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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5 1,691회 0건
틀 4부

얼마만인가...
거리를 걷는 자신의 머리를 흩날리는 바람에서 시원함을 느끼는것이...
여자나이 서른하나....
그녀가 생각한 서른살의 그녀모습은 한남자의 아내로..한 아이의 자상한 어머니로서의
안정된 자리였다...
대학을 졸업한 그녀에게 찾아온 한 남자를 받아들였고 그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서약
을 모든이에게 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생활은 채 2년이 못되 파경을 맞이하고 말았다.결혼전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남편의 주사와...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폭력...그리고 이어지는 고부간의
갈등...
한 가정에서 고이자란 그녀가 감당하기엔 그 모든것이 너무나 힘들기만 했다...결국
그녀는 이혼이란 결심을 한 후 결혼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긴 시간동안 세상과 단절
하듯 살아왔다..
2년간의 결혼생활...2년간의 세상과의 단절...그 시간이 흐른후에야 비로소 그녀는 다
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결심을 했다.
그녀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되는 시절이 바로 대학생활이었다...그래
서일까...그녀는 한 대학가 근처에서 꽃가게를 개업했다....
하나.둘.가게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늘어갈수록 그녀의 얼굴에선 그동안 잊었던 미소
가 감돌았고 이젠 제법 손님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늦은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가게문을 닫을 무렵 아버지가 찾아왔다...
너무나 딸을 사랑하시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혼이 커다란 충격일수 밖에 없을터인데
도 오히려 청미자신의 상처를 걱정하시는 아버지를 대할때마다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
"아빠..."
"왜....."
"죄송해요....."
"....."
"아빠 엄마 생각해서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이런모습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해
요..."
"청미야....아빤 지금 오히려 너무 행복하단다...결혼한 후 네가 떠난 자리가 아빠나
엄마에겐 너무도 크더구나....우리 후회는 하지말자꾸나...이미 겪은 아픔 다시 떠올
리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자꾸나...오늘처럼 이렇게 데이트도
하면서...."
"아빠......고마워요...."
"녀석...."
항상 자신에게 모든걸 희생하신분...
자신이 힘에겨워 할때 다시 세상속에서 설 수 있게 이끌어준분...아버지...청미는 지
금 그 소중한 분의 품에 안겨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행복했던 아버지와의 저녁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컴퓨터 전
원을 켰다..
자신이 이 방에서 세상과 단절했을때 그녀에게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것은 책과 컴
퓨터였다...
요즘 들어 그녀는 그 컴퓨터를 통해 한참 소식이 뜸했던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만남을 대신하곤 했다...
한통의 메일....
자신에게 한통의 새로운 메일이 도착해 있었지만 보낸이의 메일이 조금 낮설었다...

"기억할지 모르겠네...나 ..정일이야....우리 초등학교때 같은반이었잖아^^....인터넷
상에서 우연히 모교 동창생들과 연락이 닿은후 어제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서 반가운
얼굴들과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했어...그곳에서 너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볼
수 없어 서운함에 이렇게 메일 보내는거야...날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난 너
의 모습 참 많이 아직도 기억할 수 있는데....어제 만난 친구들이 나 많이 변했다고
말하더라...나만큼 너도 변했겠지??....궁금하고 ...그 궁금함 만큼이나 보고싶은 마
음도 큰거 같아...내가 너무 솔직했나??...^^...많이 바쁘지 않으면 메일 받고 메일
보내줄래??...그것도 안돼면 나중에 동창생 모임에서 꼭 한번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좋
겠다..그럼 그때까지 건강하고....잘 지내...."

정일....
메일을 읽은 후 청미는 책꽃이 한켠에 오랜동안 간직되온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통해
그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를 기억할 수 있었다...
같은반 아이들은 아직도 그를 개구장이로 기억할지 모를 일이었지만 자신에게만은 정
일은 수줍고 조용한 아이로 남아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결혼식날 자신의 옆에서 손을 잡고 볼이 빨개진채 노래를 부르던 그 모
습을 그녀는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문뜩 그 모습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그리곤 어느새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그녀는 그 수줍음 많던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텅빈 집 문을 열고 들어갈때면 어김없이 자신을 반기는 죽음같은 고요함...불을 밝히
고 ...음악을 틀면...그 고요함이 조금은 누그러 들지만...외로움만은 그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문제였다..그러나 요몇일 그는 그런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그의 빠른 발걸음....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메일....
얼마전 동창회모임 뒤 그가 청미에게 메일을 보낸후 그녀에게 메일이 왔을때 그는 너
무도 기뻤다...
그 뒤로 그는 그녀와 매일 메일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겉돌던 이야기 위주의 메일내용도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었다...그리고 어제 정일은 그녀에게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녀에게 한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저녁..가게문을 닫고 거리로 나설때면 느껴지는 밤공기가 점차 차가와 지는게 이제곧
겨울이 올것만 같아...올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우수운거 같아
...항상 계절은 반복되는데 난 봄엔 여름의 소나기를...여름엔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
을..가을엔 겨울의 하얀 눈을 ...겨울엔 봄에핀 흰 떤?을 그리워해.....계절은
이렇게 내곁에서 반복되는데 그리고 기다리던 그 모든게 항상 내게로 다가오는데 왜
난 항상 먼곳만을 그리워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내가 원했던 이 가을이 이렇게 지
나가 버리면 난 또 다른계절에 이 가을을 그리워하겠지??....나..바보같지??....^^...
실은 어제 메일을 확인한 후 지금까지도 생각했어...만나자는 너의 말....물론 동창생
끼리 그냥 만나서 즐거운 시간갖는거...어려운것 아니라는거 알아...그런데 나한텐 그
게 쉬운게 아니네...아직 내 생활속에 누군가를 만나는 여유가 있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걸까...나..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지면 제일 먼저 너
에게 말할께...그때까지 우리 이렇게 메일로 연락하자...그래줄수 있니??...미안해
....아까 처음에 말했듯이 밤바람이 조?
附?차가와진다..혼자 생활하니 아프면 안돼잖아...감기조심해...^^.."

왜일까...그녀의 글을 읽으며 콧끝이 찡해지는 이기분은...
옆에있다면 감싸안고 싶을만큼 그녀가 애뜻하게 느껴지는 이기분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두근거리는 이가슴은.....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것인가...
복잡한 기분에 정일은 담배 한개피를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곤 어딘지 모르지만 어딘가엔 있을 그녀를 바라보듯 밤하늘을 바라보며 가슴깊이
들이마신 담배연기를 내뿜고있었다....

어제 늦은밤까지 잠들지 못하며 한 사람을 생각했다..
엇갈리는 여러가지의 생각끝에 정일은 그녀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지금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우수운 일이었다...
17년동안 잊고 지낸 한 앳된 여자아이가 지금에 와서야 요즈음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비록 메일로만 연락을 했고 그 기간도 짧았지만 그녀의 글이 어두우면 정일의 기분도
어두워졌고 그녀의 글이 밝으면 자신의 마음도 밝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환자처럼 어김없이 퇴근 후면 그녀의 메일을 기다리는 하루하루
.....외로움에 익숙해 있던 그에게 그녀란 존재는 밝은 빛으로 다가온것이었다....

대학가로 들어서자 거리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밤거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었다.
그래서일까??....밤거리엔 왠지모를 생기가 넘쳐나는 기분이들었다...불을 밝힌 거리
의 가게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정일은 그녀의 가게를 찾고 있었다...그리곤 얼마 지나
지않아 음악이 흘러나오는 음악사옆 환히 붉을 밝힌 하나의 가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진정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하게 뛰기시작했다....17년이
지난 지금 정일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지..모를 일이었다...그녀 또한 자신
을 알아볼수 있을것인지도 미지수였다...만일 알아본다 해도 갑작스런 자신의 방문에
그녀가 당황하면 어찌하나..하는 염려 또한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미 정일
의 맘속에선 끊임없이 그녀에게 다가가라고 소리치고 있었기에 발길을 돌릴수도 없었
다...
정일은 쉽게 가게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단지 그녀의 가게를 스치듯 지나치며 가
게안을 힐끔거릴뿐이었다...그 짧은 순간 그는 그녀를 찾으려 노력했고 몇번의 지나침
속에 그의 눈은 가게 한 모퉁이 원형탁자옆에 앉아있는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리가 조금 멀어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녀가 자신이 찾는 청미
임을 그는 알 수 있었다...그리곤 그 순간 마음을 어지럽히던 망설임을 뒤로 한채 힘
주어 가게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에 메달린 작은 종이 울리고 그의 눈엔 종소리에 문쪽을 바
라보는 그녀가 가득차왔다...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정일은 모든것이 정지된듯 움직
이지 못한채 그녀만을 바라봤다...
"무슨꽃...찾으세요??..."
청미의 말이 있고서야 비로서 정신을 차린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꽃을 사야하는지
생각해야만 했다...
가게를 들어서면 그녀가 분명 자신을 알아볼거란 생각이었을까??...사야할 꽃도 생각
지 못한 그에게 그녀의 물음은 그의 말을 더듬게 했다...
"...자..장미주세요...."
정일은 순간 생각나는데로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몇송이나 포장해드릴까요??..."
"서른송이...요.."
"여자분께 선물하실건가요??..."
"네??....네에...."
순간..정일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렇다....예기치 못한 청미의 질문에 정일은 당황스럽
기만 했다...
청미는 정일이 가리킨 장미를 뽑아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정일은 그녀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뒤로 묶은 살짝 웨이브진 머리...하얀색 스웨터...회색빛 정장바지...17년전 그 앳된
소녀는 어느새 너무도 성숙해버린 아름다움으로 그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그러나
어릴적 모습 그대로 성숙해버린듯 그모습속에서 그 앳된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고개를 숙이며 포장을 하는 그녀의 얼굴을 어지럽히는 몇올의 머리카락..까맣게 반짝
이는 눈동자..립스틱을 바르지않은 엷은 분홍빛 입술...새하얀 볼....스웨터 언저리로
보이는 새하얀 목선....그리고 빨간 장미를 메만지는 눈처럼 하얀 얇고 긴 손가락
....정일은 그녀의 모습속에 그렇게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가게문을 나선 정일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의 예상관 달리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로 인해 자신이 정일이라는 사실조차
이야기하지 못한채 가게문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피식~"
손에든 꽃을 바라보던 정일이 순간 웃음을 짓는다...그리곤 거리를 향해 한걸음 발걸
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왜였을까....방금 가게를 들어서던 그 남자가 낮설지 않음은..
그리고 들어서서 나갈때까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그의 시선은..자신의 착각이었을까
....
"아~~~"...순간 청미는 무언가를 깨닫듯 서둘러 가게문을 열고 달려나갔다....거리앞
조금전 꽃을 산 한 남자가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다....청미는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등뒤에서 조금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저....저기요...."
그녀의 목소리에 거리를 걷던 정일이 뒤를 돌아본다...
"아~"
순간, 정일이 놀란듯 낮은 탄성을 자아낸다..
"혹시...혹시...정일...이..."
청미의 자신없는 말에 정일은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몰라~~....이런게 어딨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던 청미는 정일의 웃음짓는 모습에 그만 정일의 가슴을 새하얀
주먹으로 토닥거리며 반가움을 대신한다...
"자~~이거 우리 만난 기념이야~~~"
금방 청미의 가게에서 산 서른송이의 장미를 정일은 그녀에게 내밀었고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두근거림으로 청미는 수줍게 그 꽃을 받아든다...
가을밤의 한켠 17년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틀"이란 글을 올리기 시작한 후 오랜만에 4부를 연재하는것 같습니다...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여의도에 떤?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었더군요...소라님을 비롯한 작가님...독자님들도 작은 시간내어
그 아름다움 느끼실 수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dksruddkf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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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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