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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6 1,442회 0건
N.W.R.S. chapter 36

소영은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끔찍한 고통을 멈출 수만 있다면 희선의 발이라도 핥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그녀가 느끼는 고통은 큰 것이었다. 물론 미라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케인이 가장 큰 고통을 느끼게 하는 종류이긴 했지만-현영이 미라에게 사용한 케인은 더 굵고 유연한 것이다- 미라가 있는 힘껏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이정도로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영의 허벅지는 그녀의 신체중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다. 소영은 동민과 함께 있을 때 그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나 뒤쪽을 살짝만 자극해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그러나 며칠전만 해도 전희에 가장 적합한 부위였던 그녀의 허벅지는 벌을 주기에 가장 적합한 부위가 되었고 또 거기에는 케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세개의 매자국이 보기 흉할 정도로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게다가 첫번째 매를 맞은 곳은 이미 피부가 짙은 보라빛으로 변색이 된 상태였다.

" 일어나요. "

소영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미라를 바라보았다.

" ...선...생......님... "

미라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영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직접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소영은 미라의 표정이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것도 알지 못한채 미라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아아악. "

소영은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다가 허벅지의 고통이 다시 커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이번에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마주치며 매를 맞은곳?자극했다. 소영은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 이정도면 충분하겠어. 휴우~ "

미라는 더 이상 벌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누군가가 정신이 나갈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약 미라에게 소영의 자라온 환경을 알고 그녀를 진심으로 교육시키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정도로 벌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라는 희선과 함께 양쪽에서 소영을 부축해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번에는 순전히 두사람의 힘만으로 그녀를 들어올렸기 때문에 소영은 다시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자신의 힘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지금 소영에게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소영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양 다리에 힘을주면서 몸을 지탱하려고 애썼다. 충분히 조심을 해서인지 아까와 같은 고통은 없었지만 다시 누워버리고 싶다는 들게 하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고통이 느껴졌다.

"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거라고 약속할 수 있나요? "

소영은 미라의 한마디에 암흑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용서해 줄지도 몰라. "

" 네, 선생님!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것입니다! "

소영은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녀의 머리속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 몇대가 남아있나요? "

소영의 표정은 미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 네... 네대 남았습니다. "

소영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에 그냥 용서해 줄수는 없어요. 하지만 매를 대신할 방법은 있어요. "

" 어떤 일이든 시키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흑흑-"

" 좋아요. 매를 대신해서 다른 벌을 주겠어요. 다음 한주동안 하녀교육을 받을수 있겠어요? 물론 교육은 앞에 있는 희선이가 담당하게 될거에요. "

" 네, 네! 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소영은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주일 동안 하녀로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단지 더 이상 이 끔찍한 매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어지며 지금까지 억눌려 있던 감정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소영은 어린아이 처럼 울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처음 교육실에 들어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울음이었다.

어떤 이유로 자신이 벌을 받았어야 했는지 누구 때문인지 그런 사실들은 이미 그녀의 머리속에서 지워져 버렸고 매를 맞는 동안 희선이 자신을 위해 미라에게 용서를 구했다는 사실만 남아 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라가 자신을 용서해 주었다는 사실도...

미라는 유치원 시절로 돌아가 버린듯한 철없는 숙녀의 몸을 살짝 안고서 가볍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 이제 그만 울어요. 희선이가 비웃겠어요. 그래도 좋은가요? "

" 흑흑, 네... 선생님. 비웃음 당할 짓을... 흑... 했잖아요... 아앙~ "

" 자자, 이제 진정해요. "

평상시의 감정으로 돌아왔을 어떤 기분이 될지 지금 했던 약속들을 진심으로 지켜낼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가장 순수한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영이었다.

" 희선아, 소영양의 의자를 바꿔놓고 나가보도록 해라. "

" 네, 선생님. "

희선은 교육실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를 들고 와서 소영이 앉아있던 의자와 바꾸어 놓고 조용히 교육실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

" 원래는 오전에 한 것을 검사해야겠지만 잠시 시간을 줄 테니 그만 울고 차분히 생각을 해봐요. "

" 흑... 네, 선생님. "

미라는 교율실 한쪽 구석으로 소영을 데리고 갔다. 벽과 벽이 만나는 방의 모서리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의 바둑에는 고급스러운 붉은색 쿠션이 놓여있었다.

" 이 위로 무릎을 꿇고 양손을 머리위에 올려요. "

" 선생님... "

소영은 무릎을 꿇으라는 말에 흠칫 놀라며 미라를 보았다.

" 무릎은 90도를 유지하고 허리를 편 자세를 말하는 거에요. "

그제서야 소영은 마음을 놓으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가며 쿠션위로 무릎을 꿇고 미라가 말한 자세를 취했다.

" 그대로 앞으로 기대도록 해요. 양 팔꿈치를 벽에 대고 다른 부분은 닿지 않도록 해요. "

소영은 양쪽 팔꿈치 만으로 양쪽 벽을 짚고 몸을 지탱해야 했다. 허리를 편 상태라 몸은 앞을 향해 30도 정도 기울어지게 되었고 모든 무게는 팔꿈치에 집중되었다.

" 벌을 받고 나서 반성하는 시간도 벌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 자세를 지금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요. 그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매를 맞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

" 네, 선생님. "

소영은 지금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있었다. 똑바로 서있지도 못할만큼 온몸의 힘이 빠져있는 소영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좀전에 받은 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참아내기 시작했다.

" 30분후에 아침에 공부한 것을 검사하고 식사를 하겠어요. "

미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아직도 한손에 소영의 허벅지를 리던 케인을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까지 왜 이러는거야... "

사실 미라도 소영의 예상치 못한 태도에 당황하고 있는 상태였다. 소영의 허벅지가 민감하고 약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절대 그곳에 벌을 주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앉으려던 미라는 생각을 바꿔 교육실 밖으로 향했다.

" 휴우우~ "

밖으로 나온 후 교육실 문을 닫은 미라는 문에 몸을 기대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에 공부한 것을 검사받고-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소영은 다시 한차례 체벌대 위에서 벌을 받았다. 물론 미라가 생각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결과였다. 미라의 예상과는 달리 소영은 그런 큰 사건이 있은 후에도 규율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암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라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소영은 희선이 바꾸어 놓은 의자에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앉아 나머지 부분을 옮겨적으며 다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 소영이 앉아있는 의자는 의자라고 하기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의 의자는 보통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 의자였지만 지금의 의자는 맨 앞쪽과 가장 뒤쪽을 제외하면 앉는 부분이 완전히 뚫려있는 특별한 모양의 의자였다. 소영은 이 의자위에 무릎 바로 위쪽과 엉덩이만 겨우 걸치고 앉아 있는 상태였다. 의자가 살과 닿는 부분은 푹신한 쿠션이 붙어 있었고 허벅지와 닿는 부분이 완전히 뚫려있기 때문에 매를 맞은 부분에 자극을 줄 염려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극이 없다고 해도 엉덩이를 겨우 걸치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자세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세개의 매자국이 모두 시퍼렇다 못해 검은색이 될 정도로 변해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욱식거리는 듯한 통증은 소영의 오후 공부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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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는 이런 기분일때 한바탕 시원하게 소나기라도 쏟아져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후우... "

물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것도 잊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긴 생머리에 약간의 브릿지가 있고 얼굴은 숙이고 있어 확인할 수 없지만 옆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여자가-거기에 세련돼 보이는 투피스 정장까지- 세상을 다 살아버린듯한 한숨을 내쉬며 걷고 있는 모습은 그리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 아! "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혔고 그 사람은 소희를 향해 막 화를 내려다가 그녀의 세상을 체념한 듯한 표정을 보고 오히려 자신이 사과를 하고 멋적은 표정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러나 소희는 방금 어떤일이 있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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