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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1 1,277회 0건
제 38화


"스윽....."
"어서오세요∼!"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업원이 허리 숙여 인사하며 일행을 맞았다.
"옷을.. 좀 보러 왔는데요."
네 명의 일행 중 유일한 남자가 종업원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 남자의 뒤쪽에 있던 세 여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는 탓이었다.

"아니, 옷가게에 옷 사러 온 걸 누가 모르나?"
종업원은 속으로 궁시렁 거렸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얼굴에 한가득 상업용 스마일만을 띄울 뿐이었다.
"어떤 종류의 옷을 원하시는데요? 사이즈는? 남성분께서 입으실 옷인가요? 아니면 저 뒤쪽의 아름다운 분들?"
"모두요. 저희 모두 각각 세 벌에서 네 벌 정도 구하려고요."
그리고 남자는 종업원에게 품안에서 꺼낸 보석 두 개를 던져주더니 말했다. 말이 두 개지, 보석 한 개가 거의 엄지손가락 두 마디 크기 정도였으니, 그 비쌈은 절대로 만만치 않음이 분명했다.
"이거면.. 가격이 충분할까요?"

"!!!"
보석 두 개를 모두 멋진 포즈로 잡은 종업원은 그 얼굴의 상업용 스마일이 더더욱 깊게 변했다. 원래 시세를 저렇게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성인 남녀 네 명의 옷을 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값이 나가지 않는다. 비싼 곳은 보석 한 두개로는 팬티 한 장 사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지금 가일 일행이 들어온 옷가게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옷들을 판매하는 곳이었기에, 그만큼 옷값도 저렴했던 것이다.
그런 곳에 보석 두 개... 이 보석이 무슨 종류인지 당장에 분간할 길은 없지만, 이런 싸구려 옷가게에 무식하다 할 정도로 커다란 보석은 당장에 종업원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주, 주인아저씨!"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이 데려온 사내는 옷가게의 주인이었다. 옷가게 주인은 등장부터 실실쪼개는 웃음을 지으며, 가일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무슨 옷을 사신다고 하셨죠? 자, 일로 오시죠. 마음에 드는 옷으로 골라보세요. 숙녀분들은 저쪽으로..."

옷가게의 주인은 엘레제, 레나, 모이아들은 그나마 가게에서 화려하다는 옷들이 진열된 곳으로 안내하고, 가일은 자신이 직접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일에게 떨어져서 옷들을 고르던 세 여인은, 곧 종업원을 불러냈다.
"저희가 필요한 옷은 이렇게 화려한 옷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옷 이예요. 이런 치렁치렁한 장식들이 달려 있는 옷 말고 저희들 사이즈에 맞는 간편한 옷 뭐 없을까요?"
멀리서 어렴풋이 그 말을 들은 주인은 속으로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그 표정은 절대로 얼굴에 드러나지 못했다.


세네 한복판의 시장거리.
이 거리를 매우 수상한 복장을 한 네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남자와, 그 남자 주변에 민망할 정도로 찰싹 붙어있는 세 여인.
하지만 남자의 주변에 붙어있는 여인들은, 땅까지 늘어지는 치렁치렁한 로브에 후드까지 깊게 눌러써서 도저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단지, 후드 밖으로 흘러나온 윤기나는 긴 머리카락을 보며
"여자네.."
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가일님, 오늘밤에 정말 메타라 남작의 집으로 들어갈 건가요?"
가일의 오른쪽 팔을 끌어안고 있던 레나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가일은 오히려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 가서 세이나 얼굴 좀 보고 약들도 챙겨주고 바로 나올 거니까. 아무래도 내가 세이나를 이상하게 만든 범인으로 찍힌 것 같아서.. 차마 정문으로 들어갈 용기가 안나네..."
가일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가일의 뒤에 바짝 붙어서 쫓아오던 모이아가 한소리 하였다.
"하지만, 세이나씨가 그 약에 중독됐다면 그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니까요. 그 약을 쓰는 자들의 목적이 "노예 만들기"인데..."
"몰라, 세이나는 약 때문에 나랑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를 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을걸. 나도 그렇게 하면서 까지 일행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고. 게다가 약에 의존한 관계란게 무엇보다도 찝찝하고..."
여자를 마다할 가일이 아니었지만, 이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러자 가일의 왼쪽 팔에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고 있던 엘레제가 화가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세이나 아가씨는 처녀 였다구요!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 가일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톡 쏘아붙이는 듯한 말에 가일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저기... 쓸데없이 인원수만 늘려서 좋을 게 없잖아... 그러니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잖아요. 사실 저로써는 세이나씨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생각인데..."
엘레제의 공격에 레나까지 합세하자, 가일로써는 사태를 수습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뒤쪽에서 가일의 등에 기대고 있던 모이아까지 합류하려는 웁직임을 보였다.

"저도 가일님의 물건을 받아들여본 사람으로써 말하는데요, 가일님 건 너무 커요. 부담될 정도로... 그 정도 크기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명함도 못 내민 다구요. 그 약의 효과는 일주일에 한번씩 복용하는 것 외에도 "커다란 물건"을 갈망하게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가일님의 물건을 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성욕을 주체할 수 없다는 것도 말씀 드린 걸로 아는데요? 그리고 그 성욕이 멈추지 않으면 결국 세이나는 죽는 거예요. 세이나가 이틀 전에 약에 중독됐었다면 남은 기한은 이제 오 일. 세이나의 남은 수명도 오 일이죠."
"으... 나, 나도 세이나 같은 미인이 한 명 더 들어온다면 좋기는 하지만... 역시 본인의 의사도 물어봐야 하고... 그리고 먼저 들어온 너희한테도 부담이 갈 것 같아서...."
가일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드는 이유는 뭘까?
가일로써는 변명을 한 것 같은데, 그것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희 걱정은 마세요. 지금도 벌써 언니 동생 하면서 지내는데요."
"그러니까 오늘밤에 아예 세이나를 데려와 버리세요."
모이아와 레나의 연합공격! 그 훌륭한 세트플레이에 가일은 도저히 도망갈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가, 가서 가능하면 데려올게... 아하하..."
결국 가일이 선택한 것은 애매모호한 대답뿐이었다. 그러나...

"가능하면 이라뇨?! 어찌보면 세이나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구요!"
"이크, 이러면 안되는데..."
가일은 속으로 자신의 애매모호한 대답이 통하지 않는 것을 한탄하며 두 번째 작전에 몸을 맡겼다. 그 작전은 이름하여...
"흠, 흠.... 그나저나 왜 더 예쁜 옷도 많은데 다들 이렇게 망토에, 로브에.. 이런 옷만 산 거야?"
작전 제 2단계! 이름하여 말 돌리기!
솔직히 이 작전이 통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사람하나 납치(?)해 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가일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다행히도 모두들 작전에 걸려든 것 같지만.... 글쎄.. 일부러 능청떨며 걸려든 "척" 하는 것인지 누가알까?

여하튼 가일의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옷에 관해 주제를 돌리자 모이아가 그 말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다 이유가 있다구요."
"이유라니? 그냥 편한 옷으로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아? 난 별로 돈이 없다구.. 무일푼이란 말야.. 이 주머니 안에 모이아가 가져온 약들이 잔뜩 있긴 하지만... 그게 돈 대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금부족 때문에 마차 타고 귀족같이 돌아다닐 생각도 없는데.. 차라리 바지같이 활동성 있는 복장이 낫지 않겠어?"
그러자 그 말에 모이아가 자신의 망토를 의도적으로 펄럭이며 말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안에 간단한 전투복장이라고요. 비록 갑옷 같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단검도 착용하고 있고..."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허리춤에는 작은 검집에 꽂힌 단검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투복장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옷은 검은색에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이었는데,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붙어있어 차마 그대로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기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거의 피부가 하나 더 붙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가슴굴곡이 드러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유두마저도 자세하게 드러나니... 게다가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리면 보지의 둔덕과 갈라진 틈새도 구별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도 로브같이 온 몸을 감싸는 망토는 그 때문에 걸치고 있는 것이리라. 만약 그것이 없다면 완전 거리한복판에서 나체쇼를 보여주는 것과 다를바가 없을테니까.

"그, 근데.... 그 옷 너무 자극적인 거 아냐...? 속옷도 아니고..."
"이게 이래뵈도 코타의 유품이에요.. 원래 이 옷이 늘어나기는 무한정 늘어나지만, 또 고무 같아서 남자나 여자나 누가 입어도 달라 붙는거죠...
제가 성 벽 밖에 있는 약재상을 차리고도 몬스터들에게 피해가 없었던 건 순전히 코타에게 배웠던 약간의 칼 휘두르는 법하고 이 옷 덕분이에요.."
모이아가 여기까지 말을 하자, 가일이 갑자기 그 말을 끊으며 말했다.
"모이아 검술도 알아?"
가일이 놀란 듯 말하자, 모이아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살짝 비틀었다.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닌걸요 뭐.. 사실 실력은 좋지 않아서 검만 들고 갔다가는 고블린 한 마리 상대도 힘들어요.
뭘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크의 화살로는 이 옷을 뚫지 못하고 고블린의 몽둥이는 별 충격을 주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충격 흡수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저야 세네의 뒷동산 낮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약초도 캐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아시다 시피 세네의 뒷동산은 아래쪽은 하급 몬스터 밖에 없잖아요...... 헤헷..."
모이아는 맨 마지막에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지만, 가일은 그녀의 눈빛에서 약간의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가일은 곧바로 엘레제에게 고개를 돌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애썼다.

"그나저나 모이아는 검을 쓸 수 있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엘레제랑 레나는 왜? 혹시 마법사야? 엘레제는 사제복은 어디로 가고?"
그 말에 엘레제의 얼굴이 빨개졌다.
"다 가일님 때문이란 말예요."
"엑?! 나 때문에?"
가일의 얼굴이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내가 뭘?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가일은 그 다음 말을 기대하며 눈을 빛냈지만, 엘레제는 다음에 계속.... 이라며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비.밀.♡ 후훗...."
엘레제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가일은 잠시 멍하니 서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일행들은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엘레제, 기다려! 같이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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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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