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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3 1,359회 0건
가일 여행기 제 11화
제 11화
"네?"
가일은 마차에서 흘러나온 음성에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일행이 계시다면 저와 같이 동행하시지 않으시겠냐구요. 어차피 저희도 세네로 가는 길이거든요."
다시 한번 마차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정말요?"
"하, 하지만 아가씨.."
가일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지만, 마부는 영 탐탁치 않은 모양이었다.
"걱정 마세요. 저도 마침 심심했었으니까요. 어서 일행 분을 데려 오세요."
"아.... 하핫, 감사합니닷~!!"

가일은 절대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가일은 혹시 맘이라도 변할까봐 황급히 세이나가 자고 있는 나무 그늘로 달려갔다.
"땡잡았네.... ... 헤헤... 웅? 세이나... ..... .. 아직도 자네.... ... 이제 사람이랑 같이 갈 테니까.... ....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가일은 세이나가 자고 있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세이나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가일은 자고 있는 세이나의 입술을 또 한번 무단으로 훔쳐왔다. 하지만, 세이나가 깰까봐 차마 혀까지 쓰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세이나의 입술은 여전히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아가씨, 왜 그런 녀석들과 같이 가려고 하시죠? 척 보기에도 평민 같아 보이는 녀석인데요..."
마부는 마차 안에 타고있는 자신의 아가씨에게 약간 삐진 말투로 말하였다.
"걱정하지마. 어차피 세네 근처에 가면 내리라고 할테니까. 게다가 이렇게 더운데 세네까지는 아직도 한참이란 말이야. 걸어가기엔 반나절은 걸어야 하는걸..."
"에휴휴... 우리 아가씨는 너무 맘이 좋아서 탈이야. 아가씨, 하지만 명심하세요. 천한 평민들한테 너무 관심을 쏟아주면, 나중에는 아주 기어오르려고 한단 말예요."
마부는 마치 선생님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훗, 걱정 말라니까. 다 알고 있어."

연신 자신의 아가씨한테서 "걱정하지 마" 라는 말을 듣고 나자 마부는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는... 이렇게 아가씨의 호위로 붙어있는 내가 아가씨를 가르치려 드는 것도 기어오르는 거라고 볼 수 있겠지.... 하하.... 오히려 조심해야 되는 건 나로군...."

"헥, 헥.... 아직 안가고 있었네요... 전 우리만 놓고 그냥 출발하면 어쩌나 했어요."
가일이 세이나를 업고 와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내공을 전혀 운용하지 않고, 순수 자신의 근력만으로 세이나를 업은 상태로 가쁘게 뛰어 왔으니, 숨이 차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세이나가 무거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볍다. 그러나 내공을 쓰지 않는다면 가일은 보통 사람과 다름없기 때문에 이렇게 숨을 몰아쉬는 것이다.

"그냥 출발하다니요. 그럴 리가 있나요. 어서 올라오세요."
마차 안의 "아가씨" 라 불린 사람은 마차의 문을 열어 주었다. 가일은 연신 실실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였다.
"헤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길도 길이지만 어느 세월에 세네까지 가나 걱정도 많이 했거든요...."
"뭘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요. 어차피 이 마차는 크기만 크지 안에 사람이라고는 저 밖에 없어서 얼마나 심심했는데요."

"하핫...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다행이네..... .... 요... ...."
그렇게 인사를 하면서 마차 위에 올라탄 가일은 그 안에 타고있는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마차 안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예... 쁘다..... ... .... 세이나와는 다른.. 느낌인걸....."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 타고난 바람기를 보이는 가일이였다.

"저...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왜 그렇게 멍하니.... "
"네? 아, 아니 예요... 문제라뇨.. 오히려 너무 좋아 죽겠는걸..."
가일은 황급히 변명을 하며 이야기 주제를 돌렸다.

"차, 참.. 그나저나 제 일행을 눕혀도 될까요? 어제 좀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었거든요..."
"아, 실례했어요... 그걸 생각 못했군요... 저쪽 자리에 눕히세요...."
그 여인은 자신의 반대쪽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는 곧 가일을 향해 손짓했다.
"당신은 이쪽에 앉으세요. 그쪽에 불편하게 있지 말고. 일행 분 주무시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네, 네? 아.. 하하... 됐습니다.... 마차를 태워주시는 것도 감지덕진데요.... 전 여기 앉을게요... ... "
"무슨 말씀이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여인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가일은 극구 사절이었다. 하지만, 가일은 여자에 무척이나 약했다. 끈질긴 강요에 가일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 .. 험, 험..... "
"왜요? 뭐 불편하신가요?"
"네? 아.... 하하... 전혀요, 마, 마차 안이 정말 화려하네요.."
가일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말했다.

"... 왜, 왜 이러지....? 기분이 이상하네... ....... .... 가슴이 두근거리잖아...."
가일의 얼굴은 아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느라 바쁜 가일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저기.. 이름이 뭐죠? 마차로도 아직 두어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 가만히 있을라니까 아무래도 어색해서요..."
"아.... 가일이요. 가일. 가일 모리프."
"아... 가일이었군요. 전 레나라고 해요."
어렵게 어렵게(?) 통성명이 끝나고 다시 정적이 마차안을 메웠다.

"가일? 그러고 보니까 동료분은 누구시죠?"
"아, 네, 넷?! 아... 세이나요..... 글세... 뭐랄까.. 동료는 아니고... 그냥 어제 알게된 사람이죠.... ... 어쩌다가 얽혀 버려서요... 세네에 사는 거 같아 보이길래 집에 데려다 주려구요..."
가일의 머리는 펜티엄4 컴퓨터보다도 빨리 돌아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얼버무리기 대 작전으로 표출되었다.

"아... 그렇군요.. 근데 마법사 이신가요? 옷차림이...."
"아, 네? 아, 아뇨.. 저, 저기... 그, 그러니까.... 그....."
어젯밤의 일을 설명 할 수도 없는 가일은 다시금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아... 그게.... 거.. 머시기냐... 그.. 뭐냐하면....."

바로 그때
"워어, 워워.....!!"
갑자기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차가 정지하기 시작했다. 레나는 창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마부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죠?"
"아가씨. 나오지 마세요. 아무래도 몬스터들이 투정을 부리러 왔나 보군요..."
마부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얼레? 몬스터...? 이 시간에 오크나 고블린이 여기까지 내려올 이유가 없는데..."
가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아, 아뇨. 저도 나가야 겠어요. 이곳은 낮은 지역이라 기껏해야 하급몬스터가 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저기..... .... 잠깐만요, 위험해요!"

레나의 말은 이미 가일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헤헷, 내가 그동안 괜시리 몬스터와 쌈질 한게 아니지....."
그런데, 가일의 예상은 빗나간 점이 있었다.

"크르르르르..."
"얼레.....? 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봄직한 소리는....."
가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가일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며칠 전 자신을 묵사발로 만들어 놓고 벼랑에서 떨어졌음직한 오우거가 그 덩치를 자랑하며 자신의 난폭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녀석의 눈가에 가로로 쭉 그어져 있는 흉터는 한번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휙!
고개를 돌려 가일과 눈이 마주친 오우거는 가일을 알아보는 듯 했다. 이로써 더더욱 확실해 진 것이다.
"젠장, 뭔 놈의 중급 몬스터가 회복력이 저렇게 강한 거야.... 눈에 난 상처가 치료되다니...."

마차 주변을 둘러 싸고있는 하급 몬스터 30여 마리와 그들의 대빵 "오우거".
가일은 진정으로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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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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