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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6 1,428회 0건
N.W.R.S. chapter 33

" 이쪽으로 와요. "

미라는 개인 교육실 한가운데 놓여진 책상 옆에 서 있었다. 소영은 이제 조금 자연스러워진 걸음걸이로 미라에게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규율집 한권과 하얀 종이 뭉치 그리고 몇 자루의 볼펜이 준비되어 있었다.

" 앉아요. "

소영이 미라가 시키는대로 앉기 위해 의자를 당기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개인 교육실에서 책상이 놓여있는 곳에만 카페트가 깔려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거에요. 다시 해봐요. "

소영은 미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금새 알아채고 의자를 약간 들어서 집어넣었다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빼냈다.

" 잘했어요. 교실에서 이런 소리를 내면 바로 벌을 받게 될 테니 잘 기억해요. "

" 네, 선생님. "

" 이제 의자에 앉아요. "

" 으음... "

매를 맞아 잔뜩 부어 오른 엉덩이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어디에서건 의자에 앉을 때는 양다리를 꼭 붙여요. 그리고 허리는 곧게 펴서 등받이에 붙이고. "

소영은 미라가 시키는 대로 자세를 똑바로 했다.

" 좋아요. 오늘 소영양이 이곳에서 할 일은 아주 간단한 거에요. 책상 위에 뭐가 있죠? "

" 규율집이 있습니다. "

" 그럼 이건 뭐죠? "

미라가 A4 크기의 흰종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 다시 물어보겠어요. 책상 위에 뭐가 있죠? "

" 규율집과 종이, 그리고 볼펜이 있습니다. "

소영은 다시 한번 정확하게 대답을 했다.

" 어떤 실수라도 처음 한번은 괜찮지만 두번째부터는 용서하지 않는다는걸 명심하도록 해요. "

" 네, 선생님. "

미라는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소영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굳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고 고쳐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다.

" 한번밖에 설명하지 않을 테니 잘 듣도록 해요. 소영양이 할 일은 규율집의 내용을 옆에 있는 종이에 그대로 옮겨적는 거에요. "

미라의 설명을 듣던 소영?놀란 눈으로 미라를 바라보았다.

" 그런 시선은 좋지 않아요. "

" 죄송합니다. 하지만... "

소영은 미라의 무서운 눈빛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 책이 굉장히 두꺼워 보이지만 내용은 생각처럼 많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앞쪽의 학교소개나 뒤쪽의 부록 부분은 빼고 규율에 대한 내용이 있는 부분만 옮겨 적으면 돼요. 알겠어요? "

" 네, 선생님. "

소영에게는 미라의 지시를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싫다고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이미 충분하리 만큼 직접 겪어본 소영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잘 알고 있었다.

" 줄을 잘 맞춰서 써야하고 절대 틀린 글자가 있어선 안돼요. 화이트 같은 편리한 도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벌이니까요. "

미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소영의 표정을 살폈다.

" 한글자 한글자 정신차리고 똑바로 쓰도록 해요. 틀린 글자 하나에 한대씩이에요. 그리고 줄이 삐뚤어 졌다면 그만큼 매가 추가될 거에요. 또 한가지! 옮겨 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요. 옮겨 쓰는 것이 다 끝나면 내용을 가지고 질문을 할꺼에요. 대답하지 못하면 또 벌을 받게 되겠죠? "

" ...... "

소영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미라가 시키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없어도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 점심식사 전에 한번 검사를 하겠어요. 빨리 쓰는 것도 좋지만 정자로 또박또박 써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요. 왜 대답이 없죠? "

" 알겠습니다. 선생님. "

미라는 소영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몇번 끄덕이더니 그녀가 앉은 책상의 맞은편에 놓여있는 조금 크기가 큰 책상에 가서 앉았다.

" 어서 시작하지 않으면 취침시간 전까지 끝내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때까지 끝내지 못하면 한페이지에 열대씩 맞게 될거에요. "

소영은 미라의 마지막 말을 듣고 더 이상 뭔가를 따지며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규율집을 펴고 볼펜을 집어드는 그녀의 손은 긴장해서인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막 첫번째 글자를 쓰려던 소영은 무작정 베끼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용은 많고 게다가 그 내용을 다 외워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역사, 사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책 보듯이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소영은 고등학교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래간만에 자신의 머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짓고 규율집의 내용과 자신의 손이 써 내려가는 글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동민은 오늘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한쪽에는 자신이 결재해야 할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었지만 아직 단 한 건도 결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 소영이는 잘 견뎌내고 있을까? "

아내인 소영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동민으로서는 쉽사리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사실 이런 고민은 그날 밤 소영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NWRS로 가겠다고 했을때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성격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소영이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동민은 그녀가 친구들과의 여행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울때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해했다. 잠자리는 편할지 음식이 입에 맞을지 혹시 사고라도 생기진 않을지...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로 확인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에 가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전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동민은 자신의 행동이 소영의 교육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사장님. "

" ...... "

" 사장님? "

몇번씩이나 인터폰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생각에 빠져있던 동민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 사장님? "

소희는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한 동민으로부터 대답이 없자 의아해 하며 이번에는 직접 사장실의 문을 열고 동민을 불렀다.

" 어? "

동민은 그제서야 소희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였다.

" 무슨 일이지? "

" 인터폰으로 대답이 없으셔서요. 김이사님께서 오셨습니다. "

" 들어오시라고 해요. "

김이사가 사장실로 들어가고 난 뒤 조용히 문을 닫은 소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좀전에 하던 생각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잡은 그녀의 손이 화면 아?img src=/images/各?아이콘을 누르자 잠시 숨겨두었던 브라우저 화면이 나타났다. 브라우저는 NWRS의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마우스의 휠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희는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였다. 그것은 우연히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한 여자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민으로부터 받은 팜플렛 때문이기도 했다.

" 휴우~ "

아무래도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긴 한숨을 내 쉬었다. 누군가와 상의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 긴급! 커피 말고 술 ]

소희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유일하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상대인 미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내용은 둘 사이의 암호 같은 것이었다. 뭔가 문제가 발생했으니 같이 고민해 달라는 뜻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 !!! 웬일이니? ]

메시지 앞에 "긴급!"이라는 문자를 보낸 효과가 있었는지 즉시 답신이 왔다.

[ 7시반 대학로 ]

[ ㅡㅡ; 먼데? ]

미연은 평소와 다르게 계속해서 이유를 캐묻고 있었다. 어제밤 그 좋아하는 나이트도 마다하고 쉬겠다고 했던 소희의 의심스러운 태도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전화할꼬다~ ]

소희로부터 아무런 답신이 없는 것을 본 미연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 안돼는거 알자나!! ]

[ 기집애 승질하고는 ㅡㅡ ]

소희는 오늘밤은 오랜만에 실컷 취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브라우저를 닫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친구들을 따라 나이트에 가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 NW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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