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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36 1,465회 0건
"나"..........[01]

< 읽기 전에 >

1) 이글은 저의 창작 작품입니다.
2) 소설로서의 구성을 갖추려 노력했으므로 시작하자마자 xxx를 바라는 분은 실망하실 겁니다.
3)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소재로 한 글로, 강한 성적 자극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실망스러울수도 있습니다.
4) 글의 화자는 "여성"이지만, 작가는 "남자"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 작가 멜 주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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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0. 프롤로그

마지막으로 닦아낸 그릇 하나를 건조기에 던져넣고, 수건으로 젖은 손을
닦아낸다.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는 일상의 궤적을 따라, 거실로 피곤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자극도 없는 같은 생활, 그것이
"삶"이라는 고된 여정......

- 딸그락

멍하니 걷던 내 팔에 무엇인가 부딪혀 바닥으로 살짝 쓰러졌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보니, 원래는 세워져 있어야할 사각의 작은 틀이 바닥에 엎드
려 나무로 된 무늬의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손을 움직여 사각틀을 집어들고 원래의 자리에 세웠다. 문득 눈이 간 그곳
에는 남편과 내가 봄의 환한 햇살아래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훗..."

문득 기억을 스쳐가는 추억에 나는 피식하며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일상
의 시간과는 달리, 사진속에 멈춰진 한 순간의 기억은 영원히 그곳에 남는
다. 가끔은 이런 즐거운 의미가 담긴 생의 여로가 있기에, 그래도 하루 하
루 살아갈수 있는 삶......

- 하지만, 가족사진속의 행복한 한순간의 모습은 지금의 삶을 얼마나 반영
하고 있는 것일까?

작은 한숨을 내쉬며, 거실의 스위치를 내렸다. 그와함께 거실은 어둠으로
뒤덮히고, 해맑은 봄빛의 사진 한 장도, 회색빛 무채색의 물감으로 진하게
물들어 간다.

그리고 그곳에 지금 "나"는 서 있다.


1. Blue blue day

나는 어둠에 익숙해져가는 눈을 들어,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 한쪽에
는 언제나 그렇듯, 귀여운 나의 아이가 큰 대자로 뻗어 세상 모르고 잠들
어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놓여진 커다란 더블 침대 위엔, 아마도 나와
같이 삶에 찌든, 나의 남편이 대충 잠옷을 입은채 반쯤 비스듬히 누워 있
다.

결혼한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건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연애의 연
장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남편도, 나도 몇 년의 시간
속에서 겉모습도 조금씩 변했지만, 그러한 겉모습보다 더욱 더 많은 부분
이 이미 변해가고 사라졌다. 그래도 살을 부비고 지낸 친밀함은 남아 있으
되, 더 이상 열정은 남아 있지 않으니까......

"자기...... 지금... 자?"

벽쪽으로 돌아누운 남편의 등에 손을 올리며, 나는 그렇게 나지막하게 물
었다. 들려오는 숨소리와 손끝의 감촉으로 보아, 아직 잠들지 않았음이 분
명한데도, 반응은 오지 않는다.

"자는... 거야?"

등을 손가락으로 몇번 찌르자, 그제서야 약간 귀찮다는 듯, 남편은 내게 몸
을 돌렸다. 그리고는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피곤한데......"

같은 언어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담긴 내용에 관한 의사소
통은 이렇게 항상 빗나가곤 한다. 대체 남편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조금은 시큰둥한 모습으로, 남편의 오른손이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
고 부드럽게 회전시키며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따뜻하지만 조금은 억
센 그의 손길. 그것은 이미 내 몸에 각인되어버린 너무나 "익숙한" 언어.

"으응......"

그리고 마치 조건반사처럼, 나는 작은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우리의 의사
소통에는 이미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다. 우리가, 아니 최소한 내가 원했던
건, 단순한 육체의 의사소통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대화이기
에......

나의 가슴이 풀어헤져치고, 그의 입술이 내 유두를 탐하지만, 언제부터 섹
스라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일까? 감정의 교류... 그것을 위해
육체의 언어가 도구가 되었던 것에 반해, 언제부터인가는 육체적 언어 그
한가지 만이 오가기 시작한 것 같다.

그것이 아마 남자들이 속칭 이야기하는 "의무방어전"이라는 것일까? 이미
대화다운 대화가 없어진, 우리에게 있어 그래도 이것만이 그와의 교감을
나눌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한달에 2-3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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