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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36 1,450회 0건
청춘회상 2

계단의 방향이 꺽어질 무렵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발걸음을 최대한 조심조심 옮기기 시작했다. 행여나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꿈치를 바싹 들고 한걸음 한걸음 조용히 내딛었다. 우리집안에서 돌아다니는데도 안들키도록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 보면 조금씩 더 생생하게 들려오는 2층에서의 야릇한 소리에 내 근육이 바싹 긴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박수소리와 비슷했던 좀전의 소리는 점점 내 귀에 구체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으흥.. 아.."
순간 나는 그것이 한창 빠굴이 하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지영아, 아프니?"
누나의 이름을 부르는 다소 앳된 남자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아니.. 괜찮아.. 아하.."
"철퍽, 철퍽.."
나는 1층에서 들었던 희미한 소리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왠지 내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올라올 때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조심스럽게 소리를 죽이고 다시 내려왔다.
슬그머니 신발을 들고는 현관문을 빠져나가 - 열 때 아주 작게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내 귀에는 이제껏 들었던 그 어느 소리보다 생생하게 들려왔었다 - 정원에서 신발을 신고는 다시 대문을 열고 우리 집을 빠져(?) 나왔다. 무슨 범죄의 장면을 훔쳐보고 안들키게 달아나는 식이었다. 대문밖으로 나와서는 죽으라 독서실방향으로 뛰어 달려갔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그런 야릇한 소리를 듣게 되고도 조금도 자지가 꼴리지 않았다. 팽창하기는커녕 두려움에 바싹 오그라들어 있었다.
한 200미터 쯤 달렸을까..
난 잠시 멈추어 서서는 길가에 솟아 있던 전봇대의 기둥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악. 하악.. 뭐야.. 이게 왠 날벼락이야.."
난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사춘기의 한창 발정난 시기라는 것을 떠나서 이제껏 나의 가족이 다른 어떤 사람과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었다. 물론 부모님이 섹스를 한다 든지 우리 누나도 언제가는 시집가서 섹스를 하게 될거라는 그 정도의 생각은 당근 해봤지만 이제 21살 먹은 우리 누나가 그것도 대범하게 집안에서 그렇게 섹스를 하고 있는 장면을 엿본 것은- 실제 보진 않았지만 - 내게 실로 엄청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우리 누나도 똑같구나.."
물론 그렇다고 누나가 갑작스럽게 동대문근처에서 만나곤 했던 잡년들과 대동소이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누나도 섹스란 걸 아는구나라는 생각-단순히 그런 생각으로-은 나를 한편으로 굉장히 허무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우리 누나는 경희대 한의대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엄마를 그대로 빼닮은 누나는 키 164센티의 아담한 체구에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그리고 제법 볼륨있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너희누나 정말 이쁘다"라는 말에 일종의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성이라는 것에 본격적으로 눈을 띠고 나서는 그렇게 말하는 새끼들 모두 집에 가서는 우리누나를 생각하며 딸딸이 칠게 뻔한 넘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기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외모도 외모지만 우리 누나는 정말 누나스러운 여자였다. 동생하고는 두 살차이 밖에 안나면서도 언제나 나를 챙겨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도 그런 누나가 좋아서 우리 누나 건드리는 넘은 절대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보디가드(보지가드가 아니라) 신념을 유지하며 누나를 아끼고 좋아해 왔다.
이따금씩 티격태격 싸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 남매도 그 정도는 싸우지 않겠는가. 대개 사소한 일로 싸우고 나선 금방 풀어졌다. 대부분 누나가 먼저 나를 감싸안아 주는 식이었지만..
여하간 난 다시 좀전에 집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몰입했다.
"누나도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다. 누나도 이제 어른인데.. 더 이상 교복입고 청순하고 풋풋한 시절의 여고생이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억지로라도 망치로 맞은 듯한 머리를 달래 보려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누나는 지금도 상큼한 여고생과 다름없는 순진함과 발랄함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에 남자를 데려와 자신의 방에서 섹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쉽게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도대체 그 새낀 누구지?"
난 그 우리 순진한 누나를 감히 우리 집에서 용감하게 먹고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 허긴. 둘이 말하는 것을 들어서는 둘다 섹스에는 생초보에다 몰래 그렇게 벌이고 있는 행동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듯이 느껴졌었다.
"누나가 그 때 말했던 그 자식일까?"
누나 몇 개월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보이기 시작해 엄마랑 내가 요즘 누구 사귀냐는 질문공세에 그런 일없다고 얼굴을 붉히던 누나가 수상하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때부터 사귀어 오던 넘이 어쩌다 집에 놀러오게 되서 사고를 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렇다면.. 요즘 세상에 아무리 순진하다 해도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빠굴이 한 번 못하랴 하는 관대한 생각이 이어졌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속상하고 내가 가진 어떤 큰 것을 몰래 뺏기고 있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제길..
그러고 보니 아까 대문을 열었을 때 어째서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누나는 부모님이 파주에 가신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독서실에 있다는 걸 알지만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섹스를 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서로의 감정에 못이겨 섹스를 하게되고 서로 어색해서 불을 껐겠지. 도대체 내가 온 걸 알았으면 어떻게 대처를 할 생각이었지? 참 그러고 보면 둘다 진짜 첨으로 하게 된 사람들일지도 몰겠다. 워낙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섹스에 몰입할 상황도 안되었을 거고 그럼 대문여는 소리 정도는 들었어야 할게 아닌가.. 순간 나는 내가 대문을 닫을 때 골목 길로 야채를 실은 큰
트럭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래서 그들이 끝까지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에 초긴장 경계태세로 몸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썼었으니까.
암튼 그 날은 언제나 다정했던 우리누나가 드디어 처녀막이 뚫려 버린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언젠가는 뚫려도 뚫려버릴 처녀막이지만 그런 역사적인 행사(?)를 내가 정말 우연찮게 옆에서 확인해 버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기분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진짜진짜 떨떠름하고 고약한 기분이었다. 들어가서 누나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생각사이사이에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누나의 유방이라든지 탐스런 히프가 머리 속에 스쳐지나 가면서, 난 계속 고개를 흔들어 대고 있어TEk.
여하간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로 했다. 독서실에 다시 들어갈까도 생각했었지만 가득이나 머리도 혼란스러운데 공부는커녕 그 답답한 밀실에서 갇혀 있기 조차 싫었다. 한 두어시간 여유있게 돌아다니다가 집에 전화를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누나가 난처하지 않도록 내가 돌아갈 때까지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초 짜들이라 그리 오래 가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누나가 당황하는 모습은 결코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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