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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34 1,382회 0건
폭우 1
10 살 되던 해, 여름 장마철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와서 시냇물이 다리를 삼키고, 윗 동네 과수원에서 덜익은 사과들이 떠내려 가고, 가끔은 돼지도 떠내려 가던 그런 날이었다. 그 때, 나는 고모님 댁에 가 있던 중이었는데, 낮에는 하루 종일 시냇가에서 긴 장대에 새끼줄로 낫을 동여 매고는 물에 떠내려 오는 수박을 건진다고 시냇가에서 놀다가 어둑해지면 돌아와,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창고에서 다시 나온 석유 호롱불 밑에서 저녁을 먹고, 흔히 시골집에 있는 방과 방 사이에 연결 통로 겸, 창고 겸, 일종의 다용도실 같은 곳에서 혼자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낮에 잠시 잠잠하던 비는 밤이 깊어지자 다시 천둥 소리와 함께 시골집의 허술한 벽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빗소리와 번개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어 난 나는 번개 불에 비친 내 잠자리를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분명히 잠이 들 때에는 혼자였었는데, 그곳에는 생일만 나보다 3 달 빠른 사촌 누나 희야가 누워 자고 있었다. 희야는 연결된 작은 방에서 혼자 자는데, 아마도 비가 오기 시작하자 무서워서 내 옆으로 온 모양이었다. 아무리 오래 전 일이고 둘 다 열 살 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남녀간에 따로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은 알던 나이였고, 은근히 남녀가 어울려 노는 것을 경계하는 시골 어르신들의 눈치에 익숙한 때였다. 희야는 그 때는 키가 나와 비슷했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고 굵은 곱슬머리 단단하고 마른 몸매에 영리하고 말빨이 좋아서, 동네 또래에선 그래도 꽤 서열이 높은 활발한 성격을 가진 소녀였다.
학년도 같고, 키도 비슷했지만, 그 동네에선 외지 출신이었던 나는 희야의 권력(?)에 빌붙어야만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깍듯하게 누나라고 불러 주고 있었다.
희야가 언제 내 옆으로 왔는지 모르지만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고, 나도 아직 잠을 다 잔 것은 아니였기에 다시 잠을 청하려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막상 눕고 나니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잠이 오지를 않았다. 그 때 내 나이 겨우 열 살, 아직 고추가 자라기 시작하지도 않은 때였지만, 여자애가 옆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이상했다. 보통 그 당시 시골 애들이 그랬듯이 희야는 그저 하얀 런닝에 파란 바탕에 흰 줄이 두줄 옆으로 난 반바지 비슷한 학교 여름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작은 소리로 희야를 불러 보았다.
"희야 누나, 희야 누나, 자?"
희야는 잠시 눈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한 편으로 뒤척이며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희야를 불렀다.
"희야 누나, 여기서 자면 어떻게, 누나 방으로 가."
이번에도 희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려운듯 위에 걸친 하얀 런닝을 가슴까지 걷어 올리고는 벅벅 몸을 긁었다. 번개불에 비친 희야의 가슴은 내 가슴이나 별다를게 전혀 없었다. 여름 햇살에 새까맣게 타고, 아직 브레지어라는 것은 걸칠 자리도 없는, 콩알만한 젖꼭지가 거기가 앞으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자리라는 것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여자애의 가슴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얼굴이 달아 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희야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천진한 표정으로 세상 모르고 평화롭게 자는 소녀의 얼굴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쯤 바라보다가 천천히 희야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왜 그랬는지, 그걸 누구한테서 들어서 그랬었는지, 아니면, 모든 인간의 본능인지, 지금도 모르지만, 나는 희야가 깨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속에서 희야의 입술에 내입술을 살며시 얹어놓았다. 희야의 숨결에서는 막 베어 놓은 풀들이 내품는 무언가 달아오르는 듯한, 왠지 나른해지는 그런 냄새가 났다. 내 입술에 닿은 희야의 입술은 단단하고, 주름이 탱탱한 산딸기같은 그런 촉감이었다. 나는 천천히 옆으로 몇번 비비다가 희야가 움찔하기에 얼른 내자리에 누워 희야의 동정을 살폈다.
잠시 뒤에 희야가 여전히 잠이 든 채인 것을 확인하고는 이 번에는 희야의 손을 잡아 보았다. 희야의 손은 시골 여자애들의 굳은 살이 손바닥과 손가락에 잡힌 힘이 쎈 그런 손이었다. 하지만, 그 단단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희야의 온기는 나를 알 수없는 설레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잠을 자면서 움찔거리며 내 손을 잡아 올때는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두근거리며 솟아나는 기쁨에 온 몸이 떨렸었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이번에는 좀 더 위험한 상상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희야가 깨지 않도록 몸을 움직여서는 희야의 몸에 내몸을 조금씩 밀착시켜 나갔다. 시간은 정지된 것 같았고, 시간을 알 수 없는 깊은 밤에 바깥 세상은 온통 내리는 비와 천둥, 번개로 가득차 있었다. 얼마가 걸렸을까, 나는 마침내 희야의 몸에 내 몸을 밀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때, 나는 상의에는 구멍난 런닝에 밑에는 헐렁한 아동용의 촌스러운 검정 가로 줄무늬 팬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내 런닝도 가슴까지 끌어 올려서 나는 내 배를 희야의 옆구리에 살과 살이 맞닿게 했다. 내 배를 통해서 희야의 숨쉬는 옆구리의 작지만 따뜻한 느낌이 전해오자,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내 머리는 터질것 같은, 미친듯한 생각과 느낌들이 범벅이 되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반 쯤 돌아 버린 나는 희야가 몸을 뒤채는 틈을 이용해서 희야의 머리를 내 팔 위에 얹고 살며시 희야를 안아 버렸다. 그리고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잊어 버리고는 희야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희야, 희야 누나, 사랑해, 정말 사랑해, 나 누나랑 결혼할거야, 누나는 나 사랑해?"
그 때 왜 나는 그런 웃기는 소리들을 지껄인 것일까? 도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던 것일까?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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