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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32 1,299회 0건
묵시록 2
[일어나요 어서! 어서 일어나요!]
[무..무슨 일이야? 벌써 밤인 거야?]

얀의 말에 성직자 엘리엇이 물었다. 얀은 지팡이며 부적 등을 챙기며 말했다.

[벌써 해가 졌어요! 어서 일어나요!]

그녀의 말에 자델이 말했다.

[벌 써요? 갑자기 이렇게 해가 짧아지다니... 커트..커트는요?]

얀이 말했다.

[커트가 해가 졌다 는걸 말해줬어요... 커트는 이미 가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자델과 엘리엇은 장비와 무기를 챙겼다. 그런데 레날드가

침상에 누워 전신을 담요로 감은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얀은 화가

났는지 레날드가 덮고 있는 담요를 거칠게 걷었다. 그러자 쭈그린 자

세로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있는 레날드의 모습이 보였다. 레날

드는 무엇에 겁을 먹었는지 시선이 허공의 어떤 곳에 고정되어 있었

고, 눈과 볼은 늙은이처럼 푹 들어가 있었다. 레날드는 퀭한 눈으로 무

엇을 말하려는 듯 했지만 결국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엘리엇은 레날드를 보며 말했다.

[이보게...자네 왜 이러나? 어디 아픈 건가?]

그의 말에 레날드는... 고개를 흔들며 힘겹게 바싹 마른 입술을 열었다.

[아...악몽을.. 악몽을...]
[악몽을 꿨단 말인가?]

엘리엇의 말에 레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리엇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얀과 자델을 쳐다보았다. 얀과 자델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다 악몽 꿔봤지만, 악몽하나로 사람이 이

토록 겁을 먹는 일은 드물었다.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으로 뭉친 성기

사에게는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엘리엇은 떨고 있는 레날드에게 축복 마법을 걸어주고는 고개를 흔들

며 일어났다.

[아무래도 레날드는 오늘 무리인 것 같네... 우리들끼리 가세... 레날드
는 조금 쉬면 괜찮아 질 것이네...]

얀과 자델은 고개를 끄덕이고 레날드의 상태를 본후 커트가 기다리는

곳으로 몸을 향했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늦어버린 동료들로 인해 커트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무섭

도록 치켜 뜨여진 눈을 한 마물들이 산채로 찢겨나가는 그 공포를 희

열로 대신하여 맛보는 그였다. 그런데 신이 나게 마물을 베고 있던 중

희한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트가 목을 베면 마물들의 벤 목

에서 또다른 얼굴이 생겨나 여전히 커트를 공격했다. 그것은 예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커트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물들의 몸을 토막냈다. 하지만 팔을 자르면 잘려진 팔에

서 또다른 마물이 변해서 생겨났고, 토막을 내버린 마물들끼리 한데

합쳐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되자 마물들을 죽인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커트는 그러한 모습에 송곳니를 들어내며 울부짖었다.

상황은 얀이 있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쪽 역시 현상유지도 어

려운 상태였다. 얀이 파이어 볼로 마물들을 불태웠지만 그것으로는 부

족했다. 파이어 볼만으로는 밀려드는 마물을 상대하기에 무리가 있었

다. 엘리엇 역시 마물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언데드에 대해 턴 언데

드 마법을 펼쳤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레날드와 펠

의 공백이 큰 모양이었다.

얀은 그러한 마물들을 보며 말했다.

[이거..뭔가 이상한 거 같아요 어째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것 같죠?]
[그렇군... 어제만 해도 죽이면 시체가 남았거늘... 오늘은 수가 계속해
서 늘어나는 것 같아...]

자델이 나직이 말했다.

[페..펠... 그자 때문이야... 그 녀석이 악마의 편에 붙은 게 틀림없어]
[헛소리 집어치워요! 이제 와서 펠의 이야기를 꺼내 뭘 어쩌겠다는 거죠?]
[하..하지만 페..펠이 도망치기 전엔...]
[입다물지 못해요!]
[시끄러!! 계집주제에... 누구한테 훈계를 하는 거야!]
[뭐..뭐라구요?]

평소에 커트와 함께 말이 별로 없던 자델에게 욕설이 나온 것은 이번

이 처음이었다. 자델은 언제나 묵묵히 말이 없었지만 커트처럼 난폭하

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얀을 향해 욕설을 할 때의 그의

표정은 흡사 마물과 틀리지 않았다. 얀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자델은 여전히 마물들의 몸을 베고있었지만 시선은 얀의 몸을 향해있

었다.

[계집이 겁도 없이 마계에 뛰어들다니... 나는 네가 시냇가에서 자위하
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다. 흐흐흐... 그때마다 나는 너를 범하려고
수도 없는 상상을 해왔지만 그것이 쉽게 되지는 않더군... 흐흐흐 너
의 몸은... 참으로 아름다워...흐흐흐 ]

얀은 자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을 수 없었는지 허리에 차고 있던 단

검을 뽑아 그에게로 던졌다. 자델은 히죽히죽 웃으며 단검을 피하고는

검을 들어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피했지만 자

델의 빠른 검이 이미 그녀의 옷 앞섶을 찢은 후였다. 그녀의 앞섶이

풀어 해쳐지자 그녀의 가슴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황급히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는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신이 흐

트러져 있어 제대로 주문이 외워지지가 않았다. 자델은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보며 침을 흘렸다. 그의 눈은 이미 검은자

위가 보이지 않았다. 눈은 돌아가 버렸는지 흰자위만이 비칠 뿐이었다.

자델은 그녀의 몸을 훑으며 계속해서 느릿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계집이다... 계집을 잡아라....]

자델이 검을 또다시 내 지르자 엘리엇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메이

스로 자델의 턱을 강하게 후려쳤다. 팍, 소리가 나면서 자델이 나동그

라지자 엘리엇이 말했다.

[이 녀석은 완전히 마물로 변해버렸군... 괜찮으시오?]

엘리엇의 말에 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자델은 턱이 부서졌다는 고통 따위는 잊었는지 여전히 침을 흘리며 일

어섰다.

[계지...이다... 계지...이다...]

그는 턱이 부서져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델의 중얼거림에 주

위의 마물들 또한 성기를 들어내며 말했다.

[계집이다... 계집을 잡자... ]
[아... 계집을..탄다....]

이미 얀과 엘리엇을 포위한 마물들은 전부 얀을 목표로 돌진했다.

사방에서 마물들이 몰려들자 엘리엇은 눈을 감고 주문의 영창에 들어

갔다.

그가 잠시후 주문을 외치자 땅바닥에서 나무줄기들이 올라와 마물들

의 발목을 묶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또 다른 마물들이 발목

이 묶인 마물들을 타고 넘어서 다가왔다. 그중 자델도 끼어 있었다. 그

는 이미 온몸의 옷이 찢겨져 시커먼 성기까지 드러난 상태였다. 그는

손에 들린 무기도 버린 채 얀을 향해 달려들었다.

얀은 무서운 나머지 엘리엇의 등을 껴안았다. 하지만 엘리엇도 떠는

것은 그녀 못지 않았다. 그녀는 엘리엇을 향해 말했다.

[에..엘리엇... 무... 무서워요..]

그녀의 말에 엘리엇은 몸을 돌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무서워 할것 없어... 자델의 말이 맞는데... 뭘 그래? ]

얀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엘리엇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엘리엇은 이

미 눈에서 피가 나고 있었으며 환하게 웃는 입에서 나온 침은 그의 턱

을 타고 흘러내렸다. 얀은 엘리엇까지 마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로 인

해 걸음을 뒤로하며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돌부리

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엘리엇은 자신의 몸에 있는 옷들을 찢으며

얀에게 다가왔다.

[얀... 얀... 나는 예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내 물건을 한번 맛
본다면 너는 황홀함에 미칠 거야... ]

엘리엇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물건을 얀에게 내밀었다.

[시..싫어!!!]
[으악.....!!!!]

얀의 고함과 함께 그녀의 머리위로 검풍이 일었다. 거대한 검이 그녀

의 머리위로 지나가면서 마물들은 반토막이 나버렸다. 커트가 온 것이

었다. 커트는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얀의 가는 허리를 껴안았다. 커트

는 또다시 고함을 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또다시 몇 마리의 마물

들이 잘려나갔다. 자델과 엘리엇은 이미 커트의 검에 반토막난 상태였

지만 그들은 기어가면서 자신의 하체를 찾았다. 커트는 그들을 뒤로한

채 무조건 앞을 향해 내달렸다. 그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 오지 않

았다. 한참을 달렸지만 마물들은 여전히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얀의

귀속에는 커트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커트도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을 껴안고 계속해서 달리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얀은 울먹이는 말

로 커트에게 말했다.

[커...커트... 캐...캠프에 레날드가 있어요..]

커트는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한마디 대꾸도 없이 캠프로 방향을 바꾸

었다. 마물들은 캠프가 있는 곳까지 밀려들고 있었다. 원래 마계로 들

어온 6인들은 캠프를 거점으로 그 주위의 마물들을 토벌하는 일을 했

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캠프를 빼앗겨서는 안되었다. 커트는 마물들이

캠프를 닥치는 데로 부수자 화가 났는지 검을 휘둘러 마물들을 토막내

버린 후 얀을 내려놓았다.

커트가 말했다.

[어서 들어가서 레날드를 데리고 와... 여긴 위험하다.]
[알았어요]

얀이 옷을 추스르며 캠프 안으로 들어가자 커트는 밖에서 밀려들어오

는 마물들을 상대 했다. 커트는 시커멓게 몰려오는 마물들을 보며 나

직이 말했다.

[오늘은 왠지 신이라는 걸 믿고싶어 지는군....]

커트 역시 뛰쳐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대여섯 마리의 마물들이

우습다는 듯 날아가 버렸다. 잠시후 캠프 안에서 얀이 뛰어나오며 말

했다.

[커트! 커트! 이 안에는 레날드가 없어요!]

그녀의 말에 커트는 고개를 돌렸다.

얀이 눈물을 흘리며 무엇을 내밀었다.

[레날드가.... 사라졌어요... 펠처럼...]

그것은 펠이 사라질 때 남겼던 허물조각이었다. 순간 커트의 눈이 커

지면서 괴물과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쾅-

커트는 화약을 발사해 주위의 마물들을 날려 버린 후 얀의 허리를 껴

안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얀의 손에는 레날드의 허물이 꼭 쥐어져 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마물들의 추격의 사라졌다. 커트의 전신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얀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커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레

날드의 허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펠도 레날드도... 허물과 함께 사라졌다... 이들은 인간계로 돌아간 것
인가...아니면 그저 소멸되어 버린 것인가...]

얀은 커트의 말에 대꾸도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가끔씩

의미 없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커트는 기분 나쁘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자델과 엘리엇의 일은 잊어버려라... 악몽이라 생각해...]

그러나 얀은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커트는 냇가의 물을 몇 모

금 마시더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벌써 해가 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커

먼 구름이 점점 하늘을 매꿔가자 커트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얀

을 쳐다보았다. 얀은 이미 삶을 포기 해버린 듯 모든 것을 무표정으로

일관하였다. 커트는 지금 그녀의 정신 상태로 라면 마물의 노리갯감이

될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아 산중턱에 있는 동굴에

다 숨겨두었다. 그리고 그 장소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마물들이 나타

나기를 기다렸다. 해가 완전히 지고, 암흑천지의 세상이 오자 마물들은

하나둘씩 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것도

있었다.

커트는 화약을 장전하고는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싸움이 끝날지도 모르겠군....]

-쾅 -
커트는 왼쪽 눈에서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피를 거칠게 훔치며 얀을

숨겨놓은 동굴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 근처에서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커트는 한숨을 쉬며 얀이 있는 동굴입구로 다가갔다.

그런데 다가가면 갈수록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 아... 아... 음...]

커트는 얀의 음성임을 느끼고는 발작적으로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갔

다. 커트가 왔다는 인기척에도 불구하고 얀의 신음성은 계속되었다.

[아..... 아.....]

커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안을 향해 말했다.

[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러자 동굴 안에서 얀의 콧소리가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아..... 커트 에요? 이리 와요... 어서..]

커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동굴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리고 잠시후

얀이 맨발로 사뿐사뿐 걸으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커트는 고개를 돌

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눈매가 날카롭게 변해있었고, 입가에도 뇌살적인 미소

를 머금고있었다. 그리고 그 입술 옆으로 가느다랗게 침이 흘러내리고

있어 이미 예전의 청순하던 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

다란 로브는 갈기갈기 찢어져 겨우 중요한 부분만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사뿐사뿐 걸으며 커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그렇게 걸

을 때마다 그녀의 부푼 가슴이 물결치듯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였다.

커트는 그러한 그녀를 보면서 무표정했다. 커트에게로 다가간 얀은 자

신의 몸을 커트에게로 바짝 붙이며 자신의 혀로 커트의 목을 핥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신음 성을 내뱉었다. 그러나 커트는 정면만을 응시

했다. 또다시 얀의 혀가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커트의 눈에서 흐르는

피를 핥았다. 그녀는 씁쓸한 피맛에 더욱 흥분했는지 한 손으로 자신

의 가슴을 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는 커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

는 아무말 없이 그의 손을 자신의 은밀한 부위로 이끌었다.

[아.... 좋아]

그녀는 커트의 거친 손을 마음껏 움직이며 쾌락에 젖었다. 그리고 자

신의 혀로 커트의 입술을 열고 키스를 했다. 커트의 입속에서 그녀의

혀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유연하게 놀려졌다. 키스를 마친 그녀는

커트를 요염한 눈길로 쳐다보더니 커트의 갑옷과 셔츠, 바지를 빠른

속도로 벗겼다. 그리고 커트의 위풍당당한 물건을 한번 쳐다본 후 그

녀의 입에다 품었다.

그녀는 그러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커트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커

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마

후에 몸을 일으키고는 살며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동굴 입구 옆

에 있는 작은 바위에 두 손을 얹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고개를

커트 쪽으로 돌린 그녀는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어서요.... ]

그녀의 말에 커트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를 잡고는 자신의 물건을 밀

었다.

[악!...]

얀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커트는 더욱 거칠게 자신

의 물건을 몰아붙였다.

[아... 너무... 악!]

그녀는 뭐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커트의 공격에 팔을 허우적대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비명은 차츰 가라앉고 그 대신 황

홀감에 가득한 음성이 내뱉어졌다. 그러나 커트는 그녀의 반응에는 관

심이 없다는 듯 있는 힘을 다해 물건을 움직였다. 커트 그자신도 얀과

의 정사에 도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던

커트의 눈에 얀이 점차 변해보이기 시작했다. 얀은 커트의 눈에서 점

점 뱀과 흡사한 형태의 마물로 변해갔다. 그리고 결국 커트 자신이 뱀의

형상을 한 마물과 정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커트는 너

무 놀라 얼른 몸을 뒤로 빼내려고 했지만 뱀의 형상을 가진 마물이

자신의 옆구리에서 나온 두손으로 커트의 두 다리를 꽉 붙잡고 있었

다. 커트는 고함을 지르며 몸을 빼내려 했지만 마물의 힘이 너무나도

강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반항했지만 마물의 손아귀를 벗

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그의 옆에 무엇인가가 휙하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것은 그가 고개를 흔들 때 잠시 스쳐지나간 것 같았는데 커트

가 또다시 고개를 돌려 그곳을 쳐다보자 저만치 떨어진 언덕에서 후드

를 깊이 눌러쓴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커트는

그를 향해 살려달라고 고함쳤다. 그러나 그는 아무말 없이 뒤돌아 가

버렸다.

[안돼!!!!]

커트가 있는 힘껏 소리를 치자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며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앞에는 신음 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가느다란 허리를 연신 움직이고 있는 얀이 보였다.

커트는 순간 환각이 찾아 온 것 같아 고개를 돌려 그곳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어떤 사람이 서있었던

것이었다. 커트는 너무나 이상해서 그를 향해 외쳤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그는 아무말 없이 뒤돌아 가버렸다. 커트는 현실과 환각의 경

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는 몸을 뒤로 빼내 자신의 검을 잡고는 언덕너머의 그 사람을 향해

냅다 뛰어갔다.

얀은 갑자기 커트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

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을 그곳으로 이끌어 커트의 물건

을 대신했다.

커트가 언덕으로 힘차게 뛰어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는 상

태였다.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멍

해져버린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걸 느끼자 동굴로 돌

아왔다. 그는 돌아오면서 후드를 눌러쓴 그자가 누구일지 곰곰이 생각

해보았다.

[분명 마물은 아닐 것이다.... 마물은 낮에는 활동할 수 없다. 그럼 마
계에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우리 말고 다른 자가 있다니... 혹시...
펠이 아닐까? 아니면 레날드일지도... 아냐.. 그들이면 나를 모르고
지나칠 리 없다... 그러면 누구인가...]

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동굴로 돌아오자 얀은 이미 어디로 갔는

지 보이지 않았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얀을 찾을 수는 없었

다. 커트는 이 마계에 자기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자 처량해진 마

음을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몰랐다. 그는 자신의 옷과 갑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그곳을 떠났다.

얀까지 사라진 지금 마계에 남은 건 커트 혼자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기댈 사람조차 없는 이 상황이 되니 한없

이 쓸쓸해졌다. 그는 몇 날 며칠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마물을 베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마물을 지겹도록 베고 또 벴다. 커

트는 낮이 4시간 정도밖에 없는 틈을 타서 잠을 자고 식사를 했다.

만약 이이상 해가 짧아진다면 제아무리 커트라고 해도 사흘을 넘기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커트는 얼마 전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왼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그래서 검을 휘두를 때 원근 감이 잡히지 않아 무척 고생을 했었다.

몇 번 검을 휘두르면서 겨우 적응을 하긴 했지만 한쪽 눈이 없다는 것

은 굉장한 불편으로 작용했다. 커트는 얀과의 정사이후 매일 매일 이

상한 것을 보고있었다. 그것은 저번에 봤던 후드를 눌러쓴 사람의 정

체였다. 그자는 얀과의 정사이후 계속해서 커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커트가 마물을 베고 있을 때에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휴식을 취할 때 역시 커트의 시야에서 벗어나

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커트가 먼저 그를 향해 다가가면 그는 연기처

럼 사라졌다. 처음에는 커트 역시 그가 누군지 몹시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느 오전 커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그날

역시 마물들을 수도 없이 베어서 몹시나 힘든 상태였다. 그는 눈을 감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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