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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44 1,437회 0건
춘양...기억!

이것도 역시 전에 쓰다 만 잡문입니다. 어디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있더군요. 백업

시디를 뒤지다가 보니 한 구석에 고이 잠들어 있길래 꺼냈습니다. 여행길에 만난 여자

와 한 때 좋아했던 다방레지의 얘기입니다. 빠른 시간안에 완결했으면 싶습니다.



춘양..기억! 1부


그냥 무작정 나선 길이었다. 천안에서 충북선을 타고 제천까지 가서 중앙선으로 갈아타

고 경북 영주에서 강릉으로 가는 동해선으로 갈아탄 내가 내린 곳은 춘양이라는 작은

면소재지였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계를 보니 네시가 조

금 넘었다. 차가운 빛을 발하는 가로등이 두어개 켜져있는 도로 맞은편에 허름한 여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월의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에 발걸음을 서둘러 여관

으로 들어섰다. 나와 같은 열차를 타고온 갓 스물을 넘은 듯한 커플이 그런 나를 보고

용기를 얻은 듯 뒤를 따라 왔다.

2층에 배정받은 방으로 올라가며 흘낏 곁눈질을 해 여자쪽을 보니 상당한 미인이었다.

남자는 흔히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돗수높은 안경에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 그리고 날씨

탓인지 아니면 곧 있을 섹스에의 기대탓인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짧은 사이에

여자의 눈이 참견하지 말라는 듯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방은 좁고 지저분하지만 방

바닥은 뜨끈뜨끈해서 좋았다.

옷을 벗어 던지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간 나는 곧 기분좋은 수면에 빠져들었다. 무언가

불쾌한 잡음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잠이 깨었다. 낮게 속삭이는 남자의 굵직한

저음에 간간히 반발하는 듯한 여자의 높은 쇳소리였다. "이런.......빌어먹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남자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데 여자가 말을

들어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얼씨구!" 조금 더있자 드디어 남자가 화가 났는지 벽을 쿵

소리가 나게 때리는 것이다. "이 자식이 지금이 몇신데....."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얗게 눈내린 소백산맥을 넘어올 때부터 계속 창밖을

내다 보느라 지칠대로 지친 눈의 피로까지 화를 돋우었다. 문이 퉁탕대는 소리까지 나

는걸 보면 여자는 결사적으로 항거를 하는 모양이었다. 짧게 비명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 머리맡의 담배갑을 더듬어 한 개비를 피워물었다.

"젠장 어떤놈은 팔자 좋구만...난 이게 뭐야!"

사실 내게도 전화 한통화면 이 여관으로 달려올만한 여자는 있었다. 춘양에서 몇킬로

더 들어가는 임기라는 작은 산속의 마을에 그 여자가 있다. 작년에는 그곳에서 그 여자

와 몇 달간 살림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작년 7월쯤에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 그녀는

시집을 가겠노라고 했다.

더 이상 무위도식하는 내게 술값을 대지 않겠노라는 말 끝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서

럽게 울었다. 나는 덤덤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시집을 가라고...내가 해줄수 있

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동안 무척 미안했노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별로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다만 조금 정이 든것뿐......

예쁜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없이 이리불퉁 저리불퉁 못생긴데다가 할줄 아는 것이라곤

밤낮 안가리고 달려들어 바지를 벗기는 것밖에 모르는 그녀였다. 게다가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나보단 그래도 낫다고 주장하지만 하여간....그녀는 다방레지였다.

주인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시도때도없이 집으로 기어들어와 바지를 벗기곤 하던 그녀

를 누가 데려갔는지는 몰라도 내게 권리금을 줘야 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

다. 별안간 옆방의 소리가 더 시끄러워졌다.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이젠 노골적으로 여

자를 추궁하고 있었고 훌쩍거리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젠장...잠자기는 틀렸군!"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도 이젠 아예 드러내놓고 있었다. 더 참을 수가 없어 주섬주

섬 바지를 걸쳤다.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에는 여자의 비명과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가

득 떠돌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잠시 여자의 울음소리가 주춤했다.

"왜이래! 누가 왔잖아."

"그만해!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야."

"조용하래두..."

남자는 울먹거리는 여자를 다그쳐 울음을 그치게 만들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아까의

그 안경잡이였다.

"뭐요?"

남자는 내 얼굴을 곧장 알아보고는 기분나쁜 인상을 썼다. 이런 인간이 있나?

"당신 여기 전세냈어? 좀이라도 자야 낼 새벽차를 탈거아냐?"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남이 뭘 하든 말든..."

"학생인가 본데.....조용히 좀 하지. 당신이 연애를 하던 말던 참견따윈 안해. 하지만 난

내일 일찍 떠나야 할 사람이란 말야."

"내가 학생이던 말던 댁이 웬 참견이요. 당신도 남의 일 상관말고 잠이나 자슈"

녀석은 내 말엔 상대도 않겠다는 듯 문을 쾅소리가 나게 닫았다. 말을 하면서 얼핏 본

걸론 아직 여자의 옷도 못 벗긴 모양이었다.

"이것봐! 당신 정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겠어"

문이 벌컥 열렸다. 생긴건 북어대가리 같은 놈이 성질깨나 급한 모양이었다.

"뭐야!"

놈은 여자가 자기 맘대로 안돼서 가뜩이나 신경질이 나 있던 판인지 벌개진 얼굴에 눈

알이 안경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화를 내고 있었다. 냉큼 밖으로 튀어나오는 놈의 멱

살을 잡아 힘껏 당기자 어이없을만큼 가볍게 끌려나왔다.

"어어...."

"뭐가 어어야 자식아. 점잖게 말로 하니까 말같이 안 들리냐? 새끼가...."

그대로 벽에 밀어붙이며 정갱이를 걷어차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꼬부라졌다. 웅크

리고 채인 다리를 감싸안은채 비명을 지르는 놈의 머리칼을 잡아 올렸다.

"아아...."

"너 좀 맞아야겠다. 자식아 좋은 말로 했을 때 들었으면 좋았잖아."

가뜩이나 작은 체구를 꼬부리고 있는 놈을 머리칼을 잡은채로 벽에 박아버리자 빡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뒤쪽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여자가 핸드백과 코

트를 들고는 문밖으로 뛰어나오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거렸다.

"이 밤엔 아무데도 못 가요. 밖에는 지금쯤 늑대가 돌아다닐걸요."

"....예에?"

여자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맹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얘기 못 들었어요? 겨울 밤엔 먹을게 없어서 짐승들이 시내까지 나타난다는 얘기?"

물론 거짓말이다. 작년에 임기에서 선로에 내려왔다가 열차에 치어죽은 멧돼지가 있다

는건 들었지만 늑대얘기는 나도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러면...?"

여자는 늑대란 얘기에 확인도 안 해보고 겁에 질렸다. 그리고는 나와 내 손에 잡힌 왜소

한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냥 그 방에 계슈. 내가 이 남자는 지서에 넘기고 올테니까...."

"아...아녜요. 그렇게까진 할 수 없어요. "

"아가씨를 겁탈하려고 한 놈 아뇨."

"하지만.....그 분은 저희 학교 선배예요. 저도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잘한건 없구요."

"그럼 어떻게 할거요?"

"저기....신세좀 지면 안될까요?"

"누구한테 신세를 진단 말요?"

"아저씨 방에 좀 있다가 날 밝으면 갈께요."

"하참......학교 선배도 아가씨를 그냥 두지 않는데 날 어떻게 믿고....."

"믿지 않아요. 하지만 ...."

"그냥 그방에 있다가 날이 밝으면 떠나요. 이 친구 경찰에 넘기진 않겠지만 다신 아가씨

한테 덤비지 못하게 늘씬 패줄테니까."

"아...안돼요. 그만 때리세요. "

"이런 놈은...."

"그만해요. 아저씨...그러다 죽겠어요."

놈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채 축 늘어져 있었다.

"바보같은 놈이로군. 그럼 아가씨 맘대로 하슈. 하지만 난 책임질순 없수"

"고마워요."

여자는 냉큼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너 운이 좋은줄 알아 자식아. "

사내놈을 발랑 들어 방안에 던져놓고 문을 닫았다. 방바닥에 나가떨어지며 어디에 부H

쳤는지 숨을 못 쉬고 꺽꺽거리고 있었다. 여자는 따뜻하게 덥혀진 이불아래에 발을 넣

고 생글거렸다.

"웃음이 나오네! "

"네...속이 후련했어요."

"참내. 여기까지 왔을땐 아가씨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왔을거 아냐. 그까짓거 줘 버리고

말지 ...."

"첨엔 그러려고 왔는데....맘이 변했어요. 소중한걸 함부로 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저 친구 성질은 더러워도 공부는 잘 하겠던데....어느학교요?"

"연세대예요. 전 꼬래비로 가정과 겨우 들어갔고 저 선배는 의대 수석이구요."

"젠장....나같으면 그냥 줘 버리고 평생 편하게 살겠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자 그녀도 따라 웃었다.

"안됐지만 난 먼저 자야겠수. 아가씬 그쪽에 따로 이불 펴요."

"됐어요. 전 이렇게 앉아 있을래요."

"그럼 맘대로 해요. 하지만 난 한가지 버릇이 있는데..."

"뭔데요.?"

"옷을 입고는 잠을 자지 못하는 거"

"...곤란한데요. 숙녀앞에선...."

"자신을 숙녀라고 생각하시나? 흐흐...그렇담 할수없지 뭐!"

"하긴 이런꼴을 보이고도 숙녀라고 하긴 그렇네요 맘대로 하세요. 방 얻어 쓰는 주제에

가릴순 없이니...."

난 주저없이 옷을 벗어던졌다. 여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내가 벗는 것을 보지 않으려 했

다. 이불속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고개를 다시 했다.

"뭐하는 분이예요."

"그냥 놀고 먹지. 짐승보단 낫고 인간보단 좀 떨어지는 그런 종자"

"어머....철학하나봐!"

"철학?....흐흐....그렇게 골치 아프게 살진 않아요. 그냥 백수일 뿐이지."

"근데 백수가 기타까지 들고 이런 겨울에 여길 와요?"

"백수니까....."

조금 얘기를 하다가 하품을 하며 졸리워 하는 날 보고는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

이 어색해서 멀뚱멀뚱 천장만 쳐다보자 여자가 조용히 불을 껏다. 이내 잠이 들어버렸

다. 꿈도 꾸지 않고 푸욱 죽은 듯이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었다. 여자는 벽에 등을 기

댄채 희미하게 밝아오는 창밖의 빛에 짙은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소변탓인지 아니면 여자가 방안에 있다는걸

의식한 탓인지 강철철럼 단단해진 그것은 참을수 없이 꺼덕거렸다.

"에이..."

중얼거리며 살그머니 일어나 욕실로 갔다. 최대한 소리를 낮추어 졸졸졸 오줌을 럭煮?br />
개운치 않은 느낌으로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그냥 자기에는 너무 안타까웠지만 그렇다

고 옆방에 일행이 있는 여자를 겁탈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빌어먹을....왜 하필이면 나야.."

중얼거리며 머리맡을 뒤져 담배를 물었다. 찰칵소리를 내며 켜진 라이터의 일렁이는 불

빛에 그녀의 잠든 얼굴이 환하게 비춰졌다.

"강수연이 뺨치게 이쁘군"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새벽빛에 휘뿌옇게 말려 올라가

는 담배연기가 그녀의 후각을 자극한 듯 움찔 몸을 움직였다. 그리곤 천천히 얼굴을 들

며 눈을 떴다. 몹시 피곤한 듯 곧 다시 눈을 감았다.

"이불 펴고 편하게 자요"

내 목소리에 그녀는 다시 눈을 떳다.

"아...그래야겠어요. 너무 피곤해요. 말 들을걸 괜히 빼다가..."

여자는 피곤한 목소리로 느릿느릿 일어나서 어깨에 덮고 있던 코트를 벗어 걸고는 이불

을 내려 깔았다.

"아저씨. 넘어오면 안돼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간 그녀가 윗도리를 벗고 좀 있자 청바지마저 벗어서 한 옆으로 밀

어놓았다.

"흐흐...아예 날 가져라 하시는구만. 그러고도 넘어오지 말라면 그건 고문이지."

"그래도 안돼요. 애써서 지킨건데..."

"그렇지. 잘나가는 의사후보에게도 안 준건데 나같은 백수에게 주기는 아깝겠지..흐흐"

"졸려요. 그만 잘래요. 잘자요 아저씨"

담배를 비벼 끈후로 잠깐동안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괴로웠지만 곧 나도 잠속을 빠져들

었다. 방안에 가득찬 담배냄새에 섞여 달짝지근한 여자냄새가 부드럽게 내 잠속으로 따

라왔다. 뒤숭숭한 꿈속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자 지극히 불쾌한 소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방문을 발로 것어차고 있었다.

"문열어 이 자식아....개 같은 자식을 죽여버리겠어 .....문열아 이새끼야..."

새벽의 그 바보같은 자식이었다. 여자는 세상 모르고 곤히 자고 있었다. 일어나서 주섬

주섬 옷을 걸쳤다. 문을 열자 주먹이 먼저 들어와 콧잔등을 갈겼다.

"엌"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맞은채 비틀거리자 놈이 의기양양해서 내 멱살을 잡았다. 술냄

새가 역하게 풍겼다.

"이 나쁜자식...정현이 어딨어...정현아."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안간힘을 써서 내 멱살을 틀어 쥐었다. 불끈 화가 치솟

아 내 멱살을 잡은 손목을 잡고 비틀자 간단히 풀렸다.

"요 놈의 자식"

울대를 쥐고 두어번 흔들자 녀석의 얼굴에 핏줄이 돋았다. 숨을 못 쉬고 괴로워하는 녀

석을 달랑 들어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며 저항을 하는 바람에 몇대 쥐어박자 이

내 조용해졌다. 문을 열고 나오자 밖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고 자동차 한 대 없는

대로에 녀석을 던져버렸다.

"너 그렇게 혼나고 싶니? 니 정현이는 얌전히 자고 있엄마. 피곤한거 같으니까 깨우지

말란 말야 자식아"

"이 새끼....너 무슨 짓했어....그 년이랑 했지?"

"흐흐....별 미친 .....그래 했다. 자식아...너한테 줄려고 했던거 내가 먹었다. 새꺄 억울

하냐?"

"이.....이..........개같은 새끼야...."

녀석은 꽁꽁 얼어붙은 차도를 가냘픈 주먹으로 두어번 내리치다고 몹시 아픈 듯 인상을

쓰고 낑낑거렸다. 기운이 떨어진 듯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슬그머니 일어나 역으로 걸

어갔다. "잘가!" 뒷통수에 대고 놀리자 녀석은 매섭게 한번 노려보고는 때마침 기차가

들어오는 개찰구를 향해 흐느적거리며 가버렸다.

방안에 들어가자 여자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살폈지만 잠을 깬 것 같지는

않았다. 핸드백을 열어보았다. 자잘한 화장품에 생리대, 그리고 적지는 않은 돈과 학생

증, 주민등록증, 그리고 콘돔이 두 개, 먹는 피임약이 한통 들어있었다.

"젠장 생긴건 멀쩡한데.....걸렌가 보네"

웬일인지 배신감 같은게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새벽의 일은 값을

올리려는 계집애의 농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바보자식" 창밖을 내다

보니 역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녀석도 가버렸을 것이다.

핸드백을 한쪽에 치워놓고 옷을 벗은채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었지만 내 마음속에선

유혹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기왕에 걸렌데....뭐 어때"

드디어 결심을 굳힌 나는 가만히 여자가 자고 있는 이불속으로 손을 넣었다. 향낭이라

도 열어놓은 듯 엶으면서 은은하고 향기로운 후덥지근한 향기가 퍼져올랐다. 아침의 여

자는 모두가 그런 듯 뜨겁다 못해 불이라도 붙은 듯 열이 많아서 좋다. 더구나 이런 겨

울에야 더 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다. 임기의 그 여자가 내게 늘 묻곤 했던 말이....

"오빤 왜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자?"

"병신아..여자니까 자는거지."

"여자니까? 그럼 여자라고 아무나 다 같이 잘수 있단 말야?"

"여자면 기본적으로 달린건 다 같잖냐. 유방암 수술을 했다던지, 자궁암 수술을 한 여잘

빼곤"

"그래도.! 난 아무 남자랑이나 자긴 싫은데..?"

"병신 육갑떨고 있네. 니가 언제부터 남자 가렸냐. 년아."

"오빠 만나고서부터 가렸다 왜! 내가 가리고 싶어 가리냐. 오빠랑 하고 나면 다른 사람

이랑은 하고 싶어도 기운이 없어서 못하니까 가리게 된거지."

"헛...그런 지집애가 하루에도 서너번씩 덤비냐?"

"좋으니까.......깔깔깔"

잠시 그렇게 이불을 들고 망설이다가 기왕에 결심한거니까 하고 살며시 안으로 들어가

모로 누운 여자를 바로 눕혔다. 많이 피곤했던 듯 그 소동속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색색

거리며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나른한 여자냄새가 후각을 자극했고 잠깐 손에 잡혔던

여자의 부드러운 살이 내 상상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폭주할 것만 같은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내 호홉은 자꾸만 말라갔

다. 마른침을 넘기며 여자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곤한 잠인데도 뽀송하게 마른 여

자의 피부는 정말 매끄러웠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브래지어위로 살그머니 가슴을 매만

지며 다른 손을 뻗어 여자의 아랫도리로 행했다.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마저 내려서 가만히 부드러운 천조각을 살금살금 벗겨내며 난 힌

색면팬티이길 바랬다. 남자의 상상력을 가로막아 버리는 나일론으로 된 색깔있는 팬티

라면 몹시 실망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튀어나와버렸다.

여자는 정말 깊이 잠든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건지 아직도 색색거리며 잘

도 자고 있다. 양손을 꺼칠한 음모가 만져지는 부분에 찔러넣고 엉덩이쪽으로 돌려서

팬티를 벗겨내는건 간단한 일이었다. 우격다짐으로 잡아 내리는 것보다는 이런식으로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손을 내리기만 하면 감쪽같이 벗겨낼수 있는 것이다.

예상보다 순조로왔다. 마치 협조하려고 엉덩이를 드는 것처럼 여자는 가벼웠다. 살집좋

은 엉덩이에 걸린 팬티를 허벅지아래로 내린후 발가락으로 걸어서 사악 끌어내렸다. 꼼

지락거려서 걸어올린 팬티의 색깔을 확인하려고 라이터를 찰칵 켰을 때 여자의 눈이 나

와 마주쳤다. "윽" 여자는 자는척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언제 깼어?"

"아까요."

"왜 모른척 하고 있었지?"

"그냥요."

"약속을 어겼는데도...?"

"그냥 모른척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내가 무안할까봐?"

"아뇨. 그냥...모르겠어요."

"이러면 정말 멈출수가 없는데..:"

"그건 왜요?"

"여기까지 와서 멈춘다는건 남자의 자존심에 관계되는 일이거든"

"훗..그래요? 하지만 난 하고 싶지 않은데도요?"

"그렇다면 난 일어나자 마자 강간범으로 잡혀가게 되겠지 뭐!"

"그렇네요. "

"그럼 시작해 볼까?"

"뭘요?"

"강간"

"싫어요. 난 강간당하고 싶진 않단 말이에요."

"그런 화간이 낫다는 말이야?"

"화간이든 강간이든 싫다구요"

말장난을 하는 새에 내 손은 그녀의 아랫배로 접근해 들어갔다. 꺼끌거리는 느낌의 음

모가 손 끝에 와 닿았다. 여자는 내 손장난을 그냥 놓아둔채 입으로만 싫다고 하고 있었

다. 천천히 더 아래로 내려갔다. 얼굴에 비해서는 상당히 털이 많이 나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 갈라진 부분에 이르자 끈적한 액체가 손끝을 적셨다.

"호오..대단한걸."

"이런 분위기에선 여자라고 별수 없으니까요"

"그런가? 그런데도 싫다고 말을 하다니 ...여자란 참으로 대단한 존재로군."

"남자도 마찬가지 아니예요?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리고.."

"그렇군. 어쨋든 반갑군. 난 바싹 말라 있는건 질색인데....당신은 좋은 여자같아 보여"

"항상 이렇게 돼있으면 더욱 좋은 여자게요?"

"최고지...그런 여자라면....하지만 그렇게 되면.......아! 속옷 색깔이 뭐지? 아까 당황해

서 보질 못했거든."

"그건 왜요?"

"말해봐. 속옷 색깔에 아가씨의 하룻밤이 걸려 있을지도 모르니까?"

"흰색이예요. "

"흰색! 아가씨에겐 불행이고 내겐 행복인가? 아니며 그 반대인가?"

"무슨 소리예요."

"난 흰색팬티를 좋아하거든."

"호홋..별일이네요. 왜 흰색속옷을 좋아하죠? 아저씬 검은색인거 같던데..."

"안보는 척해도 볼건 다 봤군. 맞아. 난 검은색을 입는걸 좋아하지. "

"이상한 사람이예요. 자긴 검은걸 입고 흰색을 입은걸 좋아한다니.."

"이상할 거 없어. 흰색속옷은 남자를 묘하게 흥분시키거든. 상상을 주지. 저 여잔 순결

한 여자일꺼야 하는......"

"그럼 검은색은요."

"검은색은...여자가 검은색을 입은건 절대 찬성할 수 없어. 뭐랄까. 불결해 보이기도 하

고 때가 묻은 것을 감추려는 그런...게다가 그런 여잔 남자의 상상력을 막아버리는 못된

성질까지 있을 것 같어서..."

"어머...진짜 대단하시네. 그런 분이 어째 자긴 검은색을 좋아하죠?"

"남이 나를 대상으로 상상을 하는걸 참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난 게으르고 무능한 인간

의 대표적인 모습이거든."

그 사이에도 내 손은 꾸준히 움직여 여자의 사타구니사이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 손

가락과 손바닥에까지 여자의 애액이 흥건히 묻어서 끈적거렸다. 조금씩 안으로 진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살속으로 살금살금 비집고 들어가며 진동을 넣기 시작

했다.

"음...그러지 말아요. 부끄러워"

여자가 돌연 내 어깨를 끌어안으며 묵직한 신음을 토했다. 긴 단발머리로 가슴께를 간

지르며 여자가 얼굴을 내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이 좀더 안으로 파고 들었다. 이

젠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의 샘안으로 조금씩 침투하고 있었다. 여자의 엉덩이가 조금씩

달아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여자를 안으며 브래지어 위로 젖꼭지의 위치

를 찾았다. 여자는 어쩔?을 몰라하며 마냥 내 머리를 끌어안을 뿐 소리를 지르거나 신

음을 흘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마 억지로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자의 심장 뛰는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처럼 내 귀에 들려왔다. 내 머리속도 상상의 날

개를 펴고 한없이 날고 있었다. 어쩐지 숫처녀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여자

는 다리를 비비꼬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가슴만을 애무하던 내 입술과

혀가 조금씩 미끄러져 아래로 향했다.

정교하게 빚어놓은 대리석상처럼 매끄럽고 윤기있는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은 정말 끝

내줬다. 오랜만에 좋은 여자를 만났다는 느낌과 함께 내 입술은 깁숙한 배꼽을 더듬고

혀끝으로 안을 후비듯이 어루만졌다. 여자의 입에서 헛바람 새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

를 당기는 힘이 더 강해졌다. 자신의 배쪽에서 울려나오는 느낌. 그것은 분명 이제까지

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여대생이 숫처녀가 맞다면 말이다. 간지러움인가 하면 아니고 아닌가 하면 간

지러운 그 감각은 여자들뿐이 아니고 남자들도 자주 느낄수 있다. 물론 좋지못한 여자

를 만난 사람들은 죽을때까지 그런 느낌은 모른다. 그저 쿡 찌르고 앗 하는 순간에 끝나

는 그런 것만을 알고 살뿐이다.

"샘이 깊군. 좋은 엄마가 되겠어."

"......."

웅얼거리며 조금씩 입술과 혀를 아래로 내렸다. 검은 풀숲이 턱을 부드럽게 간질이고

여자특유의 강렬한 냄새가 조금씩 진해지고 있었다. 시큼한 듯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향취였다. 내 머리를 지지하고 있던 여자의 손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끌어 당겨야

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 듯 보였다. 상관하지 않고 여자의 풀숲을 입술로

더듬어 들어갔다. 도끼로 뻐갠듯한 틈바구니에선 온기가 새어나온다. 더 아래쪽에선 벌

써 흥건한 물이 이불을 적시고 있었다.

"빠르군. 좋아..."

나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혀를 뾰족하게 내밀어 그 안으로 더듬어 들어갔다.

"앗.....아......하지마....그만해요....응.....제발 하지마...."

여자가 곤란한 목소리로 애원을 했다. 하지만 이런때 곧이 곧대로 들어주는 남자가 몇

이나 될까? 어쨋든 난 용감하게 개선문을 열고 들어간다. 끈적하면서 약간 찝찔한 액체

를 느낄때까지 안으로 파고들다가 밑으로 움직였다. 여자의 엉덩이가 움찔거리다 깜짝

놀라서 달아났지만 용서하지 않고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어 끌어 당기며 따라갔다.

도망칠 수 없게 되자 여자의 허리가 출렁이며 어지럽게 움직였다.

?을 움직여 내 혀가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가볍

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으응.....아아........하.....하지마라니까......아아....싫어....이상해."

여자는 어지러운 움직임만큼이나 갈팡질팡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소리를 내었다.

지금까지의 어떤 여자보다도 신선하면서도 고혹적인 소리였다. 남자는 항상 만나던 여

자에겐 신선함을 느낄수 없다. 새롭게 만나는 여자는 창녀라 하더라도 다른 맛이 있는

것이다. 여자가 깊숙히 열고 들어가자 코끝이 여자의 윗부분을 찌르고 들어갔다. 미끈

한 액체가 코와 주위의 얼굴에 비벼지고 있었다.

여자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내 코 끝에 위치한 그것은 자극이 강렬해질 뿐이다. 그리

크지도 않고 뭉툭한 볼품없는 코지만 이런때는 꽤 쓸모가 있었다.

"제발 그만하고 .........나 ......키스하고 싶어...그만....응.."

여자는 애원을 하지만 난 아직 멀었다. 고개가 아파 베게를 여자의 엉덩이 밑에 고였다.

여자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고분고분 협조해 주었다. 다리를 더 넓게 벌리라는 주문

을 하자 수줍음에 오히려 오무려 버렸다.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까지 환하게 드러난 이

자세에서라면 최상의 오럴섹스를 할 수가 있었다. 손으로 여자의 입구를 벌렸으나 처녀

라서 그런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다.

처녀막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었다. 혀를 안으로 밀어넣고

질벽의 안쪽을 더듬거리며 ?자 여자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연발했다. 조금만 더 했다간

진짜로 죽지 않을까 싶은 신음이다. 밖으로 나오자 후퇴하는 줄 알고 한숨을 놓은 틈을

난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이번엔 포인트를 바꾸어서 엉덩이 사이의 국화무늬를 공격해

들어갔다

. 혀끝이 슬쩍 그곳을 지나가자 여자는 허리가 출렁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

만 의도적인 접근인줄은 알지 못하는 듯 숨막히는 단발마의 신음뿐 제지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다시 입구쪽에서부터 애무를 시작해서 점점 엉덩이로 접근했다. 바싹 다가서자

그제야 여자는 내 혀의 행선지를 눈치챈 듯 심하게 반항을 했다. 이번엔 정말로 달아나

려는 듯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더 이상 시간을 줄 필요 없이 곧장 혀끝을 뾰족하게 세

워서 그곳을 찔러 들어갔다.

그곳의 감촉은 더 없이 부드럽지만 안을 받치고 있는 괄약근의 수비는 최상의 강력함이

었다. 주위를 건드리면서 신경전을 벌이며 조금씩 조금씩 공략해 들어가자 열리기 시작

했다. 경련이 이는 듯한 파도가 여자의 내부를 흔들고 있었다.

"으........아....아.....흑.......이상해........이상해..........나 어떻해......이상해.......난 몰라"

여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출렁거렸다. 벌써 오다니.....상당한 느낌이었다.

여자는 다리를 곧게 뻗자 자연히 내 어깨위로 걸치게 되고 내 머리가 그녀의 사타구니

에 끼운채로 빗장이 걸려버렸다. 여자의 강렬한 흔들림이 눈앞에 있는 입구를 부들거리

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내 입술과 혀는 엉덩이사이를 집중공격하고

있었고 눈으로는 그녀의 내부에서 외부로 흘러나오는 샘물을 즐기고 있었다. 숨을 쉴때

는 입을 벌리고 학학거려야 했다. 콧속이 그녀의 물로 가득 차버리면 안되니까. 이미 상

당한 양이 콧속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창피해!"

여자가 흐느적거리며 가라앉은후 처음 한 말이었다. 귀여운 교태가 넘쳤다. 여자의 아

랫도리에서 얼굴을 떼고 위로 올라갔다. 볼륨감있는 몸이 터질 듯 아파오는 내 기둥아

래에서 부드럽게 꿈틀댔다.

"이대로 들어가도 괜찮겠어?"

"조금만 있다가...해요. 창피하고..........힘들기도 하고....."

"창피하긴......"

"너무 부끄러워. 어떻게 그런 곳에서......"

"그렇게 좋았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고......"

"흣흣흣....!"

만족한 웃음소리를 내며 담배를 더듬어 찾았다. 여자가 얼른 눈치를 채고 담배를 건네

물려준다.

"후우...."

"할 거예요?"

"응? 왜? 싫어?"

"처음 만나는 남자랑 이러는거 별로 보기 좋지 않죠?"

"아니! 차라리 이편이 난 좋거든. 골아프게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건 취미없

어."

"훗...그런 사람은 애인이 없대요."

"맞아. 없어. 난 애인같은거..."

"하는 거 봐선 아주 많을 거 같은데요?"

"후후...지금은 없어..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왜 없어요?"

"내 성질이 못돼먹어서 ....지금 이 근처에서 시집살이하고 있어."

"그래요! 말투로 봐선 충청도같은데..."

"잘 아는군...어쩐지 내가 심문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만하지."

"후훗 미안해요."

"좀 자둬. 바쁜일 없으면..."

"그냥 잘 수 있어요?"

"그럼? 계속 하길 바라는 건가? 난 언제라도 좋으니까 말만 하라구.."

"아뇨. 그냥 잘래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깨워주기예요."

"그렇게 하지."

잠깐이나마 그 여자생각을 하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

서 왜 그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질까? 아마 이 동네가 낮설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여자가 먼저 일어나서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었다. 이런 저런 일때문인지 몸

이 무거웠다.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조금 기다리니 여자가 욕실에서 나오다 말고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잘 주무셨어요?"

"응..그쪽은..?"

"저도요. 코를 좀 골아서 중간에 깨긴 했지만요."

"미안..."

"샤워하고 옷 입으세요. 저 배고파요."

"지금 몇시나 됐지?"

"열 두시가 가까워요."

"잠깐만 기다려..."

타올로 가린 몸매가 상당히 볼륨이 좋았다. 싱싱한 몸이다. 대강 닦고 나오니 벌써 단정

히 옷매무새를 고치고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여관을 나오는데 여자는 덥썩 팔

짱을 끼었다. 전에 여기에 왔을땐 눈도 많고 날씨도 몹시 추웠더랬는데 이번에는 별로

그렇지 않은지 눈이 벌써 녹아내리고 있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서 각자의 갈길을 가기로 하고 역으로 나왔다. 강릉으로 가는

기차는 조금후에 있었고 서울로 가는 기차는 한시간 후였다.

"자 어느쪽으로 할래?"

"난 서울이요. 아저씬?"

"난 강릉으로..."

"그럼 이걸로 안녕인가요?"

"응 아쉽지만...그편이 좋을 것 같아. 난 아가씨덕에 하룻밤 재밌었고 아가씬 결정적인

것만은 지켰으니 서로 손해는 아무것도 없잖아."

"같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쪽이 생긴다 이건가요?"

"머리는 좋은 아가씨가 계산은 영 젬병이군."

"이건 그런 계산과는 전혀 다른 거라구요. 사실은 나도 강릉으로 가고 싶어요."

"그럼 맘대로 하면 되잖아."

"같이 가도 돼요? 귀찮아 할거 아니죠?"

"귀찮지는 않아. 하지만 나랑 오래 있을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왜요?"

"난 나쁜 놈이거든."

"훗...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해서 우린 강릉으로 같이 가게 됐다. 경포대까지 택시를 타고 가보았지만 부산

하던 여름의 찌꺼기만 여기저기 빛이 바랜채 남아 있고 한적한 겨울같은 맛은 별로 나

지 않았다. 비교적 풍광이 좋은 횟집을 찾아들어갔다. 난방이 잘돼서 따뜻했고 값도 생

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내또래로 보이는 부부가 태평한 얼굴로 맞았다.

"맛있어요?"

"왜? 회 좋아하지 않아?"

"아뇨.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

"난 좋아해. 살아있는 생명력을 먹는다....좋잖아."

"잔인해요."

"그런 식이라면 제일 잔인한 사람은 방금 한 생명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껍질을 벗기고

각을 뜬 사람이지 내가 주인남자쪽을 바라보며 말하자 주인 남자가 싱긋 웃었다.

"천당행은 아예 포기한지 오래됐습니다. 하하"

그말에 주인여자가 푸근한 웃음을 지었다. 여자의 얼굴엔 나이보다 많은 주름이 잡혔다

. 별스런 일이 없이 태평한 해변에도 밤은 찾아온다. 어젯밤의 벼락같은 사건에도 불구

하고 여자는 마치 다정한 연인이기라도 한 것처럼 시내의 여관에 스스럼없이 따라들어

왔다. 어쩌면 호색적인 기질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호색적인 기질을 이용하고 있는 자

신이 더 나쁜 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는 피식 웃음이 터진다. 밤은 금새 어

두워지고 아침은 금새 밝아온다.

어제와는 다르게 평온한 밤을 보낸 두 사람은 다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강릉의 바

다를 떠나기로 했다. 여장이랄 것도 없는 두사람의 짐을 나누어 걸메지고 역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웬일인지 역에는 사람들이 붐볐고 예상대로 기차표는 동이나 버렸

다. 다시 여관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난감한 두 사람이 근처의 다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다방안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 아가씨를 보는 순간 남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니? 연수씨?"

"어? 너 여기 웬일이야?"

반갑다기보다는 놀라워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여자의 표정이 어둡게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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