 니가 참말로 좋다."
우리는 그 좁은 감자 창고에서 감자 냄새와 창고 바닥의 흙 냄새를 맡으며, 꼭 껴안고는 서로 입술을 한참이나 부비었다. 그리고는 기다리는 아이들이 생각나서 양은 냄비에 감자를 담고 부엌 소금 단지에서 굵은 소금을 한 줌 꺼내 들고는 아이들한테로 갔다. 아이들은 그동안 감자를 삶을 나무를 주워놓고 있었다.
"너거들 눠하는데 이리 오래 걸리노?"
" 마 날씨가 하도 더버서 걸어왔다. 모가 오래 걸다고 야단이가. 근데 이건 야,우리 아부지 알문 우짤라고 이건 고치틀 게는 나무 아이가."
"마 비가 와서 다 젖었는데, 그거 밖에 없다 아이가."
감자를 삶아 먹고 하루를 놀다가 해가 지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어른들의 걱정을 듣다가 10시를 알리는 툇마루의 괘종 소리를 들으며 각자 자기 잠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달빛이 들어 오는 창을 보면서 누워서 왠지 모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어른들이 잠자리에 드는 기척이 들고 얼마 안있어 조용히 희야쪽 쪽문이 열리고 희야가 살금살금 들어와서 내 옆에 누웠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희야의 입술은 달아 올라서 입술이 닿는 순간 확 하고 단내가 피어 올라서 내 머릿속을 헤집어 버렸다. 아직 그런 것에 대해서 잘 모르던 둘이는 그저 입술을 부비면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름 밤은 너무 고요했고 가까운 논에서 개구리 울음만이 높아졌다 낮아지곤 했다. 이따끔 소쩍새 소리와 쏙독새 소리도 들렸다.
"희야누나, 사랑해."
"태식아, 나도 니 사랑한다."
밤에 보는 희야는 너무 예뻐 보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손으로 희야의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 희야는 스스로 런닝을 벗었고 나도 같이 벗었다. 우리는 서로 입술을 빨면서 서로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얼마를 그러다가 서로의 가슴을 교대로 빨아 주었다. 나는 그 때 처음 누군가 내 가슴을 빨아 준다는 것이 그렇게 짜릿할 수 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희야의 젖꽂지를 빨자 희야는 낮은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는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시골집의 구조가 이 쪽 방과 저쪽 방이 거의 방음이 안되는 얇은 장지문 하나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큰 방에서는 어른들의 뒤척이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가끔은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희야 누나, 누나 방으로 가자."
"안돼."
"왜 안되는데?"
희야는 대답대신 뭔가에 취한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잠깐 일어서 보라고 했다. 내가 일어서자. 희야는 내 팬티를 밑으로 내려 버렸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잔뜩 꼴려 있는 내 자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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