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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0 976회 0건
제 54화
"주인님...... ...... 주인님....."
윤기 나는 흑색 머리카락의 미녀가 눈물을 흘리며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한 나신의 몸에, 목에 이상한 목걸이만을 착용하고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상태였는데, 목에 찬 목걸이는 아무리 보아도 개목걸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음란하다고 해야할 모습임에도, 이상하게도 오히려 그 미모는 빛이 났다.
"다... 당신은....."
그 남자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고 있을 때, 흑발 미녀의 반대편으로 짙은 파란색, 남색 빛의 머리카락을 지녔다 뿐이지 거의 얼굴 모습이 똑같은, 마치 쌍둥이 같은 또 다른 미녀가 나타났다. 한가지 이상한 점을 꼽으라면, 푸른 머리카락의 그녀는 이상하리 만큼 귀가 길다는 것.
그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 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그리고 종족 모두가 절세 미남, 절세 미녀라는 엘프(Elf)와 똑같았다.
그녀의 차림새는 흑색 머리카락의 미녀와 완전 판박이였다.
개목걸이에 나체.. 푸른빛 머리카락의 그녀는 느닷없이 바닥에 엎드리더니, 남자의 발등을 조심스레 핥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혀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다.. 당신까지...."
남자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자에게 달려들어서 정신 없이 그의 몸을 탐닉했다. 혀가 그의 온 몸을 지나갔다. 부드러운 입술과 가는 손가락이 전신을 유린했다.
아름다운 얼굴이 남자의 얼굴과 겹쳐졌다. 입술이 벌려지고 혀가 들어왔다.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는 남자의 자지가 푸른 머리카락의 여자의 안에 들어갔다. 정신 없이 그녀의 몸을 휘저었다.
"아아아앙∼!!"
비명에 가까운 소리....
"하악... 하악... 아흐응... 하앙!! 우으으응....."
"으윽... 더 이상 못참겠어...."
그리고 남자의 씨앗이 푸른 미녀의 자궁 깊은 곳까지 뒤흔들었다.
"휴.. 오랜만에 정말......"
그 남자가 지친 듯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흑발의 미녀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어..? ..."
그 남자가 말을 하기도 전에 푸른 머리카락의 미녀도 다른 미녀를 따라 일어섰다. 두 미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남자에게서 멀어져갔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또... ..... 또다시.....!"
그가 황급히 쫓아가려 했지만, 온 몸이 뭔가에 묶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안돼!! 가지마.....!"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 흑발의 미녀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걱! 스르륵.. .... 툭.."
순식간이었다. 흑발미녀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검은색이던 머리카락이 피에 뒤덮였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입에서 절규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헉!"
잠에서 깨어난 중년의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마에서부터 등까지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꿈.... 인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자신이 잠들어 있던 방안을 살펴보는 사내. 지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보던 사내는, 자그마한 탁자에 올려진 액자에 눈을 고정시켰다.

이미지 마법은 여러 용도로 변형, 응용되어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시전자의 기억을,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내주는 마법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가 마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억속 인물의 모습을 눈앞에 환영으로 나타내고, 그것을 그대로 종이위로 옮기면 하나의 사진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법으로 형성된 환영"을 종이에 "현상" 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사진은 공작, 후작급의 지위가 상당한 귀족들이나 가지고 있는 사치품이었다.

일전에 나왔던 마차는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을 해주는 일종의 교통수단의 종류로 이용이 되는 것도 있었다. 비록 그런 마차엔 소음을 줄이는 것이나, 충격을 완화시키는 등의 마법이 걸려있지 않아 조금만 울퉁불퉁한 길을 갈 경우 멀미나 엉덩이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의외로 돈많은 모험가들은 그런 마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마법이 걸린 마차는 귀족들의 사치품이지만, 그렇지 않은 마차는 평민들도 간혹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었다.

반면 사진은 마차와 비교를 불허했으니, 크기도 작은 것이 가격만 비싸기에, 서민들은 아예 사진을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귀족들 사이에 인기는 높아져 갔고 -희귀성 이라는 녀석의 존재 덕분에- 사진은 그 가격이 어마어마해 졌던 것이다.
오죽하면 몇 주일 전, 이웃 나라 카리안 국(國)의 한 백작은 엄지 만한 사파이어를 무려 여덟 개나 주고 가족들의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고가의 물건을 이런 외딴곳의 사람이 가지고 있기에 더 수상해 보이는 일이었다. 사내가 바라보고 있는 액자, 그리고 그 안의 사진에는 사내의 젊었을 때로 추측되는 젊은 남자와 귀가 뾰족한, 꿈속에서 나왔던 엘프 미녀가 서로 기대선 채 활짝 웃고있었다.
"... 세라.... "
작은 중얼거림... 짧은 단어였지만, 그의 얼굴엔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덜컥..."
방문을 열고 나오자 식물이 자라는게 신기할 정도로 거친 흙에서 또 더 신기하게(?)숲을 이룰 정도로 울창하고 커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나무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집과 마당을 비춰주며 그림같은 모습을 자아냈다.
"으휴.... 피곤해라.... 이젠 나도 늙었다니까..."
남자가 낡은 집에서 나와 기지개를 켜며 허리를 톡톡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내는 온 몸이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자잘한 검상에 시퍼런 멍까지 골고루 갖춰진 게 완전히 세트 메뉴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물러설 순 없지... 그나저나... 단전이 박살났으니...."
그 남자가 중얼거리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윗옷을 살짝 들어올리자, 붕대로 칭칭 감겨진 배가 드러났다. 상처가 심한 것 이였는지, 붕대에 핏물이 배어 살짝 붉게 변해 있을 정도였다.
"하하... 그래도 살아남다니... 나도 정말 대단하단 말씀이야!"
낙천적인 성격이라 이렇게 말하는 건지... 아님 인생을 자포자기한 웃음인지... 스스로 우쭐하며 웃는 미소가 확실히 기분 나빠 보이진 않는다.

"어...? 근데 이 소린..??"
신나게 웃고 있던 중년사내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솔솔 풍겨오는 이 달콤한 냄새는..
"앗! 여자의 향기다!"
헉... -_-; 중년의 사내는 눈이 하트모양으로 변해서는 앞뒤 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향기가 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험하다는 세네의 산을 마치 다람쥐가 나무를 타듯 잽싸고 여유 있게 바위와 험한 나무 사이를 밟고 내려가는 것이 상당히 익숙해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달려가는 사내의 머릿속에 문뜩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
"근데... 왜 이렇게 찜찜하지...? 왠지 기분 나쁜..."
그리고 어느 정도 가까워 졌는지, 사내의 귓가로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향기의 주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있는 곳은 사실 세네의 산 전체로 보자면 채 20분의 1도 못되는, 세네 산의 아주 초반부였다.

"우와, 언니 정말 날쌔네요.... 대단하다...."
"세이나, 그런 말 할 시간 있으면 날 꽉 잡으라니까.. 떨어질지도 몰라."
"그래, 주인님이 일부러 챙겨주고 계신 거잖아."
"아아... 나도 차라리 세이나처럼 검술 같은 거 배우지 않고 그냥 장사나 할걸.. 그럼 주인님한테 업혀 갔을지도 모르는데..."
"모이아, 그런 소리하지 마. 내가 신성마법으로 너랑 레나한테 축복도 내려줬겠다, 몸도 평소보다 훨씬 가벼워서 올라가기 어렵지 않을텐데 왜 그래?"
"언니는.... 언니도 지금 주인님 품에 안겨 있으면서 뭘 그래요?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주인님한테 안겨있고 싶은걸...."

"오오옷! 여자들이다! 흑발의 미녀하나, 금발의 미녀가 둘, 보랏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미녀하나, 저 미녀의 연갈색 머릿결은 여기서 봐도 얼굴을 한번 비벼보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 보이네 휘익∼♪"
방금 전까지의 찝찝하다던 느낌은 어디 갔는지... 게다가 보통사람에겐 흐릿하게 보이는 거리인데도, 용케 알아보고는 휘파람까지 불어보는 사내의 정체가 슬슬 의심스럽다.
"그런데 저런 미녀들이 떼로 왜 이런 델 오는 거지? 이제 슬슬 몬스터 출몰지역인데... 혹시 내 소문을 듣고..... ? 헤헤헤...."
그 사내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입가에서 침이 흘렀다. 별로 좋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흠, 그렇다면 기다리게 하지말고 이 몸이 직접 나가 줘야겠군. 아름다운 레이디들에게 결례를 범해선 안되겠지∼"
막 속력을 올리려고 하던 사내의 몸이 갑자기 "딱" 굳어버렸다.

"가만.. 차라리 조금 더 있다가 몬스터 들이 저 여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나가면..? 흐음.. 위기에서 구해준 멋진 남자에게 홀딱 반할 거야∼흐흐흐... 자알... 하면 오늘 다섯 명하고 동시에 할 수도 있겠는걸... 헤...."
어, 어이, 이봐.. 침 떨어진다구.... 최소한 그 벌어진 입은 닫고 구해줘야 호감이 생기지 않을까?
어, 어쨌든 침흘리던 사내는 속력을 지금까지와는 정 반대로 걸어가듯 늦추고, 천천히 여인들에게 접근하며 몬스터들을 기다렸다. (?)
그리고....
"킁킁.. ... 꿀... 꿀꿀..."
"옳다구나! 때마침 오크출현이군."
사내의 감탄.. 그리고 그 미녀들 앞에 돼지머리를 한 오크 대여섯 마리가 특유의 돼지 울음소리(?)를 내며 서 있었다. 사내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히히히... 아름다운 레이디, 이 남궁혁이 오늘 숙녀 분들을 악의 마수에서 구해드리겠소... 히히히.."
장난기 가득한 중얼거림.. 그러나 그런 장난기 속에 은근히 불타고 있는 기대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이 사람은,
가일여행기의 주인공인 가일의 할아버지이자, 130여년 전 무림 오대세가 중 "남궁세가" 제일의 기재 남궁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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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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