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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5 1,363회 0건
흔적 22부

연주와 함께한 피서후 재민은 자신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안정된 생활을 해나갔 다...
우선 그동안 소홀했던 공부에 치중했다...
연주와의 시간은 재민에게 하나의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연주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연주가 보고팠지만 재민은 연주의 사진으로 그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
재민의 전화기가 울린건 재민이 한참 책에 빠져있을 때였다..
"여보세요..."
"오빠......" "여보세요??"
"저에요....윤경이..."
재민은 뜻밖에도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윤경임에 놀랄 수밖에 없 었다...
"윤경아....오랜만이구나..."
"오빠....저한테 너무하신거 아세요??"
"윤경아.."
"어쩜 그러실수 있으세요??....."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긴 하신거에요??"
"...."
"저 오빠 보고싶어요...
오늘 만날수 없을까요??"
재민은 잠깐 망설였으나 이내 대답했다..
"그래..그럼 00에서 만나자...시간은 몇시가 좋겠니??"
"4시로 해요.."
"그래..."
"그럼 이따봐요.."
통화를 끝낸 재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을때 윤경은 이미 그곳에 서있었다..
"윤경아"
땅을 쳐다보고 있던 윤경의 고개가 들어올려진다...
조금은 원망스러운듯한 시선으로 재민을 쳐다보는 윤경의 시선을 받기가 재민은 다소 힘겹기까지 했다...
"오래 기다렸니??"
"....."
"윤경아..."
"오빠가 제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았을때 다신 오빠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
하지만 ...바보같이 이렇게 오빠를 불러내고 말았네요...."
"...."
"보고싶었어요..."
윤경의 동그란 눈동자엔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재민은 난처한 느낌에 서둘러 윤경에게 말을 꺼낸다..
"윤경아...우리 이럴게 아니라 어디라도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잠시후 윤경과 재민은 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지만 윤경은 섣불리 첫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제가 알고 있는 오빠는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빠가 제게 그 렇게 거짓말을 해가며 과외를 그만둔것도 제가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었겠죠...
그래요 ..다 이해해요...
이해하는데 자꾸만 오빠가 미웠어요...
그래도 군대 가기전에는 행여나 안부전화라도 한통 해주실꺼란 기대로 제가 얼마나 오빠 전화를 기다린줄 아세요 ??...
제 나름대로 이리 저리 알아보곤 오빠가 제게 거짓말을 한걸 알았을때 얼마나 많 이 울었는지 아세요??"
"윤경아..."
"제말 아직 안끝났어요...
제가 가장 서운했던건 그래도 많은 시간을 오빠와 함께 했는 데..전 친오빠 이상으로 오빠를 좋아했는데 오빠는 제가 이렇게 연락하지 않았으면 영 원히 연락 안하셨을거란 사실때문이었어요...
오빠에겐 제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존재 였나요??...그냥 떠나버리면 끝인가요??"
어느새 윤경의 눈엔 눈물이 다시금 고이고 있었다...
재민이 입을 연건 기어코 윤경의 볼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 후였다...
"그래...윤경이 말이 모두 맞아..
내가 너무 경솔한 행동을 한것같구나...
미안해 윤경 아..."
재민은 자신의 손수건을 윤경에게 건넸다...
"일단 조금 진정하렴...."
재민은 윤경이 눈물을 다 닦은후에야 다시 말을 꺼냈다..
"내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인해 오빠가 그동안 조금 힘들었어..
생활조차 엉망인 상태에 서 윤경에게 공부를 가르치기가 힘에 붙였고 꼭 댓가를 받고 하는 일때문이기 보다도 그런 상태에서 누구를 가르친다는것이 모순이었기에 그만두는 쪽을 택한거야..
윤경이 나 윤경이 부모님껜 차마 무책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않다는 생각에 군입대란 핑 계를 대었던게 너에게 상처를 줄진 몰랐다..
정말 미안해..."
"얼굴이 그게 뭐에요??
살은 쪽빠져가지고..
그거보세요..윤경이 마음 아프게 하니깐 벌받은거에요.."
"하하..그래 ..정말 그런가봐..."
"엄마 아빠는 몰라요...저만 알고 있을게요..."
"그래...고맙구나.."
"하지만 공짜는 안돼요..."
"그래...그럼 우리 윤경이 한테 뭘해주어야 화가풀릴까...??"
"핏~~`...몰라요...이제부터 생각해 볼거에요.."
짐짓 윤경의 토라진 모습이 재민의 얼굴에 한가닥 웃음을 만든다.
재민과 윤경이 집 근처에 도착한건 아홉시가 가까워져서였다..
"오빠...."
"응..."
"아까 제가 무엇이든 말하면 들어준다고 하셨죠??"
"왜..이제야 부탁하고 싶은게 생각났어??"
"아뇨...실은 꽤 됐는데 아무래도 헤어지기전 말하는게 좋을거 같아서 참았어요..."
"음...조금 겁나는걸??"
"후훗...긴장하세요...."
"하하하"
"실은요...제겐 작지만 큰 소원이에요...
오빠가 항상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편안한 맘으로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 제곁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 으면 좋겠어요.."
"그래...나도 윤경이 같은 여동생이 있어서 기쁘구나...
앞으론 윤경이가 전화안해도 오빠가 자주 할게..."
"정말요?? "
"그럼.."
"그럼..약속!"
재민이 눈앞에 윤경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헤~~~"
윤경이 환히 웃음짓는다...
"늦었다..들어가봐..."
"꼭 자주 연락해야해요..꼭..."
"그래..."
대문까지의 짧은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몇차례나 뒤를 돌아보는 윤경이 집안으로 사라 진 후에야 재민은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려다 재민은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연주가 너무나 보고싶었다...
휴가를 다녀온후 열흘 가까이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 재민은 연주에게 전화를 걸 용기 를 못내고 있었다...
연주 또한 재민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있었다...
재민의 손은 아까부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망설임 끝에 재민은 버튼을 힘주어 누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나..."
단지 그녀의 목소리 한마디에 재민의 마음이 술렁거린다..
"재민이니??"
"네...."
"잘 지내지??"
"네..."
한동안 서로 말없는 침묵이 흘렇다...
"후훗..."
"왜 웃어??"
"그냥요...좋아서..."
전화기를 통해 연주의 낮음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야??"
"집앞이요..."
"집에 안들어가고 왜 밖에 있어..."
"누나 집 앞이에요...보고싶어요"
재민은 속으로 외쳤다....
"연재는요??"
"방에 있어..."
형식적인 짧은 문답이 계속되고 있었다...
재민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말을 꺼낸다..
"누나..."
"응..."
"지금 누나 가까이에 있어요..."
"....."
"미안해요...보고싶어서....."
"우리 집 앞이구나..."
"네...."
"....."
또 다시 한동안 말이없다...
연주도 망설이고 있는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리렴...누나가 나갈께..."
"....."
"딸칵!"
전화가 끊기고 재민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더욱 무거웠다..
괜한 전화를 한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후 아파트 현관을 열고 나오는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아~~~~"
연주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보~~누나 집에 없었으면 어떻할려고 연락도 없이 왔니.."
재민이 연주를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밥은 먹었어??"
"네..."
"귀찮아도 끼니는 꼭꼭 챙겨먹어..."
"...미안해요..."
"아니야...그런 생각 하지마..."
재민과 연주는 아파트 한켠 작은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무슨 말이든지 해야했지만 조금 어색한 분위기로 둘 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 다...
재민은 벤치에 앉은 후에도 눈 한번 떼질않고 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주도 재민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서요.."
"재민아..."
"네...."
"....아니야..."
"무슨말 하실려고 한건데요??"
"누난 ...재민이를 예전처럼 편안하게 대하고 싶어..."
"...."
"솔직히 말한다면 지금은 재민이가 조금 어려워....
말을 하기전에도 여러번 생각해서 해야하고..."
"......"
"누나말에 기분 상했니??"
"아니요...알아요...누나말 무슨뜻인지...제가 노력해볼께요.."
"우숩다...우린 지금 꼭 따로 대화하는거 같아.."
"...."
"서로 끊이없는 말을 하지만 언제부턴가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길 서로 거부하고 있 는거 같아...
내말은 재민이 맘을 아프게 하고 재민의 말은 내맘을 ......"
연주는 마지막 말을 잇지 못한다...
연주의 손이 위로하듯 가만히 재민의 손을 잡는다...
체온으로 재민을 배려하는 연주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누나...하얀면사포란 영화 혹시 보셨어요??"
"아니..."
"한 학교로 남자 선생님이 부임했어요..
그리고 한 반을 맡죠..
하지만 매일 하나의 의 자엔 주인이 없었어요..
그 의자의 주인은 예쁜 여자아이였지만 정신은 황폐해져 있는 아이였죠..
그런 제자에게 선생님은 사랑을 전하죠..
아이는 선생님의 사랑으로 다시금 여느 아이처럼 학교생활을 시작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죠..
세상의 눈을 무시한채...
하지만 사람들이 정 해놓은 선과 악의 명확한 잣대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부적절한 관계로 치부되고 선생 님은 다른곳으로 떠나게되죠...
여제자의 사랑이 더욱 깊었나봐요.
그녀는 그가 떠가간 곳까지 그를 찾아가죠..
그리곤 그가 매일 출근하는 길목에 방을 얻곤 매일 그를 바라 보기만 해요..바보처럼 그 앞에 서질못하고...
아마도 그녀로 인해 다시금 그가 상처를 받을까 겁이나서였나봐요...
그 남자가 그녀의 소식을 알게된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죠..
그녀가 머문 집 주인이 그를 찾아왔고 그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게되죠...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게됐을땐 그녀는 벌써 하늘 저편으로 떠나버린 후였 어요..몇날 몇일을 물한모금 마시지!
않던 그녀는 결국 굶어 죽었지요..
그가 그녀를 보았을때 그녀는 한손에 하얀면사포를 꼭 쥔채 그렇게 잠들어 있었어요..
그녀..진실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하얀면사포 를 쓰고 싶어했을거에요..."
"....."
연주는 재민의 말을 들을 수록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 재민이 그녀에게 무슨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재민은 잡고 있는 연주의 손을 한번 꼭 쥔후 일어선다..
"누나....저 이만 가볼께요..."
"......"
"좋은꿈 꾸세요..." 재민이 뒤돌아 걸어간다...
"재민아..."
재민이 뒤를 돌아본다..
"조심해서가...너도 좋은꿈 꿔.."
재민이 살며시 미소지으며 손을 흔든다..
어둠속으로 재민이 점점 작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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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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