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일 여행기
제 49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등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밤거리를 힘껏 질주하고 있는 모이아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일이 세이나를 데려 온다며 여관에서 몰래 나간 지 벌서 네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징조인 것이다.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는 가일의 신신 당부가 있었지만, 모이아를 비롯한 레나, 엘레제 모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맨 처음 밖으로 뛰쳐나간 것은 모이아 였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 말하고는 다른 두 여자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레나와 엘레제도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씩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모이아는 안 그래도 날렵한 몸을 채찍질해 잠시 후 메타라 남작의 저택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면 돌파는 애초에 불가능했고, 담을 넘어가려고 시도도 해 보았지만, 담 너머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병사는 미지의 공포였다. 덕분에 한참동안 저택의 높다란 담을 원망하며 동태를 살피는 것이 모이아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엘레제는 자신이 사제였기에 저택으로 달려가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여관을 빠져나온 엘레제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마차와 말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에 주인은 짜증을 내려했지만, 엘레제가 내민 보석에-이일로 가일이 들고 있던 보석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일일 마부를 자처하고 나섰다.
모이아가 커다란 저택을 반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 저택 안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침입자다!" 하는 소리는 가일에 대한 걱정으로 모이아의 간을 콩알만 해 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르르.... 크왕!!"
하는 개의 소리도 들리고,
"으아악!!"
"끄악!!"
뒤이어 나는 여러 비명소리에 모이아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담을 넘었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워낙에 날렵하게 타고난(?)지라, 담 중간에 난 틈을 밟고 두 번 도약한 끝에 모이아는 어렵지 않게 담을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담을 넘어서 본 광경은 모이아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가일님!!!"
모이아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고 있는 가일에게 달려갔다. 거의 몸이 스프링에 튕겨 튀어나가 듯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가일을 붙잡고 그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서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하였다.
하지만 세우는 것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담을 넘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혼자서도 두 번의 도약 끝에 넘은 담 아니던가. 멀쩡한 사람과 함께라면 어떻게 넘을지 몰라도, 부상자를, 그것도 중상을 입은 사람을 안고 넘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수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 해 보였다.
"누, 누구시죠?"
세이나가 처음보는 인물의 등장에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아... 세이나.. 로군요..... 그런데.. 그렇게 말할 힘이 있으면 저 좀 도와 주시겠어요?"
"저, 절 아시나요?"
"세이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죠. 그리고 저는 당신이 주인님의 새 여자가 될 거란것도 알아요."
"주인님"이 가일을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눈치챈 세이나는 수상한 여자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자신의 주인님께 "주인님"이라 칭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노예(?)정도로 보였고, 세이나는 황급히 모이아가 가일을 부축하는 것을 보왔다.
"에잇! 침입자가 도망가려 하잖아! 안 잡고 뭐 하는 거야?!"
높은 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세이나와 모이아를 본 병사들이 그녀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크왕! 으르르...."
"우왓! 야! 이 녀석부터 누가 좀 해결해 봐!"
정말 시간 끌기 하나는 확실하게 해 주고 있는 개였다. 병사들도 한번에 달려든다면 몇 명의 부상으로 해결 할 수 있겠지만, 부상을 입으면 침입자를 잡는 공로도 쌓을 수 없고, 게다가 다른 병사들 좋은 일만 하는 것이기에 자진해서 나서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서로 눈치만 보면서 가끔씩 개에게 창을 찔러보려다가 오히려 달려드는 개의 박력에 물러서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가일을 부축하고 간신히 담 아래까지 다가가 담을 넘을 방법을 궁리하려던 차에, 병사들에게는 지원군이, 세이나, 모이아에게는 불청객이 나타났다.
"아니, 이렇게 잔뜩 몰려서 뭣 들 하는 거냐? 침입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오호라.. 역시 아가씨의 납치범은 저녀석이었군...!"
"아. 죄, 죄송합니다."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평소 활용할 일이 없어서 저택내에도 겨우 대여섯 명뿐인 궁수를 셋씩이나 이끌고(뭐, 그렇다고 궁수가 특별히 무적인 것은 아닙니다. "필요도"가 낮아서 그 사람수가 적을 뿐..) 경비대장이 나타난 것이다.
"부상까지 당하고 여자를 둘씩이나 끌고 가는 녀석을 왜 못 잡는 거야?"
가까이서 보지 못해, 간신히 가일의 얼굴만을 알아보고는 가일이 정신을 잃었고, 여자들이 자진해서 부축해 가는 중인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인질로 여자를 둘씩이나 납치해 억지로 끌고 가는" 것으로 오해한 경비대장은 다른 병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저택을 지키라고 풀어뒀던 대형 견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흥, 그래봤자 개는 개 일뿐. 궁수들! 가만히 있지 말고 저 귀찮은 똥개를 사살(?)해!"
병사들의 구차한 변명을 중간에 자르고 자신이 끌고 온 궁수 셋에게 멀리서 개를 맞혀버리라고 명령을 내린 경비대장은 자신의 도끼를 다시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아... 어디 다시 붙어보자..."
한편, 레나는 맨 마지막에 여관을 빠져나갔다. 레나의 복장은 가일과 갔던 옷가게에서 산 복장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온통 검은색 일색인, 어떻게 보면 모이아가 입고 있는 검은 옷과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몸에 짝 붙는 옷이었다. 비록 그녀의 갈라진 동굴 틈새까지 보일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_-;)게다가 검은색 천을 얼굴에 둘러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도둑의 그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두 여인들이 살금살금 여관문을 열고 나간 것에 비해, 창문을 열고 잽싸게 지붕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마치 날아가듯이 지붕 사이를 유유히 넘어다니며 순식간에 저택에 당도했다. 그 날렵함과 은밀함이 모이아의 움직임보다도 훨씬 더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저택의 동태를 살피다가 본 것은 위태위태하게 담 아래에 있는 가일과 익히 알고있는 모이아, 그리고 또다른 아름다운 여인과 마지막으로 커다란 개를 향해 날아들고있는 화살이었다.
"깨갱!"
세 명의 궁수에게서 발사된 화살은 그대로 개의 몸을 꿰뚫었다. 지금까지 세이나와 모이아를 지켜주던 방어벽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지금까지 멈칫멈칫 하던 병사들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멈춰! 저 녀석은 내가 직접 상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경비대장의 쩌렁쩌렁한 호통에 병사들의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워낙에 생긴 것만큼 호탕하고 화끈한데다가 무식한 경비대장이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봐! 도망가지 말고 나와 1 : 1 승부는 어떤가? 널 잡긴 잡아야겠는데 어제 낮에 있던 일을 내가 그냥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설마 도망가지는 않겠지?!"
경비대장의 커다란 목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였다. 경비대장은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고는 일부러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가일에게 다가갔다.
도발하는 듯한 행동에 애가 타는 것은, 정신을 잃은 가일이 아니라 가일과 함께 담을 넘을 수 없는 세이나, 모이아였다.
그러나 여유롭게 다가오는 경비대장이 실수한 것이 있으니... 가일의 든든한 후원자(?)들 이었다. 경비대장을 등지고 서있는 가일, 모이아, 세이나들의 상태와 상황파악을 끝마친 레나가 날렵하게 달려갔다.
레나는 나무 몇그루의 사이를 순식간에 건너뛰고는 날렵하게 가일의 앞에 착지하였다.
"아.."
모이아는 상업(?)에 종사했던 사람답게 눈썰미가 예리해서 얼굴을 가린 레나지만, 얼핏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이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또다시 나타난 새로운 등장인물에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나는 나타나자마자 대뜸 가일을 뺏어서 자신이 업더니, 모이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이나와 같이 담을 넘을 수 있어요?"
모이아는 자신보다도 더 날렵하고 매끄러운 착지를 보이며 나타난 레나에게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은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아직도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세이나를 안고 담을 향해 도약하며 말했다.
"세이나 같은 경우엔 가능할 것 같아."
"가일님은 제가 모실게요."
그리고 두 여자는 순식간에 담을 향해 달려갔다.
갑작스런 레나의 등장에 세이나를 포함한 경비들까지 모두 당황했지만, 경비대장은 담을 넘으려 하는 그녀들을 보고는 문뜩 정신이 들었다.
"이, 이... 이것들이! 벗어날 수 있을 줄 아느냐!!"
경비대장은 이미 담을 절반쯤 넘은 그녀들을 향해 들고있던 도끼를 냅다 던져버렸다.
"휙, 휙, 휙!!"
그 무게와 크기가 있는 도끼가 그 육중한 몸을 날리자,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끼는 마치 부메랑이라도 되는 듯 회전을 하며 정확하게 가일에게 날아갔다.
찰나의 순간.... 그리고..
"꺄악!!"
레나는 또 한번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공중에서 용케도 몸을 비틀어 몸이 두 동강나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완전한 회피는 애초에 불가능이었다. 간신히 피했다고 안심하던 레나는 가일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일의 등에 그어진 붉고 긴 핏빛 상처 였다.
간신히 착지한 레나... 하지만 가일은 레나의 등에서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가일님!!"
레나와 세이나, 모이아... 모두 잠시 말을 잊었다. 병사들이 갑옷이나 무장이 있기에 담을 넘지 못하고 문을 통해 빙 돌아올 것이 분명하지만, 그 시간을 틈타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하지만, 그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밤거리를 맹렬히 질주해 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제 49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등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밤거리를 힘껏 질주하고 있는 모이아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일이 세이나를 데려 온다며 여관에서 몰래 나간 지 벌서 네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징조인 것이다.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는 가일의 신신 당부가 있었지만, 모이아를 비롯한 레나, 엘레제 모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맨 처음 밖으로 뛰쳐나간 것은 모이아 였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 말하고는 다른 두 여자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레나와 엘레제도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씩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모이아는 안 그래도 날렵한 몸을 채찍질해 잠시 후 메타라 남작의 저택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면 돌파는 애초에 불가능했고, 담을 넘어가려고 시도도 해 보았지만, 담 너머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병사는 미지의 공포였다. 덕분에 한참동안 저택의 높다란 담을 원망하며 동태를 살피는 것이 모이아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엘레제는 자신이 사제였기에 저택으로 달려가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여관을 빠져나온 엘레제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마차와 말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에 주인은 짜증을 내려했지만, 엘레제가 내민 보석에-이일로 가일이 들고 있던 보석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일일 마부를 자처하고 나섰다.
모이아가 커다란 저택을 반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 저택 안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침입자다!" 하는 소리는 가일에 대한 걱정으로 모이아의 간을 콩알만 해 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르르.... 크왕!!"
하는 개의 소리도 들리고,
"으아악!!"
"끄악!!"
뒤이어 나는 여러 비명소리에 모이아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담을 넘었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워낙에 날렵하게 타고난(?)지라, 담 중간에 난 틈을 밟고 두 번 도약한 끝에 모이아는 어렵지 않게 담을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담을 넘어서 본 광경은 모이아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가일님!!!"
모이아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고 있는 가일에게 달려갔다. 거의 몸이 스프링에 튕겨 튀어나가 듯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가일을 붙잡고 그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서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하였다.
하지만 세우는 것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담을 넘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혼자서도 두 번의 도약 끝에 넘은 담 아니던가. 멀쩡한 사람과 함께라면 어떻게 넘을지 몰라도, 부상자를, 그것도 중상을 입은 사람을 안고 넘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수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 해 보였다.
"누, 누구시죠?"
세이나가 처음보는 인물의 등장에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아... 세이나.. 로군요..... 그런데.. 그렇게 말할 힘이 있으면 저 좀 도와 주시겠어요?"
"저, 절 아시나요?"
"세이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죠. 그리고 저는 당신이 주인님의 새 여자가 될 거란것도 알아요."
"주인님"이 가일을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눈치챈 세이나는 수상한 여자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자신의 주인님께 "주인님"이라 칭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노예(?)정도로 보였고, 세이나는 황급히 모이아가 가일을 부축하는 것을 보왔다.
"에잇! 침입자가 도망가려 하잖아! 안 잡고 뭐 하는 거야?!"
높은 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세이나와 모이아를 본 병사들이 그녀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크왕! 으르르...."
"우왓! 야! 이 녀석부터 누가 좀 해결해 봐!"
정말 시간 끌기 하나는 확실하게 해 주고 있는 개였다. 병사들도 한번에 달려든다면 몇 명의 부상으로 해결 할 수 있겠지만, 부상을 입으면 침입자를 잡는 공로도 쌓을 수 없고, 게다가 다른 병사들 좋은 일만 하는 것이기에 자진해서 나서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서로 눈치만 보면서 가끔씩 개에게 창을 찔러보려다가 오히려 달려드는 개의 박력에 물러서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가일을 부축하고 간신히 담 아래까지 다가가 담을 넘을 방법을 궁리하려던 차에, 병사들에게는 지원군이, 세이나, 모이아에게는 불청객이 나타났다.
"아니, 이렇게 잔뜩 몰려서 뭣 들 하는 거냐? 침입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오호라.. 역시 아가씨의 납치범은 저녀석이었군...!"
"아. 죄, 죄송합니다."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평소 활용할 일이 없어서 저택내에도 겨우 대여섯 명뿐인 궁수를 셋씩이나 이끌고(뭐, 그렇다고 궁수가 특별히 무적인 것은 아닙니다. "필요도"가 낮아서 그 사람수가 적을 뿐..) 경비대장이 나타난 것이다.
"부상까지 당하고 여자를 둘씩이나 끌고 가는 녀석을 왜 못 잡는 거야?"
가까이서 보지 못해, 간신히 가일의 얼굴만을 알아보고는 가일이 정신을 잃었고, 여자들이 자진해서 부축해 가는 중인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인질로 여자를 둘씩이나 납치해 억지로 끌고 가는" 것으로 오해한 경비대장은 다른 병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저택을 지키라고 풀어뒀던 대형 견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흥, 그래봤자 개는 개 일뿐. 궁수들! 가만히 있지 말고 저 귀찮은 똥개를 사살(?)해!"
병사들의 구차한 변명을 중간에 자르고 자신이 끌고 온 궁수 셋에게 멀리서 개를 맞혀버리라고 명령을 내린 경비대장은 자신의 도끼를 다시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아... 어디 다시 붙어보자..."
한편, 레나는 맨 마지막에 여관을 빠져나갔다. 레나의 복장은 가일과 갔던 옷가게에서 산 복장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온통 검은색 일색인, 어떻게 보면 모이아가 입고 있는 검은 옷과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몸에 짝 붙는 옷이었다. 비록 그녀의 갈라진 동굴 틈새까지 보일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_-;)게다가 검은색 천을 얼굴에 둘러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도둑의 그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두 여인들이 살금살금 여관문을 열고 나간 것에 비해, 창문을 열고 잽싸게 지붕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마치 날아가듯이 지붕 사이를 유유히 넘어다니며 순식간에 저택에 당도했다. 그 날렵함과 은밀함이 모이아의 움직임보다도 훨씬 더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저택의 동태를 살피다가 본 것은 위태위태하게 담 아래에 있는 가일과 익히 알고있는 모이아, 그리고 또다른 아름다운 여인과 마지막으로 커다란 개를 향해 날아들고있는 화살이었다.
"깨갱!"
세 명의 궁수에게서 발사된 화살은 그대로 개의 몸을 꿰뚫었다. 지금까지 세이나와 모이아를 지켜주던 방어벽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지금까지 멈칫멈칫 하던 병사들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멈춰! 저 녀석은 내가 직접 상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경비대장의 쩌렁쩌렁한 호통에 병사들의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워낙에 생긴 것만큼 호탕하고 화끈한데다가 무식한 경비대장이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봐! 도망가지 말고 나와 1 : 1 승부는 어떤가? 널 잡긴 잡아야겠는데 어제 낮에 있던 일을 내가 그냥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설마 도망가지는 않겠지?!"
경비대장의 커다란 목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였다. 경비대장은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고는 일부러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가일에게 다가갔다.
도발하는 듯한 행동에 애가 타는 것은, 정신을 잃은 가일이 아니라 가일과 함께 담을 넘을 수 없는 세이나, 모이아였다.
그러나 여유롭게 다가오는 경비대장이 실수한 것이 있으니... 가일의 든든한 후원자(?)들 이었다. 경비대장을 등지고 서있는 가일, 모이아, 세이나들의 상태와 상황파악을 끝마친 레나가 날렵하게 달려갔다.
레나는 나무 몇그루의 사이를 순식간에 건너뛰고는 날렵하게 가일의 앞에 착지하였다.
"아.."
모이아는 상업(?)에 종사했던 사람답게 눈썰미가 예리해서 얼굴을 가린 레나지만, 얼핏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이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또다시 나타난 새로운 등장인물에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나는 나타나자마자 대뜸 가일을 뺏어서 자신이 업더니, 모이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이나와 같이 담을 넘을 수 있어요?"
모이아는 자신보다도 더 날렵하고 매끄러운 착지를 보이며 나타난 레나에게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은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아직도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세이나를 안고 담을 향해 도약하며 말했다.
"세이나 같은 경우엔 가능할 것 같아."
"가일님은 제가 모실게요."
그리고 두 여자는 순식간에 담을 향해 달려갔다.
갑작스런 레나의 등장에 세이나를 포함한 경비들까지 모두 당황했지만, 경비대장은 담을 넘으려 하는 그녀들을 보고는 문뜩 정신이 들었다.
"이, 이... 이것들이! 벗어날 수 있을 줄 아느냐!!"
경비대장은 이미 담을 절반쯤 넘은 그녀들을 향해 들고있던 도끼를 냅다 던져버렸다.
"휙, 휙, 휙!!"
그 무게와 크기가 있는 도끼가 그 육중한 몸을 날리자,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끼는 마치 부메랑이라도 되는 듯 회전을 하며 정확하게 가일에게 날아갔다.
찰나의 순간.... 그리고..
"꺄악!!"
레나는 또 한번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공중에서 용케도 몸을 비틀어 몸이 두 동강나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완전한 회피는 애초에 불가능이었다. 간신히 피했다고 안심하던 레나는 가일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일의 등에 그어진 붉고 긴 핏빛 상처 였다.
간신히 착지한 레나... 하지만 가일은 레나의 등에서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가일님!!"
레나와 세이나, 모이아... 모두 잠시 말을 잊었다. 병사들이 갑옷이나 무장이 있기에 담을 넘지 못하고 문을 통해 빙 돌아올 것이 분명하지만, 그 시간을 틈타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하지만, 그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밤거리를 맹렬히 질주해 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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