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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0 1,462회 0건
가일 여행기
제 46화
"마, 말도 안되 분명히 둘로 베었다구! 감촉도 ... 있었는데..."
가일이 소리치자 그 마법사-라고 해 두겠습니다.-의 입에서 아까전의 그 듣기 껄끄러운 기분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끌끌끌.. 네가 벤 건 진짜 사람이야... 베는 감촉이 있는 게 당연하지... 문제는 그게 진짜 내가 아니라 내가 "조종" 하는 꼭두각시라는 거란다... 큭큭...."
"꼬, 꼭두각시...?!"
가일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그런 가일의 모습을 즐기는 듯, 마법사의 목소리가 한층 기분 나쁘게 고조(?)되었다.
"그럼.. 꼭두각시지.. 킥킥.. 나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 뭐..하지만, 내 마법은 좀 독특해서 말이야.. 보통 인형하고는 달라... 좀비처럼 되어 버리는 다른 인형과는 달리 시전자의 능력의 절반정도가 그 "인형"에 담겨진단다... 뭐, 그래봤자 마법능력은 전해지지 않고 육체적인 능력만 이지만... 넌 꽤 고생한 것 같더구나.. 끌끌......
아, 참 그리고 말이야... 이 인형이 느끼는 고통은 그 사람을 조종하는 나에게도 똑같이 느껴진단다.... ...
그런 의미에서 네녀석의 검기에 베이는 기분이 아주 감촉이 좋았어.... 크크큭.... 차갑고도... 빛나는 반원과 함께 머리에서부터 내장을 훑고 지나가는 쇠의 촉감.... 끌끌.. 좋아... 아주... 감미로워..."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한 스피드와 맞먹었던 그 속도가 "절반"의 능력이라고?!! 게다가 마법은 제외된 능력만이 전해진 것이었다. 마법까지 쓴다면 마법검사.. 아니면 마검사..? 게다가 마법으로 꼭두각시를 만들 정도라면.. 상당한 실력의 흑마법사가 아닌가?!
"도, 도대체 네녀석은 누구냐..?!"
"글세... 끌끌끌.. 그건 내가 묻고 싶다. 그 나이에 검기라니.... 놀라운 경지.. 아직 날 쫓아오기엔 멀었지만, 그 나이와 비교하면 정말 최고의 영재로구나!.. 뭐.. 아무리 영재라지만 자라지 못한 새싹은 나의 일을 방해할 수 없을 테지만..."
거만하다 못해 오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최고까지는 못되도 실력에 어느정도 자부심이 붙은 가일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는 말이기도 했다. 오기라고 해야 할까? 가일의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오만하군. 그것도 아주. 얼마나 잘났는지는 모르지만 난 네 말을 믿지 못하겠어. 이래뵈도 "우리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나를 이길 자는 많지 않다."고 자만심에 빠져있던 나거든... 어디냐? 아무리 잘난 마법사지만,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는 못할 터, 세네시 어디냐?!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보자!!"
흥분을 했는지 가일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컸다. 알게 모르게 감정이 섞인 목소리는, 고요했던 밤, 메타라남작의 저택 전체로 울려퍼졌다.
그리고.. ... 그것은 아둔했던 누군가를 자극하는 매체가 되고 말았다.

"누구냐?!"
"침입자다!!"
바로 경비들이었다.

"이, 이런..."
가일의 얼굴 가득 낭패감이 담겨 있었다. 세이나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그제서야 경비들이 몰려옴을 알고 황급히 침대 위에서 뛰쳐나왔다.
"큭큭큭... 주의했어야지... 너무 방심한 것 같구나... 귀찮은 것들이 몰려오겠어.... 지금의 네 몸으론 피하기도 버거워 보이는데 이를 어쩐다지? 끌끌끌... 수고하게나... 끌끌끌... 아, 참 그리고 나는 세네 뒷편에 있는 일명 "뒷동산"에 있지...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_-;)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마법사의 인영이 순식간에 방 안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 이런... 제길..."
가일은 이를 악물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가일님....."
"아, 응?"
가일은 뒤에서 들려오는 세이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간신히 속옷만을 챙겨입은 세이나가 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걱정마. 빨리 돌아가야겠어."
일단 탈출하는게 우선이라 생각한 가일은 움직임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걸음은 절뚝절뚝 제대로 탈출하기엔 불가능으로 보였다.
그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세이나가 갑자기 옷장으로 달려들더니, 레이스로 장식된 치렁치렁한 드레스 한 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찌익..찌익..."
"세, 세이나! 뭐 하는거야? 그렇게 비싼 걸 찢으면 어떡해?"
고급 천으로 만든 드레스가 세이나의 손에서 처참하리 만치 찢겨졌다.
"잠시만요... 가일님..."
그리고 세이나의 가는 팔이 가일의 상처 위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길게 찢겨진 천은, 붕대대용이 되어 가일의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응급처치예요. 어디선가 이렇게 들어본 거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헤헷..."
세이나는 가일을 발코니 창 쪽으로 슬며시 밀며 작게 말했다.
"가일님... 오늘은 일단 몸을 피하세요... .. 전 오늘 여기에서 가일님이 도망칠 시간을 벌 게요....... 그리고..... .꼭 데리러 와 주세요..."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쪽이었지?"
"그래, 아가씨의 방에서 난 소리였어. 무슨일이지?"
황급히 달려오는 여러개의 발소리와 함께 복도가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경비들이 세이나의 방 앞까지 달려오는 것을 세이나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어서가세요! 제가 시간을 끌면 가일님도 충분히 빠져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어서요!"
세이나가 급하게 가일을 밀었다. 가일의 몸이 주춤주춤 창가쪽으로 움직였다. 웬일인지 가일은 세이나의 유도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가일의 얼굴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아보였다. 그리고 가일의 입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역시... 안되겠어...?"
"네? 무슨 말씀이세요?"
눈을 크게 뜨며 가일에게 반문하는 세이나를 바라보며 가일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혼자서 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가일의 두 팔 중에 옆구리가 멀쩡한 쪽의 팔이 세이나의 허리를 감았다.

"어, 어맛"
세이나의 놀란 목소리가 저택의 밤 공기를 갈랐다.
"콰직!"
그리고 두 인영이 창 밖으로 몸을 날린 순간 거짓말 같이 세이나의 방문이 부서져 나갔다. 성질 급한 경비대장의 거대한 도끼가 단번에 나무문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아가씨! 세이나 아가...!!"
"무슨 일 이십니까?....!!"
그리고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피로 뒤덮인 바닥과 반으로 갈라져 쓰러진 죄수의 모습이었다.
"이 시체는....!! 저번에 세이나 아가씨 강간사건 때문에 지하감옥에 감금된 녀석 아니야?!! 도대체 어떤 녀석이 이렇게 참혹하게...."
경비대장은 내장까지 비죽 튀어나온 참혹한 시체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잔인한 손속의 주인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대장님!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뭐라굿?! 세이나 아가씨께서? 이럴 수가!"
그의 얼굴에 절망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건 아무리 봐도 납치다. 게다가 범인의 손속은 매우 잔혹한 자.. 하필이면 그런 자에게 납치가 되다니... ...

"이...이럴수가.."
경비대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경비대장님! 저쪽 창이 열려있는데요! 저기로 나간 게 아닐까요?"
"뭐라구?"
한 졸병의 말에 후다닥 창 밖을 보았지만, 경비대장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어둠으로 물든 마을, 그리고 하늘에 총총이 빛나는 별과 달뿐이었다.
"제길... 놓친 것 같군....."
"쾅"
경비대장의 커다란 주먹이 발코니의 난간을 세게 쳤다. 강간 사건이 일어 난지 얼마나 榮鳴?납치가 된단 말인가?! 게다가 범인은 아무리 봐도 낮에 왔던 녀석이다. 그 녀석 외에는 이 안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 자신을 단 한 수에 압도해 버린 그 녀석....
"미리 주의라도 줬어야 하는 것을.... 엄청난 실력자가 아가씨를 노리고 있다는 걸....."
"젠장... 아무래도 아가씨를 한번 맛보고는 잊지 못해서 찾아 왔겠지.. 여기 이 죄수도 그랬던 것 같으니까.... 크윽.... 이건 악독한 범행수법 이전에 내 자존심 문제다...! 어떤 녀석인지 절대로 세네시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게 좋을 것이다...... 크윽...."
경비대장의 눈이 매섭게 치켜떠졌다.

"이봐! 지금부터 모든 병사들을 동원해서 세네시의 출구를 봉쇄해! 항구의 배도 하나씩 검문하고, 혹시 모르지만 산 사이로 난 길로 갈지도 몰라. 그 녀석 실력이라면 웬만한 몬스터는 무시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곳에도 몇몇 보내놓고!
발견하면 싸우지 말고 나에게 보고해라.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니까...."
"넵"
경비대장의 불호령에 곁에 있던 수하들이 잽싸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혼자 남은 경비대장은 등에서 도끼를 꺼내 날카롭게 다듬어진 날을 달빛에 비추어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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