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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3 1,434회 0건
가일 여행기 제 10화
제 10화
가일은 한참동안 스네이크의 집 안을 뒤적거렸다.
일단 한가지 목표는 정해졌지만, 웬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빠트린 것 같은데...... ... 뭘 빼먹었지..?"
가일은 계속해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찝찝합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스네이크의 시신이 가일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네이크의 시신은 이미 그 집 뒤에 고이 묻어주었다. 단지, 스네이크가 가지고 있던 소장품은 모두 가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지만....
어쨌든 스네이크를 생각해 내자 가일은 자신이 빼먹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그 이상한 약!.... 맞아.... 그게 세상에 나가봤자 좋을 거 하나 없지... 그럼, 그럼... 음.. 역시.. 착한일을 해야 겠지?"
가일은 중얼 거리면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스네이크에게 빼앗았던 약을 한 개만 남기고 모두 꺼냈다. 아무리 독약이라도,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견본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는 그 약이 들어있던 병과 함께 통째로 태워 버렸다. 물약이기는 했지만, 그런 약품은 열에 약한 법이다.
증발되면 약효도 사라질 것이라 판단한 가일은 그제서야 안심하고 세이나를 찾았다.

"흐음... 이대로 세이나를 업고 갔다간 오해받을 심산이 있겠는걸....."
가일은 침대 위에서 이불 하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잠들어있는 세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제로도 그런 행동을 했다간 주위 사람들에게 밟혀서 돌아가시기 딱 좋은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가일은 세이나를 일으켜 세우고 하나씩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팬티만은 입힐 수가 없었다. 자고 있는 세이나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입히고 있는데, 괜히 땀과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속옷을 빨지도 않은 채 입혀서 욕 얻어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으X, 에휴... 세이나.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네요..... 안 일어나는걸 보니..."
가일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터벅 터벅 터벅.... 멈칫. 휙 휙... 터벅 터벅 터벅..."
세네의 뒷동산 가운데 뚫린 산길로 웬 청년 한 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의 등에는 누군가가 업혀 있었다.
물론 여기서 그 "청년" 이란 가일을 말한다.

그리고 지금 가일(... -;)의 등에는 누군가가 업혀 있었다. 가일의 등에 업힌 사람은 마법사들이나 입을 듯한 바닥까지 늘어지는 옷을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 써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물론, 여기서 "등에 업힌 사람"은 세이나이다.

가일은 세이나를 업고 세네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가일에게 현재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여기가.. 어디지....? 이쪽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저쪽?"
.... 길을 모른다.....
당연한 문제였다. 17살이 되도록 산 아래로는 단 "한번도" 내려온 기록이 없는 가일 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스네이크의 비밀기지(?)에 들르느라 방향감각을 전혀 잃어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길은 외길이었지만,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가일에게는 그 외길도 갈림길로 보였다.

"흐음...... ....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건가......?"
가일은 결국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앉아 있기로 했다. 물론, 세이나는 그늘진 나무아래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햇빛은 미용에 치명적이다..-_-;
가일의 생각으로는 최소 한시진(약 2시간)정도는 기다려야 될 것 같았다. 때문에 세이나를 그늘아래 시원한 곳에 눕혀놓은 것이다.

평소 귀하게 자라다가 어젯밤 정말 많은 일을 겪은(?) 세이나는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아마 옆에서 화산이 터져도 모를거다.

"우우움.... 어째 시작부터 꼬이네...."
가일은 길 한가운데에 쭈그리고 앉아서 탄식했다. 햇볕은 쨍쨍....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였다.
"아아... 도대체 몇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방금 도착했으니까... 한시간? 두시간..?"
그런데 그때..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얼레? 이건..?"
말발굽 소리였다. 그 말은 곧 말을 타고 누군가가 지나간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비록 아주 희미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내공을 다시금 끌어올려서 들어보니, 더더욱 확실해졌다. 말을 타고 누군가가 오는 것이다.

가일의 얼굴에 "이젠 살았다..." 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어릴적부터 스트레스란 걸 받으면 몬스터들을 때려잡으며 풀었던 가일은, 해소법도 해소법이지만, 참을성이 아주 쥐"덩" 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휴우... 오래 기다려야 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가일의 예상대로 사람이 보였다. 그러나, 가일의 예상중에 약간 빗나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말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마차를 몰고 사람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효오... ... .. 으리으리 하구먼!."
마차라 하면 평면들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고가의 품목이었다. 대 부호나 귀족들이나 타고 다니는 완전한 100% 사치품목. 그것이 마차였던 것이다.

어쨌든 가일은 길을 물어봐야 했다. 가일이 길을 물어 봐야 한다는데에는, 그 마차가 엄청나게 비싸 보인다는 점, 또 그 마차가 현재 아주아주 맹렬히 달려온다는 점 따위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가일은 아주아주 빠르게 달려오는 그 마차를 세울 요령으로, 길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헉! 이, 이런... 워, 워... 어... ..!!"
마차를 몰던 마부는 갑자기 길 한가운데를 가로막는 미친녀석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말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마차는 제한속도를 훨씬 넘어서 달리던 터라, 그렇게 급작스럽게 멈추기에는 너무나도 힘에 부쳤다.


"야~!! 이런 미친 녀석아~!!"
마부는 잠깐 멈칫 하면서 뒤돌아보며 말했다.
당연히 마차는 제데로 멈추지 못했었다. 하지만, 가일이 누구인가? 마차가 자신과 충돌 할 것 같자 바로 길 밖으로 물러섰고 다행히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부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고, 사람이 부딪치지 않았음을 알아채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한마디하는 것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부의 욕설은 미친녀석소리로 끝나지 않았다.
"야 너 정말 자살기도 하는 녀석이냐~? 엉?! 어떤 미친 자식이 마차랑 정면 박치기를 할라구 들어? 어? 이런 젠장... 재수 옴 붙었구만.... ..."
"아... 잠깐만요.. 아저씨,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어요......"
가일은 잽싸게 마차에 달라붙어서 말했다.

"할말은 무슨 할말?"
마부는 아무래도 상당히 열을 받은 모양이다.
"아... 저기 세네로 갈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이거 병신 아니야? 어디긴 어디야?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세네인데...."
마부는 여전히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아... 네... .. 감사합니다.."
가일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이나를 데리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마부가 고개를 쏙 내밀고는 말했다.
"야! 세네는 이쪽이라니까!! 왜 뒤로가는데?"
"아.... .. 하하... 지금 동료가 있어서요... "
가일은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그때, 마차 안에서 웬 곱상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행이 있다면 같이 가시지 않겠어요? 햇빛도 뜨거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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