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일 여행기
제 43화
"가일님.. ... 하악... 하악.."
세이나의 입에서 가일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른손으로 살며시 가일을 가리키며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세이나의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보였다. 그리고 세이나는 그 말을 끝으로 힘없이 팔을 떨궜다.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을 들기는커녕, 말을 하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세이나.. ...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제 그만 해야겠어."
가일이 체념한 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꽉 맞물려 있던 가일의 자지와 세이나의 보지가 살며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꽉 조여져 있는지, 세이나의 하체가 살짝 들렸다가 빠져나갈 정도였으니.. 세이나와 가일의 얼굴이 약간의 통증에 의해 살짝 찡그려졌다.
"괜찮지? 세이나. 어젯밤에도 많이 했으니까."
"끄덕..."
세이나가 살며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일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세이나를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에 얕은 키스를 하였다.
아직 정액을 쏟아내지 못해 발기되어 있던 자지가 살며시 세이나의 몸 위를 스쳐지나가기는 했지만, 그녀는 얼굴만 발그레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또각.. 또각.. 또각..."
"?!!"
가일과 세이나의 귓가로 복도를 가득 메우고 들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평소였다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작은 소리였겠지만, 사방이 고요하고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 느껴지던 세이나의 방안에서는 그 발걸음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이렇게 깨어서 돌아다닌단 말인가? 게다가 그 발걸음은 점점 세이나의 방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발 그냥 지나치는 순찰병이길..."
세이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반면 가일은 복도쪽으로 나 있는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예기를 발했다. 단순히 순찰병일 수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긴장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가일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것은 그동안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수련을 통해 날카롭게 다져진 감각에 의거한 행동이었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가일의 본능이 맹렬하게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발걸음이 가까워 질수록 그의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지만, 가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일은 행동파 였다. 의외의 발걸음에 긴장한 상태기는 하지만, 잽싸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이나를 침대 위에 살며시 눕히고는 그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 와중에도 가일의 시선은 방문을 바라보며 경계의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세이나를 눕힌 침대는 가일과 세이나의 땀과 정액 같은 것에 의해 젖어있는 부분이 있었다. 가일은 세이나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좀 축축하겠지만 잠깐만 참아주세요."
"가일님.. ...."
세이나는 살며시 일어나 몸을 돌리는 가일을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가일은 그 눈 안에서 안타까움과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가일은 다시 세이나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몸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작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멀리 있지 않을 거예요. 방안에 있을 거예요. 세이나도 자는 척 하고 가만히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눈을 뜨면 안되요...."
"저 밖에 있는 사람.. 느낌이 이상해요.."
가일은 마지막 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세이나에게 말해서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단순한 경비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세이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거리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일은 곧장 소리 없이 뒷걸음질 쳐서 방구석의 어둠에 몸을 숨겼다. 아직도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가일이 세이나는 자는 척 하게 하고 정작 자신만 몸을 숨긴 것은, 다른 곳에 이유가 있었다. 만약 저 사람이 경비가 아니라면... 정말 강적일 것이다. 이 감 만은 지금껏 틀린 적이 많지 않다. 수많은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단련된 것이니 만큼...
그리고 그런 강적과 싸우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피를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가일의 본능, 제 6감은 가일에게 A급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예전, 오우거와 고블린, 오크 떼에게 다굴(?)을 당했을 때에도 잠잠히 있던 본능의 경고...
"꿀꺽..."
가일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걸음이 멈추었다. 정확하게 세이나의 방 문 앞에서...
"제길...!"
가일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결국 싸워야 하는 건가..? 방 문 앞의 인물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가일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일어났다.
"지금 기습을 가해야 할까...? 아니.. 차라리 기다려 볼까..? 그냥 지나쳐 갈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어차피 들어올 놈이라면 기습공격으로 허를 찌르는 것이... 하지만 그냥 경비병이라면 내가 침입했다는 것만 알려주는 꼴이고..."
가일은 자신의 옷 무더기를 뒤적여서 자신이 애용하는 검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수많은 몬스터를 베고, 또 수년동안 애용 왔던 검이었다. 그 검은 지금껏 바뀐 적 없이 가일의 허리춤에 매달려 다녔다. 그동안 날을 갈아온 것도 10여년..
사실 그 정도면 엄청 오래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일같이 몇 마리에서 많게는 몇 십 마리씩 도륙해온 검인데.. 그것도 명검이라 불리 우는 희대의 신기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철을 제련해 만든 검 한 자루일 뿐임에도, 10년 동안 써왔고 저렇듯 예기를 발한다는 건 그 검의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가, 그리고 주인의 애정이 얼마나 각별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검을 쥐고 나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기고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난 지지 않아..."
가일의 몸에 지금껏 없던 자신감이 생기고 있었다. 내공을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뜨렸다.
잔뜩 긴장했던 근육들이 살살 풀어져 "적당한 긴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너무 과한 긴장감은 움직임만 뻗뻗하게 만들뿐이다.
"달칵.."
밖의 괴한이 마음을 먹었는지 드디어 방안으로의 난입을 시도했다.
복도에서 지금껏 가일과 세이나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 자는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그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경비는 아닌 듯 했다.
"조금만... 조금만..."
가일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까지 맺혀 있었다. 경비는 아닐 지라도 세이나와 연관이 있는 자라면 그 상태를 확인하려고 들른 걸 수도 있다.
솔직히 그 방문 시간이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가일은 어둠을 방패삼아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저자가 세이나에게 뭔가 위해를 가하려 한다면 가차없이 검이 날아들 것이다.
그리고 차디찬 검 날이 예리하게 날아들어 저자의 심장을 유린할 것을 가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리번 두리번.."
그 남자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주변을 의식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도무지 좋은 일을 하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죽이고 세이나가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가일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살며시 그 남자의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멈칫!"
"흠칫!"
세이나의 침대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던 남자의 몸이 일순간 멈춰섰다. 그리고 그 남자를 따라가던 가일의 몸도 덩달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가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
가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내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은신술을 펼쳤을 때 따라올 자가 없다고 나름대로 자부하던 가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일이 산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낼 때, 할아버지 몰래 집 가까이 다가가서 여자와 정사를 벌이는 할아버지를 주의 깊게(!?) 관찰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훔쳐보고 나서도 할아버지에게 걸리지 않았으니, 자신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은 할아버지가 "성교육" 이라는 이름 하에 일부러 묵인해 준 것이라는 것을 가일이 알 리 없을 테지만... 게다가 그 "성교육" 이라는 것도 잘못된 것만 가르쳐놓았으니 별로 효과가 좋았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어쨌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일의 존재를 알아챈 남자의 실력에 가일은 경악하였고, 또 그 음산하고 가래 끓는 듯한, 정말이지 제정신으로 듣기 힘들 정도의 스산한 목소리에 또 한번 놀랐다.
"대단한 실력이구나... 방 밖에서 사람이 두 명인 듯한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네 정확한 위치는 방금 전까지도 눈치채지 못했으니... 끌끌끌.."
그 남자는 목소리만큼이나 웃음소리도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있는 듯 했다. 가일은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새록새록 솟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일은 방심할 수 없었다. 주먹을 쥔 손바닥 안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가고 있었다..
제 43화
"가일님.. ... 하악... 하악.."
세이나의 입에서 가일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른손으로 살며시 가일을 가리키며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세이나의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보였다. 그리고 세이나는 그 말을 끝으로 힘없이 팔을 떨궜다.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을 들기는커녕, 말을 하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세이나.. ...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제 그만 해야겠어."
가일이 체념한 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꽉 맞물려 있던 가일의 자지와 세이나의 보지가 살며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꽉 조여져 있는지, 세이나의 하체가 살짝 들렸다가 빠져나갈 정도였으니.. 세이나와 가일의 얼굴이 약간의 통증에 의해 살짝 찡그려졌다.
"괜찮지? 세이나. 어젯밤에도 많이 했으니까."
"끄덕..."
세이나가 살며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일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세이나를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에 얕은 키스를 하였다.
아직 정액을 쏟아내지 못해 발기되어 있던 자지가 살며시 세이나의 몸 위를 스쳐지나가기는 했지만, 그녀는 얼굴만 발그레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또각.. 또각.. 또각..."
"?!!"
가일과 세이나의 귓가로 복도를 가득 메우고 들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평소였다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작은 소리였겠지만, 사방이 고요하고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 느껴지던 세이나의 방안에서는 그 발걸음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이렇게 깨어서 돌아다닌단 말인가? 게다가 그 발걸음은 점점 세이나의 방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발 그냥 지나치는 순찰병이길..."
세이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반면 가일은 복도쪽으로 나 있는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예기를 발했다. 단순히 순찰병일 수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긴장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가일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것은 그동안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수련을 통해 날카롭게 다져진 감각에 의거한 행동이었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가일의 본능이 맹렬하게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발걸음이 가까워 질수록 그의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지만, 가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일은 행동파 였다. 의외의 발걸음에 긴장한 상태기는 하지만, 잽싸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이나를 침대 위에 살며시 눕히고는 그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 와중에도 가일의 시선은 방문을 바라보며 경계의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세이나를 눕힌 침대는 가일과 세이나의 땀과 정액 같은 것에 의해 젖어있는 부분이 있었다. 가일은 세이나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좀 축축하겠지만 잠깐만 참아주세요."
"가일님.. ...."
세이나는 살며시 일어나 몸을 돌리는 가일을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가일은 그 눈 안에서 안타까움과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가일은 다시 세이나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몸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작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멀리 있지 않을 거예요. 방안에 있을 거예요. 세이나도 자는 척 하고 가만히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눈을 뜨면 안되요...."
"저 밖에 있는 사람.. 느낌이 이상해요.."
가일은 마지막 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세이나에게 말해서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단순한 경비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세이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거리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일은 곧장 소리 없이 뒷걸음질 쳐서 방구석의 어둠에 몸을 숨겼다. 아직도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가일이 세이나는 자는 척 하게 하고 정작 자신만 몸을 숨긴 것은, 다른 곳에 이유가 있었다. 만약 저 사람이 경비가 아니라면... 정말 강적일 것이다. 이 감 만은 지금껏 틀린 적이 많지 않다. 수많은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단련된 것이니 만큼...
그리고 그런 강적과 싸우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피를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가일의 본능, 제 6감은 가일에게 A급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예전, 오우거와 고블린, 오크 떼에게 다굴(?)을 당했을 때에도 잠잠히 있던 본능의 경고...
"꿀꺽..."
가일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걸음이 멈추었다. 정확하게 세이나의 방 문 앞에서...
"제길...!"
가일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결국 싸워야 하는 건가..? 방 문 앞의 인물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가일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일어났다.
"지금 기습을 가해야 할까...? 아니.. 차라리 기다려 볼까..? 그냥 지나쳐 갈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어차피 들어올 놈이라면 기습공격으로 허를 찌르는 것이... 하지만 그냥 경비병이라면 내가 침입했다는 것만 알려주는 꼴이고..."
가일은 자신의 옷 무더기를 뒤적여서 자신이 애용하는 검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수많은 몬스터를 베고, 또 수년동안 애용 왔던 검이었다. 그 검은 지금껏 바뀐 적 없이 가일의 허리춤에 매달려 다녔다. 그동안 날을 갈아온 것도 10여년..
사실 그 정도면 엄청 오래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일같이 몇 마리에서 많게는 몇 십 마리씩 도륙해온 검인데.. 그것도 명검이라 불리 우는 희대의 신기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철을 제련해 만든 검 한 자루일 뿐임에도, 10년 동안 써왔고 저렇듯 예기를 발한다는 건 그 검의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가, 그리고 주인의 애정이 얼마나 각별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검을 쥐고 나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기고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난 지지 않아..."
가일의 몸에 지금껏 없던 자신감이 생기고 있었다. 내공을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뜨렸다.
잔뜩 긴장했던 근육들이 살살 풀어져 "적당한 긴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너무 과한 긴장감은 움직임만 뻗뻗하게 만들뿐이다.
"달칵.."
밖의 괴한이 마음을 먹었는지 드디어 방안으로의 난입을 시도했다.
복도에서 지금껏 가일과 세이나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 자는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그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경비는 아닌 듯 했다.
"조금만... 조금만..."
가일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까지 맺혀 있었다. 경비는 아닐 지라도 세이나와 연관이 있는 자라면 그 상태를 확인하려고 들른 걸 수도 있다.
솔직히 그 방문 시간이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가일은 어둠을 방패삼아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저자가 세이나에게 뭔가 위해를 가하려 한다면 가차없이 검이 날아들 것이다.
그리고 차디찬 검 날이 예리하게 날아들어 저자의 심장을 유린할 것을 가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리번 두리번.."
그 남자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주변을 의식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도무지 좋은 일을 하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죽이고 세이나가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가일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살며시 그 남자의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멈칫!"
"흠칫!"
세이나의 침대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던 남자의 몸이 일순간 멈춰섰다. 그리고 그 남자를 따라가던 가일의 몸도 덩달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가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
가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내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은신술을 펼쳤을 때 따라올 자가 없다고 나름대로 자부하던 가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일이 산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낼 때, 할아버지 몰래 집 가까이 다가가서 여자와 정사를 벌이는 할아버지를 주의 깊게(!?) 관찰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훔쳐보고 나서도 할아버지에게 걸리지 않았으니, 자신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은 할아버지가 "성교육" 이라는 이름 하에 일부러 묵인해 준 것이라는 것을 가일이 알 리 없을 테지만... 게다가 그 "성교육" 이라는 것도 잘못된 것만 가르쳐놓았으니 별로 효과가 좋았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어쨌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일의 존재를 알아챈 남자의 실력에 가일은 경악하였고, 또 그 음산하고 가래 끓는 듯한, 정말이지 제정신으로 듣기 힘들 정도의 스산한 목소리에 또 한번 놀랐다.
"대단한 실력이구나... 방 밖에서 사람이 두 명인 듯한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네 정확한 위치는 방금 전까지도 눈치채지 못했으니... 끌끌끌.."
그 남자는 목소리만큼이나 웃음소리도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있는 듯 했다. 가일은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새록새록 솟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일은 방심할 수 없었다. 주먹을 쥔 손바닥 안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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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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