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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52 1,080회 0건
가일 여행기 제 12화
제 12화
"크르르르르......"
"오, 오우거잖아!!"
마부도 깜짝 놀란 듯 했다.
오우거라 하면 웬만한 전사들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다는 몬스터이다. 비록 자신이 그 실력을 인정받아 "아가씨"의 호위를 맡게 되었다지만, 중장비나 갑옷도 없는 상태에서 1 : 1로 오우거와 붙었다가는 필패를 선언할 수 있다.

"그러게 말예요... 오우거군요... 젠장, 재수하고는.... 아저씨, 아저씨는 저 쫄따구들 시선 좀 끌어 주세요. 이놈들이 대낮부터 나왔다는 건, 저기 저 대장의 지시로 억지로 나왔다는 걸 뜻하죠. 저놈들은 밤을 더 좋아하니까요."
가일은 마부를 곁눈질로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 그래? 근데 넌 어쩌려구?"
마부도 역시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물었다.
"혹시 사지로 스스로 뛰어들겠다는 건 아니겠지?"
"걱정 마세요. 이 녀석들은 머리만 잘리면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좀 더 쉬고 싶어 안달이 날 테니까.. 척 보니까 고블린 두 세 마리는 껌으로 잡으시는 실력 같은데요 뭘."

가일의 말에 마부가 움찔 하며 몸을 꿈틀거렸다.
"호, 혹시 이 녀석이 내 실력을 알아 본거야?"
마부는 가일의 옆모습을 입을 떠억 벌리고 바라보았다. 이런 애숭이 녀석이 자신의 실력을 꿰뚫어 보다니... 아무리 봐도 20살도 안 돼 보이는 녀석인데 말이다.

"아저씨! 지금 뭐해요! 방심은 금물이라구요!"
가일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마부 아저씨는 잡념을 지워 버렸다. 지금은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전투현장인 것이다.

"하지만... 너 오우거랑 붙을 생각인거냐? 오우거는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그러나 마부 아저씨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아저씨! 그럼 부탁해요! 시선을 끌어 주시라구요!"

가일은 이말을 남기고 귀신같은 빠르기로 앞으로 뛰쳐 나갔다.
"야! 너!! 젠장..... 미친 녀석 같으니라구!! 몰라! 오우거를 해치우든 해치워짐 당하든! 시선만 끌면 되는 거지?"
마부 아저씨는 괜시리 신경질을 내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고블린들에게로 달려나갔다.

"야! 오우거! 너 잘 만났다! 저번에 못다한 결판을 내자! 이번에는... 일 대 일로 말이야!!"
가일은 그 말을 끝으로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 기를 검에 모으자, 검 끝에서 시퍼런 검기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봤다면 눈이 휘둥그래질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봐도 아무런 장치도 없는 보통 검일 뿐인데, 그 두꺼운 피부를 가진 오우거가 마치 무 잘리듯 베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나는 검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모르는 보통 사람이었고, 그나마 어느정도 검을 안다는 마부 아저씨(정확히는 레나의 호위무사죠.)는 지금 오크들이 날리는 화살과 고블린의 곤봉 피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젠장! 이 녀석! 실력도 안 되면서 오우거랑 붙으려고 들다니! 객기를 부려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제와서 도와줄 수도 없고.... 젠장!! 젠장!"

마부는 정신 없이 검을 휘둘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곤봉을 쳐냈다 싶으면, 어느샌가 화살들이 날아들었고, 황급히 몸을 놀려 피했다 싶으면, 그곳으로는 어김없이 곤봉이 달려들었다.
한편, 그에 비하면 가일은 오히려 더 쉬운 편이었다. 피부가 좀 두껍고,(사실 좀 두꺼운 정도가 아니다.)공격이 매서워 피하는게 까다롭지만(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라 한 대만 잘못 맞아도 즉사다.) 1 : 1은 그래도 간단한 편이었다.

"서걱 서걱"
잠시 후, 오우거가 있던 자리에는, 산산히 조각난 고기 덩어리 밖에 남지 않았다.
"아저씨! 도와드릴까요?"
가일은 우렁차게 소리 지르며 마부에게 멀리서 화살을 쏘아대는 오크들에게 달려갔다.

이 오크란 녀석들은 몬스터 주제에, 사람에게서 빼앗은 화살을 주무기로 쓰는 희안한 녀석들이다. 화살을 쓸 줄 하는걸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닌 듯 싶은데, 인간과는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앞뒤가 꽉 막힌 녀석이다.
게다가 성격도 아주 지저분하고, 생김새는 말그대로 몬스터 답다. 돼지 머리에 사람의 몸이라니...

어쨌든, 대장이 쓰러지고 나자, 하급몬스터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상대편은 겨우 두 명인데도 아직까지 한 명도 쓰러뜨리지를 못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지능이 없다고 해도 "이건 틀렸어" 라는 정도의 본능은 그들을 물러서게 만들었던 것이다.


"헉..... 헉... .. 이긴... 건가......?"
마부 아저씨는 산비탈을 타고 다시 올라가는 몬스터 들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저씨의 눈가는 붉게 충혈 되어서 방금 전의 짧은 전투가 얼마나 숨가쁘게 진행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여어... 아저씨, 역시 생각대로 실력이 대단하신데요!"

가일의 목소리였다. 마부 아저씨는 정말 가일의 생각보다 훨씬 활약을 해 주었다. 하급 몬스터 30여 마리 중 절반 이상이 아저씨한테 달려들었지만, 마부의 몸에는 약간의 생체기와, 몬스터들에게서 튄 핏물이 전부였다.
사실, 하급 몬스터 30여 마리에 오우거 라면, 가일이 아무리 죽었다 깨나도 한번에 상대할 수 없는 병력이다. 그나마 옆에 어느 정도의 실력자가 받쳐주고 있었으니 이 정도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 너..... 어떻게.... "
"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가일을 바라보고 있는 마부아저씨에게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응수하는 가일이었다.
"너.. 너.... 오우거랑 일 대 일로 붙어서.... ... 아니, 몇 마리의 하급 몬스터는 너를 노리고 있었을 텐데..... ... 어, 어떻게...!!!"

"뭐라구요? 그럼 아저씨는 제가 오우거의 팔뚝에 맞아서 뼈라도 으스러지는걸 바라고 계셨던 거예요?"
가일은 짐짓 화내는 척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마부 아저씨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탄사였다.
그가 검을 든지 어언 30여년. 지금껏 수많은 검사들을 만났지만, 아직 오우거와 일 대 일로 붙어서 이기는 검사는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촌구석에서만 돌아다녀서 검 쓰는 검사를 많이 만나 보기도 드물었지만.. 어쨌든, 자신이 돌아다닌 마을 중에는 기껏해야 고블린과 일 대 일로 싸워서 이기는 사람정도가 대부분 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자만심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인데.... 지금 자신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이 소년은 진정 자신이 만난 사람 중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럴수가.... ... 이런 고수가 세네같은 관광 빼고는 볼 일도 없는 촌에서 뭘 하는 거지...?"
마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저씨? 세네에 안가요? 벌써 몬스터 들은 다 도망갔다구요..."
가일은 마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마부는 그제야 놀라며

"응? 아, 가야지. 가자."
하고는 황급히 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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