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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06 1,334회 0건
따뜻한...그리고 부드러운 느낌....
이제 곧 그녀의 혀가 휘감아 오겠지....
민철은 그녀의 애무를 기대하며 그녀의 볼을 살포시 감싸 쥐었다
그러나 ...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대로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그녀는 그대로 민철의 성기를 머금고 있을뿐이었다
감고 있는 두 눈...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 왜? "

" .......... "

" 왜 그러지?...역시..하기 싫은건가? "

그녀는 입을 때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저....그게 아니고.....어떻게 해야 돼는지..... "

" 음...특별한걸 바라는게 아니야...그냥...남자친구한테 해 주듯이...그렇게만 해 줘 "

" 저...사실은...이런것.. .처음이에요...."

그녀의 말에 오히려 민철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스물네살인데....요즘세상에 아직까지 펠라치오 한번 안 해 봤다는건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싶진 않았다

" 저...죄송합니다...가르쳐 주신다면 정성을 다해서 봉사하겠습니다 "

" 아...아냐....음...그러니까..생각이 바뀌었어...역시 지금은 잠을 자는게...."

민철은 웬지 모를 당황감에 후다닥 욕실을 빠져나왔다
수건이....민철이 수건을 찾을 때 그녀가 수건을 들고 욕실에서 나왔다
말 없이 민철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는 그녀앞에서...그저 얌전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웬지 그녀앞에서 알몸으로 있는게 멋적어 몸을 닦자마자 침대로 올라갔다
이불은 면 소재인듯..부드러우면서도 포근했다
민철은 눕자마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녀와 더 얘기를 한다는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역시 피곤했던지라 누은지 얼마 안 돼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민철은 그대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문득 눈을 떴을 때 민철은 자신이 누워 있는곳이 자신의 집임을 깨달았다
눈에 익은 가구들과 익숙한 침대의 느낌...
언제나 틀어놓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음...클래식이라...새벽인가 보군...
민철이 틀어놓는 채널에서 클래식 방송을 하는시간은 새벽 세시부터이다
좀...좀 더 잠을 자는게...아무래도 낫겠지...
눈을 감은채로..잠을 청하면서...
그러나 민철의 의식은 어젯밤 꿈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지??....일단 집을 떠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럼 낙산에 간 것부터가 꿈이라는건가?
흠...하긴...술이 그렇게 취해서 낙산까지 차를 몰고 갔을리도 없겠지...
일단은...잠이나 더 자야겠다...
그리고...일어나면...해장부터 해야겠군...

딩동~딩동~
누군가가 벨을 누르고 있었다
민철로선 아침잠의 여운을 떨치고 일어난다는건 참 기분 나쁜일이었다
누구지?...이런 새벽엔 올 사람이...
투덜대면서 문을 연 민철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사람을 믿을수가 없었다
노인...바로 민철을 섬에 데리고 갔던 노인이었다
이런 제길...아직도 꿈속이라는건가?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지?
이거야 어떤게 현실이구 어떤게 꿈인지 알수가 있나...
순간 괜히 화가 난 민철은 노인에게 두서없이 떠들어 대었다

" 좋아요 좋아 파안도구 유리구 다 좋으니까요
제발 편안하게 잠좀 잡시다
이거야 이렇게 비몽사몽 해매면 이게 어디 잠입니까?
노인장..제발 내 꿈속에서 좀 없어지면 안 돼요? "

" 헐헐..멍청한놈...넌 왜 이게 꿈이라고 단정짓는거냐...
헛소리 말구 따라와..나야말로 좀 쉬자..
니 능력이 어디까진지는 모르겠다만..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거냐 "

" 이런 젠장...도대체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인제는 안 따라갈거요
재미 있는 꿈이긴 했지만...지금 나한테 필요한건 꿈이 아니라 내집에서 푹 자는거요 "

" 니 집?...여기가 니 집이라구?...왜 여기가 니집이라는거지?
여긴 그냥 수많은 생들이 스치는 작은 공간일뿐이야
니가 그렇게 너혼자만의 집이라고 우기면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라는거냐? "

노인은 침착하게 말을 하며 민철의 등뒤를 가리켰다

" 무슨소리요..이제껏 서영이 말군 아무도 온적이 없어요
서영이가 오기라도 했다는....헉...이...이런..."

노인에게 말을 내뱉으며 뒤를 돌아다본 민철의 눈에 여기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담배를 피우는 노인...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는 청년...
그들은 민철이 떠드는 바람에 방해라도 받았다는 듯 민철을 원망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었다
단 한사람..방 한가운데서 조용하게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중년신사만 빼고...
그제서야 음악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잠결에 들었던 음악소리...그건 라디오소리가 아니었다

" 노..노인장...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요
저 사람들은 누구고...이건 꿈이 아니면 뭐요 대체 "

" 글쎄...꿈이 아니라면 현실이겠지...
니놈한테 그런거 설명할 시간도 없고...
설명한다구 해도 니가 알아들을것두 아니구...하여튼 가자 "

" 어...어딜? "

" 따라와보면 알아 "

노인을 따라나선 민철의 눈에 집 뒤 공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노인은 조용히 문을 열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이 공원 입구에 이런 문이 있었던가??
가끔 공원에 운동 한답시고 갔었지만...문같은건 본적이 없었다

" 아 뭐해 얼릉 오지 않구 "

" 네...아..네..."

공원 산책로를 따라 한참 가던 민철은 작은 호수에 다다랐다
운동할 때 가끔 보아오던 호수였다
호수라기엔 너무 작아 그냥 웅덩이란 표현이 어울리겠지만
누기 물을 뺐는지 호수는 뻥하니 뚤린 구멍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상하네...호수에 물을 빼는 장치가 있었던가??..인공호수가 아닌걸루 아는데...
호수의 바닥은 한길정도 깊이였다...아니...두길쯤.....더 깊은 듯....
민철이 바라보고 있는동안 호수의 바닥은 점점 그 깊이를 더해가 이젠 까마득히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민철은 아래로 떨어졌다
어느샌가 뒤로 와서 민철의 등을 떠밀고 노인은 떨어지는 그에게 말했다

" 제발 그냥 좀 쉬고 있어라...노인네 힘들게 하지 말구 "

끝없는 나락...마치 어릴적 보았던 만화경 마냥 주위는 어지럽게 돌아갔다
그러나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형태는 잡아낼수 없었다
아니..이젠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민철의 의식은 가물가물 멀어져만갔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잠깐 또 꿈을 꾼 모양이군...
이번엔 진짜로 깬건가???...먼놈의 꿈이 이모양인지...

눈을 뜬 민철은 고개를 들어 침대위를 보았다
이번엔 라디오라는걸 확실히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침대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둑어둑했지만...약간은 환한 방안...아마두 새벽녘인 듯 했다
침대밑 발치쪽에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인이 보였다
다시 파안도라는건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잠에서 깰때만 느끼는 특유의 갈증이 느껴졌다

" 음....유리야....물좀 줄래? "

유리는 대답이 없었다
민철은 침대에서 내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리를 보았다
얌전히 감은눈...조용한 숨소리...
이런..내가 자는동안 계속 이러구 잇었나보군...
민철은 유리를 안아 올려 침대에 눕혔다
무척이나 피곤했는지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 줄때까지도 유리는 깨지 않았다
바이올린 소리는 그때까지도 조용히 방안을 날아 다니고 있었다
옷장을 열어 간단한 복장을 찾아 입은 민철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는 무척이나 길었다
바이올린 소리를 쫓아 긴 복도를 걸어가면서 방금 나온 방문과 같은 방문을 수없이 지나야 했다
여긴 아마도 손님들을 재우기 위해 만든 건물인가보군..

바이올린 소리는 건물을 벗어나 정원을 걸어갈때도 계속 끈이지 않고 들려 왔다
그리고..정원을 돌아 건물 뒤쪽으로 돌아갔을때야 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연주회라도 하는듯...말끔히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남자였다
민철은 음악이 끝날때까지 조용히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남자는 힘이 들었는지 바이올린을 놓고 땀을 담배를 피워 물었다

" 저...담배 한 대만 빌릴수 있을까요? "

" 아...네...이리 오시죠 "

남자는 민철에게 담배를 주고 불을 붙여 주었다

" 음악 하시는 분인가봐요?...전 음악은 잘 모르지만...좋네요 "

" 흠...소리까지도 듣는다는건가요?...상당한 능력이군요 "

" 네?...능력...이라뇨?"

" 아....아직 모르시는분인가요?...그러고 보니 반지가 없으시군요...
반지도 없이 이정도라면...나보다 세면 셌지 약하진 않겠군요...
정말 놀랍군요...당신같은 영능력자가 있었다니.... "

능력??...그러고보니 어젯밤 노인도 능력이란 단어를 썼었다

" 쩝..이거야....죄송하지만 좀 알아듣게 설명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

" 하하...뭐 별 얘기 아닙니다..시간이 지나면 다 아시게 될겁니다
여긴 언제 오셨나요? "

" 음...어제...아마 어제 온게 맞을겁니다...정확히는 모르겠지만..."

" 그러시군요...파안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다음에 또 만날수도 있겠네요...그럼 전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라 이만.."

남자는 미소를 띄우며 민철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 건물쪽으로 걸어갔다

" 저...저기 잠깐만요...저한테 무슨 능력이 있다는거죠?..제발 그거만이라도 "

남자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는 민철을 돌아다 보았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띄운 남자는 말 없이 바이올린을 들어 보였다
남자가 들어보인 바이올린에는....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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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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